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상을 바꾼다던 몇몇 기술들은 왜 실패했나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매년 세상을 바꿀 것으로 예상되는 혁신 기술을 선정해 ‘10대 미래 기술’ 목록을 발표한다. 그러나 선정된 기술들이 모두 예상대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10대 미래 기술 중 일부가 어째서 실제로 성공하지 못하는지, 이러한 실패 사례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세상을 바꿀 만한 혁신적인 기술을 선정해 매년 ‘10대 미래 기술’ 목록을 발표한다. 최근 2026년 10대 미래 기술 목록도 발표된 바 있다. 이 목록은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이는 지금까지 총 250개 기술을 혁신적인 ‘미래 기술’로 선정해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몇 년 전 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데이비드 로트먼(David Rotman) 선임 편집자는 지금까지 선정된 ‘10대 미래 기술’ 목록을 다시 살펴봤다. 그 결과 모든 기술이 여전히 의미를 지니고 있긴 했지만, 각각의 기술이 때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진화하고 발전해왔다는 점을 발견했다. 필자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의 건축도시계획대학원(School of Architecture and Planning)에서 제임스 스콧(James Scott) 교수와 함께 맡고 있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이와 비슷한 과제를 제시하곤 한다.
우리는 MIT 학생들에게 과거의 10대 미래 기술 목록 중 일부 ‘실패작’을 찾아보게 하고, 어떤 요인이나 결정으로 인해 해당 기술이 실패했는지 고민하게 한다. 그런 다음, 부정적인 결과를 성공으로 뒤집을 가능성을 상상해보도록 한다. 이 수업의 핵심은 비판적 관점과 창의성을 결합해 기술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미래를 바꿀 기술이 무엇일지 상상하는 일보다 덜 매력적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실패한 기술을 분석하는 작업 역시 그만큼 중요하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기술의 성공에서 ‘기술’적인 요소 외에도 문화적 맥락, 사회적 수용성, 시장 경쟁, 그리고 타이밍 같은 요인들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분석 결과, 미래 기술이 제시한 비전 자체는 매우 선견지명이 있었지만 당시의 기술이 그 비전을 구현하기에 최선의 수단이 아닌 경우도 있었다. 소셜 TV(2010년 목록에 포함)가 그 예다. 소셜 TV 개념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소셜 플랫폼과 스트리밍 서비스를 연결해 물리적으로 함께 있지 않더라도 라이브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친구들과 쉽게 채팅하거나 상호작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제안했다.
해당 아이디어는 휴대전화, 초고속 인터넷, 와이파이가 보편화된 현대 사회에서 ‘연결’이 지닌 거대한 잠재력을 정확히 반영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쇠퇴 국면에 접어든 매체인 라이브 TV에 기반을 두었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기간에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유사한 현상을 실제로 목격했을 것이다. 젊은 세대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동시에 시청하면서 소셜미디어 피드의 댓글을 확인하고 메신저 앱을 통해 친구들과 소통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영상을 함께 시청하는 방식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문화는 소셜 TV 개념을 제안했던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하나의 통합된 서비스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플랫폼과 기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분산된 형태로 등장했다. 각자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라이브 TV 편성과 무관하게 시청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그룹마다 더 자유롭고 유연한 방식으로 이러한 경험을 즐길 수 있었다.
과거의 ‘10대 미래 기술’ 목록 평가하기
지난해 필자가 가르치는 수업에서 학생들이 찾아낸 ‘10대 미래 기술’ 목록의 또 다른 실패 사례들과 각각의 사례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을 하나씩 살펴보겠다.
우선 ‘DNA 앱스토어(2016년 목록)’는 캘레이 스피어스(Kaleigh Spears) 학생이 선택했다. 이 개념은 당시 매우 매력적인 제안처럼 보였다. 헬릭스(Helix)라는 스타트업이 단 80달러에 개인의 유전체(genome)를 분석해 주었고, 분석을 마치면 헬릭스의 앱스토어를 통해 해당 데이터를 제3자와 공유해 관련 의료 정보를 분석하거나 기념품 같은 상품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헬릭스는 해당 앱스토어를 폐쇄했으며 소비자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지도 않는다.
이 서비스가 대중화되지 못한 주된 이유로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와 제3자 앱의 정확성에 대한 의문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건강 앱에 대한 규제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러한 불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엘비스 치피로(Elvis Chipiro) 학생은 ‘범용 메모리(2005년 목록)’를 선택했다. 이 기술의 목표는 하나의 메모리 기술로 다른 모든 메모리 기술을 대체하는 것이었다. 플래시 메모리, 램(RAM),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대신 ‘탄소 나노튜브(carbon nanotube)’라는 아주 작은 구조를 이용해 제곱센티미터당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 기술을 제안한 기업인 난테로(Nantero)는 상당한 투자금을 유치하고 라이선스 파트너도 확보했지만 약속한 일정에 맞춰 제품을 출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난테로는 개발한 메모리를 대량 생산하려는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나노튜브 배열 방식의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오류가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업계 전반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고 반도체 공정 시설에 잘 통합되어 있던 기존 메모리 기술을 대체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체리 탕(Cherry Tang) 학생이 선택한 ‘라이트필드 포토그래피(light-field photography, 2012년 목록)’는 사진을 찍고 나서 초점을 조정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이 기술은 초점이 맞지 않아 흐릿한 사진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 라이트로(Lytro)라는 스타트업은 빛의 색과 세기뿐 아니라 빛이 들어오는 각도까지 포착하는 특수 카메라를 개발했다. 이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라이트필드 카메라였지만, 회사는 결국 2018년에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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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라이트로는 소니나 노키아 같은 기존 강자들과의 경쟁에서 밀렸다. 라이트로에서 출시한 카메라의 디스플레이는 매우 작았고 이미지 해상도도 낮은 편이었다. 라이트로의 전용 소프트웨어로 초점을 다시 조정하는 과정 역시 상당한 수작업이 요구됐다. 게다가 편리한 내장 카메라를 갖춘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었다.
여러 해에 걸쳐 많은 학생들이 선택한 또 다른 사례는 ‘프로젝트 룬(Project Loon, 2015년 목록)’이다. 이는 구글 X에서 추진한 이른바 ‘문샷(moonshot)’, 즉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적인 도전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프로젝트 룬의 미션은 거대한 풍선을 이용해 이동통신 기지국 네트워크를 대체하고 주로 외딴 지역에 인터넷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구글은 여러 국가에서 현장 실험을 진행했고 허리케인 마리아로 푸에르토리코가 피해를 입었을 때는 긴급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젝트는 2021년에 종료됐다. 당시 구글 X의 아스트로 텔러(Astro Teller) CEO는 블로그 글을 통해 “상업적 실현까지 도달하기에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고 위험성도 클 것으로 보였다”고 밝혔다.
2025년 필자의 수업에 참여한 숀 리(Sean Lee) 학생은 프로젝트 룬이 실패한 이유가 미션 자체에 있다고 판단했다. 프로젝트 룬은 구매력이 제한적인 저소득 지역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또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현지 통신사와의 파트너십에 의존해야 했고, 국가별 영공을 통과하기 위한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상당한 상업적 장벽으로 인해 개발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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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룬은 혁신적인 미래 기술로서 성공하지 못했지만, 고고도 연결 기술을 통해 인터넷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목표 자체는 다른 기업들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저궤도 위성 군집을 활용한 스타링크(Starlink)다. 이 사례처럼 때때로 기업의 아이디어는 옳았지만 접근 방식이 잘못된 경우도 있고, 다른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더 큰 진전을 이루기도 한다.
수업에서는 과제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미래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기술도 하나 선택해야 한다. 그 결과들도 살펴보겠다.
린 그로소(Lynn Grosso) 학생은 ‘AI를 위한 합성 데이터(2022년 목록)’를 골랐다. 이 개념은 AI로 현실 세계의 패턴을 모방한 데이터를 생성해 다른 AI 모델의 학습에 활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기술 기업들이 학습에 사용할 실제 데이터가 부족해지면서 이러한 합성 데이터가 점점 인기를 얻고 있지만 그로소 학생은 해당 방식이 모델 붕괴(model collapse)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로 생성된 합성 데이터만으로 학습한 AI 모델은 결국 현실 데이터와의 연결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에덴 올레이울(Eden Olayiwole) 학생은 ‘틱톡의 추천 알고리즘(2021년 목록)’ 역시 장기적인 성공이 위협받고 있다고 판단했다. 추천 알고리즘 기술의 잠재적 해악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이러한 알고리즘이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는 깊이 있는 기획보다 즉각적으로 소비될 콘텐츠 생산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레이울 학생은 가능한 해결책도 함께 제시했다. 기사 초반에 언급했듯이 우리는 학생들에게 이미 실패했거나 곧 실패할 것 같은 기술을 선택하라는 과제를 내면서 부정적인 결과를 성공으로 뒤집을 가능성도 상상해보도록 한다. 이는 해당 기술들을 실현하거나 활용할 더 나은 방식을 고민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틱톡의 경우 올레이울 학생은 사용자의 과거 시청 기록에 기반해 끝없이 영상을 추천하는 대신, 사용자가 보고 싶은 영상 유형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틱톡은 이미 사용자가 특정 주제에 대한 관심을 표시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콘텐츠의 종류와 분위기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사용자는 가령 교육적인 영상이나 차분한 콘텐츠를 더 보고 싶다고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과제를 통해 얻은 교훈
기술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예측은 단지 미래에 대한 주장을 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예측하는 사람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에 대한 생각도 드러내며, 우리가 행동하고 혁신하며 투자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년간 학생들과 이 과제를 진행하면서 필자가 얻은 큰 교훈 중 하나는 성공한 미래 기술과 실제 실패작 사이에 항상 명확한 경계선이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기술은 그 자체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다른 혁신적인 미래 기술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2001년 목록의 ‘자연어 처리’). 또 어떤 기술은 기대만큼 잠재력을 실현하지는 못했지만 미래에는 여전히 막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2001년 목록의 ‘뇌-기계 인터페이스’). 또는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한데도 매력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투자 유치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2022년 목록의 말라리아 백신).
그동안 많은 실패 사례가 있기는 했지만, 대담하고 때로는 위험한 예측을 시도하는 ‘10대 미래 기술’ 선정 작업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10대 미래 기술 목록은 특정 시점에 기술 커뮤니티에서 주목하고 있는 기술이 무엇인지 보여주며, 각각의 선택에 반영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드러낸다. 몇 년 뒤 우리가 2026년의 10대 미래 기술 목록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면 오늘날의 어떤 가치가 결국 살아남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쓴 파비오 두아르테(Fabio Duarte)는 MIT 센서블 시티 랩(MIT Senseable City Lab)의 부소장이자 수석 연구과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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