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쇼크 2.0 덮친다”…MIT 경제학자의 경고

MIT 경제학자 데이비드 아우터는 10년 전 중국산 수입품이 미국 제조업 일자리 감소에 미친 영향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이제 그는 미국이 첨단 제조업 경쟁에서 밀릴 경우 과거의 ‘차이나 쇼크’를 능가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데이비드 아우터(David Autor) MIT 노동 경제학자와 동료 연구자들이 10년 전 발표한 연구는 학계와 정책 분야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주류 경제학계는 오랫동안 자유무역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고 주장해 왔다. 일부 승자와 패자가 발생하더라도 전반적으로는 물가를 낮추고 사회 전반에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2013년 아우터와 동료 학자들은 2000년대 초부터 확대된 중국과의 교역과 값싼 수입품의 유입이 미국의 많은 지역 사회, 특히 제조업 기반 지역에 심각한 피해를 주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이들이 2016년에 ‘차이나 쇼크(China shock)’로 명명한 이 현상이 불러온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2011년까지 미국 내에서 제조업 일자리 약 100만 개, 전체 일자리 240만 개가 사라졌으며 그 피해는 특히 노스캐롤라이나의 가구 제조업 지역처럼 이른바 ‘무역에 노출된’ 도시와 지역에 집중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와서 이 모든 일이 당연해 보인다면 그건 아우터와 그의 동료들이 수행한 연구가 “중국이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모두 빼앗아갔다”는 정치적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근거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의 세부 내용은 종종 무시되곤 하지만, 연구 결과는 적어도 오늘날 미국 정치권이 느끼는 중국에 대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 설명해주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불안감은 미국 내에서 커지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요구,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광범위하게 부과하기 시작한 고율 관세, 그리고 잃어버린 국내 제조업 황금기에 대한 향수로 나타나고 있다.

차이나 쇼크의 여파는 지금도 미국 곳곳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그러나 아우터는 이제 이보다 더 시급한 위협, 이른바 ‘차이나 쇼크 2.0’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미국이 단순 제조업뿐 아니라 첨단 자동차와 항공기,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핵융합 에너지 등 미래의 핵심 기술 분야에서도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길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최근 필자는 아우터와 만나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차이나 쇼크의 영향과 이 현상이 오늘날 미국 제조업이 직면한 위기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차이나 쇼크의 여파는 오늘날 어떤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는가?

최근 나는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는 두 가지 질문을 다뤘다. 첫째, 무역 충격에 가장 크게 노출된 지역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화했는가? 둘째, 무역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은 개인들은 어떻게 적응했는가? 그리고 이 두 변화는 어떤 관련성을 갖는가?

지역과 개인의 변화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먼저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들은 크게 변화했다. 제조업은 한 번 쇠퇴하면 회복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2010년 이후 이러한 무역 피해 지역의 노동시장은 일정 수준의 고용 회복세를 보였다. 실제로 이 시기에는 무역 피해 지역의 고용 증가율이 비(非)피해 지역보다 더 높았으며 이는 외부 인구의 유입에 따른 결과였다. 하지만 새로 늘어난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 서비스업에 집중되어 있었다. 초·중등 교육, 비수출형 의료 서비스, 물류·창고업, 숙박·레저 산업 등으로, 제조업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이 일자리를 차지한 인구 집단도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고용 증가를 이끈 것은 여성, 미국 출생 히스패닉, 외국 출신 이민자, 그리고 많은 젊은 층이었다. 고용 회복은 과거 제조업 일자리의 중심이었던 백인과 흑인 남성, 특히 백인 남성과는 매우 다른 집단에 의해 주도되었다. 피해를 본 노동자들은 이러한 회복 흐름에 거의 동참하지 못했다.

고용은 늘었지만, 이들 지역의 경제 상황이 실제로 나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이들 지역은 전반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편이다. 고임금 일자리는 줄고, 저임금 일자리는 늘었다. 따라서 ‘경제 상황의 개선’을 소득이 빠르게 증가한 상태로 정의한다면 이 지역은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고용은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유령 도시처럼 완전히 쇠퇴한 것은 아니다. 반면 과거 제조업에 집중돼 있던 백인·비대졸·미국 출생 남성들은 비제조업 분야로의 전환에 실패하면서 회복 흐름에서 소외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날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였다. 무역 충격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지역일수록 사람들의 이동성이 오히려 낮아졌고 이들은 지역에 정착하는 경향을 보였다.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떠날 것이라는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제조업 일자리의 총수는 어떻게 되었는가?

제조업 부문의 고용은 회복되지 않았다. 한 번 사라진 일자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앞으로 제조업 분야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더라도 과거 중국에 넘겨준 산업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당시 사라진 일자리는 조립, 신발, 가구, 건축 자재 등 노동집약적이고 기술 수준이 낮은 업종이 대부분이었다. 미국이 이들 업종을 영구히 유지하기는 어려웠으며 지금 되찾기도 쉽지 않다.

이처럼 백인 남성 중심의 제조업 일자리가 줄고 이민자 중심의 저임금 일자리가 늘어난 현상은 오늘날의 정치적 혼란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우리는 이와 관련해 <정치적 양극화의 수입(Importing Political Polarization)>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변화가 오늘날 정치적 불안에 미친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유일한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차이나 쇼크는 분명 정치적 불안의 촉매 역할을 했지만 동시에 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 하나만으로 현재 상황을 모두 설명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해석이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은 제조업에 종사하지 않는다. 실제 일자리 손실 규모에 비해 이런 정치적 반향은 지나치게 과도한 것 아닐까?

사라진 일자리는 대부분 제조업이 지역 경제의 핵심 기반이었던 지역에 집중돼 있었다. 이러한 지역에서 제조업은 식료품점이나 병원처럼 어디에나 있는 업종이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과 삶의 방식을 지탱해 온 중심축이었다. 중국과의 무역 확대가 이들 지역에 미친 영향은 마치 도심 한복판에 경제 폭탄을 투하한 것과 같았다. 만약 사라진 일자리가 식료품점, 소매업, 주유소, 숙박업, 운송업처럼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된 업종에 해당했다면 그 충격은 훨씬 덜했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 사무직 일자리가 많이 줄었지만 누구도 ‘사무직의 위기’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무직은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무직 일자리가 줄더라도 지역 경제 전체가 무너지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결국 일자리 문제를 넘어서 지역들이 정체성 자체를 상실한 것 아닌가?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핵심은 여전히 일자리다. 제조업은 특히 대학을 나오지 않은 남성 노동자에게 비교적 높은 임금을 제공하던 업종이었다. 이 일자리는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지역 공동체가 유지되도록 하는 경제적·사회적 기반이었다.

우리는 여전히 그 여파를 겪고 있는가?

그렇다. 벌써 20년이 흘렀지만 특히 가장 큰 피해를 본 개인 차원에서는 여전히 변화가 거의 없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고통과 정치적 후폭풍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경험은 이제 미국 사회 전체에 각인된 집단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사실 여부를 떠나 많은 사람이 차이나 쇼크를 ‘매우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반응하고 있다. 이 문제는 여전히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정치적 불만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 경제적 의미보다 더 큰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가장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완전히 새로운 대중국 경쟁에 직면해 있다. 단순히 값싼 가구나 양말 같은 산업이 아니라, 반도체, 드론, 항공, 전기차, 조선, 핵융합, 양자 기술, 인공지능, 로봇 같은 미래 기술의 패권을 두고 벌이는 싸움이다. 미국은 이러한 분야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입지를 점차 위협받고 있다. 중국은 첨단 기술, 저비용, 빠른 생산 속도, 혁신 제조 역량 면에서 놀라운 수준에 도달해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20년 전의 방식에 머물러 있다. 과거 제조업 일자리의 상실은 특정 지역에 심각한 피해를 줬지만 미국 전체 경제를 뒤흔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만약 보잉, GM, 애플, 인텔 같은 핵심 기업들을 잃게 된다면 이는 미국 경제 전반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것이다.

이를 ‘차이나 쇼크 2.0’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 이미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첨단 제조업이 중요한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제는 단순히 일자리 수보다 차세대 기술을 누가 주도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

물론 첨단 제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적 리더십과 기술 혁신 역량이다. 이는 단지 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과 세계 경제의 기준을 선도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제조업을 더 이상 주요 산업으로 보지 말고 다른 산업에 집중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현재도 약 1,200만 명이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다. 1999년에 1,770만 개였던 제조업 일자리를 다시 회복하겠다는 비현실적인 목표에 매달리기보다는 향후 10년 안에 일자리 수가 절반 수준인 600만 개로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는 꽤 현실적인 시나리오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오히려 이러한 쇠퇴를 앞당기고 있다.

미국의 노동 인구는 1억 6천만 명이 넘고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이다.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제조업은 여전히 수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단순한 고용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제조업은 미국이 세계적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었던 기반이기도 했다. 지금은 다른 나라들이 주도하고 있는 많은 혁신도 사실상 미국에서 시작된 것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새로운 분야에서 먼저 혁신을 일군 뒤 그 산업을 떠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방식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과연 미국이 앞으로도 기술 선도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제조업을 부활시켜야 한다면, 그 방향은 첨단 제조업이어야 하는가?

아이폰을 미국 내에서 조립해야 한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 그 일을 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작업은 지루하고 고되며 임금도 매우 낮다. 실제로 미국에서 아이폰을 조립할 경우 제품 가격이 20% 이상 상승할 수 있다. 애플은 아마 자국 내 생산 대신 25%의 관세를 감수하려 할 것이다. 대만의 IT 기업 폭스콘(Foxconn)이 미국에서 아이폰 조립을 시작하더라도 그 일자리를 얻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설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제조업 분야에 새로운 인력이 유입될 필요는 있지 않은가?

그렇다. 다만 단순하고 반복적인 조립 업무가 아닌 고난도의 첨단 기술 제조업이 필요하다.

제조업은 본질적으로 숙련을 요하는 작업이다. 우리는 더 정교한 항공기를 제조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반면 아이폰 조립은 별다른 기술이 요구되지 않는다.

차이나 쇼크 2.0을 막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핵심 산업을 선별하고 그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관세나 산업 정책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휴대전화 조립과 같은 산업을 보호하는 것은 현명한 정책이 아니다. 반도체 제조 역량은 반드시 강화해야 하며 자동차 산업에서의 경쟁력 유지도 중요하다. 항공, 드론, 핵융합 에너지와 같은 미래 기술 분야의 경쟁력 역시 강화해야 하며 로봇 기술을 대규모로 도입해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이러한 첨단 제조업에는 공공 재정이 투입되어야 하며 일정 수준의 보호 조치도 수용 가능하다고 본다.

2000년대 차이나 쇼크와 세계 무역 개방이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당시 우리는 지나치게 성급하게 시장을 개방했다. 사람들을 위한 지원도 충분하지 않았고 문제를 외면했다.

2011년경에 차이나 쇼크 연구를 시작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하지 못했다. 연구 결과는 연구진에게도 충격적이었으며 우리의 사고방식을 변화시켰다. 모두가 적절히 대응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연구가 중요한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연구 결과는 ‘차이나 쇼크 2.0’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가?

현재 미국은 또다시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위기는 과거보다 훨씬 더 심각하지만 우리는 그 실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지한 정책 대응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양적인 대응이 아니라 진정성 있고 실질적인 정책적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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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7월 14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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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5년 07월 14일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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