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원자력 발전에 대한 세 가지 질문에 답하다
새로운 원자력 기술을 연료 공급망, 안전성, 비용 측면에서 살펴본다.
원자력 발전은 오늘날 에너지 분야에서 언제나 뜨거운 주제 중 하나다. 최근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서는 차세대 원자력 발전, 초거대 AI 데이터센터, 전력망을 주제로 온라인 라운드테이블 토론을 진행했는데, 청중들로부터 수십 개의 훌륭한 질문을 받았다.
질문은 매우 다양했다. 우리는 그중 상당수에 답했고 일부는 향후 취재 주제로 염두에 두고 있지만, 시간과 분량의 한계로 충분히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 질문들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기사에서는 차세대 원자력 발전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골라 답해보려 한다. 비슷한 질문들은 묶어서 처리했고 이해를 돕기 위해 표현을 다듬었다.
차세대 원자로의 연료 수요는 어떻게 다르며, 기업들은 공급망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많은 차세대 원자로는 기존 원자로에서 사용해 온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지 않는다.
차세대 원자로의 핵심 연료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HALEU, high-assay low-enriched uranium)’이다. HALEU는 기존 원자력 연료보다 핵분열이 가능한 우라늄의 농도가 더 높으며, 우라늄-235 동위원소의 비율이 5~20%에 이른다. (기존 연료는 5% 미만이다.)
HALEU는 저농축 우라늄과 같은 기술로 생산할 수 있지만, 지정학적 문제는 훨씬 복잡하다. 현재 HALEU 생산은 러시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24년부터 2040년까지 러시아산 핵연료 수입을 금지했다. 유럽은 같은 수준의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 에너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은 기존에 의존하던 러시아 공급이 차단되거나 제한된 상황에서 필요한 연료를 확보해야 하는 큰 과제에 직면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HALEU 비축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이를 시범 원자로 가동 기업들에 배분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세대 원자로를 지원하려면 독립적인 HALEU 공급망을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안전성은 어떻게 확보되고 있으며, 미국의 원자력 안전 규제는 어떤 상황인가?
차세대 원자력 발전소는 여러 측면에서 기존 원자로보다 더 안전해질 가능성이 있다. 일부는 물 대신 다른 냉각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수냉식 원자로처럼 고압으로 운전할 필요가 없다. 또한 수동 안전 정지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전력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원자로가 자동으로 안전하게 멈추면서 노심 용융(연료가 녹아내리는 사고)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최신형 기존 원자로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현 행정부가 원자력 안전을 제대로 중시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환경 보호 조치를 약화하고 안전 및 보안 기준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원자력 관련 규정을 비공개로 개정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정부는 이 새로운 규정을 실험용 원자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들에만 공유했고 일반 대중에게는 공개하지 않았다.
MIT의 코루시 시르반(Koroush Shirvan) 원자력공학 교수는 “최근 ‘원자력 프로젝트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신속 승인한다’는 식의 말이 나오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시르반 교수는 원자력 발전이 부상과 사망 사고 발생률이 매우 낮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그러나 그런 통계가 원자력 발전 기술 자체의 속성 때문은 아니라고 덧붙이면서 “원자력 발전 분야에서 사고가 적었던 이유는 엄격한 규제 감독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차세대 원자로는 경제적으로 경쟁력이 있을까?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 우선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초기 투자 비용을 살펴보겠다.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보글 원전(Plant Vogtle)에는 미국에서 가장 최근에 추가된 원자로인 3호기와 4호기가 있으며, 각각 2023년과 2024년에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미국 에너지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이 두 기의 초기 투자 비용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환산할 경우 킬로와트(kW)당 약 1만 5,000달러(약 2,200만 원)에 달한다. (이 수치는 전체 건설 비용을 예상 발전 출력으로 나눈 값으로, 규모가 다른 원자로를 비교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초기 투자 비용이 유난히 높은 이유는 이 원자로들이 미국에서 처음 건설된 유형이었고 계획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중국의 원자로 건설 비용은 훨씬 낮으며, 추정치에 따라 다르지만 kW당 2,000~3,000달러 수준이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최초 상용화 단계의 차세대 원자력 발전소는 kW당 6,000~1만 달러의 초기 투자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이 확산되고 대량 생산이 이루어지면 이 비용은 최대 40%까지 낮아질 수 있다.
즉, 새로운 원자로는 엄청난 예산 초과와 일정 지연으로 악명 높았던 보글 프로젝트보다는 초기 투자 비용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규모를 감안해 보면 효율적으로 건설된 기존 원전보다 비용이 반드시 훨씬 낮아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향후 수년간 예상되는 설비 부족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천연가스 발전소를 새로 건설하는 비용은 이보다 훨씬 저렴하다. 금융 자문사 라자드(Lazard)의 자료에 따르면 오늘날 가장 효율적인 천연가스 발전소의 건설 비용은 kW당 최대 1,600달러 수준이다.
다만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초기 투자 비용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는 운영 비용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거나 이미 폐쇄된 원전을 재가동하려는 움직임에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국 여러 지표를 놓고 보면 어떤 형태의 원자력 발전이든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다른 방식보다는 비용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원자력은 다른 많은 에너지원이 제공하지 못하는 강점을 갖고 있다. 바로 60년 이상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에너지원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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