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2030년,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을까

윌 더글라스 헤븐 MIT 테크놀로지 리뷰 AI 담당 선임 기자와 팀 브래드쇼 <파이낸셜 타임스> 글로벌 테크 특파원이 앞으로 5년 후 미래의 모습을 예측했다.

윌 더글라스 헤븐 MIT 테크놀로지 리뷰 AI 담당 선임 기자(사진 오른쪽)와 팀 브래드쇼 <파이낸셜 타임스> 글로벌 테크 특파원이 AI의 향후 흐름과 앞으로 5년 뒤 우리의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윌 더글라스 헤븐:

앞으로 어떤 변화가 닥칠지 묻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영국 음악가 루크 헤인즈(Luke Haines)의 노래가 떠오른다. “나에게 미래를 묻지 말아요. 나는 점쟁이가 아니에요.” 그럼에도 2030년의 세계를 감히 그려보자면 익숙하면서도 낯선,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풍경이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성형 AI가 가까운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망은 극명하게 갈린다. 지난 4월 다니엘 코코타일로(Daniel Kokotajlo) 전 오픈AI 연구원이 이끄는 소규모의 기부 기반 연구 단체 ‘AI 퓨처스 프로젝트(AI Futures Project)’는 2년 뒤 세상을 가상으로 그린 ‘AI 2027’을 발표했다. 이 시나리오는 오픈브레인(OpenBrain)이라는 기업이 AI 기술을 폭발적으로 고도화하는 과정을 따라가며 독자의 선택에 따라 번영과 파국으로 갈리는 결말을 보여준다. 코코타일로와 공동 저자진은 “향후 10년 안에 AI가 산업혁명에 맞먹는 사회경제적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고 단언한다. 산업혁명은 150년에 걸쳐 전 세계를 뒤흔든 대전환기였으며 우리는 여전히 그 여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평가된다.

반대편에는 ‘노멀 테크놀로지(Normal Technology)’가 있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두 연구원 아빈드 나라야난(Arvind Narayanan)과 사야시 카푸어(Sayash Kapoor)는 공동 저서 《AI 스네이크 오일(AI Snake Oil)》을 통해 ‘AI 2027’의 예측뿐 아니라 이를 떠받치는 세계관 자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이들은 “기술 발전이 아무리 빠르더라도 사회가 변하는 속도는 인간이 받아들이는 속도에 맞춰 움직인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도 경제적 적용은 느리고 사회적 수용은 그보다 더디며 AI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반된 전망 속에서 무엇을 믿어야 할까. 챗GPT 출시 후 3년이 지났지만 최신 모델이 변호사, 소프트웨어 개발자, 기자 등의 업무를 어느 정도까지 대체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게다가 최근 AI 모델의 업데이트는 과거처럼 뚜렷한 성능 도약을 보여주지도 않고 있다.

그렇다고 이 기술을 과소평가할 수도 없다. 이 기술이 정확히 어떻게 작동하는지조차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고, 설계 목적에 대해서조차 아직 사회적으로 합의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핵심 기술의 발전이 완만해지면서 앞으로 AI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어떻게 현실 세계에 적용하느냐로 갈릴 가능성이 크다. 브라우저 시장에서는 이미 새로운 경쟁 구도가 나타났으며 사용자들이 취향에 따라 챗봇을 선택하는 흐름도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동시에 고성능 모델은 더 저렴해지고 접근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당분간 혁신의 중심은 이 영역이 될 것이다. 기존 모델을 활용하는 새로운 방식이 계속 등장하며 다음 세대를 기다리는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어당길 것으로 보인다.

대형언어모델(LLM)을 넘어선 기술 발전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2016년 바둑 챔피언을 꺾으며 AI 시대의 분기점을 만든 딥마인드의 알파고를 가능하게 한 강화 학습이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물리 세계에 대한 이해력이 LLM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월드 모델 연구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결국 기술 발전이 사회와 경제의 변화를 즉각적으로 이끌지 못한다는 점에서 노멀 테크놀로지의 주장에 충분한 타당성이 있다. 기술과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복잡한 인간적 변수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팀 브래드쇼:

2030년의 세계는 지금과 확연하게 달라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5년 동안 AI 혁명은 계속 속도를 높일 것이며, 그 성과를 누릴 수 있는 주체에 따라 AI를 보유한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사이에 새로운 격차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AI 거품이 2030년이 오기 전에 한 차례 꺼질 것이라는 전망도 점점 피하기 어려운 흐름이 되고 있다. 벤처캐피털 자금이 급격히 위축되는 시점은 6개월 뒤가 될 수도 있고 2년 뒤가 될 수도 있지만, 현재의 과열된 분위기는 아직 식지 않았다. 어느 시점이 되면 수많은 AI 애플리케이션 개발사가 하룻밤 사이에 사라질 것이다. 자신들이 의존하던 모델 속으로 흡수되거나, 벤처캐피털의 지속적인 자금 공급이 없다면 1달러가 드는 서비스를 50센트에 제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될 것이다.

범용 AI 모델, 즉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 개발사 가운데 얼마나 많은 곳이 살아남을지는 더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곳곳과 얽혀 있는 오픈AI의 의존 구조를 고려하면 이미 실패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그럼에도 자금 조달 환경이 달라지면 오픈AI는 결국 서비스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

오픈AI가 2015년 출범 당시 “인류 전체에 가장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디지털 지능을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목표는 점차 현실성을 잃어가고 있다. 5천억 달러 가치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결국 수익을 요구하게 될 것이며, 방대한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은 저절로 충당되지 않는다. 그 시점이면 기업과 개인 모두가 챗GPT나 다른 AI 서비스에 일상적으로 의존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이들은 생산성 향상의 혜택을 고스란히 누리며 다른 이들이 시장에서 밀려나는 동안 남는 컴퓨팅 자원을 선점하게 될 것이다.

여러 AI 서비스를 겹쳐 활용하는 방식은 효과를 기하급수적으로 키울 수 있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들은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자연어로 명령을 내리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는 같은 작업을 여러 차례 반복해 다듬은 뒤, 추가로 몇 개의 AI 에이전트를 실행해 버그와 보안 취약점을 찾으면 상당 부분 해결된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은 GPU 사용량을 폭증시키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이라는 약속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물리적 AI 분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2030년 무렵이면 주요 도시 곳곳에서 로보택시가 보편화되고, 많은 가정에서 인간형 로봇을 사용하는 모습도 충분히 예상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웨이모(Waymo)가 우버(Uber)에 준하는 요금을 받고 운행되는 사례나 중국 유니트리(Unitree)의 저가형 로봇을 보면 조만간 모두가 이용할 수 있을 듯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을 실제로 유용하고 널리 쓰이는 형태로 유지하려면 상당한 컴퓨팅 비용이 필요하다. 따라서 당분간은 소득 수준이 높은 계층만 누릴 수 있는 사치품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 사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대로 작동하는 AI 도구를 감당하지 못하고, 품질이 떨어진 콘텐츠로 가득한 인터넷 환경에 머물게 될 것이다.

물론 계산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이 등장해 이런 흐름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AI 호황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더 효율적인 모델이나 새로운 종류의 칩을 실험할 유인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다음 세대 AI 혁신이 미국이 아닌 중국이나 인도, 또는 그보다 더 먼 지역에서 등장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AI 호황은 2030년 이전에 한 차례 정점을 지나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기술 발전의 방향과 그 성과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국제적 경쟁과 정치적 논쟁은 그 이후에도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다.

윌 더글라스 헤븐:

AI의 비용 구조가 결국 이 기술을 보유한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을 가르는 새로운 격차를 만들 것이라는 윌의 의견에 동의한다. 이미 챗GPT나 제미나이(Gemini)에 월 200달러 이상을 지불하는 유료 구독자들은 무료 이용자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모델 개발사들이 본격적으로 비용 회수에 나서면 이러한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세계적 차원의 불평등 역시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북반구 선진국에서는 AI 확산 속도가 놀라울 만큼 빠르다. 마이크로소프트 산하 ‘AI 이코노미 인스티튜트(AI Economy Institute)’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확산된 기술이다. 출시 후 3년이 되기 전 이미 12억 명 이상이 AI 도구를 이용했고 인터넷이나 개인용 컴퓨터, 스마트폰보다도 빠른 채택 속도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AI는 전기와 인터넷이라는 기본 인프라 없이는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이다. 세계 곳곳에는 여전히 이 두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지역이 적지 않다.

2030년까지 업계에서 기대하는 수준의 대변혁이 실제로 일어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말하는 ‘채택’은 장기적인 기술 확산을 측정한 것이 아니라 일시적 사용 경험을 집계한 수치에 가깝다. 진정한 확산은 시간이 필요하고 단순 체험자는 금세 흥미를 잃고 다른 기술로 이동하기 마련이다.

만약 5년 안에 가정용 로봇과 함께 생활하는 세상이 온다면 그때는 일주일 내내 로보택시로 빨래를 보내도 좋다. (물론 농담이다. 그런 로봇을 감당할 여력은 없기 때문이다.)

심층적 이해

‘AI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겉보기엔 단순해 보이지만 지금만큼 절실하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심층 분석 기사에서 윌은 AI에 대해 수십 년간 반복된 과장과 추측을 걷어내며 우리가 공동으로 품어온 기술적 꿈의 실체에 접근했다.

기계가 인간과 동등한 지능을 갖게 된다는 개념인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는 어느새 업계 전체를 장악했을 뿐 아니라 미국 경제를 좌우할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담론으로 성장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여름 자율주행차의 경제성을 분석하며 런던이나 뉴욕 같은 대도시에 충분한 로보택시를 공급하려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비용을 누가 부담하게 될 것인지 질문을 던졌다.

AI 불평등에 대한 팀의 견해를 두고 또 다른 관점도 존재한다.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모델, 즉 ‘오픈 웨이트(open weight)’ 모델이 가격을 지속적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최첨단 모델을 미국산 칩으로 개발하길 원하지만 남반구에서는 이미 중국산 소프트웨어가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고 있다.

The post [특별대담] 2030년,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을까 appeared first on MIT 테크놀로지 리뷰 | MIT Technology Review Korea.


발행일: 2025년 12월 21일 21:00
원본 URL: https://www.technologyreview.kr/%ed%8a%b9%eb%b3%84%eb%8c%80%eb%8b%b4-2030%eb%85%84-%ec%9a%b0%eb%a6%ac%eb%8a%94-%ec%96%b4%eb%96%a4-%ec%84%b8%ec%83%81%ec%97%90-%ec%82%b4%ea%b3%a0-%ec%9e%88%ec%9d%84%ea%b9%8c/
수집일: 2025년 12월 21일 21:01
출처: https://www.technologyreview.kr/f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