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세액 공제 종료로 암운 드리운 미국 전기차 시장
올해 9월 30일부로 전기차 구매 시 제공되던 세액 공제 혜택이 종료되면서 미국 전기차 시장에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 전기차 구매 시 받을 수 있던 세액 공제 혜택이 올해 9월 30일부로 공식 종료됐다.
이 혜택은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확대·연장되어, 전기차를 새로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최대 7,500달러(약 1,050만 원)를 세액 공제로 돌려주는 제도였다. 덕분에 전기차 구매 문턱이 크게 낮아졌고, 더 많은 소비자가 전기차를 선택할 수 있었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하지만 제도가 종료되는 시점에서 전기차의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배터리 전기차는 미국 신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한편 교통 부문은 미국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승용차·트럭·선박·열차·항공기를 모두 합치면 전체 배출량의 약 30%에 달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은 어떻게 될까? 비슷한 보조금 제도를 종료한 독일과 같은 나라들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025년 말까지 상황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연료비 절감을 고려하면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이미 생애 총비용 면에서 더 저렴하다. 다만 전기차는 초기 구매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래서 일부 국가에서는 세액 공제나 보조금 제도를 통해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기술 확산을 촉진하고 있다.
독일은 2016년에 전기차 판매를 장려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이 시행되는 동안 소비자는 배터리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매할 때 최대 약 6,000유로(약 99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는 지원을 점차 축소했다. 2022년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지원이 종료됐고, 2023년 9월에는 기업 구매자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어 2023년 12월에는 정부가 단 일주일 전 공지를 내고 갑작스럽게 인센티브 프로그램 전체를 전격 종료했다.
월별 판매 데이터를 보면 이러한 변화가 그대로 나타난다. 지원이 축소될 때마다 판매량은 줄기 전 잠시 급등했다가 직후 급락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단기 효과만 놓고 보면 상당히 극적이다. 실제로 2023년 12월 배터리 전기차 판매량은 불과 한 달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급등-급락 패턴은 미국에서도 이미 일부 나타나고 있다. 세액 공제 종료를 앞두고 8월부터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 신차 판매의 약 10%를 차지했으며, 분석가들은 9월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을 때 서둘러 전기차를 구매한 결과다.
하지만 다음 순서는 급락이다. 앞으로 몇 달간 전기차 판매는 매우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한 분석가는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와의 인터뷰에서 판매 비중이 1~2%가량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책 변화를 둘러싸고 단기적 영향이 나타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노르웨이 국제기후연구센터(CICERO)에서 전기차 판매 데이터를 수집하는 로비 앤드루(Robbie Andrew) 선임 연구원은 이메일을 통해 “이 하락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그리고 회복세가 얼마나 더딜지가 문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필자가 앤드루를 포함한 전문가들을 인터뷰했을 때, 몇몇은 독일의 보조금 정책이 너무 빨리 종료됐다고 지적하며 조기 지원 종료가 장기적으로 기술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참고로 독일은 미국보다 전기차 보급이 훨씬 앞서, 신차 판매의 20%가 전기차로 미국의 두 배 수준이었다.
독일에서는 보조금 지원 종료 이후 전기차 성장세가 장기적으로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4년 신차 등록에서 배터리 전기차가 차지한 비중은 13.5%로, 전년의 18.5% 대비 하락했다. 반면 영국은 독일을 제치고 유럽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올라섰다.
2025년 들어 상황은 다소 나아졌다. 상반기 판매량이 2023년 실적을 넘어선 것이다. 그러나 독일이 2030년까지 배터리 전기차 등록 1,500만 대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빠른 성장세가 필요하다. 2025년 1월 기준 등록 대수는 아직 165만 대에 머무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세액 공제 종료가 전기차 보급 속도를 크게 떨어뜨려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고 전망한다. 프린스턴대 제로랩(Zero Lab)의 분석에 따르면, 세액 공제가 사라질 경우 2030년 배터리 전기차 판매량은 공제가 유지될 때보다 약 40%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여전히 전기차 구매자를 위한 자체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연방 정부 차원의 지원이 사라진다면 미국은 중국 등 글로벌 전기차 선도 국가에 계속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
앤드루는 “도로 교통이 미국 총배출량의 거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손쉬운 감축 기회를 놓치는 것은 기후 측면에서 큰 후퇴다”라고 지적했다.
The post 전기차 세액 공제 종료로 암운 드리운 미국 전기차 시장 appeared first on MIT 테크놀로지 리뷰 | MIT Technology Review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