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업체들이 틱톡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분노한 중국 제조업체들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직접 다가갈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4월 초 틱톡에는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어떤 중국 청년이 전통 다기 세트 옆에 앉아서 카메라를 향해 중국어 억양이 느껴지는 영어로 “명품의 가장 큰 비밀을 폭로하겠다”고 말하는 영상이 게시됐다. 그리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수백만 명의 틱톡 사용자가 이 영상을 시청했다.

영상에서 남자는 세계에서 가장 고급스럽고 값비싼 가방에 속하는 에르메스 버킨백처럼 보이는 가방을 들어 보이며 더 많은 가방으로 가득 찬 진열대를 향해 손짓한다. 그러고서 “저 진열대를 보면 에르메스, 루이비통, 프라다, 구찌가 있는데 모두 우리 공방에서 만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어서 남자는 “하지만 브랜드들은 상품 꼬리표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를 지워버린다. 브랜드 공장에서 나오는 같은 가죽, 같은 부자재, 같은 명품 실을 사용하지만 브랜드들은 중국 장인을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몇 푼을 벌지만, 브랜드들은 수백만 달러를 번다.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도, 소비자에게도, 정직을 중요하게 여기는 모든 이들에게도 불공평한 일이다”라고 설명한다.

남자는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공장에서 제품을 직접 구매해달라고 말하며 영상을 마무리한다.

이 영상처럼 판매자가 가방, 향수,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명품’ 제품의 원가를 분석하는 이른바 ‘폭로’ 영상들은 현재 틱톡의 모든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령 일부 영상에서는 룰루레몬 레깅스 한 벌을 제작하는 데 원가가 4달러(약 5,700원) 밖에 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중국 제조업의 규모와 정밀성을 보여주는 영상들도 많다. 그런 영상에서는 크리에이터가 깨끗하고 질서정연한 작업장에서 자동화된 생산 라인과 작업자들을 지나치며 먼지 한 톨 없는 공장 바닥을 걸어간다. 일부 공장들은 자신들이 다이슨, 언더아머, 빅토리아 시크릿과 같은 브랜드의 공급업체였거나 현재의 공급업체라고 소개한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러한 동영상들이 등장해 급격하게 확산되는 상황을 보면 중국의 제조업체들이 미국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관세가 부과된다고 해도 영상에서 소개된 제품 중 상당수는 유명 브랜드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할 것이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이러한 영상에서 주장하는 내용(브랜드 제품의 공급업체라는 주장, 브랜드 제품의 원가 등)에 대한 사실 여부를 검증하지 않았으며, 룰루레몬, 에르메스, 케링(Kering, 구찌의 모기업), LVMH(루이비통의 모기업)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공장들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대한 불만과 해외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바탕으로 생산 라인을 ‘콘텐츠 스튜디오’로 전환하여 가죽 작업장과 봉제 라인을 촬영하고 창고 투어를 기획하는 등 공장 자체를 마케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불만을 품은 중국의 몇몇 구매대행업자들의 작업으로 시작됐던 이러한 현상이 이제는 시위, 마케팅 계획, 생존 전략이 결합된 본격적인 유행으로 변모했다.

미국 뉴욕에 본사가 있는 컨설팅 기업 웨이블릿 스트레티지(Wavelet Strategy)의 아이비 양(Ivy Yang) 설립자 겸 전자상거래 전문가는 이 현상을 가리켜 “차선책을 모색하려는 집단적인 노력”이라고 말하며 “소규모 플랫폼과 구매대행업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으로 소셜미디어에서 ‘공장 직구’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간 유통 업체 없애기

제품의 원재료와 제조 기술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중국 크리에이터들은 기존의 유통 경로를 효과적으로 우회할 수 있는 직접 구매 방법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에게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회사로는 중국의 B2B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도하게이트(DHgate) 등이 있으며, 미국의 사용자들은 이 플랫폼을 흔히 ‘더 게이트(the gate)’ 또는 ‘노란 앱(the yellow app)’이라고 부른다. 미국 애플 앱스토어 순위에서 도하게이트 앱은 4월 8일 302위에서 4월 중순에는 챗GPT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4월 15일에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이 되었고, 4월 18일에는 98개 국가의 애플 앱스토어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사용자들은 도하게이트에서 물건을 구매한 후 틱톡에서 새 제품에 대한 후기를 열정적으로 공유한다. 한 사용자는 “내 중국 거래처에서 가방을 주문했다”고 농담을 섞어 자랑하기도 했다.

도하게이트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소셜미디어에서 관심이 증가하면서 플랫폼에서 거래가 급증했으며, 특히 가정용품, 전자제품, 아웃도어 용품, 반려동물 용품과 같은 카테고리가 가장 인기가 높았다”고 밝혔다. 4월 12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간 가전제품은 962%, 보안기술 분야 제품은 601%나 판매가 증가했다.

틱톡에 영상을 게시하는 것은 이러한 제조업체들에게 무의미한 활동이 아니라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경쟁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공장들은 오랫동안 해외 시장에 제품을 판매해 왔지만, 지난 10년간 중국 국내 경제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하자 중간 유통 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해외 구매자들과 직접 접촉하기 위해 알리바바와 같은 주요 B2B 플랫폼으로 점점 더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주요 플랫폼에서 해외 구매자들에게 인지도를 올리는 데 드는 비용이 치솟았다.

중국 제조업체의 해외 운영에 자문을 제공하는 선덩 컨설팅(Shendeng Consulting)의 로건 왕(Logan Wang) 전자상거래 매니저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입점 기업이 너무 많아서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검색 결과에서 첫 페이지에 공장을 노출시키는 데만 연간 3만~4만 위안(약 590만 원 ~ 790만 원)의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기존 제조업 분야가 공급 과잉과 코로나 이후의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2024년 중국의 대미 의류 수출은 성장률이 1% 미만이었으나 제품의 평균 단가는 7.6% 하락했는데, 이는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수익이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이다.

여기에 새로운 관세까지 더해지면서 중국의 제조업체들이 구매자들에게 직접 다가갈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할 이유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의류 공장의 린다 뤄(Linda Luo) 매니저는 최근의 제재 조치로 인해 공장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던 미국 수출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현재 공장 창고는 갈 곳 없는 제품들로 가득 차 있다.

뤄 매니저는 “인근의 많은 공장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라며 “관세 문제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보며 상황이 저절로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뤄 매니저는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얻은 공장들의 성공 사례에 자극을 받아 우리 팀도 새로운 구매자들과 직접 연결되기를 바라며 틱톡에서 유명한 구매대행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영상이 확산되는 이유는 경제 상황 때문만이 아니다.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의 노동력과 장인정신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예를 들어 4월 3일 미국의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는 미국의 JD 밴스(JD Vance) 부통령이 ‘미국인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중국 촌놈들’이라는 비하 발언을 하면서 중국 정부 관계자들과 인터넷의 중국인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왕 매니저는 “중국 제조업체들은 1980년대부터 서구 브랜드들을 위해 가장 더럽고 고된 일을 해 왔으며, 수익도 극도로 적은 수준만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도 중국 제조업체들은 계속해서 좋지 않은 낙인이 찍히고, 밀려나고, 지정학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이 미국을 통해 이익을 얻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중국 제조업계에 종사하는 그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특별한 구경거리가 된 공장들

미국의 싱크탱크인 뉴아메리카(New America)에서 중국 기술과 세계화를 연구하는 톈유 팡(Tianyu Fang) 기술 및 민주주의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공장들은 분노와 불안을 넘어, 과거에 틱톡에서 인기를 끄는 데 성공했던 제조업 관련 콘텐츠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가발, 인형, 장갑 등 일상용품의 생산 라인을 보여주는 공장 동영상들은 2020년부터 지금까지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용자들은 댓글에서 “이렇게 같은 과정이 반복되는 공장 동영상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또는 “영상을 보고 있으면 빠져든다”고 표현했다.

2022년에는 공장들 스스로도 작업 현장을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중국 선전에 위치한 디지털 마케팅 회사에서 근무하며 공장들의 틱톡 영상 제작을 돕고 있는 앨리스 구(Alice Gu) 매니저는 “지난 1년 동안 고객 문의가 세 배 증가했으며 이제는 영어를 구사하는 직원이 영상에 직접 출연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팡 연구원은 “이런 영상들은 제조업이 일상적인 경험에서 멀어진 서구의 젊은 세대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틱톡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영상들은 젊은 세대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면서 첨단 제조업을 엿볼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이제 중국의 공장 노동자들이 서구의 영상 시청자들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영상 크리에이터들과 미국의 시청자 사이에는 문화적 차이가 있지만, 이러한 차이는 오히려 진정성 있는 순간들을 만들어내며 온라인에 익숙한 사용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토니(Tony)라는 이름의 크리에이터는 미국식 억양을 사용하며 디지털 광고판을 홍보하고 있는데, 그는 광저우의 전광판 회사인 LC사인(LC Sign)을 홍보하며 120만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확보했다. 독특한 억양으로 중국 기업 어퉁(Etong)의 캡슐하우스를 홍보하는 ‘알루무누누 레이디(alumununu lady)’라는 판매원이 사용하는 ‘안녕하세요, 사장님(Hello, boss)’이라는 인사말은 수많은 공장 동영상에 사용되는 유행어가 되었다. 2024년에는 산업용 글리신 제조업체인 둥화진룽(Donghua Jinlong)이 기계 번역을 사용한 고품질 홍보 영상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 기업이 잠재 고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애쓰는 진지한 모습에서 웃긴 부분을 발견한 틱톡 사용자들 덕분에 이 영상은 널리 퍼진 밈(meme)이 되었다.

팡 연구원은 “이런 영상들은 일반적인 미국 문화와 너무 다르기 때문에 미국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신선하고 재미있게 느껴진다”며 “이런 영상의 인기는 이전에 숨겨져 있던 세계 경제의 이면을 이해하고 주류 정치 담론과는 다른 시각을 찾고자 하는 열망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웨이블릿 스트레티지의 양 설립자와 뉴아메리카의 팡 연구원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다수의 미국 소비자들이 중국 공장에서 물건을 직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중국 공장에서 물건을 직접 구매하려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에르메스 가방과 똑같지만 브랜드 라벨만 없는 제품을 받아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현실과 다를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뉴스 보도도 많이 나온 바 있다.

‘위안화 따라잡기(Following the Yuan)’라는 뉴스레터의 필자인 얄링 장(Yaling Jiang)은 “중국에서는 공장의 비공식 루트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라며 “중국의 많은 현지 공장에서 유명 브랜드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같은 품질의 제품을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그런 방법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은 “이런 방식으로 물건을 구매하려면 복잡한 공급 및 유통 시스템을 통해야 하며 틱톡의 일부 제조업체들은 유명 기업과의 관계를 허위로 주장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무엇보다도 소비자에게 물건을 직접 판매하기 위한 이러한 영상이 더는 제공되지 않을 수도 있다. 양 설립자는 “많은 콘텐츠들이 저작권 침해에 거의 근접해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틱톡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에서 문제가 될 수 있고, 저작권 보유자들이 반발하면 플랫폼에서도 빠르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서 조사한 결과 모조품을 홍보하는 많은 인기 영상들이 이미 틱톡에서 삭제된 상태였다. 도하게이트는 모조품 판매를 조장하는지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중국 공장들은 분명 계속해서 자체 연구개발팀을 구축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왕 매니저는 “모든 공장 소유주의 꿈은 자체 브랜드를 갖는 것”이라며 “수십 년간 다른 곳에서 디자인한 제품을 만들어 온 중국의 제조업체들은 이제 생산뿐 아니라 직접 자체 제품을 생산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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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5월 04일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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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5년 05월 05일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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