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자연’을 담아낸 사진집
제드 넬슨는 사진을 통해 자연이 어떻게 인공적으로 연출된 체험거리로 변했는지 보여준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제드 넬슨(Zed Nelson)은 인간이 자연과의 파괴적인 단절을 감추기 위해 점점 더 인공적인 환경에 몰입하는 모습을 탐구해왔다. 테마파크, 동물원, 국립공원, 아프리카 사파리 등 그가 6년에 걸쳐 4개 대륙을 넘나들며 담아낸 다양한 장소들의 이미지는 자연과 다시 연결되고자 하는 인간의 간절한 욕망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의 부인이나 집단적 자기기만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넬슨은 “과거에는 사람들이 낯설고 이색적인 것을 보기 위해 이런 곳을 찾았다면 이제는 멸종 위기에 처했거나 이미 사라졌거나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찾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중국 산둥성의 취안청 해양극지세계, 제드 넬슨 
영국 왓포드의 월드오브워터, 제드 넬슨
넬슨은 신간 사진집 『인류세의 환상(The Anthropocene Illusion)』에서 “지구 전체 역사에서 보면 찰나에 불과한 시간 동안 인간은 수천만 년 동안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세상을 뒤바꿔 놓았다”고 썼다. 그의 사진은 누구도 경험해본 적 없는 에덴동산을 인공적으로 재현하려고 하지만, 점점 더 허망하게만 느껴지는 인류의 시도를 기록한다. 지난 40년간 지구의 야생동물 개체 수는 절반으로 줄었으며, 이러한 감소세는 계속해서 심화되고 있다. 인간은 수많은 동식물의 서식지를 파괴함으로써 멸종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래의 지질학자들은 암석층에서 인간이 남긴 전례 없는 흔적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흔적들은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화석연료 연소의 낙진, 도시 건설에 사용된 방대한 콘크리트 퇴적물 등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는 여전히 자연과 접촉하고자 하는 욕망이 남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넬슨이 ‘연출된 무대 위의 인공적인 자연 체험, 안심시키는 볼거리’라고 부르는 것을 만드는 데 장인이 되어 버렸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요세미티국립공원, 제드 넬슨 
독일 크라우스니크의 트로피컬아일랜드 홀리데이리조트 내 열대우림, 제드 넬슨
책의 후기에서 넬슨은 이렇게 썼다. “찰스 다윈은 인간을 거대한 생명의 나무에서 한 개의 가지, 하나의 종에 불과한 존재로 격하시켰다. 그러나 이제 그 패러다임은 바뀌었다. 인류는 더 이상 단순한 생물 종이 아니다. 우리는 지구 생태계와 화학적 구성을 의도적으로 변화시킨 최초의 존재다. 우리는 지구의 주인이 되었고, 지구 생명의 운명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자연을 흉내 낸 재현물로 자신을 둘러싸며, 우리가 잃어버린 바로 그 자연에 대한 무의식적인 기념비를 세워가고 있다.”
야생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문화사를 다룬 『와일드 원스(Wild Ones)』라는 책에서 저자 존 무앨럼(Jon Mooallem)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야생 속 어디에서나 흰 장갑을 끼고 나타나 마치 교통정리하듯 자연을 통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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