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급 이미지에서 경매장의 예술로…AI 아트의 반전

여느 신생 예술과 마찬가지로 생성형 AI 예술 역시 수많은 비판을 받아왔지만, 일부 예술가들은 이 새로운 도구를 통해 창의적 한계를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

오늘날처럼 ‘AI 슬롭(AI Slop)’이라 불리는 저급 AI 생성물이 범람하는 시대에 미드저니(Midjourney)나 런웨이(Runway) 같은 생성형 AI 도구로 예술 작품을 만든다는 발상은 다소 터무니없게 들릴지도 모른다. 이런 도구로 만든 ‘새우 예수(Shrimp Jesus)(아래)’나 ‘발레리나 카푸치나(Ballerina Cappuccina)’ 같은 이미지에서 과연 어떤 예술적 가치를 찾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런 혼란 속에서도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진지한 고민을 거듭하며 AI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이들 중 일부는 온라인에서 수많은 팔로워를 확보하고, AI로 만든 자신의 작품을 경매에서 판매하거나, 갤러리와 미술관 전시에 초청되는 등 ‘AI 아티스트’로서 주목할 만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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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이자 작곡가인 제이컵 애들러(Jacob Adler)는 “카메라나 AI나 물감, 연필 중 어떤 도구가 필요한지는 매번 다르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AI는 단지 창작자의 도구함에 새로 추가된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고 말했다. 애들러는 생성형 영상 플랫폼 런웨이에서 주최한 ‘제3회 AI 영화제’에서 ‘토털 픽셀 스페이스(Total Pixel Space)’라는 작품으로 대상을 받았다.

생성형 AI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쉬운 접근성’이다. 별다른 훈련 없이도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상상할 수 있는 어떤 이미지든 원하는 스타일로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이 점이 곧 AI 예술이 많은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같은 플랫폼은 무의미한 이미지들로 채우기가 너무나 쉬워졌고, 기업들 역시 전문 예술가를 고용하지 않고 AI로 손쉽게 이미지나 영상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AI로 생성한 시각 작품을 비트코인 기반 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 NFT) 형태로 제작해 소더비 경매에서 2만 4,000달러(약 3,500만 원)에 판매한 예술가이자 디자이너 헨리 도브레즈(Henry Daubrez)는 현재 구글의 첫 상주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생성형 AI의 가장 큰 장점으로 ‘접근성’을 꼽는다. 도브레즈는 “오랫동안 창작을 포기했던 사람들, 혹은 예술적 기술을 익힐 시간이 없었던 사람들까지 이제는 예술을 만들고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AI 걸작이 누구에게서나 탄생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스스로를 ‘AI 보조 예술가(AI-assisted artist)’라고 소개하는 도브레즈는 “생성형 AI가 새로운 세대의 천재 예술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리(DALL-E)나 미드저니 같은 프롬프트 기반 도구들은 기술적 숙련도를 요구하지 않지만, 그 도구로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내고 그 결과의 예술적 가치를 판단하려면 상상력과 미적 감각이 필요하다”며 “이제 우리는 취향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다른 매체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예술가들에게도 AI는 단순한 지름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베스 프레이(Beth Frey)는 정식 미술 교육을 받은 작가로, 1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인스타그램 계정에 자신의 AI 예술 작품을 공유하고 있다. 그녀가 초기 생성형 AI 도구에 매료된 이유는 그 특유의 기이하고 신비로운 분위기 때문이었다. 프레이는 뒤틀린 손 모양이나 섬뜩하게 표현된 식사 장면 같은 비정상적인 이미지에서 묘한 매력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AI 모델의 오류가 점점 줄어들자 그녀의 흥미도 함께 사라졌다. 그녀가 1년 넘게 인스타그램에 AI 생성 작품을 올리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프레이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흥미가 떨어진다”며 “이제는 그런 ‘오류(glitch)’를 만들어내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AI로 예술을 창작한다는 것은 때로 통제권을 내려놓는 일이다. AI 도구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는 기업이나, 스스로 학습하며 변화하는 시스템에 통제권을 일부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AI 협업 예술가(AI-collaborative artist)’라고 소개하는 키라 소노리카(Kira Xonorika)는 이러한 불확실성에 오히려 매력을 느낀다. 그녀의 단편 영화 ‘트릭스터(Trickster)’는 덴버미술관(Denver Art Museum)에 영구 소장된 최초의 생성형 AI 작품이다.

소노리카는 “AI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예측 불가능성”이라며 “그런 가능성에 마음을 열면 아이디어가 훨씬 더 넓고 풍부하게 확장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주로 토착성(indigeneity)과 비인간 지능(nonhuman intelligence) 같은 주제를 탐구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그러나 AI가 예술의 동반자이자 하나의 예술 매체로 인정받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많은 사람들에게 ‘AI 예술’과 ‘AI 슬롭’은 아직도 같은 의미로 여겨진다. 도브레즈는 “지금까지 받은 많은 관심은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강한 반발 속에서 새로운 예술 형식을 개척하는 일은 여전히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는 “AI는 단지 또 하나의 도구일 뿐이며,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그 결과물 중에는 뛰어난 것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가 그런 도구로 완전히 인정받기 전까지는 이 작업이 늘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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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10월 23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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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5년 10월 23일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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