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홀 사고 예방부터 신속 민원 처리까지…시민 삶 바꾸는 AI
도시 행정에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시민의 요구사항을 더 정확히 파악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위험도 함께 떠오르고 있다.
최근 수십 년간 도시는 다양한 데이터를 점점 더 많이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들이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분석하거나 활용하기는커녕 제대로 알리지도 못한다면 그러한 데이터는 제한된 영향력만 발휘할 수 있을 뿐이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도시계획과 기술을 가르치는 사라 윌리엄스(Sarah Williams) 교수에게 이 문제가 항상 큰 고민거리였다. 그녀는 “우리는 공간과 데이터 분석을 수도 없이 진행한다”며 “도시계획과 설계 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는 각종 논문과 연구 자료를 눈 앞에 쌓아두고 있지만, 이러한 데이터가 사회와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윌리엄스는 2012년 MIT에 합류한 직후, 학계의 연구 결과가 실무 현장까지 닿지 못하는 간극을 메우기 위해 ‘시민 데이터 디자인 연구소(Civic Data Design Lab)’를 설립했다. 이후 동료들과 함께 최신 기술을 활용해 도시계획 데이터를 생생하게 풀어내는 작업을 이어왔다. 각종 데이터의 통계 수치에 서사를 입히고 강렬한 그래픽을 더한 시각적 스토리텔링을 통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풀어낸 것이다.
그녀가 참여한 프로젝트 가운데 뉴욕시의 지역별 수감률을 시각화한 작업은 현재 뉴욕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의 영구 소장품으로 등록돼 있다. 또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대기질 측정기를 활용해 베이징의 대기오염 확산 양상과 그 영향을 추적했고, 나이로비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 경로를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분석해 지도 위에 그려내기도 했다.
도시들은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한계가 있는지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만 AI 기술을 보다 윤리적이고 시민의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AI)의 접근성과 활용성이 크게 높아지면서 윌리엄스는 AI가 도시를 어떻게 비추고 해석할 수 있을지에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녀는 “AI가 도시계획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정리하고 시각화할 수 있는 뛰어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정보가 많아질수록 허위 정보나 조작의 위험성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윌리엄스는 “도시 차원에서 AI가 가진 긍정적인 기능과 그에 따른 위험 요소를 모두 고려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고민은 2024년 보스턴시와의 협업으로 이어졌다. 당시 보스턴시는 신기술 담당 부서(Office of Emerging Technology)를 중심으로 AI를 각종 행정 기능에 어떻게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을지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었다. 윌리엄스가 이끄는 연구팀은 1년 동안 보스턴시가 AI를 다양한 행정 영역에 도입하고 지역 주민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집하는 과정을 면밀히 분석했다.
윌리엄스와 시민 데이터 디자인 연구소는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024년 봄 <시민 참여를 위한 생성형 AI 활용 안내서(Generative AI Playbook for Civic Engagement)>를 발간했다.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이 문서에는 도시 행정에서 AI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그에 따르는 위험 요소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지침이 담겨있다. 연방정부가 AI 규제에 점차 자유방임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지침은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윌리엄스는 “이러한 회색지대야말로 비영리 단체 및 학계가 연구를 통해 주정부와 민간기관에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소가 발간한 안내서와 관련 논문은 신기술의 실제 활용 사례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예컨대 보스턴시 조달 부서가 도입한 AI 기반 가상 비서, 교통 신호 체계 최적화, 비긴급 민원 신고 전화인 311의 챗봇 서비스 도입 등이다. 하지만 윌리엄스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이러한 기술을 시민 참여에 활용하는 방안이다. 그녀는 AI를 통해 정부와 시민 사이의 경계를 더욱 유연하게 만들고, 양측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윌리엄스는 “현재 시민 참여 방식은 소셜미디어, 웹사이트, 지역 간담회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며 “이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도구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보스턴시가 최근 시도한 AI 기반 프로젝트 중 하나는 이러한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보스턴시는 대형언어모델(LLM)을 활용해 지난 16년간 시의회에서 이뤄진 모든 표결 내용을 요약하고, 각 조치에 대한 간결하고 명확한 설명을 담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신기술 담당 부서의 마이클 로렌스 에반스(Michael Lawrence Evans) 국장은 “이 데이터는 검색이 매우 용이해 원하는 정보를 훨씬 빠르게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주택’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시의회가 최근 통과시킨 ‘주택 공급 촉진 기금(housing accelerator fund)’ 조성안이나 이주민 쉼터 확대 조치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요약 내용이 사람의 손을 거쳐 검토된 것은 아니지만, 에반스는 “매우 정교한 평가 과정을 통해 해당 기술의 정확성을 충분히 검증했다”고 밝혔다.
AI 기술은 정부가 주민의 요구와 기대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윌리엄스는 “주민들은 이미 지역 간담회, 공공 설문조사, 311 민원 접수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스턴시는 2024년에 한 해 동안 약 30만 건의 311 민원을 접수했으며, 그중 대부분은 주차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 뉴욕시는 2023년에만 3,500만 건에 달하는 311 민원을 기록했다. 이렇게 방대한 데이터를 일일이 살펴보고 일관된 흐름을 파악하는 일은 행정 담당자들에게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윌리엄스는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훨씬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분석 방식이 이제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AI는 주민 민원의 지리적 분포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데도 효과적이다. 지난해 보스턴에서 열린 한 지역 간담회에서는 시 직원들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최근 한 달간 접수된 도로 포트홀 관련 민원을 시각화한 지도를 즉석에서 제작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AI는 주민들의 기대나 바람처럼 추상적인 데이터를 파악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윌리엄스가 연구에서 소개한 사례 중 하나는 ‘폴리스(Polis)’라는 오픈소스 여론조사 플랫폼이다. 이 도구는 전 세계 일부 국가 정부를 비롯해 미국 내 여러 도시와 언론사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AI를 통해 응답 내용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요약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다. AI가 직접민주주의를 어떻게 보조할 수 있을지를 실험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 도구를 개발한 콜린 메길(Colin Megill)은 오픈AI 및 앤트로픽과 협력해 직접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AI의 활용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다만 그는 기술의 적용에 있어 매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메길은 “우리의 목표는 인간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조작 가능성을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AI에 구체적이고 제한된 과업만을 맡겨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인 지방 정부들이 우려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허위 정보(misinformation)’다. 최근 311 챗봇을 도입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지만, 이 기술이 정보 제공 측면에서 신뢰를 얻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해 뉴욕시의 챗봇은 부정확하고 때로는 황당한 정보를 제공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AP통신 기자가 “쥐가 갉아 먹은 치즈를 식당에서 손님에게 제공하는 것이 합법인가”라고 묻자, 챗봇은 “네, 쥐가 갉아 먹은 치즈도 손님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라고 답한 것이다. (이 챗봇은 이후 취재진의 동일한 질문에 “안 된다”는 단호한 응답을 내놓으며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AI의 오류는 정부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윌리엄스가 자신의 연구를 통해 추구하는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녀는 “현재 우리는 AI 시스템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 중재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시들은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한계가 있는지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AI 기술을 보다 윤리적이고 시민의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스가 다음으로 주목하고 있는 과제는 도시들이 기술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AI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다. 기술 대기업은 공공기관과는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에.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AI 기술을 개발한다면 지역 공동체가 직접 생성한 데이터를 보다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소유권 역시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윌리엄스는 “현재 AI에 대한 가장 큰 비판 중 하나는 AI 학습을 위해 노동을 제공한 사람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지역 공동체가 자체적인 LLM을 소유하게 되는 시대가 오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그렇게 되면 공동체는 LLM 안에 담긴 데이터를 스스로 소유하고, 구성원 누구나 이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글을 쓴 벤자민 슈나이더(Benjamin Schneider)는 주거, 교통, 도시 정책을 다루는 프리랜서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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