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로 캐내는 클린테크 핵심 금속…‘바이오채광’ 시대 열리나
급증하는 금속 수요와 떨어지는 광석 품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생물을 활용해 노후 광산과 폐기물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바이오채광’ 기술이 생명공학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미시간주 어퍼 반도의 한 소나무 숲에는 현재 미국에서 유일하게 가동 중인 니켈 광산인 ‘이글 광산(Eagle Mine)’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광산은 이제 수명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이 늘면서 자동차 업계의 니켈 수요는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이곳의 니켈 함량은 계속 낮아지고 있어 머지않아 채굴을 이어가기 어려운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올해 초 이글 광산 운영사는 남아 있는 니켈을 조금이라도 더 회수하기 위한 새로운 공정 시험에 착수했다. 최근 광산에서 캐낸 원석을 쓸모 있는 금속으로 바꾸는 공장인 선광장(選鑛場)에 설치된 두 개의 컨테이너 안에서는 스타트업 알로니아(Allonnia)가 개발한 발효 용액이 농축 광석과 섞여 불순물을 포집하고 제거한다. 이 공정을 적용하면 품질이 낮은 광석에서도 니켈 생산이 가능해진다.
켄트 소렌슨(Kent Sorenson) 알로니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런 방식은 이글 광산처럼 가장 질 좋은 광석을 이미 채굴한 현장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가장 손쉬운 방법은 우리가 이미 보유한 광산을 계속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전기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급증하면서 니켈, 구리, 희토류 원소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광산업계는 가장 품질이 좋은 자원을 이미 개발한 탓에 이들 금속을 생산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비용도 높아지고 있다. 알로니아가 개발한 용액은 노후 광산과 품질이 떨어지는 광석, 광산 폐기물 더미에서 금속을 조금이라도 더 회수하도록 돕는 여러 생명공학 기술 가운데 하나다.
광산업계는 수십 년 동안 바이오채광(biomining)의 대표적 공법으로서, 구리 광석에 미생물을 의도적으로 투입해 금속을 추출하는 ‘바이오리칭(bioleaching)’ 기술을 활용해 왔다. 현재 운영 중인 구리 바이오리칭 현장에서는 채굴업체들이 잘게 부순 구리 광석을 더미 형태로 쌓은 뒤 황산을 뿌린다. 애시디티오바실러스 페로옥시단스(Acidithiobacillus ferrooxidans) 같은 산성 환경을 좋아하는 박테리아가 이 더미에 자리 잡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화학 물질이 황과 구리 분자 사이의 결합을 끊어 금속을 분리해 낸다.
지금까지는 산도를 유지하고 더미에 공기를 불어 넣는 것 외에는 미생물 증식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방법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바이오채광 전문 스타트업 엔돌리스(Endolith)의 엘리자베스 데넷(Elizabeth Dennett) 최고경영자(CEO)는 “유전자 분석 도구의 비용이 크게 낮아지면서 광석 더미 안의 미생물 군집을 더 능동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가능해지고 있다”며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기술은 몇 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엔돌리스는 광석 더미에서 흘러나오는 구리 함유 용액 속 DNA와 RNA 조각을 분석해 내부에 서식하는 미생물 군집을 파악한다. 여기에 다양한 화학 분석 결과를 종합해 어떤 미생물을 추가로 투입해야 금속 추출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 판단한다.

글로벌 광산 기업 BHP의 광석을 대상으로 진행한 시험에서 엔돌리스의 능동적 관리 기법은 기존의 수동적 바이오리칭 방식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1,650만 달러(약 240억 원)의 투자를 받아 덴버에 있는 자사 실험실을 벗어나 실제 가동 중인 광산 더미에서 기술을 시험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초기 성과가 유망해 보이더라도 이를 상업적 규모로 확대하는 일은 또 다른 문제다. 1970년대부터 금속 바이오리칭 시스템을 연구해 온 코랄레 브라이얼리(Corale Brierley) 엔지니어는 광석에 추가 미생물을 투입하는 엔돌리스 같은 기업들의 방식이 실제 현장에서도 성공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녀는 “ 그 미생물들이 실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증식할 것이라는 확신을 기업에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기관 클린테크 그룹(Cleantech Group)에서 광산 기술을 분석하는 다이애나 라스너(Diana Rasner)는 “호스나 볼트 같은 공정 설비의 사소한 부품 하나까지 이미 최적화해 온 대형 광산 기업들을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업계 기업들은 기술을 대규모로 확장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가장 큰 지지자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가장 까다로운 비평가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라스너에 따르면 기술적 어려움뿐 아니라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는 생명공학 스타트업이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속도로 수익을 내기 어려울 수 있다. 광산 기업들은 새로운 공정을 도입하기 전에 방대한 데이터를 요구하는데, 이를 확보하려면 수년간의 시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건 소프트웨어와 다르다”고 덧붙였다.
광산 대기업 리오틴토(Rio Tinto)의 자회사 뉴턴(Nuton)은 이런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고세균과 박테리아 균주를 혼합하고 일부 화학 첨가제를 더하는 구리 바이오리칭 공정을 수십 년에 걸쳐 개발해 왔다. 그러나 이 기술을 실제 광산에서 처음 선보인 것은 지난해 말 애리조나주의 한 광산에서였다.

엔돌리스와 뉴턴이 자연 상태의 미생물을 활용하는 것과 달리, 스타트업 1849는 미생물을 유전적으로 개량해 성능을 크게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자이 파드마쿠마르(Jai Padmakumar) 1849 CEO는 “광산 업계의 전통적인 방식을 따를 수도 있지만 미생물을 개량하는 과감한 시도를 할 수도 있다”며 “성공한다면 엄청난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공학을 활용하면 1849는 고객이 처한 구체적인 채굴 환경에 맞춰 미생물을 설계할 수 있다. 그러나 광산 분야 생명공학 응용을 연구하는 부즈 바스토우(Buz Barstow) 코넬대학교 미생물학자는 “유전적으로 조작된 생물은 오히려 키우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기업들은 이런 딜레마를 피하기 위해 살아 있는 미생물 대신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을 활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800만 달러(약 41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알타 리소스 테크놀로지스(Alta Resource Technologies)는 희토류 원소를 추출하고 분리할 수 있는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미생물을 설계하고 있다.
뉴욕주 이타카에 위치한 스타트업 리젠(REEgen)도 비슷한 접근법을 택했다. 이 회사는 유전적으로 개량된 글루코노박터 옥시단스(Gluconobacter oxydans) 균주가 만들어내는 유기산을 이용해 광석은 물론 금속 재활용 부산물, 석탄재, 폐전자기기 같은 폐기물에서 희토류 원소를 추출한다. 바스토우 연구실 출신의 알렉사 슈미츠(Alexa Schmitz) 리젠 CEO는 “미생물 자체가 하나의 생산 공장과 같다”고 설명했다.
바스토우는 “늘어나는 금속 수요에 대응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려면 이런 새로운 기술이 구리나 금을 넘어 더 다양한 금속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24년 더 폭넓은 금속을 추출하고 분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유전자를 찾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바스토우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다수 남아 있지만 지하 깊은 곳에 물을 고압으로 주입해 오일을 추출하는 수압파쇄 기술이 셰일가스 채굴 방식을 바꿔 놓은 것처럼, 생명공학이 광산업의 판도를 바꿀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며 “바이오 채광은 수요가 충분히 큰 분야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급증하는 수요에 발맞춰 기술 발전 속도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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