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심판대에 오른 크리스퍼 특허 소유권 분쟁

브로드연구소와 다우드나·샤르팡티에 연구팀 간의 크리스퍼 특허 분쟁이 미국 법원의 재심 명령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미국에서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을 둘러싼 특허 분쟁이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5월 12일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US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 이하 ‘법원’)은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Doudna)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Emmanuelle Charpentier)가 이 기술의 핵심 특허에 대한 권리를 다시 주장할 수 있도록 사건을 재검토할 것을 특허심판원(Patent Trial and Appeal Board)에 명령했다.

두 과학자는 이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2020년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크리스퍼’라 불리는 이 유전자 편집 기술은 21세기 가장 중요한 생명공학 발명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현재 겸상 적혈구 빈혈증을 비롯한 다양한 유전 질환의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2014년 미국에서 이 기술의 핵심 특허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와 하버드대학교가 공동 운영하는 브로드연구소(Broad Institute)의 펑장(Feng Zhang) 연구원에게 부여되면서 막대한 자금과 과학적 명예가 걸린 치열한 특허 분쟁이 촉발됐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미국과 유럽에서 연이어 불리한 판정을 받아온 두 노벨상 수상자에게 반전을 기대할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한다. 제이컵 셔코우(Jacob Sherkow) 일리노이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누가 최초의 발명자인지, 누가 우선권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누가 가장 폭넓은 특허권을 받아야 하는지를 가리는 문제”라며 “이제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가 명백한 승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크리스퍼 특허 분쟁은 특허 역사상 가장 복잡한 사례 중 하나로 꼽히며, 증기기관, 전화기, 전구, 레이저와 함께 역사적으로 가장 치열한 분쟁이 벌어진 발명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2012년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는 시험관 안에서 DNA를 정밀하게 절단할 수 있도록 설계된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도구에 대한 논문을 최초로 발표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번 분쟁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 세포 내에 크리스퍼를 실제로 적용하는 기술을 둘러싼 것이다. 이 기술은 별개의 발명으로 간주되며, 양측 모두 같은 해인 2012년 자신들이 해당 기술을 처음 고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허법에서는 발명자가 기술의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작동 방식을 처음으로 구상한 시점을 ‘발명의 착상(conception)’이라 부른다. 2022년 특허심판원은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가 해당 기술을 완전하게 착상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초기 실험에서 이들이 개발한 편집 도구가 어류 등 일부 생물 종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과학자가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은 반면, 펑장은 2013년 인간 세포에 크리스퍼를 성공적으로 적용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앞서 나갔다.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는 이 결정에 불복해 항소했고, 법원은 지난 5월 12일 특허심판원이 잘못된 법적 기준을 적용했다며 기존 결정을 무효화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할 것을 명령했다. 법원은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가 해당 발명이 실제로 작동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중요한 것은 결국 그 기술이 실제로 작동했다는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는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버클리 측 법률대리인 제프 램켄(Jeff Lamken)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으로 특허심판원이 올바른 법적 기준에 따라 증거를 다시 검토할 수 있게 됐다”며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가 이 획기적인 기술을 최초로 개발해 세계와 공유했다는 사실은 이미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으며, 이제 그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브로드연구소도 별도의 성명을 내고 “핵심 사실관계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항소심판원이 이번에도 펑장의 특허를 인정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사건은 특허심판원으로 돌아가 재심리를 받게 된다. 펑장이 13년 전 실험 노트에 남긴 기록과 그의 연구가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의 논문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가 다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셔코우 교수는 이번 판결이 미국 연방대법원으로 직접 상고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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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5월 20일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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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5년 05월 20일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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