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AI 스타트업, ‘영리한 곰팡이’ 행동에서 도시 설계 해법을 찾다
미국의 AI 스타트업 미레타는 단세포 생물인 황색망사점균의 ‘초능력’을 알고리즘으로 전환해 도시의 이동 시간 단축, 교통 체증 완화 등에 기여하고자 한다.
복잡한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행동 때문에 ‘영리한 곰팡이’로 불리는 황색망사점균(Physarum polycephalum)은 단세포 생물인 점균류에 속하는 생물로서 노란 덩어리들이 연결된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연구자들은 이 황색망사점균이 더 탄력적인 도시 건설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인류는 6,000년 전부터 도시를 건설해왔지만, 점균류는 6억 년 전부터 존재해왔다. 미국의 AI 스타트업 미레타(Mireta)를 이끄는 연구팀은 황색망사점균의 특별한 생물학적 ‘능력’을 알고리즘으로 전환해 전 세계 도시의 이동 시간 단축, 교통 체증 완화, 기후로 인한 혼란의 최소화 등에 기여하고자 한다.
미레타의 알고리즘은 황색망사점균이 거미줄처럼 ‘망’을 형성하며 뻗어가면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방식을 모방한다. 미레타의 설립자들은 이를 통해 지하철 역 연결, 자전거 도로 설계, 공장 조립 라인 최적화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이 알고리즘을 실행하는 자사의 소프트웨어는 홍수 위험 지역, 교통 패턴, 예산 제약 등 다양한 요소도 반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레타의 라파엘 케이(Raphael Kay) 공동 설립자 겸 디자인 책임자는 “우리 모두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영리한 해결책을 일부 자연 시스템이나 생물체가 이미 찾아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케이 공동 설립자는 건축학과 기계공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하버드 대학교에서 재료과학 및 기계공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도시화가 지속되면서(203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약 60%가 대도시에 거주하게 될 전망) 도시들은 인구 증가, 인프라 노후화,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이변에 직면하면서도 핵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연구자들이 제로에너지 건물을 설계하는 데 미세한 해양 생물들이 어떤 도움을 줬는지에 대해서도 연구한 바 있는 케이 공동 설립자는 자연이 오랜 시간 동안 검증해온 해결책을 통해 더 적응력 있는 도시 시스템으로 향하는 경로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황색망사점균은 식물, 동물, 곰팡이에도 속하지 않으며 공룡보다도 지구상에 오랫동안 존재해온 단세포 생물이다. 황색망사점균은 먹이를 찾을 때 촉수와 같은 돌기를 여러 방향으로 동시에 뻗어낸다. 그런 다음 먹이로 이어지는 가장 효율적인 경로에 집중하고, 비효율적인 경로는 포기한다. 그 과정에서 효율성과 회복탄력성을 균형 있게 갖춘 최적화된 망(network)이 형성되는데, 이는 교통 및 인프라 시스템에서 추구하는 특성이다.
여러 지점 사이의 최단 경로를 찾으면서 예비 경로까지 유지하는 황색망사점균의 능력은 망(네트워크) 설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아왔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2010년 홋카이도 대학교 연구진이 진행한 실험 결과이다. 당시 연구팀은 도쿄 철도 시스템의 상세 지도 위에 황색망사점균을 올려놓고 주요 역을 귀리 플레이크로 표시했다. 처음에 황색망사점균은 지도 전체를 뒤덮었으나, 며칠이 지나자 가장 효율적인 경로만 남기고 나머지 부분을 스스로 정리했다. 황색망사점균의 최종적인 형태는 도쿄의 실제 철도망과 매우 유사했다.
그 이후로 전 세계 연구자들은 황색망사점균을 사용해 미로를 해결하기도 하고 우주를 이루는 암흑물질까지 지도화했다. 멕시코, 영국, 이베리아 반도의 전문가들은 황색망사점균을 이용해 도로를 재설계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험 결과가 실제 도로 개선으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없다.
기존에 연구자들은 실제 지도를 인쇄한 후 그 위에 황색망사점균을 올려놓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케이 공동 설립자는 실제 황색망사점균 없이도 황색망사점균의 경로 구축 방식을 재현하는 미레타의 접근법이 더 복잡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황색망사점균은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케이 공동 설립자의 연구팀은 효율적인 네트워크 구축에 탁월한 황색망사점균의 핵심 행동 양상을 실험실에서 연구했다. 그런 다음,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황색망사점균의 행동 방식을 규칙들로 전환해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레타의 주장에 대해 회의적이다.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제프 보잉(Geoff Boeing) 도시 계획 및 공간 분석학과 부교수는 미레타의 알고리즘이 “이해관계자 집단과 함께 방에 들어가 공동체를 위한 미래를 구상해야 하는 복잡한 현실”을 다루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보잉 교수는 현대 도시 계획 문제가 단순히 기술적 이슈가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우리가 인프라 네트워크를 효율적이고 회복탄력적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산하 고급 공간 분석 센터(Centre for Advanced Spatial Analysis)의 마이클 배티(Michael Batty) 명예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배티 교수는 미레타의 방식에 “탐구할 가치가 분명히 있다”면서 인간이 오랫동안 생물학적 시스템과 도시를 비교해왔다고 언급했다. 수십 년간 설계자들은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흰개미 집에서 영감을 받은 환기 시스템이나 물총새 부리를 본뜬 초고속 열차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보잉 교수와 마찬가지로 배티 교수는 미레타의 알고리즘으로 인해 ‘상의하달식(top-down)’ 도시 계획이 강화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도시는 그 반대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이 공동 설립자는 이 알고리즘의 아름다움이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상향식(bottom-up)’ 생물학적 성장을 모방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황색망사점균이 미리 정해진 경로를 따르기보다는 여러 지점에서 시작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방식을 택하는 것처럼 말이다.
올해 초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설립된 미레타는 약 5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황색망사점균에 관한 프로젝트는 시작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사용하면 강화되는 화학적 흔적을 남기며 분산을 통해 네트워크를 최적화하는 자체적인 해결법을 가진 개미의 특성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알고리즘도 연구하고 있다. 케이 공동 설립자는 “생물학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네트워크 문제를 이미 해결해왔다”고 강조했다.
이 글을 쓴 엘리사베타 브랜던(Elissaveta M. Brandon)은 디자인, 문화, 기술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두고 있는 독립 저널리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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