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강국 인도, AI 주권 꿈꾼다
다양한 공용어의 존재와 구조적 문제로 인해 인도에서는 그동안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AI 분야에서 더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인도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다.
인도 벵갈루루에 거주하며 AI 스타트업 코그니티브랩(CognitiveLab)을 설립한 아디티아 콜라비(Adithya Kolavi) 연구원은 올해 초 딥시크가 공개한 혁신적인 언어모델을 보며 감탄했다. 딥시크의 언어모델은 서구의 최상위 언어모델들에 비해 훨씬 적은 자본과 짧은 시간을 들여 개발되었으나 벤치마크 측면에서 대등한 성능을 보였기 때문이다.
콜라비 연구원은 “딥시크야말로 더 적은 자원으로 혁신을 이루는 법을 보여줬다고 생각했다”며 “딥시크가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AI 기업인 소켓AI랩(Soket AI Labs)을 설립하고 인도의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위해 노력해 온 아비셰크 우페르왈(Abhishek Upperwal) CEO는 딥시크를 보며 다소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우페르왈 CEO는 자신이 개발한 프라그나-1B(Pragna-1B)라는 언어모델이 아주 적은 보조금으로 겨우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 세계의 경쟁사들이 수백만 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비교적 소규모인 12억 5,000만 개의 파라미터로 이루어진 다국어 모델 프라그나-1B는 인도의 다양한 언어로 인한 추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설계됐다.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인도에서는 지원해야 하는 언어가 많기 때문에 언어모델 개발과 사용에 어려움이 많다. 우페르왈 CEO의 팀은 프라그나-1B를 학습시켰지만, 자원 부족으로 규모를 확장하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제품’이 되지 못하고 ‘개념증명(proof of concept)’ 단계, 즉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소규모로 구현하는 단계에 그치고 말았다.
우페르왈 CEO는 “2년 전에 자금을 지원받았다면 딥시크가 개발한 언어모델을 우리가 먼저 개발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며 아쉬워했다.
콜라비 연구원의 열정과 우페르왈 CEO의 실망감은 현재 인도의 AI 개발자들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보여준다. 인도는 ‘글로벌 기술 허브’로 자리매김했지만, AI 개발 분야에서는 미국과 중국 등에 크게 뒤처져 있다. 이러한 격차가 발생한 이유는 인도 정부가 연구개발(R&D)이나 연구기관 등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도는 다수의 인구가 사용하는 단일 모국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언어모델을 학습시키는 과정이 다른 국가보다 훨씬 더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인도는 전 세계의 소프트웨어 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인도에는 서비스 중심의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발전한 기술 생태계가 존재한다. 인포시스(Infosys)와 TCS 같은 인도의 IT 대기업들은 효율적인 소프트웨어 공급을 통해 성공을 거두었지만, 독자적인 개발은 이들의 우선순위에 없었다. 한편, 인도의 R&D 투자는 2024년 GDP의 0.65%(254억 달러)에 불과했으며, 이는 중국의 2.68%(4,762억 달러)와 미국의 3.5%(9,623억 달러)에 비해 크게 뒤처진 수치이다. 결과적으로 인도는 알고리즘에서 칩에 이르기까지 딥테크라고 불리는 심층기술을 개발하고 상업화할 기본적인 능력을 키우지 못했다.
인도 국방과학연구소(DRDO)와 인도우주연구기구(ISRO)와 같은 정부 기관에는 세계 수준의 연구가 존재하지만, 이러한 혁신이 민간이나 상업적 용도까지 확산되는 일은 거의 없다. 인도에는 미국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하는 것처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연구를 상업화할 방법이 부족하다. 한편, 인도의 최상위 인재 대부분은 딥테크에 대한 이해가 높고, 무엇보다도 이에 대한 자금 지원이 활발한 생태계를 찾아 해외로 이주한다.
따라서 오픈소스 기반의 파운데이션 모델인 딥시크-R1이 갑자기 나타나 글로벌 경쟁사들을 성능으로 압도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인도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에 인도의 정책입안자들은 AI 인프라 분야에서 인도가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 이 상황에 얼마나 긴급하게 대응해야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인도의 대응
2025년 1월 딥시크-R1 출시 열흘 후 인도의 전자정보기술부(MeitY)는 인도의 자체적인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위한 제안서를 모집했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다양한 작업에 적용할 수 있는 대형 AI 모델을 말한다. 정부는 공개 입찰을 통해 민간 클라우드 및 데이터센터 기업들에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 제공을 요청했다.
지오(Jio), 요타(Yotta), E2E 네트웍스(E2E Networks), 타타(Tata), AWS 협력사들, CDAC 등의 공급업체들이 이 모집에 응답했다. 전자정보기술부는 협약을 바탕으로 민간 인프라를 통해 1만 9,000대에 달하는 GPU를 확보해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에 배정했다. 그러자 자체 모델을 개발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제안이 급증했다.
전자정보기술부는 2주 만에 67개의 제안서를 확보했고, 3월 중순까지 그 숫자는 세 배로 증가했다.
4월에 인도 정부는 2025년 말까지 6개의 대형 AI 모델을 개발하고, 농업, 교육, 기후 행동 등의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18개의 AI 응용프로그램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인도의 스타트업 사르밤 AI(Sarvam AI)를 사업체로 선정해 인도의 여러 언어와 요구사항에 최적화된 700억 파라미터 규모의 모델 개발을 맡겼다.
오랫동안 연구 인프라가 제한적이었던 인도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 프로젝트의 진행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신속했다. 이는 정부와 기업의 야심 찬 목표와 적절한 인재, 정치적 의지까지 모두 결합된 결과였다.
인도 델리 인드라프라스타 공과대학(IIIT-Delhi)의 가우탐 슈로프(Gautam Shroff) 교수는 인도가 적은 비용의 투자로도 성공을 거뒀던 망갈리안(Mangalyaan) 화성 궤도선 임무를 언급하며 “우리는 AI 분야에서도 망갈리안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 리터러시 교육에 집중하는 AI&비욘드(AI&Beyond)의 자스프리트 빈드라(Jaspreet Bindra) 공동설립자는 이번 프로젝트가 신속하게 진행된 것에 대해 “딥시크의 등장은 결과적으로 인도에 아주 좋은 일이었던 것 같다”며 “말에서 그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강한 깨달음을 줬다”고 설명했다.
언어 문제
인도에서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하려고 할 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인도의 언어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인도는 22개의 공용어와 수백 개의 방언이 있으며 다중 언어 사용자도 수백만 명에 달한다. 따라서 기존 대형언어모델(LLM)이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영어는 고품질의 인터넷 데이터가 풍부하지만, 각종 인도 언어로 이루어진 콘텐츠는 전체 온라인 콘텐츠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도의 보즈프리어와 칸나다어 같은 언어로 된 디지털 데이터, 라벨링 데이터, 정제 데이터 등은 부족하기 때문에 인도인들이 실제로 말하거나 검색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LLM을 학습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자연어 텍스트를 모델이 처리할 수 있는 단위(토큰)로 분할하는 도구인 ‘글로벌 토큰화 도구’도 인도 문자들에 대해서는 성능이 저조하기 때문에 문자를 잘못 해석하거나 일부를 완전히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인도의 언어들이 다국어 언어모델에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모델의 언어 이해력이 떨어지거나 정확하지 않은 결과물이 생성되는 일이 흔하다.
또한 오픈AI와 딥시크는 체계적인 영어 데이터를 사용해 규모 확장에 성공했지만, 인도의 언어모델 개발 팀들은 수십 개의 인도 언어들로 이루어진 저품질 데이터 세트를 활용해야 한다. 결국 인도 언어들을 기반으로 하는 파운데이션 모델은 초기 학습 단계가 훨씬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이긴 하지만 결의에 찬 인도 개발자들이 인도의 AI 미래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일례로 사르밤 AI는 오픈소스 힌디어 언어모델인 오픈하티(OpenHathi-Hi-v0.1)를 개발했다. 이는 인도의 AI 분야가 언어 다양성을 해결하는 능력이 향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메타의 라마2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구축된 이 모델은 400억 개의 힌디어 및 관련 인도 언어 토큰으로 학습했고, 현재까지 이용 가능한 오픈소스 힌디어 모델 중 가장 규모가 큰 모델이다.
우페르왈 CEO가 개발한 다국어 언어모델 프라그나-1B는 인도가 복잡한 언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이다. 이 모델은 고작 25만 달러(약 3.4억 원)의 비용으로 3,000억 개의 토큰을 사용해 학습했다. 무엇보다도 인도 AI 분야의 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균형 토큰화(balanced tokenization)’라는 기술을 도입했다. 이 기술을 통해 12억 5,000만 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모델이 규모가 훨씬 더 큰 모델처럼 작동하도록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인도의 언어들이 복잡한 문자를 사용하고, 수많은 접두사 및 접미사로 의미의 작은 단위들을 연결해 단어를 형성하는 교착어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단어 사이에 공백이 있고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따르는 영어와 달리 힌디어, 타밀어, 칸나다어 등 인도의 언어들은 단어의 경계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으며 단어 하나에 매우 많은 정보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표준 토큰화 도구는 인도의 언어들을 잘 처리하지 못한다. 인도 단어를 너무 많은 토큰으로 분할해서 모델이 의미를 효율적으로 이해하거나 정확하게 응답하는 데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그러나 우페르왈 CEO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10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모델이 라마2처럼 70억 개의 파라미터로 이루어진 모델과 동등한 성능을 보이도록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모델의 성능은 특히 힌디어와 구자라트어에서 빛을 발했다. 글로벌 모델들은 다국어 학습 데이터 부족으로 인해 힌디어와 구자라트어에서 저조한 성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 모델은 스마트 엔지니어링을 활용하면 소규모 팀이라고 해도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우페르왈 CEO는 나중에 이 모델의 핵심 기술을 재활용해 22개 인도 언어용 음성 API를 구축했다. 이는 영어 중심의 AI 경험에서 소외되기 쉬운 농촌 사용자들에게 더 적합한 즉각적인 해결책이었다.
우페르왈 CEO는 “범용인공지능(AGI)으로 향하는 길이 100단계라면, 언어모델을 학습시키는 것은 그중 첫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편, 더 야심 찬 목표를 가진 스타트업들도 있다. 예를 들어 크루트림-2(Krutrim-2)는 영어와 22개 인도 언어에 최적화된 120억 파라미터 규모의 다국어 언어모델이다.
크루트림-2는 인도의 AI 분야가 직면한 언어 다양성, 저품질 데이터, 비용 제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구팀은 맞춤형 인도어 토큰화 도구를 구축하고, 학습 인프라를 최적화했으며, 다중 모달 및 음성 우선 사용을 위한 모델을 설계했다. 이는 특히 텍스트 인터페이스가 문제일 수 있는 국가에서 필수적인 작업이다.
크루트림은 이러한 모델 개발이 인도의 AI 주권 실현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글로벌사우스(주로 남반구나 북반구의 저위도에 위치한 개발도상국들)를 위한 AI 모델까지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도는 정부 지원금과 컴퓨팅 인프라 확보 외에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인재 양성, 심층 연구, 장기적인 자본에 대한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
벤처캐피털이 연구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는 동안 새로운 실험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전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 윙기파이(Wingify)를 설립해 매각한 바 있는 파라스 초프라(Paras Chopra)는 현재 오픈소스 과학에 관심 있는 독립 연구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AI 레지던시 프로그램인 로스펑크(Lossfunk)에 개인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초프라는 “우리는 학계나 산업계에 롤모델이 없다”며 “따라서 최상위 연구자들이 서로 배우고 스타트업처럼 지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주권에 대한 정부 지원
AI에 대한 인도 정부의 야심은 인도 언어와 음성에 초점을 맞춘 모델 개발 프로젝트에 사르밤 AI를 선정한 것에서 가장 명확히 드러난다.
이 프로젝트는 언어모델을 개발할 경우 인도 기업들이 글로벌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추진되고 있다. AI&비욘드의 빈드라 설립자는 “인도의 언어모델을 개발하게 되면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수억 명을 교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르밤 AI는 6개월 동안 700억 파라미터를 갖춘 인도 언어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 4,096개의 엔비디아 H100 GPU를 활용했다. (사르밤 AI는 이전에 10개 인도 언어로 학습한 사르밤-1이라는 20억 파라미터 규모의 언어모델을 공개한 바 있다.)
사르밤 AI의 프로젝트를 비롯한 모델 개발 프로젝트들은 ‘인도AI 미션(IndiaAI Mission)’의 일부이다. 인도AI 미션은 2024년 3월에 출범한 12억 5,000만 달러(약 1.7조 원) 규모의 국가 주도 계획으로, 인도의 핵심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고급 도구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자정보기술부에서 주도하는 이 계획은 특히 인도 언어 기반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AI를 의료, 교육, 농업 등 핵심 분야에 적용하는 AI 스타트업들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인도AI 미션의 일환으로 인도 정부는 거의 1만 3,000개에 달하는 고성능 H100 칩을 포함한 1만 8,000여 개의 GPU를 인도 스타트업 중 일부 선정 기업에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에는 사르밤을 비롯해 우페르왈이 설립한 소켓랩, 그나니 AI(Gnani AI), 간 AI(Gan AI) 등이 포함된다.
인도AI 미션에는 국가 주도의 다국어 데이터 세트 저장소 마련, 소도시에 AI 연구소 설립, 딥테크 R&D 자금 지원 등도 포함된다. 이러한 계획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도 개발자들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AI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갖추도록 지원하고, 그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인도와 글로벌사우스의 언어 및 문화적 현실에 기반한 AI 모델을 개발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자정보기술부의 직원이기도 한 아비셰크 싱(Abhishek Singh) 인디아AI CEO에 따르면 인도가 딥테크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향후 5년간 120억 달러에 달하는 R&D 투자 금액을 유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에서 약 1억 6,200만 달러는 인도AI 미션을 통해 지원되며, 3,200만 달러는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 지원에 할당된다. 국가양자미션(National Quantum Mission) 또한 양자 연구 분야에 대한 인도의 목표 달성을 위해 7억 3,000만 달러를 투자한다. 또한 2025~2026년 국가 예산 문서에서는 민간 부문의 초기단계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12억 달러 규모의 딥테크 모태펀드(Deep Tech Fund of Funds)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모태펀드는 다른 펀드에 투자하기 위해 조성된 펀드를 말한다.
나머지 약 99억 달러는 기업 R&D, 벤처캐피털 기업, 고액의 순자산 보유자, 자선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기술 선도 기업 등 민간 및 국제 자금원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AI는 건강, 거버넌스, 농업 등의 분야에서 활용 사례를 제안한 스타트업들의 신청서를 500건 이상 접수했다.
싱 CEO는 “우리는 이미 사르밤 AI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고, 그 외에도 10~12곳의 스타트업들이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위한 자금을 지원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정 기준에는 학습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 인재 풀의 깊이, 분야 적합성, 확장 가능성 등이 포함된다.
개방형 vs 폐쇄형?
그러나 인디아AI 미션에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르밤 AI는 공개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오픈소스가 아니라 폐쇄형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민간 기업과 공익 간의 적절한 균형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암란 모한티(Amlan Mohanty) AI 정책 전문가는 “진정한 AI 주권은 개방성과 투명성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360억 파라미터 규모의 모델인 딥시크-R1이 상업적 용도로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됐다는 점을 언급했다.
딥시크-R1 덕분에 전 세계 개발자들은 저비용 GPU에서 모델을 미세조정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속도가 더 빠른 버전을 개발하거나 비영어권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장할 수 있었다.
에모리 대학교의 한청 카오(Hancheng Cao) 정보 시스템 및 운영 관리 부교수는 “효율적인 추론 기능을 갖춘 대규모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면 AI의 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다”며 “대규모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개발자들도 그런 모델을 사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디아AI는 공공 자금으로 개발된 모델이 반드시 오픈소스여야 하는지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싱 CEO는 “우리는 자금을 지원받는 스타트업들이 어떤 사업 모델을 선택할지에 대해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며 “인도는 언제나 개방형 표준과 오픈소스를 지지해 왔지만, 어떤 방식을 택할지는 각 팀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개방형이든 폐쇄형이든 강력한 인도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다른 문제도 존재한다. 5월 말 사르밤 AI는 프랑스의 AI 기업 미스트랄 AI가 개발한 효율적인 언어모델 미스트랄 스몰(Mistral Small)을 기반으로 10개 인도 언어에 맞춰 미세조정된 240억 파라미터 규모의 다국어 언어모델 사르밤-M(Sarvam-M)을 공개했다. 사르밤 AI의 비벡 라가반(Vivek Raghavan) 공동설립자는 “이 모델은 인도의 AI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여정에서 중요한 발판”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모델의 다운로드 수는 공개 후 이틀 동안 300건에 그쳤다. 디디 다스(Deedy Das) 벤처 투자자는 이에 대해 “부끄러운 일”이라고 표현했다.
문제는 초기 반응이 미온적이라는 것뿐만이 아니다. 인도의 많은 개발자들은 여전히 GPU를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인도 언어용 AI 개발을 위한 생태계도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컴퓨팅 자원 문제
컴퓨팅 자원의 부족은 인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AI 분야의 가장 큰 장애물로 부상하고 있다. 수입 GPU에 대한 의존성이 크고 독자적인 제조 역량을 갖추지 못한 국가들은 대형 모델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비용이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높은 경우가 많다.
인도는 여전히 대부분의 칩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대형 모델을 학습시키는 비용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스타트업들과 연구자들은 모델의 규모를 줄이고, 추론 기능을 개선하며, 적은 수의 GPU에 맞춰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미세조정을 하는 등 소프트웨어 수준의 효율성에 집중하고 있다.
카오 교수는 “인프라가 없다고 혁신을 이룰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적화를 지원하는 것은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의 성능을 발휘하게 하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디아AI의 싱 CEO는 새로운 정부 지원 프로그램과 민관협력 덕분에 인프라 문제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해에 겪은 것과 같은 컴퓨팅 자원 부족 문제는 앞으로 3개월 이내에 완전히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도는 비용 측면의 이점도 가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인도에 초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비용은 500만 달러 정도이며, 이는 미국, 유럽, 싱가포르와 같은 시장에서 소요되는 비용의 약 절반 수준이다. 그 이유는 저렴한 땅값과 건설 비용, 인건비 덕분이며 인도에 숙련된 엔지니어들이 풍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AI 분야에서 인도의 목표는 오픈AI나 딥시크를 뛰어넘는 것보다는 전략적으로 AI 주권을 확보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자체 개발한 소형 모델이든 개방형 생태계든 정부와 민간의 합작 형태든, 어떤 식으로든 자체적인 AI 개발 경로를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도 정부의 조치나 딥시크에 대한 반응이 보여주기식이며 국수주의적 의도도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적어도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현재 상황에서 활력을 얻고 있다. 이들은 국가와 민간 부문의 협력 강화가 기술 혁신 분야에서 인도의 만성적인 문제를 극복할 진정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벵갈루루에서 열린 메타 서밋에서 인포시스의 난단 닐레카니(Nandan Nilekani) 회장은 “인도가 ‘나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AI 꿈을 좇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닐레카니 회장은 “LLM은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이 개발하도록 해야 한다”며 “우리는 LLM으로 합성 데이터를 생성하고, 소형언어모델을 빠르게 구축하고, 적절한 데이터로 모델을 학습시키면 된다”고 설명했다.
닐레카니 회장의 관점은 엇갈린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러한 엇갈린 반응은 인도가 완전히 다른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는 관점에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인도의 공공 정책에 관해 연구하는 비영리기관인 탁샤실라 연구소(Takshashila Institution)의 쇼반티카 레디(Shobhankita Reddy) 연구원은 “AI 분야의 모든 측면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목표는 중국이라고 해도 현실적으로 이루기 어렵다”라면서 “응용 프로그램이나 서비스, 인재 등 어느 한 측면에서 강점을 발휘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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