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 배터리 아성 흔들까? 틈새시장 파고드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
전기 스쿠터와 전력 저장 장치에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배터리인 리튬이온 배터리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다. 나트륨(소듐) 기반 배터리다. 이 대안 기술이 점차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나트륨은 지구상에 리튬보다 훨씬 더 풍부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소재로 한 배터리는 장기적으로 비용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물론 나트륨 배터리의 화학적 기술을 개발하기는 결코 만만치 않다. 이미 리튬 기반 배터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신기술은 특정 틈새시장에서 충분히 주목할 만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
필자는 수년 전부터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발전을 꾸준히 추적해 왔다. 그리고 최근 이 분야에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혁신이 일어났다. 비록 전기차 배터리와 같이 큰 시장에서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이 새로운 배터리는 그들의 장점이 부각되는 전기 스쿠터나 대형 전력 저장 설비와 같은 특정 산업 분야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이 글에서는 최근 나트륨 배터리 기술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이러한 기술이 향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어떤 조건들을 충족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2년 전 리튬 가격은 말 그대로 비정상적인 수준까지 치솟았다. 리튬 가격 동향을 추적하는 업체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enchmark Mineral Intelligence)에 따르면 2021년 1월 톤당 약 1만 달러였던 수산화리튬 가격은 2023년 1월에는 7만 6,000달러까지 숨가쁘게 상승했다.
이렇게 리튬 가격이 급등하면 당연히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격 또한 상승한다. 가격 폭등과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맞물리면서 리튬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고, 그 중 하나로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필자는 이미 2023년에 이러한 대체 전지를 취재했는데, 이 기사에서 주목했던 곳은 중국의 차량 제조업체들과 몇몇 미국의 스타트업들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한 가지는, 나트륨 기반 배터리는 리튬 배터리보다 가격이 더 저렴해져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전기차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핵심 지표 중 하나인 에너지 밀도 측면에서 리튬보다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크기와 무게가 같은 배터리라면 나트륨 이온이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는 더 적고, 이는 차량 주행거리의 제한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2023년 이후 상황은 또다시 바뀌었다. 리튬 가격은 2023년 초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고, 최근 수산화리튬 가격은 톤당 9,00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공장이 늘어나면서 제조 단가도 떨어지고 있다. 전 세계의 원자재 시장 및 친환경 기술 리서치 기관인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리튬이온 배터리 팩의 평균 가격은 20% 하락하였는데, 이는 2017년 이후 가장 큰 연간 하락폭이다.
필자는 2023년 기사에서 “만약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저렴하고 풍부한 나트륨 자원 덕분에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면, 리튬 가격 하락은 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당시 필자가 인터뷰한 한 연구자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와 직접 경쟁하기보다는 그 특성이 잘 맞는 특수한 사용처에서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실제로 그런 일을 목격하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는 전기 마이크로모빌리티 차량, 즉 스쿠터나 삼륜차 같은 소형 전기차다. 이러한 이동수단들은 자동차보다 낮은 속도로 단거리를 이동하는데 사용되기 때문에,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단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최근 BBC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전기 스쿠터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조명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기 이륜차 및 삼륜차 제조업체 중 하나인 중국의 야데아(Yadea)는 나트륨 기반 모델 몇 종을 출시했으며, 실제로 2025년 1분기 동안 약 1,000대의 스쿠터가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관련 시장이 실제로 열리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또한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설치형 에너지 저장 설비, 특히 전력망에 연결되는 저장소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같은 설비의 경우, 배터리를 제한된 공간 안에 설치하거나 운반할 필요가 없으므로 에너지 밀도는 큰 문제가 아니다.
최근 중국 윈난성에 문을 연 바오치 에너지 저장소는 리튬이온과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혼합해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400MWh의 용량을 갖고 있다. 미국의 나트론 에너지(Natron Energy) 같은 기업도 데이터 센터용 전력 저장 설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마이크로모빌리티 차량이나 고정형 전력 저장 설비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초기 성공 사례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여전히 전기차에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적용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배터리 대기업 CATL 은 올해 초 낙스트라 배터리(Naxtra Battery)라는 브랜드명으로 중대형 트럭용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궁극적으로 배터리 산업에서 리튬은 ‘거대 공룡’과 같다. 어떤 대안 화학 기술도 리튬과 정면으로 경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절한 틈새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자리를 잡고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은 가능한 모든 배터리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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