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들리지 않는 자연의 소리가 음악이 되다
뉴잉글랜드의 한 예술가는 핵실험을 감지하는 데 쓰이는 장비를 활용해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자연의 미세한 소리를 음악으로 재탄생시켰다.
빙하가 떨어져 나갈 때의 굉음, 산불이 타오를 때 타닥거리며 나는 울림, 몰아치는 폭풍의 포효. 이 모든 것은 살아 숨 쉬는 지구가 내는 목소리이자, 지구가 연주하는 음악이며, 거대한 자연 재해의 본질을 밝혀줄 단서다.
하지만 이 소리들이 아무리 우렁차게 들릴지라도, 실제로는 인간의 가청 범위를 벗어난 20Hz 이하의 주파수 대역에서 훨씬 더 막대한 음향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러한 ‘초저주파음(infrasound)’은 파장이 매우 길어, 먼 곳에서 일어난 사건이 만들어낸 소리도 소용돌이치듯 지구 반대편까지 전달될 수 있다. 그러나 인류는 지금까지 이 소리를 단 한 번도 직접 들어본 적이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음악가이자 예술가인 브라이언 하우스(Brian House)의 새 앨범 ‘불확실한 세상 속 일상적인 초저주파음(Everyday Infrasound in an Uncertain World)’은 24시간 동안 기록된 이러한 울림을 24분짜리 가장 기본적인 베이스 라인으로 압축해 앰비언트 음악(ambient music)이라는 개념에 새로운 해석을 더했다. 앰비언트 음악이란 전통적인 음악 구조보다 음색과 분위기를 강조해 주의 깊게 들으면 흥미롭지만 그렇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배경이지만 존재하는’ 음악을 말한다.
초저주파음을 포함해 소리는 본질적으로 공기압의 변화에 불과하다. 그래서 하우스는 공기를 기압계로 유입시키는 세 개의 ‘매크로폰(macrophone)’을 만들었다. 이는 공기를 초당 100회 측정 가능한 기압계로 전달하는 관이다.
하우스는 매사추세츠 서부의 고요한 숲속에서 지구가 만들어내는 신호를 포착한다. 이어 녹음된 소리를 60배 빠르게 재생해 인간의 귀로도 들을 수 있게 만든다.
“우리가 평소에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소리의 세계가 있다는 게 정말 흥미롭다. 그것은 낮은 소리이기도 하고,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이기도 하다. 그런 점이 내게 큰 충격이었다.”
하우스의 앨범은 예술 작품이지만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과학이다. 기압계는 1883년 남태평양 인도네시아 화산섬 크라카타우(Krakatoa) 화산 폭발을 런던에서도 감지했다. 오늘날에는 전 세계 초저주파 센서 네트워크가 핵실험 금지 조약을 감시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하우스는 초저주파 전문가들로부터 음악 수집 장비를 구축하고, 자신이 듣는 소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초저주파음을 활용해 하와이의 킬라우에아 화산(Mount Kilauea)을 연구하는 라이프 칼스트롬(Leif Karlstrom) 오리건 대학교 화산학과 교수는 “각각의 소리가 정확히 무엇에서 비롯됐는지를 밝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하우스는 흥미로운 현상들을 잘 부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하우스가 만든 실제 음악은 어떨까?
24분 동안 이어지는 그의 음악은 초현실적인 합창처럼 들린다. 낮게 웅웅거리는 진동과 유령 같은 속삭임이 번갈아 흐른다.
하우스는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고, 기차 소리 같을 수도 있다. 강렬한 저음의 떨림은 멀리서 몰아치는 폭풍이나 해류의 변화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내게는 그런 소리들이 신비롭다. 사람들이 이 음악을 듣고 조금 불안함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듣는 이들을 더 넓고, 더 깊은 세계와 연결해줄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쓴 모니크 브루예트는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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