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외계 행성을 찾는다…한 젊은 과학자의 10년 넘는 도전

지구의 불안정한 대기는 지상에서 새로운 행성을 탐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천문학자 레베카 젠슨-클렘은 이 문제를 극복할 방법을 찾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크루즈 캠퍼스의 천문학자 레베카 젠슨-클렘(Rebecca Jensen-Clem)의 목걸이에 달린 펜던트는 지름이 2.5cm 남짓한 작은 장식이지만, 36개의 은빛 육각형이 벌집 모양으로 정교하게 엮여 있다. 하와이에 위치한 켁 천문대(Keck Observatory)에도 이와 같은 원리가 적용된 구조물이 있다. 36개의 거울 조각이 정교하게 맞물려 직경 1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거울로, 젠슨-클렘이 탐구하는 미지의 세계를 비추는 창과 같은 존재이다.

젠슨-클렘은 켁 천문대와 협력해 지구를 벗어나지 않고도 새로운 행성을 찾아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에는 여러 장애물이 따른다. 바람, 대기의 밀도와 온도 변화, 혹은 정렬이 미세하게 어긋난 망원경 거울 등은 별빛의 눈 부심을 일으켜 주변의 행성을 가려버린다. 결국 별을 도는 행성은 사실상 보이지 않게 된다. 게다가 지구 대기는 많은 빛을 가리거나 흡수한다. 그 때문에 먼 행성을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은 지구 대기의 간섭을 완전히 피할 수 있는 우주망원경을 주로 활용한다. 대표적인 예가 100억 달러가 투입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할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젠슨-클렘은 샌타크루즈의 삼나무 숲속에 자리한 연구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새로운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실험하고 있다. 켁 천문대의 벌집 모양 거울과 그보다 작은 ‘변형 거울(deformable mirror)’이 더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연구다. 변형 거울은 대기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아 지구 대기로 인한 왜곡을 즉시 보정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영상 보정 기술은 ‘적응광학(adaptive optics)’이라 불리며 1990년대부터 널리 사용됐다. 하지만 젠슨-클렘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자 했다. 그녀의 연구 분야는 ‘극한 적응광학(extreme adaptive optics)’으로, 좁은 시야에서 가능한 최고 수준의 해상도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젠슨-클렘의 연구팀은 특히 바람의 영향이나 거울의 미세한 왜곡을 보정해 별빛을 정밀하게 한 점으로 모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 목표는 별이 주변 행성보다 백만 배, 혹은 10억 배 더 밝더라도 그 행성을 직접 관측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지난 4월 젠슨-클렘은 전 공동 연구자인 마이커 반 쿠튼(Maaike van Kooten)과 함께 브레이크스루 프라이즈 재단(Breakthrough Prize Foundation)이 유망한 물리학자들의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기려 수여하는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 상(New Horizons in Physics Prize)’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재단은 두 사람이 “가장 작은 외계 행성을 직접 탐지할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하며, 그들이 경력 전반에 걸쳐 개발해 온 정밀 탐색 기법의 성과를 높이 인정했다.

이어 7월에는 젠슨-클렘이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차세대 우주망원경 프로젝트 ‘거주 가능한 세계 관측소(Habitable Worlds Observatory)’의 위원으로 합류했다. 이 프로젝트는 우주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며, 젠슨-클렘은 2030년까지 이 임무의 과학적 목표를 구체화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The Keck Observatory’s 10-meter primary mirror features a honeycomb structure with 36 individual mirror segments.
켁 천문대에 설치된 직경 10미터의 거울은 36개의 거울 조각이 벌집 모양으로 배열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ETHAN TWEEDIE

젠슨-클렘은 “적응광학 분야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실험실에서 시뮬레이션을 하며 보낸다”며 “지난 몇 년간 실제로 천문대의 관측 성능을 개선했다는 걸 직접 확인하기까지 꽤 긴 여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천문학이 가진 사고를 뒤흔드는 매력에 끌려왔다. 중학교 1학년 때 항공우주공학자였던 아버지로부터 블랙홀 주변에서는 시간이 느려진다는 개념을 들은 뒤 깊은 흥미를 느꼈다. 2008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먼 별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앞을 지나는 천체의 종류에 따라 서서히 빛을 잃는 현상에 매료됐다. 그녀는 “정확히 외계 행성을 연구하는 분야는 아니었지만, 서로 맞닿은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밤하늘을 보면 별들이 매우 빠르게 반짝이는 걸 볼 수 있다. 우리도 그만큼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이 시기 젠슨-클렘은 훗날 자신에게 상을 안겨줄 연구의 씨앗을 뿌렸다. 당시 조교의 추천으로 NASA 제트추진연구소(Jet Propulsion Laboratory) 인턴십에 지원한 것이 계기였다. 그곳에서 그녀는 대형 거울의 정렬 상태를 정밀하게 조정하는 일을 맡았다. 이러한 거울은 지구 대기의 변화를 보정하기 위해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소형 변형 거울보다 정렬이 훨씬 까다롭다.

그녀는 “당시 동료들과 이 장치를 켁 천문대에 설치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이야기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그 아이디어는 오래도록 그녀의 머릿속에 남았다. 이후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며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펠로십 신청서에도 그 구상을 담았다. 그리고 약 1년 전, 수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친 끝에 천문대의 거울에 ‘즈니케 파면 센서(Zernike wavefront sensor)’ 기술을 적용한 시스템을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그녀는 “대학생 인턴 시절 시작한 제 연구가 비로소 완성된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시스템은 실시간 조정보다는 주기적인 재보정에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는 거울에서 반사된 빛을 굴절시켜 특정한 패턴을 드러내는 특수 유리판이 포함되어 있다. 감지 장치는 이 패턴에서 머리카락 굵기만 한 미세한 오차도 포착할 수 있다. 거울의 육각형 조각 하나가 아주 조금만 뒤로 밀리거나 앞으로 튀어나와도 밝기가 변한다. 젠슨-클렘은 “희미한 천체를 관측할 때는 아주 작은 오차도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젠슨-클렘은 켁 천문대의 변형 거울 성능을 완벽하게 다듬는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 장치는 지름이 약 15cm에 불과하지만, 거울에서 반사된 빛을 다시 받아내며 초당 최대 2,000번까지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한다. 이를 통해 대기 난류로 인한 왜곡을 줄이고 가능한 한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젠슨-클렘은 “밤하늘을 보면 별들이 매우 빠르게 반짝이는 걸 볼 수 있다”며 “우리도 그만큼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빠른 조정 속도에도 여전히 시간 차가 존재한다. 변형 거울은 실제 외부 환경 변화보다 평균 약 1밀리초 정도 늦게 반응한다. 젠슨-클렘의 전 동료이자 현재 캐나다 국립 연구위원회(National Research Council Canada)에서 일하고 있는 반 쿠튼은 “적응광학 시스템이 대기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최고의 해상도를 얻을 수 없다”며 “특히 바람이 강한 밤에는 이 지연 현상이 더욱 큰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젠슨-클렘도 한때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 지연이 생기는 이유는 계산을 수행한 뒤 변형 거울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 과정은 결코 동시에 일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UC 버클리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던 시절, 젠슨-클렘은 문제의 돌파구가 될 만한 논문을 발견했다. 해당 논문에서 저자는 대기 변화를 실시간으로 따라잡으려 하기보다 이전의 측정값과 단순한 대수 계산을 활용해 변화를 예측하는 방식이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당시에는 직접 시험할 기회가 없었지만, UC 샌타크루즈로 자리를 옮겨 켁 천문대와 협력하게 되면서 그 아이디어를 실현할 완벽한 기회를 얻었다.

이 무렵 젠슨-클렘은 예측 소프트웨어에 대한 공통된 관심을 바탕으로 반 쿠튼에게 UC 샌타크루즈 연구팀의 박사후 연구원으로 합류할 것을 제안했다. 반 쿠튼은 “처음에는 거주할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그녀가 자신의 집 게스트룸을 내어줬다”며 “모든 면에서 늘 따뜻하게 지원해 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켁 천문대에서 실험용 예측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기존 적응광학 시스템과 비교 실험을 진행했다. 두 방식이 별빛에 묻히지 않고 외계 행성을 얼마나 선명하게 포착할 수 있는지를 검증한 결과, 예측 소프트웨어가 기존보다 2~3배 더 뚜렷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음이 확인됐다. 젠슨-클렘은 이 연구 결과를 2022년에 발표했으며, 이 성과는 그녀가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상(New Horizons in Physics Prize)’을 수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샌안토니오에 위치한 텍사스대학교의 천문학자 세인 커리(Thayne Currie)는 “외계 행성을 관측하기 위한 대형 지상 망원경이 잇따라 건설되고 있는 지금, 이러한 신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남부천문대(European Southern Observatory)에서 건설 중인 초대형 망원경(Extremely Large Telescope)과 칠레의 거대 마젤란 망원경(Giant Magellan Telescope)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커리는 “최근의 기술 발전 덕분에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놀라운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며 “젠슨-클렘 박사의 연구는 바로 그런 혁신의 한 예”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젠슨-클렘의 대학원생 제자 한 명이 예측 소프트웨어를 다시 설치하기 위해 하와이의 켁 천문대로 향했다. 이번에는 시험 운용이 아닌 실제 시스템의 일부로 상시 가동하기 위한 설치였다. 새로운 소프트웨어는 이미 인공 별빛을 재초점화하는 데 성공하며 성능을 입증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실제 별빛에서도 같은 결과를 내는 것이다.

약 1년 뒤 젠슨-클렘과 그녀의 학생들, 그리고 동료 연구진은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의 가이아(Gaia) 탐사선으로부터 쏟아질 방대한 관측 데이터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가이아 탐사선은 지난 10여 년간 별 수십억 개의 움직임, 온도, 구성 성분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임무를 수행해 왔다.

가이아 탐사선의 다음 데이터 공개는 2026년 12월로 예정되어 있다. 젠슨-클렘 연구팀은 그때 공개될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새로운 외계 행성계의 흔적을 찾을 계획이다. 행성이 별의 궤도를 돌며 중력으로 별을 미세하게 흔드는 움직임, 즉 ‘별의 흔들림(wobble)’이 주요 단서가 될 것이다. 새로운 행성계가 확인되면 천문학자들은 켁 천문대의 최신 장비를 이용해 해당 행성을 직접 촬영하고, 대기 구성이나 온도 등 세부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분석해야 할 데이터는 산더미처럼 쌓일 것이며, 다시 초점을 맞춰야 할 별빛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다행히 젠슨-클렘은 지난 10여 년간 바로 이 과업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꾸준히 다듬어왔다. 그녀는 “내년 이맘때쯤이면 우리가 가진 모든 적응광학 기술을 총동원해 최대한 많은 외계 행성을 포착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글을 쓴 제나 에하트는 물리과학 분야를 전문으로 다루는 과학 전문 기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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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10월 29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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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5년 10월 29일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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