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권리인가 짐인가? ‘미래 아이’ 유전병 검사의 두 얼굴
장래 부모의 열성 유전자를 조사해 아이의 유전병 위험을 예측하는 ‘확장 보인자 검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검사 대상 유전자도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서도 유전병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으며, ‘완벽한 아기’에 대한 잘못된 기대가 오히려 부모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이번 주 내내 필자는 아기들에 대해 생각했다. 건강한 아기들. ‘완벽한’ 아기들. 지난 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필자의 동료인 안토니오 레갈라도(Antonio Regalado) MIT 테크놀로지 리뷰 기자는 뉴욕 지하철에서 ‘최고의 아기’를 가지라고 홍보하는 광고들을 직접 마주했다.
해당 광고를 진행한 기업 뉴클리어스 지노믹스(Nucleus Genomics)는 고객이 키와 IQ 등 다양한 특성에 따라 배아를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극단적인 마케팅이지만, 이러한 배아 선별이 불법인 영국에서조차도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유전자 선별 검사의 상황도 바뀌고 있다. 자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유전자 변이의 보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예비 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보인자 검사(carrier screening)는 초기에는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특정 유전자만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이제는 비용만 감당할 수 있다면 거의 누구든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기업들은 수백 개의 유전자 검사를 제공해 예비 부모가 정보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이러한 ‘확장 보인자 검사’에는 단점도 있다. 그리고 이런 검사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는 필자가 12월 초 런던에서 열린 비영리단체 진보교육트러스트(Progress Educational Trust)의 연례 컨퍼런스에서 알게 된 내용이다.
먼저 배경 설명을 하자면, 우리 세포에는 각각 수천 개의 유전자를 가진 23쌍의 염색체가 있다. 염색체 속에서 눈 색깔과 같은 유전 형질을 담당하는 유전자들은 서로 짝을 이뤄 한 쌍의 ‘대립유전자’로 존재한다. 이때 대립유전자가 ‘우성’이라면 유전자 한 개로도 해당 형질을 발현할 수 있다. 갈색 눈을 담당하는 대립유전자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그러나 대립유전자가 ‘열성’이라면 유전자 한 쌍이 모두 있어야만 해당 형질이 발현된다. 파란 눈을 담당하는 대립유전자가 열성에 해당한다.
질병 발병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에 대해 생각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질병을 유발하는 열성 유전자를 하나만 가지고 있는 경우(보인자)에는 일반적으로 아무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양쪽 부모에게서 열성 유전자를 하나씩 물려받게 되면 자녀에게 유전병이 발현될 수 있다. 부모가 모두 ‘보인자’일 경우 자녀가 질병에 걸릴 확률은 25%이다. 이런 경우 부모는 보인자로서 증상도 없었을 것이고 가족력도 없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자녀의 질병이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질병을 유발하는 열성 유전자의 비율이 높은 지역사회에서는 이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례로 ‘테이-삭스병’이 있다. 테이-삭스병은 열성 유전자 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희소하고 치명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이며, 아슈케나지 유대인 인구 25명 중 1명은 이 병의 건강한 보인자이다. 따라서 예비 부모를 대상으로 테이-삭스병의 열성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질병 발현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1970년대부터 유대인 커뮤니티에서 보인자 검사에 노력을 기울이면서 테이-삭스병 발병 사례가 크게 감소했다.
확장 보인자 검사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위험군에서 특정 고위험 대립유전자만 검사하는 대신, 예비 부모와 난자 및 정자 기증자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질병에 대한 검사를 선택할 수 있다. 컨퍼런스에서 가이디드 제네틱스(Guided Genetics)의 세라 레빈(Sara Levene) 유전상담사는 “해당 검사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처음에 100개 유전자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일부 업체에서 2,000개 유전자까지 다루고 있다”고 설명하며 “솔직히 실험실 간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확장 보인자 검사에는 장점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검사 결과를 통해 불안감을 없앨 수 있다. 그리고 만약 문제가 발견된다고 하면, 추가 검사를 받거나 다른 기증자의 난자나 정자를 사용하는 등의 다른 방법을 택할 수 있다. 그러나 단점도 존재한다. 우선 검사를 한다고 해서 유전병의 위험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2월 초 BBC는 유럽의 한 정자 기증자가 자신도 모르게 암 발병 위험을 극도로 높이는 유전자 변이를 전파했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해당 정자로 탄생한 아이는 최소 197명에 달하며 그중 일부는 이미 사망했다.
이는 비극적인 사례이다. 그 기증자는 선별 검사를 통과했다. 해당 유전자 변이는 기증자의 고환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정자의 약 20%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변이는 열성 대립유전자 검사나 혈액 검사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열성 유전자에 의한 질환도 다른 ‘여러’ 유전자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그중 일부는 검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게다가 확장 보인자 검사는 환경이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후성유전, 인체의 미생물군집(마이크로바이옴), 심지어 생활습관 등 개인의 질병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은 고려하지 않는다.
컨퍼런스에서 잭슨 커크먼-브라운(Jackson Kirkman-Brown) 버밍엄 대학교 생식생물학 교수는 “유전자 검사를 하더라도 아이에게 의학적 문제가 발생할 확률은 항상 3~4% 정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확장 보인자 검사는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커크먼-브라운 교수는 “의사가 확장 보인자 검사를 언급하는 순간 환자의 정신적 부담이 가중된다”며 “마치 또 하나의 걱정거리를 안겨주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겐트 대학교의 하이디 메르테스(Heidi Mertes) 의료윤리학 교수는 “겉으로는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해도 사람들은 확장 보인자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을 수 있다”며 “기술이 존재하는 이상, 사람들은 그 기회를 놓치면 뭔가를 잘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필자가 컨퍼런스에서 얻은 결론은 확장 보인자 검사가 특히 알려진 유전적 위험이 있는 집단 출신의 사람들에게는 유용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유용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뉴클리어스 지노믹스가 제공하는 유전자 검사와 마찬가지로 확장 보인자 검사를 받으면 마치 ‘완벽한’ 아기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인상을 줄까 봐 우려되기도 한다. 확장 보인자 검사에서 문제가 없다는 것의 의미가 단순히 ‘질병이 없는 것’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사실 생식에 관해서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확장 보인자 검사를 받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메르테스 교수가 컨퍼런스에서 지적했듯이 “할 수 있다고 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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