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독주 계속되나…2026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전망하다

전 세계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배터리 산업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나트륨 이온·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과 중국 공급망, 각국 정책 변화가 시장 지형을 재편하며 2026년 경쟁 구도는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2025년 전 세계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5%를 넘어섰다. 이는 2020년의 5% 미만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일부 지역에서는 보급 속도가 더욱 빠르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신규 차량 판매의 50% 이상이 순수 전기차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었다. 유럽에서는 12월 한 달 동안 도로에 새로 나온 순수 전기차 수가 가솔린 차량보다 많았다. 단, 미국은 예외로, 2024년 대비 전기차 판매가 소폭 감소하며 전 세계 평균을 끌어내리고 있다.

전기차 사용이 증가하면서 배터리 산업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머지않아 더 낮은 비용이나 더 뛰어난 성능을 실현할 새로운 화학 조성의 배터리가 보다 널리 채택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배터리를 둘러싼 지정학적 구도도 변화하고 있으며 정책 환경 역시 빠르게 바뀌고 있다. 2026년을 포함해 전기차 배터리의 향후 전망을 자세히 살펴보겠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에는 큰 기회

리튬이온 배터리는 현재 전기차, 개인용 전자기기, 그리고 전력망에 연결된 고정식 저장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오늘날의 표준 배터리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같은 일부 시장에서는 더 저렴한 대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에너지 저장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미국의 벤처캐피털 볼타 에너지 테크놀로지스(Volta Energy Technologies)의 카라 로드비(Kara Rodby) 기술 책임자는 이와 관련하여 “현재 자동차 제조사들은 성능 개선 여부와 상관없이 배터리 비용에 거의 모든 관심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나트륨 이온(소듐이온) 배터리는 리튬보다 낮은 비용을 실현할 잠재적 대안으로 오랫동안 주목받아 왔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전기차에 적용할 경우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주행거리가 짧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나트륨은 매장량이 훨씬 풍부하기 때문에 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셜리 멍(Shirley Meng) 미국 시카고 대학교 분자공학 교수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 시장의 성장은 리튬 기반 배터리의 눈부신 성공으로 인해 가로막혀 왔다”고 설명했다. 2013년 리튬이온 배터리 셀의 가격은 킬로와트시(kWh)당 568달러(약 82만 원)였지만, 2025년에는 kWh당 74달러까지 떨어졌다. 더 저렴한 대안들이 따라잡아야 하는 목표가 계속 달라진 것이다.

현재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평균 가격은 kWh당 약 59달러다. 이는 물론 평균적인 리튬이온 배터리보다는 저렴한 가격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중에서도 하위급에 속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평균 가격이 kWh당 52달러라는 점을 생각하면 여전히 나트륨 이온 배터리 가격이 더 비싼 상황이다.

그러나 나트륨 이온 배터리에 곧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최근 몇 달 사이 리튬 가격이 조금씩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서, 이를 계기로 리튬 기반 배터리 가격의 꾸준한 하락세가 둔화되거나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이미 전력망용 고정식 저장 장치를 중심으로 상업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차량에도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중국의 전기스쿠터 제조사 야디(Yadea), 자동차 제조사 JMEV, 배터리 기업 하이나 배터리(HiNa Battery)는 소형 전기차나 주행거리가 짧은 전기차, 전기스쿠터 등 높은 에너지 밀도가 필요 없는 차량용으로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소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의 배터리 기업 CATL도 최근 나트륨 이온 배터리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CATL은 올해 중반에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적용한 첫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생산과 수요는 모두 중국에 크게 집중돼 있다. 특히 미국에서 배터리와 전기차 산업에 대한 세액 공제와 각종 재정 지원이 축소되면서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최대 나트륨 배터리 기업 중 하나였던 나트론 에너지(Natron Energy)는 자금 조달 문제에 부딪혀 지난해 사업을 중단했다.

나트륨 이온 기술 관련 연구 측면에서도 진전이 기대된다. 멍 교수는 “기업과 연구자들은 전해질과 전극을 포함한 핵심 구성 요소에 쓰일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저가형 리튬이온 배터리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고체 배터리에는 중대한 시험대

202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배터리 업계는 전고체 배터리(SSB) 상용화의 실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이온이 이동하는 물질인 액체 전해질을 제거하기 때문에 더 작은 크기 안에 더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면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크게 늘릴 수 있다.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해 왔다. 예를 들어 토요타는 한때 2020년까지 차량에 전고체 배터리를 적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정은 여러 차례 연기됐고, 현재는 2027년이나 2028년에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전기차에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물량을 공급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로 전고체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시카고 대학교의 멍 교수는 “그렇지만 제조 기술에서 진전이 있었으므로 기업들이 조만간 실제로 상용화 약속을 이행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전고체 배터리 기업 팩토리얼 에너지(Factorial Energy)는 지난해 9월 메르세데스-벤츠의 시험 차량에 자사 배터리를 제공해 실제 도로 테스트에서 1회 충전으로 1,200km 이상을 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팩토리얼 에너지는 빠르면 2027년을 목표로 기술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미국의 주요 전고체 배터리 기업 퀀텀스케이프(QuantumScape)는 자동차 제조사들과 협력하여 배터리 셀을 시험하고 있으며, 2020년대 말에 상업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완전 전고체 배터리가 등장하기 전에 흔히 ‘세미 전고체 배터리’로 불리는 하이브리드 기술이 먼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이 기술은 젤 형태의 전해질과 같은 소재를 사용해 배터리 셀 내부의 액체를 줄이지만 완전히 제거하지는 않는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블룸버그NEF의 에블리나 스토이쿠(Evelina Stoikou) 배터리 기술 및 공급망 연구 총괄은 “많은 중국 기업들이 완전 전고체로 전환하기에 앞서 세미 전고체 배터리를 먼저 개발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의 복잡한 지형도

전기차 산업의 가까운 미래는 기준이 어디인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지난해 중국은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또한 2025년에 생산된 전기차 3대 중 한 대 이상에는 CATL 배터리가 탑재됐다. 한마디로 중국은 글로벌 배터리 산업을 지배하고 있으며 이런 흐름이 단기간에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중국의 영향력은 자국 시장을 넘어 더욱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CATL은 올해 유럽 내 두 번째 생산 거점에서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헝가리에 위치한 이 공장은 82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로,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에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캐나다는 최근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던 수입 관세를 100%에서 대략 6% 수준으로 낮추는 협정을 체결하면서 사실상 중국 전기차에 시장을 개방했다.

과거에는 주요 전기차 시장이 아니었던 국가들이 이번 2020년대 후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던 태국과 베트남에서는 2025년 연간 전기차 판매량이 10만 대를 넘어섰다. 특히 브라질은 폭스바겐과 BYD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현지 생산을 시작하거나 확대하면서 2026년 신규 전기차 판매가 두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대로 미국에서는 2026년이 전기차에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전기차 구매를 장려하기 위해 마련됐던 연방 세액 공제가 종료된 이후 처음으로 맞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혜택이 사라지면서 전기차 판매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배터리 산업의 한 가지 희망적인 부분은 전기차 시장 밖에 있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주로 에너지 저장 용도를 겨냥해 저비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미국 내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2025년 중반 LG는 미시간주에 대규모 LFP 배터리 공장을 열었고, SK온은 조지아주 시설에서 올해 말 LFP 배터리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러한 공장들은 미국 전기차 시장이 거센 역풍을 맞는 가운데서도 배터리 기업들이 투자 수익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은 뒤처지고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차량 전동화는 계속되고 있다. 2030년에는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40%가 전기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때가 다가올수록 더 많은 글로벌 기업과 더 다양한 전기차 모델, 그리고 이를 구동할 훨씬 폭넓은 배터리 선택지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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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년 02월 05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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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6년 02월 05일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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