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이 포착한 경고, 녹아내리는 영구동토층
위성 데이터와 레이더를 결합한 새로운 조사 방식이 장기간 얼어 있는 땅인 영구동토층 해빙이 인프라와 군사 전초기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알래스카 북부에 위치한 소도시 누나피추크에는 문제가 발생했다. 어떤 집 한가운데에는 균열이 생겼고, 하수가 땅속으로 스며들었으며, 건물 주변의 토양은 침식되어 건물들이 불안정한 흙덩이 위에 위태롭게 놓여 있는 형태가 되었다. 또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웅덩이가 생겼고, 곰팡이도 번졌으며, 땅은 물에 흠뻑 젖은 것처럼 질척질척해졌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기후변화가 초래한 결과임에도 흔히 간과되곤 하는 ‘영구동토층 해빙’ 때문이다. 게다가 영구동토층 해빙으로 인해 곤경에 처한 곳은 누나피추크뿐만이 아니다.
북반구 육지 면적의 약 15%를 차지하는 영구동토층은 ‘2년 이상 얼어붙은 상태를 유지한 지반’을 말한다. 전 세계 영구동토층의 대부분은 매우 오랫동안 단단하고 안정된 형태를 유지해 왔고, 그 덕분에 사람들은 그 위에 마을을 건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온대 지역보다 극지방 부근에서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영구동토층이 녹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인프라와 환경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이제 과학자들은 인공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지표면 아래를 관찰하면 영구동토층 해빙과 그로 인한 영향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구동토층이 특히 많이 분포된 지역을 우주에서 관찰하여 데이터를 확보하면 미래에 해당 지역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과학자들은 우주와 지상에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피해 지역사회와 협력해 주택의 기초에 균열이 발생할지, 그리고 그런 경우에 균열을 수리하는 게 나을지 아니면 안정적인 언덕 위에 새 집을 짓는 편이 나을지 등을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예측을 통해 이미 누나피추크 같은 지역사회가 그런 힘든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위험에 처한 것은 민간 주택만이 아니다. 미국 최고 정보기관 중 하나인 국가지리정보국(NGA) 또한 영구동토층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이는 북극권 민간인들이 겪는 것과 같은 문제가 미국 국내외 군사 인프라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NGA는 기본적으로 감시 위성 데이터를 분석해 국가 안보 체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석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알래스카 지역의 군사 인프라(대륙간 탄도미사일 감시 레이더 기지, 군사 기지, 주방위군 초소 등)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해당 시설들을 잘 유지하고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 데 반드시 필요한 단계이다. 한편 영구동토층 해빙이 러시아와 중국 같은 국가의 인프라에 미칠 영향을 이해하면 경쟁국의 상황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
지구 온난화가 지속될수록 영구동토층 해빙 현상을 이해하는 것은 민간인과 정부 양측에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지하의 영구동토층
북극권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영구동토층에 큰 관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지역에 살고 있든 영구동토층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영구동토층은 누나피추크와 같은 실제 도시의 인프라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탄소 격리와도 관련이 있다. 영구동토층에는 현재 대기에 존재하는 양의 두 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탄소가 격리되어 있다. 따라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온실가스가 대기로 방출될 수 있고 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온실가스 방출로 기온이 상승하고, 그로 인해 영구동토층이 더 녹으면서 다시 온실가스를 방출하고, 그러면 다시 기온이 더 상승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다.
온실가스뿐 아니라 영구동토층에 붙잡혀 있던 미생물이나 중금속 또한 방출되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수년간 연구자들은 영구동토층의 동결 및 해빙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주로 ‘현장 조사’라는 직접적인 방법을 활용해왔다. 그러나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 환경과학연구협동연구소(CIRES)의 케빈 셰퍼(Kevin Schaefer) 선임 과학자는 2000년대 후반, 인공위성에 탑재된 레이더 신호를 이용해 지반 아래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직접 현장에 가는 것보다 더 편한 방법이었다.
셰퍼 선임 과학자는 2009년 알래스카의 프루도 베이 유전 남서쪽에 위치한 툴릭 호수라는 곳을 방문했을 때 인공위성을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어느 날 그는 영구동토층 연구를 위해 땅속에서 코어 시료를 채취하는 작업을 몇 시간 동안 진행한 후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들은 온도변화에 따라 땅이 가라앉거나 다시 솟아오르는 현상을 우주에서 레이더로 탐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셰퍼 선임 과학자는 이때 ‘레이더를 쓰면 아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구동토층 바로 위의 지반은 ‘활성층’이라 불린다. 활성층의 수분은 계절에 따라 수축과 팽창을 반복한다. 여름에는 토양에 스며든 얼음이 녹아 활성층의 부피가 줄어들면서 지반이 아래로 가라앉고, 겨울에는 수분이 얼어 팽창하면서 활성층이 부피가 다시 커진다. 레이더를 사용하면 보통 1~5cm 정도인 활성층의 높이 차이를 측정할 수 있다.
셰퍼 선임 과학자는 해빙 시작과 종료 시점에 레이더로 지반의 높이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두 시점에 레이더를 사용하면 지반에서 반사되어 돌아오는 전자기파의 이동거리가 약간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이동거리 차이를 분석하면 계절에 따른 미세한 지면의 높이 변화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활성층에서 얼마나 많은 수분이 녹았다가 다시 얼었는지, 해빙이 지표면 아래 어느 정도 깊이까지 진행됐었는지 추정할 수 있다.
이처럼 레이더를 사용하면 더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훨씬 더 넓은 지역을 조사할 수 있다.
셰퍼 선임 과학자는 “이 주제에 관한 논문을 어떻게 써야 할지 알아내는 데만 2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그 누구도 이전에 레이더로 그런 측정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셰퍼 선임 과학자와 동료들은 2010년 미국 지구물리학연합(AGU) 학회에서 이 아이디어를 발표했으며, 2012년에는 이 방법을 상세히 설명하며 이를 이용해 알래스카 노스슬로프 지역의 활성층 두께를 추정한 내용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의 공동 연구자인 워싱턴 대학교 세인트루이스 캠퍼스의 로저 미켈리데스(Roger Michaelides) 지구물리학 교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레이더와 위성 데이터로 영구동토층 해빙을 연구하는 분야가 탄생했고, 이 분야는 5~10년 전 대규모 데이터 세트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빠르게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우주 레이더 시스템과 더 작고 저렴한 위성이 발전하면서 이 분야는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
유럽우주청(ESA)에서 제공하는 센티넬(Sentinel)처럼 정부에서 운영하는 위성으로 수집한 글로벌 데이터 세트를 이용할 수 있게 되고, 핀란드 위성 업체인 아이스아이(Iceye)와 같은 상업 기업을 통한 표적 관측이 가능해지면서, 영구동토층 연구는 이제 ‘맞춤형 지역 분석’에서 ‘더 자동화된 대규모 모니터링 및 예측 연구’로 전환되고 있다.
원격 관측
알래스카 대학교 페어뱅크스 캠퍼스의 사이먼 츠비바크(Simon Zwieback) 지리공간 및 환경학 교수는 매일 영구동토층 해빙이 초래하는 결과를 직접 목격하고 있다. 츠비바크 교수의 연구실에서는 대학 주차장이 내려다 보이는데, 주차장 한쪽 구석은 차량이나 보행자가 새로 생긴 싱크홀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울타리로 막혀 있다. 그 구역은 1년 이상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지만, 올봄이 되면서 한두 주 만에 안쪽으로 붕괴되기 시작했다.

KEVIN SCHAEFER 제공
새로운 원격 연구 방법은 츠비바크 교수가 창밖 풍경을 바라보던 방식을 대규모로 확대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원들은 지면을 관찰하며 얼음이 녹고 다시 얼면서 지반의 높이가 어떻게 변하는지 측정한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넓은 지역을 한 번에 조사할 수 있지만, 지표면 아래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즉 활성층과 영구동토층의 토양에 얼음이 얼마나 스며들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가정을 해야 한다. 이때 얼음 함량이 적은 지역이 마치 얼음이 많은 지역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둘을 제대로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영구동토층에 얼음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을수록 그 지역의 지반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기존에 현장 조사를 통해 이 방법의 타당성을 검증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츠비바크 교수는 원격 탐사 데이터를 활용해 얼음 함량을 더 정확하게 추정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영구동토층의 얼음 함량을 대규모로 측정하는 방안을 찾는 일은 단순한 학문적 실험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가령 얼음이 과도하게 많은 ‘과잉 얼음’ 지역은 지표면 불안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이기 때문이다. 츠비바크 교수는 “이러한 환경에서 계획을 세우려면 그곳에 얼음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 얼음이 많은 지역이 어디인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츠비바크 교수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에서 학부 및 대학원 과정을 마쳤지만, 늘 영구동토층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상황은 2014년 환경공학 박사 과정 중 시베리아의 레나강 삼각주에서 진행된 환경 현장 조사에 참여하면서 달라졌다. 츠비바크 교수는 세계 최북단 정착지 중 하나인 ‘틱시’라는 마을 근처에 있었다. 이곳은 군사 전초기지이자 북극 탐험의 출발점으로, 바다 근처에 버려진 비행기가 특징적인 곳이다. 이 마을에 있는 소련 시대의 콘크리트 건물들은 실패한 도시 사진이 올라오는 서브레딧(r/UrbanHell)의 첫 페이지에 오르기도 한다.
이 곳에서 츠비바크 교수는 해안선 일부가 무너져 거의 순수한 얼음이 드러난 모습을 목격했다. 마치 지하 빙하 같은 모습이었지만, 실제로는 영구동토층이었다. 츠비바크 교수는 “그 광경은 정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츠비바크 교수는 취리히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고 캐나다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레이더 기술을 활용해 영구동토층의 활동이 지형에 미치는 급격한 변화에 관해 연구했다.
현재 츠비바크 교수는 알래스카 대학교의 조교수로 근무하며, 공개 북극 데이터 포털을 운영하는 NGA의 지원을 받아 레이더 탐지 활용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츠비바크 교수는 처음에 레이더를 활용하는 대부분의 영구동토층 연구에서 채택하는 방식대로 지면의 계절적 침하와 융기 현상을 관찰하는 데에서 북극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지면의 침하와 융기는 지표면 바로 근처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 알려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츠비바크 교수는 더운 여름철에 지하 깊은 곳에 묻힌 얼음의 양을 추정할 수 있는 미묘한 단서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평균보다 따뜻한 여름에는 지표면에서 관측되는 변화량이 과장되면서 얼음이 풍부한 지역을 더 쉽게 식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얼음이 밀집된 땅은 예상보다 더 많이 가라앉을 것이고, 그러면 이 지역에서 앞으로 더 큰 침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츠비바크 교수는 첫 단계로 평소처럼 지반 침하를 직접 측정했다. 그런 다음, 레이더로 측정한 시간에 따른 침하 데이터와 각 측정 지점의 온도와 같은 기타 환경 정보를 통합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그는 이후 지반의 디지털 모델을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하의 얼음 양을 조절하면서 실제로 관측한 침하와 일치하는 시점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이 방법을 통해 지하의 얼음 양을 추론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츠비바크 교수는 추론을 바탕으로 얼음 지도를 제작했다. 이 지도는 새로운 주택 단지를 계획하는 엔지니어들이나 그에게 연구 자금을 지원하는 NGA처럼 군용 비행장을 감시하는 이들에게도 유용할 수 있었다.
츠비바크 교수는 “내 연구의 새로운 점은 훨씬 단기간 분석을 통해 지하의 얼음 양을 예측할 수 있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셰퍼 선임 과학자의 연구에도 자금을 지원한 NGA는 초기 논평 요청에는 응답하지 않았으나 이후 사실 확인을 위한 피드백을 제공했다. NGA는 츠비바크 교수의 연구비 지원과 그 연구가 기관의 관심사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관해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던 기사를 삭제했는데, 이는 현 미국 행정부가 연방 정부의 연구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언급을 금지하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려 일어났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해도 영구동토층 해빙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우려의 대상이다.
우선 미국은 알래스카에 상당한 군사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알래스카에는 군사 기지 6곳과 주방위군 기지 49곳, 그리고 미사일 탐지 레이더 기지 21개가 위치해 있다. 알래스카주의 85%가 영구동토층 위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기지 대부분은 현재든 가까운 미래든 영구동토층 해빙 문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미국 국경 너머 광범위한 북부 지역은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 러시아와 북유럽 국가들의 관계는 냉랭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북유럽 국가들은 자신들도 침공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게 되었고, 이에 스웨덴과 핀란드 등이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에 가입하게 됐다. 미국은 그린란드와 캐나다를 점령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으며, 이 지역의 해운과 자원을 확보하고자 하는 야망을 품은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영구동토층은 이러한 상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NGA 기사에서는 이에 대해 “지식이 확장되면서 영구동토층 해빙이 러시아와 중국의 인프라 안정성을 포함해 NGA에서 관심을 갖는 사안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해 또한 확대되었다”고 설명한다. 2021년 러시아 천연자연부 장관의 발표에 따르면 영구동토층은 러시아 영토의 60%를 덮고 있으며, 이미 러시아 북부 건물들의 40% 이상이 영구동토층 해빙의 영향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도로와 송유관 같은 핵심 인프라와 군사 시설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러시아의 전략적 입지와 주민의 안전을 모두 약화시킬 수 있다. 한편 미국의 민간 단체인 전략위기협회(Council on Strategic Risks)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인도 국경 분쟁 지역 근처에 군 병력을 신속히 이동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칭짱 철도(칭하이-티베트 철도)와 같은 중요한 이동 수단이 지반 해빙에 취약하며, 러시아와 중국을 연결하는 송유관 또한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우주에서 수집한 데이터에 의존하는 영구동토층 분석은 지상에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검증 과정이 필요 없을 정도로 원격 측정법의 신뢰성이 확보되면 좋겠지만, 원격 측정법을 발전시키고 있는 단계에서는 연구자들이 직접 현장에서 땅을 파고 조사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1991년부터 운영된 ‘북극권 활성층 모니터링(Circumpolar Active Layer Monitoring)’이라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북반구 전역 수백 개 측정 지점의 활성층 데이터를 통합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때때로 사람이 직접 현장을 탐사하여 수집한다. 또한 다른 측정 지점에서는 지면에 영구적으로 삽입한 관에 동결 상태를 나타낼 수 있는 액체를 채워 사용하기도 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지하 케이블로 토양 온도를 측정하기도 한다. 셰퍼 선임 과학자와 같은 일부 연구자들은 툰드라, 즉 동토 지대에서 지표투과 레이더(GPR) 시스템을 이리저리 운반하며 조사 작업을 벌인다. 셰퍼 선임 과학자는 이 레이더 시스템을 약 50곳에 달하는 현장에 가져가 20만 건 이상의 활성층 측정을 수행했다.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표투과 레이더는 납작한 트렁크 크기의 큰 상자에 담겨 있고 라디오파 펄스를 방출한다. 이 펄스는 활성층 바닥이나 영구동토층 상단에서 반사되며, 반사 시점을 분석하면 활성층 두께를 파악할 수 있다. 셰퍼 선임 과학자의 연구팀은 이 상자에 운반용 손잡이를 달아서 북극의 습지 지역에서 끌고 다닌다.
이 상자는 물에 뜬다. 셰퍼 선임 과학자는 “나는 물에 뜨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습지를 헤치며 걷다가 진흙 속으로 다리가 쑥 빨려 들어가 허리까지 몸이 빠졌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KEVIN SCHAEFER 제공
츠비바크 교수는 또한 우주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추론한 내용을 검증해야 한다. 그래서 2022년 그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지원을 받는 생태 연구 시설인 툴릭 필드 스테이션(Toolik Field Station)으로 향했다. 이곳은 알래스카의 돌턴 고속도로를 따라, 셰퍼 선임 과학자가 방문했던 툴릭 호수 인근에 위치해 있다. 돌턴 고속도로(Dalton Highway 또는 Haul Road)는 페어뱅크스에서 북극해까지 이어지는 도로이며, <아이스로드 트럭커(Ice Road Truckers)>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해졌다. 이곳에서 츠비바크 교수의 연구팀은 심층 토양 시료를 채취해 실험실에서 얼음 함량을 분석해야 했다.
매일 두 팀이 돌턴 고속도로를 따라 현장 조사 지점까지 차량으로 이동했다. 차 문을 쾅 닫으며 짐을 내린 후, 마지막 구간은 스노모빌을 타고 이동했다. 연구팀은 털을 전혀 깎지 않은 들소처럼 보이는 사향소들을 자주 목격하곤 했다. 회색곰들도 이 사향소들과 근처의 순록에 관심을 보였다.
현장 조사 지점에 도착하면 연구팀은 토양 시료를 채취하기 위해 코어러(corer)를 꺼냈다. 가스 엔진으로 구동되는 긴 원통형 모양의 이 장비는 땅속 깊숙이 시추하기 위한 기구였다. 츠비바크 교수나 팀원이 코어러를 땅에 눌러 박으면 기구의 두 날이 회전하며 약 1.5m 깊이까지 지하로 내려가서 시료를 채취했다. 위성에서 관측한 데이터와 비교하려면 그렇게 깊은 곳에서 시료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 다음, 장치를 끌어올려 토양과 얼음이 섞인 원통형 시료를 확보했다.
일주일 내내 매일, 연구팀은 우주에서 촬영한 레이더 이미지의 픽셀에 대응되는 지점에서 코어 시료를 채취했다. 이러한 코어 시료에서 얼음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츠비바크 교수는 단순한 관찰로는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정확한 수치를 얻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연구팀은 채취한 원통형 토양 시료를 실험실로 가져갔다. 그곳에서 시료를 조각으로 잘라, 얼어 있는 상태와 녹은 상태 모두에서 부피를 측정했다. 이를 통해 측정된 얼음 함량이 우주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이 추정한 값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했다.
수개월에 걸친 초기 검증을 통해 영구동토층 연구에 인공위성을 활용하는 방식의 가치가 입증됐다. 츠비바크 교수가 개발한 알고리즘이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추정한 얼음 양은 실험실에서 측정한 값과 약 33cm까지 일치했으며, 기온이 더 따뜻한 해에는 일치율이 더 높아졌다. 다만, 지표면 근처와 영구동토층의 깊숙한 곳에서는 약간의 오차가 있었다.
헬리콥터로 날아가서 차로 진입한 후 스노모빌로 갈아타 손으로 작은 지역의 토양 시료를 채취한 다음 실험실에서 연구를 지속하는 데는 수만 달러가 소요됐지만, 츠비바크 교수의 연구팀은 무료로 공개된 인공위성 데이터에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방식을 통해 불과 수백 달러로 연구를 해낼 수 있었다.
츠비바크 교수의 연구에 관해 잘 알고 있는 미켈리데스 교수는 영구동토층의 얼음 함량을 추정하는 것이 인프라 관련 의사결정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또한 모든 측면에서 기존 측정 방식에 소요되는 비용이 훨씬 크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츠비바크 교수가 늦여름에 확보한 위성 데이터로 지표면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을 추론한 것이 매우 흥미롭다”며, “연구 결과는 해당 방식에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우주에 있는 레이더 시스템으로 지면의 해빙을 이해하는 것은 복잡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위성이 포착할 수 있는 단일 픽셀 내에서도 지반의 얼음 함량, 토양의 수분, 식생 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미켈리데스 교수는 “분명히 말하지만, 이러한 한계는 츠비바크 교수의 연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주의 레이더 시스템을 활용하는 모든 연구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츠비바크 교수의 알고리즘이 탐색할 수 있는 깊이를 넘어서는 곳에도 과도한 얼음이 존재할 수 있다. 이는 지상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측정할 수 있지만, 우주에서는 여전히 관측할 수 없는 부분이다.
미래 설계
츠비바크 교수가 현장 조사를 마친 후, NGA는 자체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프루도 베이, 우트키아빅, 페어뱅크스에서 츠비바크 교수의 연구를 자체적으로 검증하려는 NGA의 이러한 시도는 ‘프로스트바이트(Frostbyte)’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해당 프로젝트의 협력 기관인 육군 한랭지역 연구공학 연구소(CRREL)와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는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츠비바크 교수가 아는 한, 이들은 여전히 데이터를 분석 중이다.
그러나 츠비바크 교수의 연구에 관심을 보이는 집단은 정보 기관뿐만이 아니다. 츠비바크 교수는 북극 지역 주민들과도 협력하며, 이주 여부나 안전한 마을 건설 장소를 결정하려는 알래스카 농촌 지역사회 주민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주민들은 일반적으로 고가의 시료 채취 작업을 감당할 수 없다”며 “따라서 이러한 주민들에게 데이터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ANDREW JOHNSON
셰퍼 선임 과학자도 연구를 통해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웨더 스트림(Weather Stream)’이라는 회사를 통해 지역사회가 인프라 붕괴 전에 위험 요소를 파악해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연결 고리를 만드는 일은 알래스카 대학교 페어뱅크스 캠퍼스의 에린 트로킴(Erin Trochim) 지리공간 전공 연구 조교수에게는 항상 큰 관심사였다. 영구동토층뿐 아니라 정책에 관해서도 연구하는 트로킴 교수는 최근 몇 년간 레이더 기술이 크게 발전했지만, 그 데이터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거나 정책으로 반영하는 부분은 그만큼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을 목격해왔다.
예를 들어 트로킴 교수가 거주하는 페어뱅크스나 다른 지역의 주민들은 비싼 시추 작업을 하지 않는 한 자신이 소유한 토지에 영구동토층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트로킴 교수 또한 자신이 소유한 토지에 영구동토층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전문가가 파악하지 못하는 문제를 비전문가가 알아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트로킴 교수는 “과학 분야에서 알고 있고 공학 분야로도 조금씩 전달되고 있는 많은 정보가 실제 건설 현장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 답답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흐름을 거대한 물결로 바꾸려는 단체가 있다. 테드 오더셔스 프로젝트(TED Audacious Project)를 통해 4,100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아 출범한 ‘퍼머프로스트 패스웨이(Permafrost Pathways)’가 바로 그곳이다. 이들은 누나피추크를 비롯한 피해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현장에 데이터 수집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해당 네트워크에서 얻은 정보를 위성 데이터 및 현지 지식과 결합해 영구동토층의 해빙을 이해하고 적응 전략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수 나탈리(Sue Natali) 프로젝트 책임자는 “나는 마치 질병 진단을 받은 것처럼 생각할 때가 많다”며 “질병 진단은 끔찍하지만 좋은 일이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직면한 상황을 이해해야만 비로소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퍼머프로스트 패스웨이가 협력하는 지역사회들은 이미 계획을 세우고 있다. 누나피추크는 도시 이전을 결정했으며, 이에 마을과 연구팀은 공동으로 새 후보지인 단단한 모래층 위의 고지대를 조사해왔다. 퍼머프로스트 패스웨이 소속 과학자들은 새 후보지의 안정성을 검증하는 데 도움을 주었으며, 이러한 안정성이 미래에도 지속될 것임을 정책입안자들에게 입증했다.
나탈리 책임자는 레이더 시스템이 이 작업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다른 위성 탐지기와 달리 레이더 시스템은 구름을 뚫고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탈리 책임자는 “알래스카는 구름이 매우 많다”며 “그래서 다른 데이터 세트를 확보하기는 매우 어려웠고, 어떤 때는 일 년에 이미지 한 장만 받을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레이더 데이터와, 과학자 및 지역사회가 해당 데이터를 해석하는 데 도움을 주는 츠비바크 교수의 알고리즘과 같은 기술은 북극 지역 주민들의 발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며, 앞으로 더 단단한 땅 위로 나아갈 방법을 제시한다.
이 글을 쓴 사라 스콜스(Sarah Scoles)는 콜로라도 남부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과학 저널리스트로, 최근 저서 《카운트다운: 핵무기의 눈부신 미래(Countdown: The Blinding Future of Nuclear Weapons)》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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