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제공하고 있는 전 세계의 ‘장수 클리닉’
전 세계 82개 장수 클리닉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장수의학의 엉망진창인 실태가 드러났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심지어 영원히 사는 법을 찾는 것은 아마 인류가 탄생한 이래로 계속 이어져 온 일이겠지만, 지금보다 사람들이 더 열광적이었던 때는 없었다. 현재 필자의 뉴스피드에는 오래 사는 데 도움이 되는 식단, 운동 루틴, 보충제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물론 대부분은 마케팅에 불과하다. 채소가 풍부한 건강한 식단과 적당한 운동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겠지만, 아직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으로 입증된 약물이나 보충제는 없다.
계속 성장하고 있는 ‘장수의학’ 분야는 그러한 건강 유지와 수명 연장 사이의 어딘가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수의학을 추구하는 ‘장수 클리닉’은 혈액 검사나 스캔 같은 기존의 임상 의학 도구와 생체나이 측정 검사와 같은 조금 더 실험적인 도구를 결합하여 고객의 건강과 수명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장수의학 업계에 대한 새로운 소식과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한 기관에서 실시한 전 세계 장수 클리닉에 대한 조사 결과, 장수 클리닉의 실상은 다소 엉망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수 클리닉은 대체로 매우 부유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며, 제공하는 서비스도 매우 다양하다.
현재 장수 클리닉의 수는 수백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수 클리닉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클리닉이 의학의 미래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미국 벅 노화 연구소(Buck Institute for Research on Aging)의 에릭 버딘(Eric Verdin) 소장은 지난해 한 전문가 회의에서 “우리는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수의학 업계를 추적하는 회사인 롱제비티.테크놀로지(Longevity.Technology)를 운영하는 필 뉴먼(Phil Newman) 대표는 “전 세계에 장수 클리닉 320곳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일부 클리닉은 국제적인 규모로 여러 개의 센터를 운영하는 반면, ‘의사’ 한 명이 ‘장수의학’의 일부 요소를 치료에 통합해 제공하는 곳들도 있다. 뉴먼 대표와 동료들은 장수 클리닉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미국, 호주, 브라질 및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국가를 포함하여 전 세계 82개 장수 클리닉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일부 결과는 그리 놀랍지 않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장수 클리닉 중 25%가 대부분의 고객이 44~59세 사이의 X세대라고 답했다. 이는 이해할 만한 결과이다. 사람들이 주로 노화의 영향을 느끼기 시작하는 나이가 이 연령대이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에 따르면 노화와 관련된 분자 수준의 변화가 40대에 한 번, 그리고 60대에 한 번, 두 차례에 걸쳐 몰아친다고 한다. (장수의학에 관심이 많은 인플루언서인 브라이언 존슨(Bryan Johnson), 앤드루 휴버먼(Andrew Huberman), 피터 아티아(Peter Attia)도 모두 이 연령대에 속한다.)
많은 장수 클리닉에서 ‘고객이 몇 살처럼 보이는가’에 더 중점을 둔 미용 시술을 제공한다는 사실도 필자에게는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장수 클리닉 중 28%는 보톡스 주사를, 35%는 탈모 치료를, 38%는 ‘안면 회춘 시술’을 제공한다고 답했다. 사설 장수 클리닉을 공동 설립한 안드레아 마이어(Andrea Maier)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교수는 이번 보고의 논평에서 “장수의학과 미용의학의 구분이 모호한 상태”라고 적었다.
마이어 교수는 건강한장수의학회(Healthy Longevity Medicine Society)의 전 회장이기도 한데, 이 단체는 장수의학에 대한 임상 기준과 신뢰성을 확립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이번 설문조사의 다른 결과를 보면 이 단체의 설립 목표가 얼마나 실현하기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많은 장수 클리닉이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제공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설문조사에 참여한 장수 클리닉 중 3분의 1 이상이 줄기세포 치료를 제공한다고 밝혔는데, 줄기세포 치료가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아직 없으며 이 치료법에는 위험성도 존재할 수 있다.
필자는 설문조사에 참여한 대부분의 장수 클리닉에서 의약품을 ‘오프라벨’ 처방하고 있다는 결과를 보고 조금 놀라웠다. 다시 말해서 다른 특정한 의학적 문제에 대해 허가된 약을 노화 예방용으로 처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오프라벨 처방에도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시 말하지만, 아직 인간의 노화를 늦추거나 되돌릴 수 있는 효능을 인정받은 약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처방은 공인된 의사가 내리고 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장수 클리닉의 80% 이상이 10년 이상의 임상 경력을 가진 의사가 진료를 감독한다고 답했다.
값비싼 진료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장수 클리닉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결과도 조금 놀라웠다. 미국 플로리다와 체코 프라하에서 클리닉을 운영하는 파운틴 라이프(Fountain Life)에 따르면 고객들이 장수 클리닉을 이용하는 데 드는 연간 비용은 1만 달러(약 1,400만 원)에서 최대 15만 달러(약 2억 1,000만 원)에 이른다. 그러나 설문조사에 참여한 장수 클리닉 중 39%만이 수익을 내고 있다고 답했고, 30%는 손익분기점에 근접하다고 답했으며, 16%는 적자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장수 클리닉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장수의학 분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은 장수의학이 이미 발생한 병을 치료하는 단계를 넘어서 사전 예방적인 건강 관리 방식으로 나아가는 혁명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장수의학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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