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구멍이 부른 홍역 재유행, 위협받는 아이들 건강

홍역 등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이 전 세계에서 다시 확산하고 있다. 낮아진 백신 접종률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며,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기피 현상이 어린이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한다고 경고한다.

필자가 거주하는 런던 북부 자치구인 엔필드에서 홍역이 유행하고 있다. 엔필드에서는 올해 2월 20일까지 34건의 확진 사례가 확인됐다. 감염된 대부분의 환자는 11세 미만 어린이이며, 5명 중 1명은 병원 치료가 필요했다.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치명적일 수 있는 질병으로 인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962건의 홍역 확진 사례가 보고됐다. 미국 4개 주에서는 대규모 유행(확진자 50명 이상)이 진행 중이며, 다른 12개 주에서도 소규모 유행이 발생하고 있다. 감염 사례의 압도적 다수는 예방접종을 완전히 받지 않은 어린이였다. 백신 접종 기피 현상은 어린이들이 중요한 백신을 맞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 여겨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2019년 세계 보건을 위협하는 10대 요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현재 백신 접종률이 낮아 홍역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면, 간암이나 뇌수막염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백신 예방 질병의 사례도 곧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과거 홍역 감염이 흔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사히 극복했다는 점을 들어, 여전히 홍역이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실제로 아이들이 바이러스에서 잘 회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홍역 증상은 보통 발열과 콧물로 시작되며, 특징적인 발진이 뒤따른다. 일부 환자는 폐렴, 실명, 뇌염 등 심각한 합병증을 겪기도 하며, 사람에 따라서는 수년 후에 합병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드물지만 치명적일 수도 있다.

WHO에 따르면 1963년 홍역 백신이 도입되기 전에는 2~3년마다 홍역이 유행했으며, 매년 약 260만 명이 홍역으로 사망했다. 백신 도입 이후 홍역 백신은 약 5,900만 명의 사망을 예방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최근 예방접종률은 정체되거나 하락하고 있다. 앤 진크(Anne Zink) 예일대 공중보건대학원 응급의학 전문의이자 임상 펠로우는 “한동안 홍역 예방접종을 받겠다는 사람들의 비율이 서서히 하락하는 추세를 보여왔다”며 “백신을 맞지 않아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늘수록 질병 확산 가능성도 커진다”고 경고했다.

홍역 유행을 막으려면 예방접종률이 95%에 도달해야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그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홍역뿐만 아니라 유행성 이하선염과 풍진도 예방하는 MMR 백신 2회 접종을 완료한 유치원생 비율이 지난 5년간 꾸준히 하락해 2020~2021년 94%에서 2024~2025년 91%로 떨어졌다. 주 역학자 린다 벨(Linda Bell)은 일부 학교의 접종률이 20%까지 떨어진 곳도 있다고 밝혔다.

런던 역시 백신 접종률이 낮다. 영국 보건안전청(UK Health Security Agency)에 따르면 5세까지 MMR 백신 2회 접종을 완료한 아동은 70% 미만이며, 일부 자치구에서는 58%까지 떨어진다. 이 때문에 홍역 유행이 발생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상황이다.

영국은 지난달 스페인, 오스트리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과 함께 홍역 퇴치 지위를 상실한 6개국 중 하나가 됐으며, 캐나다도 지난해 같은 지위를 잃었다. 전염성이 매우 강한 홍역은 다른 백신 예방 가능 질병 확산의 신호일 수 있다. 진크 박사는 이미 이러한 징후를 목격하고 있다. 그는 2022년 뉴욕에서 한 남성을 마비시킨 소아마비 사례를 예로 들었다. 당시 소아마비 백신 접종률이 낮았던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그는 “소아마비는 대부분 무증상이지만, 증상이 나타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병”이라고 말했다.

MMR 백신이 예방하는 또 다른 질병인 유행성 이하선염(볼거리)도 문제다. 일부 어린이에게는 무증상으로 지나갈 수 있지만, 심각한 합병증을 겪는 사람도 있다. 걸릴 경우 고환 부종과 통증이 나타나거나, 뇌 부종·난청 등의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진크 박사는 유행성 이하선염은 홍역보다 전염성이 낮기 때문에, 홍역 환자 증가 이후 일정한 시차를 두고 확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녀가 더 우려하는 것은 B형 간염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문, 탁자, 도구 등 외부 물체 표면에서 오랫동안 생존하며,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어린 시절 감염되면 간암과 사망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고 말했다. 진크 박사는 1970년대 알래스카에서 B형 간염으로 인한 소아 간암 발생률이 세계 최고였다고 설명하며, 선별 검사와 신생아 대상 보편 예방접종 프로그램 덕분에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했다고 전했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현 미국 행정부의 백신 정책이 접종률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소아 예방접종 권고사항 변경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모든 신생아에게 B형 간염 백신 접종을 권장하던 기존 방침도 수정됐다. CDC 백신 자문위원회 위원장 역시 소아마비 백신의 광범위한 접종 권고에 의문을 제기했다.

진크 박사는 출생 직후 맞는 비타민 K 주사조차 거부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타민 K 주사는 일부 신생아의 심각한 출혈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신생아의 약 5% 부모가 이를 거부하고 있으며, 이는 2017년 2.9%보다 증가한 수치다. 그녀는 “소아과 의사 동료들이 비타민 K를 맞지 않아 뇌출혈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아이들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며 “이는 아이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평생 지속될 수 있는 뇌졸중과 유사한 장애를 남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모든 상황은 어린이 건강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지만, 변화는 여전히 가능하다. 백신 접종은 감염 위험에 놓인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효과적인 보호 수단이 될 수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중보건부는 이동 진료소를 통해 주민들에게 무료 MMR 백신을 제공하고 있다.

진크 박사는 “사람들은 흔히 ‘나한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며 “스스로 선택할 권한이 없는 아이들이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의사로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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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년 02월 27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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