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챗GPT!”…온라인서 거세지는 구독 취소 열풍, 이유는?
ICE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AI 기업들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월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소프트웨어 개발자 알프레드 스티븐(Alfred Stephen)은 업무 속도를 높이기 위해 월 20달러에 ‘챗GPT 플러스’ 구독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챗GPT의 코딩 수준과 지나치게 과장되고 장황한 답변에 점점 불만을 느끼게 됐다. 그러다가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에서 ‘큇GPT(QuitGPT)’라는 챗GPT 보이콧 캠페인에 관한 게시글을 접했다.
‘큇GPT’ 캠페인은 챗GPT 이용자들에게 구독 취소를 촉구하며, 오픈AI의 그렉 브록먼(Greg Brockman) 사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슈퍼팩(정치자금 모금단체)인 ‘마가(MAGA Inc.)’에 거액을 기부했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또한 미국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챗GPT-4를 기반으로 하는 이력서 심사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ICE는 지난 1월 미니애폴리스에서 요원들이 두 사람을 사살한 이후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이미 다른 챗봇들을 시험해 보고 있던 스티븐에게는 브록먼 사장의 기부 사실을 알게 된 일이 결정타가 됐다. 챗GPT 구독 취소 버튼을 누르자, 오픈AI가 어떻게 하면 구독을 유지할지 묻는 설문이 떴다. 그는 “파시즘 정권을 지원하지 말라”고 적었다.
‘큇GPT’ 캠페인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최근 챗GPT 구독을 취소하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몇 주 사이 레딧에는 챗GPT 구독을 취소했다는 ‘인증글’이 쏟아졌다. 많은 이용자들은 최신 모델인 GPT-5.2의 성능에 아쉬움을 표했고, 챗GPT의 지나친 아부 성향을 풍자한 밈을 공유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뿐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에서 ‘대규모 구독 취소 파티’를 개최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는데, 이는 한 오픈AI 직원이 GPT-4o의 퇴출을 애도하는 이용자들을 놀리며 언급했던 ‘GPT-4o 장례식’에 대한 냉소적인 패러디였다. 여전히 많은 이용자들은 점점 복잡하게 얽히고 있는 오픈AI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계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오픈AI는 이에 관한 취재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정보기술 전문 매체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챗GPT의 주간 활성 이용자는 약 9억 명에 달했다. 얼마나 많은 이용자가 챗GPT 보이콧에 참여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큇GPT’는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큇GPT’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조회수 3,600만 회, ‘좋아요’ 130만 개를 각각 넘어섰다. ‘큇GPT’ 캠페인의 주최 측은 캠페인 웹사이트에 1만 7,000여 명이 가입했으며, 해당 사이트에서는 가입자에게 구독을 취소했는지, 챗GPT 사용 중단을 약속할 것인지, 소셜미디어에 캠페인을 공유할 것인지 묻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아메리칸 대학교의 데이나 피셔(Dana Fisher) 사회학 교수는 “이런 식의 보이콧 캠페인은 실패한 사례가 많지만, 이번에는 상당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계점에 도달하지 않는 한 구독 취소 행렬이 기업의 행동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지적하면서도 “충분히 많은 사람이 자신의 돈으로 정치적 의견을 표현한다면 소비자 행동이 매우 효과적인 압박 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오픈AI의 직원 세 명에게 연락했지만 이들 모두 해당 보이콧 캠페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지난 1월 말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던 수십 명의 진보 성향 10대와 20대 청년들이 모여 ‘큇GPT’ 캠페인을 기획했다. 이들은 민주주의 옹호 활동가, 기후 운동가, 기술 전문가, 스스로를 ‘사이버 자유주의자’라고 부르는 이들까지 다양했으며 상당수가 풀뿌리 캠페인의 경험자였다. 이들은 팟캐스트(‘The Prof G Pod’) 진행자이기도 한 스콧 갤러웨이(Scott Galloway) 뉴욕 대학교 마케팅 교수가 올린 인기 영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갤러웨이 교수는 ICE를 멈추는 최고의 방법은 사람들이 챗GPT 구독을 취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픈AI의 구독자 기반이 흔들리면 주식시장에 파급 효과가 생기고 경기 둔화를 초래해 트럼프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픈AI가 최근 비영리단체 활동가들을 상대로 소환장을 보낸 일을 언급하며 익명을 요구한 ‘큇GPT’의 한 기획자는 “우리가 오픈AI에 어느 정도 타격을 주면 AI 업계 전반의 기업들이 트럼프와 ICE, 권위주의를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픈AI가 첫 표적이 된 것은 맞지만 “현 상황이 오픈AI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데이터센터 개발 규제를 위한 운동을 조직하는 노동운동가 사이먼 로젠블럼-라슨(Simon Rosenblum-Larson)은 암호화 메신저 시그널(Signal)을 통해 커뮤니티 활동가들의 소식을 듣고 ‘큇GPT’ 캠페인에 합류했다. 그는 “목표는 트럼프 행정부를 떠받치는 지지 세력을 하나씩 제거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많은 기술 억만장자들의 지원과 자원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큇GPT’ 웹사이트는 최근 공개된 선거자금 보고서를 인용해, 브록먼 사장과 그의 부인이 각각 1,250만 달러(약 180억 원)를 ‘마가’에 기부했으며 이는 2025년 하반기 ‘마가’의 모금액인 약 1억 200만 달러 중 거의 4분의 1에 해당한다고 밝히고 있다. ICE가 챗GPT-4 기반 이력서 심사 도구를 사용한다는 정보는 미국 국토안보부가 1월에 발표한 AI 목록에서 확인됐다.
‘큇GPT’는 갤러웨이 교수가 최근 시작한 ‘저항하고 구독을 취소하라(Resist and Unsubscribe)’ 캠페인과 유사하다. 해당 캠페인은 2월 한 달간 챗GPT를 포함한 빅테크 플랫폼의 구독을 취소하자고 소비자들에게 호소하면서 ‘구독 취소는 시장을 좌우하고 미국 대통령을 사실상 지원하는 기업들에 대한 항의 행동’이라고 설명한다.
갤러웨이 교수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이 실제로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면서 “대통령을 사실상 지원하는 기업들의 태도, 그런 기업들과 대통령의 밀접한 관계, 그리고 AI에 대한 불편한 감정들이 결합되면서 사람들이 이제 ‘구독 취소’라는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갤러웨이 교수는 자신의 캠페인 웹사이트가 하루 20만 명 이상의 순방문자수를 기록할 때도 있으며, 매시간 수십 건의 구독 취소 인증 스크린샷이 DM으로 도착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소비자 보이콧과 더불어 기업 내부에서도 압박이 커지고 있다. 최근 몇 주간 기술 노동자들은 고용주들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활용해 ICE의 철수를 요구하고, ICE와의 계약을 취소하며, ICE의 행동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라고 촉구해 왔다. 이에 CEO들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사내 슬랙 메시지를 통해 “ICE가 선을 넘고 있다”고 언급했고, 팀 쿡 애플 CEO는 회사 웹사이트에 게시된 직원용 내부 메모에서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만찬과 정치 자금 기부 등으로 대통령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다져 온 이들의 이전 행보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사망자를 낳은 ICE의 이민 단속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이제는 반(反) AI 운동으로 발전해 널리 확산되며 탄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로젠블럼-라슨은 구독 취소 캠페인들이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에너지 비용, 딥페이크 음란물 문제, 청소년의 정신건강 위기, 일자리 붕괴에 대한 공포, 그리고 저품질 AI 생성물인 AI 슬롭(AI slop)에 대한 불만 등 AI를 둘러싼 각종 우려를 건드리고 있다”면서 “AI와 관련된 다양한 불만과 우려가 뒤섞이면서 서로 다른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결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지워싱턴 대학교의 데이비드 카프(David Karpf) 미디어 및 공공정책 교수는 현 상황에 대해 “하나의 사회운동이 탄생하기에 적절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픈AI의 브록먼 사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슈퍼팩에 거액을 기부했다는 소식이 많은 이용자를 당황하게 했다면서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이용자들이 이런 상황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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