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먹는 AI 시대…테크 기업들, 원자력에서 답을 찾다

AI 붐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테크 기업들이 원자력 에너지 확보에 나섰다. 이들은 차세대 원자로 기술에 투자하거나 기존 원전과 전력 구매 계약을 맺으며 장기적인 대응에 돌입했다. 그러나 발전소 건설엔 시간이 걸리기에 당분간은 화석연료 의존이 불가피하다. 또 대규모 수요를 충족하려면 원자력 인프라의 대대적인 확충이 필요하다.

AI 패권 경쟁 속에서 주요 테크 기업들이 하나같이 원자력을 외치고 있다.

지난 1년간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은 원자력 에너지와 관련된 발표를 잇달아 내놓았다. 일부는 기존 원자력 발전소에서 전력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또 다른 일부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다소 의외로 보이는 이러한 협력은 원자력 산업과 대형 테크 기업 모두에게 이로울지 모른다. 테크 기업들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을 필요로 하며, 탄소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배출량이 적은 에너지를 모색하고 있다. 한편 원자력 발전소 운영사나 핵기술 개발자 입장에서는 자금력 있는 대형 고객의 존재가 노후 원전의 유지와 신기술 개발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구글의 마이클 테럴(Michael Terrell) 청정에너지 및 탄소감축 부문 책임자는 “원자력에는 수많은 장점이 있다. 원자력은 화석연료보다 청정하고, 탄소 배출도 거의 없으며,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날씨에 영향받지 않고 꾸준히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안정적이다. 또 발전소를 어디에나 지을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미국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원자력혁신연합(Nuclear Innovation Alliance)의 패트릭 화이트(Patrick White) 전 연구 책임자는 “에너지가 필요한 시점과 원자력 공급이 가능한 시점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테크 기업들은 앞으로 3~5년 안에 대규모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지만,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데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 모듈 원자로(SMR)와 같은 차세대 원자로 기술은 건설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첫 SMR 원자로는 아직 완공되지 않았다. 또한 일부 기술은 소규모 시범 원자로조차 가동까지 수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이러한 시간적 차이로 인해 테크 기업들이 내세우는 원자력 활용 계획은 당분간 실현되기 어렵고, 실제로는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석탄 발전소는 계속 가동 중이며, 일부 기업들은 앞으로 수십 년간 운영할 신규 천연가스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AI와 원자력이 상호 발전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실은 언론 보도보다 훨씬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AI 수요에 맞추기 위한 원자력 발전 속도

미국에는 약 3,000개의 데이터 센터가 있으며 AI 붐으로 인해 5년 후에는 수천 개가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이러한 급증으로 인해 전 세계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최대 165%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미국 내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수요가 2030년까지 400테라와트시(TWh)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는 2020년 100테라와트시 미만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이며, 멕시코 전체 국가 총 전력 수요보다도 많은 양이다.

최근 몇 주 사이 일부 기업들이 데이터 센터 건설 프로젝트를 늦추거나 일시 중단하는 등 건설 붐이 다소 둔화되는 조짐이 나타났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들은 결국 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다만 그 증가폭이 관건이다.

현재 데이터 센터 건설에 분주한 테크 대기업들은 향후 수십 년 내에 탄소중립 또는 탄소 배출 없는 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기후 목표를 세웠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전기의 출처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원자력은 데이터 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면서 탄소 배출량은 줄이려는 기업들에게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풍력이나 태양광처럼 간헐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재생에너지와 달리 원자력 발전소는 대부분 일정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이는 데이터 센터가 요구하는 전력 특성과 잘 맞는다. 전력 및 송전 컨설팅 기업 그리드 스트레티지스(Grid Strategies)의 롭 그램리히(Rob Gramlich) 대표는 “데이터 센터를 소유한 회사들은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최대한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현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원자력이 양당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원자력 발전 용량을 어떻게 확충하느냐다. 기존 원전은 수가 제한되어 있고,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발전소를 짓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2022년 미국 내 모든 원자로는 총 약 800테라와트시의 전력을 전력망에 공급했으며 이는 지난 20년간 거의 변하지 않은 수준이다. 2030년까지 예상되는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를 원자력으로 충당하려면 미국 내 원자로 수를 지금보다 50% 이상 늘려야 한다.

새 원자력 발전소 건설 

AI와 원자력 업계가 서로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 기술 기업들이 원자력을 21세기 최첨단 기술로 탈바꿈할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이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2024년 10월 구글은 차세대 원자력 기업인 카이로스 파워(Kairos Power)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기존 기술보다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기술이 될 수 있는 용융염 냉각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 원자력 규제위원회(NRC)로부터 두 개의 실증용 원자로 건설 승인을 승인받았다. 구글과의 계약은 장기 전력 구매 계약으로, 구글은 카이로스가 건설하는 발전소에서 2035년까지 최대 500메가와트의 전기를 구매할 예정이다. 참고로 이 기업의 첫 번째 발전소가 전력을 생산하고자 하는 목표 시점은 2030년이다.

아마존도 차세대 원자력 기술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은 메릴랜드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엑스에너지(X-energy)에 직접 자금을 투자하였다 이 스타트업은 더 작고 표준화된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을 통해 기존의 원자로보다 낮은 가격으로 짧은 기간 안에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4년 10월 아마존은 워싱턴주의 유틸리티 기업인 에너지 노스웨스트(Energy Northwest)와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계약을 통해 아마존은 워싱턴주에서 계획 중인 엑스에너지 소형 모듈 원자로(SMR)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를 위한 자금을 지원했다. 이 계약을 통해 아마존은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모듈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게 되었는데, 해당 모듈은 320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며, 최대 960메가와트까지 확장 가능하다. 현재 건설 중인 AI 중심의 데이터 센터는 대부분 500메가와트 이상의 전력을 필요로 하므로, 이 프로젝트는 단일 데이터 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겨우 충당할 수 있는 규모이다.

아마존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2030년대 초부터 데이터 센터에 에너지를 공급할 예정이다. 엑스에너지는 현재 NRC의 사전 승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확실하고 장기적인 계획은 차세대 기술이 현실화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원자력 에너지 사용을 지지하는 정책 연구 단체인 굿 에너지 콜렉티브(Good Energy Collective)의 제시카 러버링(Jessica Lovering) 공동 설립자는 “향후 몇 년간 이러한 프로젝트에 대해 보다 확실한 계약과 실제 자금 투입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초기 프로젝트만으로 데이터 센터에 필요한 방대한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아마존과 구글이 지원하는 차세대 원자로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최초의 상업적 원자로이지만, 여전히 규모가 작고 기술을 실증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들 프로젝트만으로는 2030년까지 새롭게 건설될 데이터 센터가 요구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형 기술 기업들이 매년 사용하는 수 테라와트시의 전기를 충당하려면, 원자력 기업들은 단지 몇 기의 원자로가 아닌 수십 곳의 새로운 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

구매력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극복하기 위한 한 가지 접근 방식은 기존 원자로를 활용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분야에서 지난해 헤드라인을 장식한 기업이다. 이들은 펜실베이니아에 위치한 스리마일섬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소유주인 콘스텔레이션(Constellation)과 장기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콘스텔레이션은 해당 발전소의 원자로 중 하나를 재가동하고, 발전소의 이름을 크레인 클린 에너지 센터(Crane Clean Energy Center)로 변경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계약을 통해 이 발전소는 안정적으로 미래의 고객을 확보한 상태에서 원자로 재가동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이 발전소는 현재 2028년 재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메타의 우르비 파레크(Urvi Parekh) 글로벌 에너지 부문 책임자는 “새로운 기술이 도래하는 것을 수십 년 동안 기다리고 싶지 않다면, 현재로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기존 원자력 발전소의 면허 갱신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후된 시설은 NRC로부터 20년 허가 연장을 신청할 수 있는데, 이 절차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에너지를 구매하려는 고객의 지원은 이 단계에서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게 파레크의 설명이다.

기존 원자로는 빅테크 기업들이 즉시 원자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실질적으로 연장 또는 재가동이 가능한 원자로의 수는 제한적이다. 

미국에서는 현재 운영 중인 원자로 중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24기의 원자로가 2035년 이전에 면허 갱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화이트의 설명에 의하면 스리마일섬 외에 재가동될 가능성이 있는 발전소는 몇몇 곳에 불과하다. 미시간에 위치한 팰리세이즈 원자력 발전소(Palisades Nuclear Plant)는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15억 2,000만 달러(약 2조 1,018억 원) 규모의 대출 보증을 받아 재가동을 준비 중이며, 아이오와주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인 듀앤 아놀드 에너지 센터(Duane Arnold Energy Center)의 소유주도 최근 재가동 절차를 시작하기 위한 서류를 규제 당국에 제출했다.

다만 미국 에너지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발전소에서는 새로운 인프라를 건설하지 않고도 기존 원자로를 업그레이드하여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공급할 수 있는 추가 전력의 규모는 약 2~8기가와트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중형 규모의 데이터 센터 몇 곳을 가동할 수 있는 전력량이지만, 개별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의 전력 요구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오픈AI는 최근 개별 데이터 센터에 최소 5기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전력 생산량을 의미 있는 규모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원자로가 필요하다. 문제는 기존 기술을 토대로 발전소를 더 설립하든 차세대 원자로를 빠르게 도입하든 간에 2030년 초반까지 이러한 일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편 에너지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오늘날 우리가 내리는 결정은 향후 수십 년 동안 에너지 생산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부분의 발전소는 수십 년 이상 운영되므로 지금 건설되는 발전소는 2040년 이후까지 전력망에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AI 산업의 급성장이 원자력, 화석연료, 또는 다른 전력원을 전력망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할지는 지금 어떤 에너지원이 선택되는지에 달려있다.

원자력 발전을 포함한 어떤 개별 기술도 모든 문제에 대한 단 하나의 정답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구글의 테럴이 언급한 바와 같이, 풍력, 태양광, 에너지 저장시설, 지열 에너지, 그리고 심지어는 원자력까지도 현존하는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면서 기후 목표도 지키기 위해서는 필요할 것이다. 그는 “물론 현재 원자력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머지 기술도 똑같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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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5월 26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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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5년 05월 26일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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