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우주 관광객의 ‘특급 과외 선생님’으로 변신한 NASA 출신 우주비행사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우주비행사 드류 퓨스텔은 민간 우주 기업 배스트의 우주비행사 훈련을 자문하며, 오는 5월 궤도 진입을 목표로 하는 우주정거장 ‘헤이븐-1'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우주정거장은 주로 전문 우주비행사들이 근무하며 소수의 국가가 운영해왔다. 그러나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와 시에라 스페이스(Sierra Space) 같은 기업들이 관광객을 수용하고, 국가와 민간 기업에 필요한 연구 시설을 제공하는 상업용 우주정거장 발사를 추진하면서 이러한 구도는 향후 몇 년 안에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그중 가장 먼저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상업용 우주정거장은 미국의 우주 스타트업 배스트(Vast)가 2026년 5월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헤이븐-1(Haven-1)’이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첫 유료 방문객은 발사 약 한 달 후 정거장에 도착하게 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우주비행사 드류 퓨스텔(Drew Feustel)은 이들이 역사적인 첫 임무를 앞두고 필요한 훈련을 받고, 정거장 생활에 신속히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퓨스텔은 국제우주정거장(ISS)과 허블우주망원경 임무를 포함해 총 세 차례 우주비행을 수행했으며, 누적 체류 기간은 226일에 달한다.
현재 퓨스텔은 배스트의 수석 우주비행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새 정거장의 내부 설계에 자문했을 뿐 아니라 고객들이 우주에서 생활하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수개월에 걸친 준비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승무원은 스페이스X의 드래곤(Dragon) 우주선을 타고 헤이븐-1로 이동하며, 한 번에 최대 4명이 10일간 체류할 수 있다. 드래곤은 정거장에 도킹한 뒤 체류 기간 내내 연결된 상태로 유지된다. 배스트는 아직 첫 임무에 탑승할 인원과 티켓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경쟁 업체들은 유사한 우주 여행 상품 가격을 수천만 달러 수준으로 책정해 왔다.

헤이븐-1은 임시 시설로 설계됐다. 이후 상설 운영을 목표로 한 더 큰 규모의 헤이븐-2로 확장할 계획이다. 배스트는 2028년부터 헤이븐-2의 모듈을 발사하기 시작해 2030년에는 승무원을 상주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NASA가 약 30년 가까이 운영해 온 국제우주정거장을 단계적으로 해체하기 시작하는 시점과 맞물린다. NASA와 협력 기관들은 국제우주정거장을 새로운 국가 주도의 우주정거장으로 대체하기보다는 배스트, 액시엄 스페이스, 시에라 스페이스 등이 구축하는 상업용 우주정거장을 연구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필자는 최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기술 콘퍼런스 ‘웹 서밋(Web Summit)’에서 배스트의 비전과 자신의 역할을 소개하던 퓨스텔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 답변은 편집 및 축약된 버전이다.)
새로운 상업용 우주정거장 시대가 열렸을 때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우주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 25년 동안 우주정거장 임무는 미국이 주도해 국제우주정거장에 사람을 보내고, NASA가 다른 국가들과 협력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ISS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핵심 파트너는 16~17개국 정도로 제한돼 있다.
NASA의 구상에 따라 배스트는 미국 정부뿐 아니라 전 세계 주권 국가들이 저궤도(LEO) 플랫폼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유인 우주비행 프로그램을 구축하려는 조직이나 국가들도 같은 방식으로 도울 수 있다.
처음에는 헤이븐-1과 헤이븐-2의 설계 자문 역할로 합류했지만 지금은 배스트의 수석 우주비행사로 활동하고 있다. 어떤 부분에 의견을 보탰나.
내가 참여한 결과가 실제 설계에 반영된 부분도 있다. 예컨대 우주비행사들이 더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돕는 ‘수면 코어’와 ‘수면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공기 주머니(air bladder)를 활용해 몸을 여러 지점에서 고르게 받쳐 압력을 분산시키는 구조를 설계했는데, 침대에 누웠을 때 중력 때문에 몸이 눌리는 느낌을 우주에서도 비슷하게 재현하려는 취지다.

일반 이불보다 의도적으로 무게를 더한 ‘가중 담요’처럼 몸에 압력을 줘서 심리적 안정이나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방식인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우주에서는 벽 쪽에 몸을 고정해야 하므로 공기 주머니 같은 장치가 부풀어 오르면서 몸을 벽 쪽으로 밀착시키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런 수면 시스템은 내가 직접 관여한 설계 가운데 하나로, 결과물이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승무원용 디스플레이와 인터페이스를 비롯해 알림과 시스템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전달돼야 하는지, 창문 크기를 어느 정도로 설계해야 하는지까지 회사와 함께 전반에 걸쳐 논의한다.
창문 크기는 클수록 좋을 것 같은데 우주비행사 관점에서 고려할 요소는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클수록 좋다. 창문은 사진 촬영과 직결되기 때문에 양질의 사진을 얻으려면 창문의 품질과 방향이 중요하다. 늘 우주 쪽만 향해 있어 지구를 볼 수 없는 창은 좋은 설계라고 보기 어렵다.

배스트에서 총괄하고 있는 우주비행사 훈련 프로그램은 어떤 구성인가. 민간인 탑승객처럼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우주정거장에서 2주 동안 머무는 표준 임무를 기준으로 하면 필요한 훈련 과정은 약 11개월로 길게 설계돼 있다. 훈련 주간 사이에 있는 공백 기간을 제외하면 실제 훈련량은 대략 3~4개월 정도다.
전체 훈련의 절반가량은 스페이스X의 드래곤 우주선을 다루는 법을 익히는 데 집중한다. 우리에게 드래곤은 이동 수단이고, 탑승 과정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발사와 착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탑승자들이 드래곤 내부에서 어떤 절차를 따라야 하는지 충분히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과정은 스페이스X가 설계한 영역이라, 그쪽에도 자체 훈련 계획이 마련돼 있다.
우리는 스페이스X 훈련 일정에 맞춰 배스트의 교육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컨대 승무원들이 캘리포니아에서 스페이스X 훈련을 받는 주간이면, 같은 기간 우리 시설로도 오게 해 헤이븐-1 내부에서 생활하고 작업하는 데 필요한 절차를 익히도록 한다. 교육의 상당 부분은 비상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승무원들이 스스로 안전을 확보하고, 필요하면 다시 드래곤으로 돌아가 정거장을 이탈하는 절차까지 수행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상황에 대비해 필요한 단계들을 반복적으로 숙지하도록 훈련한다.

또 하나 중요한 축은 일상생활 훈련이다. 우주에서 무엇을 먹고, 어떻게 잠을 자는지, 화장실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같은 기본적인 생활 방식부터 익혀야 한다. 사진을 찍은 뒤 파일을 내려받는 방법, 연구용 과학 장비를 다루는 방식도 교육 내용에 포함된다. 정거장 내부의 ‘페이로드 랙(payload rack)’, 즉 우주정거장 안에 있는 큰 캐비닛 형태의 모듈에 설치된 각종 실험 장비에서 전송되는 실시간 데이터와 상태 정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실험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상 절차는 우주에 오르기 전부터 여러 차례 반복해 연습한다. 현지에 도착한 뒤에도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필요한 과정을 미리 몸에 익혀두기 위해서다. 그래야 우주에서 적응하는 데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곧바로 해야 할 일을 수행할 수 있다.

배스트의 푸드 시스템 팀은 임무에 대비해 딸기 등 쉽게 상하는 식품을 동결건조 방식으로 가공한다.

사람들이 이런 동작들을 직접 해볼 수 있는 시설이 있나. 아니면 가상 시뮬레이션 같은 방식이 마련돼 있나.
실제 우주에서 생활하게 될 공간과 동일한 형태의 훈련용 모형을 마련했다. 다만 무중력 환경은 아니라서 그와 비슷한 체험을 하려면 일명 ‘제로지(Zero-G) 비행기’를 타야 한다. 이 비행기는 포물선 비행으로 고도를 올렸다가 지구 방향으로 급강하하는 방식으로 잠깐씩 무중력 상태를 만들어낸다. 멀미로 토하는 사람이 많아 ‘구토 혜성(vomit comet)’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 외에는 미세 중력 환경을 제대로 훈련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결국 영상을 보며 설명을 충분히 듣고, 실제로 어떤 감각이 찾아올지에 대해 심리적으로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물속에서 훈련하는 방식도 있지만, 이는 우주 유영과 관련된 고난도 훈련에 가깝다.
사람들은 정거장에서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게 될까.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다. 크게 보면 우주에서 하게 되는 일은 세 가지다. 자기 몸을 돌보는 일, 실험을 수행하는 일, 그리고 창밖을 바라보는 일이다. 여기에 학교나 병원, 기업 등 지구와 소통하는 대외 활동도 포함된다.
상업용 우주정거장 시대가 열리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일반인이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초기에는 티켓 가격 때문에 주로 부유층이 대상이 되겠지만, 그런 장면을 마주한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우주에는 도달하지만 지구 궤도를 돌지는 않고 다시 귀환하는 ‘준궤도 비행’에 대한 반응을 떠올려볼 수 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우주 기업 블루 오리진(Blue Origin)과 영국의 민간 우주 관광 기업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은 이런 준궤도 비행 상품을 제공하는데, 실제로는 3~4분 정도 몸이 뜬 상태로 지구를 내려다보는 경험에 가깝다. 고도 역시 궤도 비행을 하는 전문 우주비행사들이 지구를 선회할 때 도달하는 높이의 약 20~30% 수준이다.

준궤도 비행에 참가한 사람들은 놀라울 만큼 강렬한 경외감과 경이로움을 경험한다.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 많은 사람이 이런 풍경을 직접 마주할 수 있다면 지구에서 살아가는 태도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뒤따른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주 접근성을 열어주고, ‘행성에 거주한다’의 의미를 몸으로 체감하게 하려는 것이다. 지구는 우리 생명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갖춘 하나의 우주선과도 같으며, 그 사실을 자각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이런 우주정거장이 인류를 ‘여러 행성에서 지속적으로 생존·번영하는 종’으로 이끄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이런 목표에 동의하나. 동의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동의한다. 인간은 지구 밖에서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이미 그럴 능력을 갖췄고, 지금은 실제로 그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주를 더 탐사하고 더 멀리 나아가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물론 지구의 자원을 고갈시키고 다른 행성으로 옮겨가 똑같은 일을 반복하자는 뜻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고향’이라 부르는 지구가 짊어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여지는 있을 것이다. 지구 밖에서 살아갈 이유는 충분히 많다고 본다.
지구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위한 대책은 사실상 없다. 공룡이 우주에서 비롯된 재난으로 멸종한 것처럼, 우리 주변의 우주 환경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이 존재한다. 그런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인류의 역량을 확장해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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