AI 에너지 문제, 기후 대응의 성패 가른다
데이터 센터로 인한 에너지 수요 증가는 전체 전력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전기화라는 더 큰 문제와 맞닿아 있는 작지만 중요한 과제다.
인공지능(AI)에 대한 수요가 끊임없이 증가하면서 에너지, AI, 기후 분야 전문가들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AI에 필요한 친환경 전력과 그 핵심 기반인 데이터 센터를 냉각할 물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까? 이는 지역사회, 경제, 환경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질문이다.
AI의 에너지 사용에 관한 논의는 앞으로 수십 년간 우리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해 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AI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경제 전반의 다양한 전기화 기술도 실현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라 우리가 감당해야 할 기후 리스크도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지금의 발전을 가능하게 한 것은 IT 분야의 기술 혁신이다. AI의 연산을 담당하는 그래픽 처리 장치(GPU)의 가격은 2006년 이후 무려 99% 하락했다. 2010년대 초반에도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사용에 대한 우려는 있었고,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그러나 컴퓨팅 성능과 에너지 효율이 향상되면서 이러한 우려는 실현되지 않았다. 실제로 2010년부터 2018년 사이 글로벌 컴퓨팅 성능은 550% 증가했지만, 그에 따른 에너지 사용 증가는 미미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기존의 낙관적인 추세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AI 모델의 정확도가 급격히 향상되자,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도 빠르게 증가했다. 현재 데이터 센터는 전체 전력 수요의 4.4%를 차지하며, 이는 2018년의 1.9%에서 두 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미국 내 6개 주에서는 데이터 센터가 전체 전력 공급량의 10% 이상을 소비하고 있는데, 특히 데이터 센터가 집중된 버지니아주에서는 그 비중이 25%에 달한다.
AI로 인한 향후 에너지 수요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며, 추정치도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의 한 연구에 따르면, 2028년경에는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가 미국 전체 전력 사용량의 6~12%까지 상승할 수 있다. 이처럼 급격한 증가는 지역사회와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에너지 비용 상승과 생태계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러한 전망을 바탕으로, 신규 화석연료 발전소의 건설이나 노후화된 발전소의 재가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여러 지역에서는 천연가스 발전소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소 암울한 전망이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AI로 인한 전력 소비는 여전히 비교적 작은 수준이다. 미국은 지난해 약 4조 3천억 킬로와트시(kWh)의 전력을 생산했으며, 앞으로 10년 동안 1조에서 1조 2천억 kWh의 전력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보다 약 24%에서 29% 증가한 수치이다. 이 가운데 약 절반은 전기차에서, 약 30%는 건물과 산업 분야의 전기화 기술로 인한 수요 증가로 예상된다. 다행히 지난 10년간 차량과 건물의 전기화 기술이 크게 발전했으며, 이러한 변화는 기후와 지역사회, 그리고 에너지 비용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소식이다.
새로 늘어날 전력 수요 가운데 나머지 22%는 AI와 데이터 센터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지금 가장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부분이다. 데이터 센터는 성장 속도가 빠르고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 전기화 문제 중에서도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차량이나 건물 전기화와 같은 커다란 과제에 앞서 먼저 풀어야 할 작은 퍼즐인 셈이다.
AI가 사용하는 전력과 그로 인한 탄소 배출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반도체 생산과 데이터 센터 운영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지만, AI가 전력망, 교통, 건물, 산업, 소비자 행동 등에 미치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효과가 훨씬 더 클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재생 에너지와 전력망을 더욱 효율적으로 통합할 신소재나 배터리를 개발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이를 화석연료 탐사에 악용할 수도 있다. AI가 기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는 고무적이지만, 이를 실현하려면 지속적인 검증과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실 전력 수요 급증에 대한 우려는 이전에도 존재했다. 1960년대 미국의 전력 수요는 매년 7% 이상 증가했으며, 1970년대에는 약 5%, 1980~1990년대에는 2% 이상 증가했다. 이후 2005년부터 약 15년간 전력 수요는 거의 정체 상태를 보였지만, 앞으로 10년 동안은 다시 연간 약 2%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거와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이처럼 새로운 에너지 수요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공공 및 민간 자본을 활용해 충분한 공급 용량과 스마트한 기능을 제공하는 AI용 전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전력망 뉴딜(Grid New Deal)’이 필요하다. 새로운 청정 에너지 공급, 송배전망 투자, 가상 수요 관리 전략은 탄소 배출을 줄이고 전력 가격을 낮추며 전력망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청정 전력을 도입하고 배전망을 개선하는 데이터 센터에는 전력망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우선권을 부여할 수 있다. 인프라 은행은 새로운 송전선 건설이나 기존 송전선 개보수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으며, 직접 투자나 세제 혜택을 통해 청정 컴퓨팅 기준 도입, 청정 에너지 분야 인력 양성, 데이터 센터 운영 기업의 에너지 사용 투명성 제고를 장려함으로써 지역사회가 실질적인 영향을 이해하고 측정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2022년 백악관은 대중의 권리와 기회, 필수 자원에 대한 접근권이 AI로 인해 제한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원칙을 담은 AI 권리 장전 청사진(Blueprint for an AI Bill of Rights)을 발표했다. 우리는 여기에 기후를 위한 수정안을 추가로 제안하고자 한다. 윤리적인 AI는 반드시 기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AI의 발전이 모두에게 혜택이 되도록 하기 위한 출발점으로서 AI가 에너지 비용을 높이지 않고, 소비하는 전력보다 더 많은 청정 에너지를 전력망에 공급하며, 전력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지역사회에 이익을 주면서도 혁신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AI와 에너지 문제를 기후 변화 대응이라는 큰 틀에서 논의한다면, 지역사회, 생태계, 그리고 경제에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AI와 데이터 센터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는 다양한 전기화 기술과 관련된 수요와 과제에 사회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대이다. 이 시험에서 실패한다면, 기후 목표 달성 가능성은 크게 낮아질 것이다. 앞서 데이터 센터가 에너지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만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 글을 쓴 코스타 사마라스(Costa Samaras)는 카네기 멜런 대학교의 토목 및 환경 공학 석좌교수이자 스콧 에너지 혁신 연구소(Scott Institute for Energy Innovation)의 소장이다.
엠마 스트루벨(Emma Strubell)은 카네기 멜런 대학교 컴퓨터과학부 언어기술연구소의 라지 레디(Raj Reddy) 조교수이다.
라마야 크리슈난(Ramayya Krishnan)은 카네기 멜런 대학교의 하인즈 정보 시스템 및 공공 정책 대학의 학장이자 경영 과학 및 정보 시스템 부문의 윌리엄 W.(William W.) 및 루스 F. 쿠퍼(Ruth F. Cooper)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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