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그리는 드론 전쟁의 미래

2차 세계대전이 유럽의 정치·사회를 뒤바꿔놓은 지 80년. 유럽 각국은 대량 드론과 자동화 무기 체계에 방위의 미래를 걸고 있다.

2025년 봄, ‘블랙 래츠(Black Rats)’라고 불리는 영국 육군 제4경보병여단 소속 병력 3,000명이 에스토니아 동부의 축축한 숲지대로 내려앉았다. 이들은 영국의 요크셔에서부터 항공·해상·철도·도로를 총동원해 급파됐다. 현지에 도착한 뒤, 블랙 래츠는 최전선에 배치된 다른 병력 1만 4,000명과 합류해 참호를 파고 진지를 구축한 후, 멀리서 들려올 적 기갑부대의 포격소리를 기다렸다.

이 전개는 러시아의 대규모 침공에 대비해 동맹이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NATO의 ‘헤지호그(Hedgehog)’ 훈련의 일부였다. 당연히 69톤짜리 주력전차는 물론 아파치 공격헬기, 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트럭 탑재 로켓 발사대까지 NATO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전력이 총동원됐다.

하지만 영국 육군 전술가들에 따르면 이 작전에서 제4여단이 가장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었다. 엄밀히 말해 이는 물리적인 무기가 아니라 하나의 ‘체계’였다.

블랙 래츠는 ‘ASGARD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된 ‘디지털 타기팅 웹(digital targeting web)’의 지원을 받았다. 이는 보이지 않는 자동화된 지능형 네트워크다.

이 시스템은 4개월 만에 ‘급조되다시피’ 만들어졌다. 일반적으로 무기 개발이 ‘수년’ 이상 걸리는 작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속도다. 시스템의 목적은 간단하다. 표적을 찾는 장치와 공격하는 모든 장치를 하나의 전자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이다. 군에서는 전자를 ‘센서(sensors)’, 후자를 ‘슈터(shooters)’라고 부른다. 센서에는 정찰 드론, 레이더, 감시 카메라 등이 포함되고, 슈터에는 대포, 전차, 미사일, 공격 드론 등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정찰 드론이 숲속에 숨어있는 전차를 발견했다고 가정해보자. 기존 작전에서는 해당 드론을 조종하는 병사가 정보를 중앙집중식 지휘 체계의 장교에게 보고하고, 작전의 ‘두뇌’ 역할을 하는 지휘관들이 모여, 그 표적을 실제로 타격할지 여부를 결정했다.

하지만 타기팅 웹은 마치 문어처럼 동작한다. 다시 말해 신경세포가 몸의 말단까지 뻗어 있는 문어처럼 각 촉수가 자율적으로 움직이면서도 하나의 목표를 향해 협력하도록 만든다.

헤지호그 훈련 동안 에스토니아 상공의 드론들은 넓게 선회 비행을 하며 지상을 스캔했다. 고도화된 객체 인식 시스템으로 지면을 스캔하고, 만약 드론이 그 숨은 전차를 포착하면, 그 이미지와 위치를 곧장 인근의 ‘슈터’(예를 들면 야포나 다른 전차, 혹은 발사 준비 상태인 무장 무인기)에게 직접 전송했다.

각 무기를 담당하는 병사들은 삼성 스마트폰으로 타기팅 웹에 접속했다. 표적이 탐지됐다는 경보가 뜨면 드론 운용팀은 화면의 드롭다운 메뉴에서 타격 옵션을 선택하기만 하면 됐다. 메뉴에는 ‘타격 성공 확률(probability of kill, 이하 pKill) 같은 요소를 바탕으로 가능한 타격 옵션들이 표시된다. 선택이 완료되면, 드론은 즉시 하늘로 날아올라 아무것도 모르는 표적을 향해 되돌이킬 수 없는 궤적을 그리며 돌진했다.

2차 세계대전이라는 총력전이 유럽 대륙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지 80년, 헤지호그와 같은 훈련은 유럽 방위 전략이 한층 냉혹해졌음을 보여준다. 독일군 사이버 혁신 허브(Cyber Innovation Hub)의 책임자인 스벤 바이체네거(Sven Weizenegger)는 “러시아가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전략가와 정책입안자들은 점점 더 자동화되는 전장 기술이 러시아의 침입을 막아줄 최고의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에스토니아 국방부 혁신부서 책임자 안젤리카 티크(Angelica Tikk)는 “AI 기반 정보·감시·정찰(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 이하 ISR)과 대량 배치되는 드론은 전장에서 승패를 가리는 결정적인 요소가 됐다”고 전했다. 티크는 에스토니아 같은 작은 나라에게 이런 기술은 “자신들의 체급을 넘어선 전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대량 배치(mass-deployed)’라는 표현이 매우 중요하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전쟁을 위해 연간 드론 생산량을 2024년 220만 대에서 2025년 450만 대로 늘렸다. EU 국방·우주 담당 집행위원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Andrius Kubilius)는 러시아와 더 대규모의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EU가 리투아니아(인구 약 290만, 한반도의 1/3 크기)를 방어하기 위해 연간 300만 대의 드론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ASGARD와 같은 프로젝트는 여기에 전쟁의 또 다른 핵심 변수인 속도를 더해 전투 효과를 키우려는 구상이다. 영국 당국은 이 타기팅 웹의 킬 체인이 1분 미만으로 단축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시스템이 “향후 10년간 육군을 10배 더 치명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한다. 이 시스템은 2027년에 완성될 예정이다. 독일군도 자체 타기팅 웹 시스템인 ‘우라노스 KI(Uranos KI)’를 빠르면 2026년에 배치할 계획이다.

이 계획의 배경에는 드론의 적절한 조합이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드론은 신생 기술기업들이 개발하고, 이례적인 속도로 전선에 투입되고 있다. 특히 알고리즘 네트워크에 의해 표적까지 유도되는 이 드론들은 전면전이 벌어졌을 때, 유럽에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더 나아가 러시아에 대항하는 유럽에 압도적인 전략적 우위를 제공해 아예 공격 시도를 엄두도 낼 수 없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방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마드리드 기반 벤처투자자인 에릭 슬레진저(Eric Slesinger)는 이를 “총과 강철로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억지력”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전략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위험한 도박일 수 있다. 대규모 드론 전쟁에서 ‘실제로’ 승리에 필요한 비용은 단순히 재정적 차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런 기술이 초래할 인명 피해는 전선 뒤편까지 깊숙이 파고 들어 평화의 프로젝트로 시작된 유럽연합이 살아가고, 싸우고, 죽어가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그리고 그조차도 승리가 보장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어쩌면 유럽은 이제 언제라도 전면전이 시작될 수 있는 국면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런 전쟁은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형태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만들고, 팔아라

ASGARD 프로젝트에는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듬뿍 받은 신생 기업부터 제너럴 다이내믹스와 같은 거대 방산 기업에 이르는 총 20개 기업이 참여했다. 각 참여 기업은 유럽의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헬싱(Helsing)만큼 유럽 방산업계의 시대정신을 정확히 포착한 기업은 없다. 헬싱은 이 프로젝트에 드론과 인공지능(AI)를 모두 제공했다.

헬싱은 이론물리학자, 전 맥킨지 파트너, 생물학자 출신 비디오게임 개발자가 모여 2021년 설립했으며, 스포티파이 CEO인 다니엘 에크(Daniel Ek)가 초기 1억 유로(당시 약 1억1,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헬싱은 빠르게 유럽의 신흥 방산 기술 생태계의 정점으로 치고 올라갔다.

뮌헨에 기반을 둔 이 회사는 유럽 주요 국가의 수도들에 거점을 구축했고, 정부·군 관계자들로 구성된 풍부한 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일련의 주목할 만한 정부 계약과 파트너십, 추가 자금 조달에 힘입어, 2024년 5월 120억 달러의 기업 가치로 급성장했다. 헬싱은 이제 유럽 방산 스타트업 중 압도적 1위이며, 만약 유럽의 신냉전이 갑자기 본격적인 전쟁으로 변한다면 가장 앞장서게 될 기업이기도 하다.

원래 이 회사는 군사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품군을 확장해 AI 지원 미사일 드론과 무인 자율 전투기 같은 물리적 무기도 만들고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유럽의 방산 분야의 수요 변화에 기인한다. 2025년 3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유럽 방위 투자 급증”을 촉구했다. 집행위는 향후 수년간 무기 확보에 거의 1조 달러를 투입하는 신규 계획을 발표하면서, 7대 우선 투자 분야 중 하나로 드론과 AI를 꼽았다. 독일만 해도 드론 무기 체계 구축에 약 120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먼저 자금을 조달하고, 그 자금으로 기술을 개발한 뒤, 완성된 기술을 시장에 내놓는 방식이다.”

앙투안 보르드(Antoine Bordes) | 헬싱 수석과학자

그러나 동시에 헬싱은 유럽의 군사 산업 구조 자체를 재편하려는 의도도 품고 있다. 유럽의 전통적인 무기 프로그램에서는 정부가 엄격한 계약 절차를 통해 기업에 “무엇을 만들지”를 지시한다. 헬싱은 그 과정을 거꾸로 뒤집었다. 일반적인 신생 방산 기업들이 그러하듯, 헬싱은 수석 과학자 앙투안 보르드(Antoine Bordes)가 말한 “전통적인 기술 스타트업의 방식”을 따른다.

과거 메타(Meta)에서 AI 연구를 이끌었던 보르드가 말하는 기술 스타트업의 방식이란 “먼저 자금을 조달하고, 그 자금으로 기술을 개발한 뒤, 완성된 기술을 시장에 내놓는 방식”을 말한다. 유럽 각국 정부는 이 모델을 꽤 반기는 분위기다. 유럽 각국 정부 관계자들은 기업이 아이디어를 가져왔을 때 군이 신속하게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민첩한(agile)’ 계약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헬싱이 제시한 유럽 방위 산업의 미래 청사진에는 육지·하늘·바다·우주 전 영역에서 작전을 수행할 무기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헬싱이 구상한 미래 전장의 최상층에는 로프트 오비털(Loft Orbital)과 공동 개발 중인 정찰 위성군이 있다. 이들은 “전 세계의 군사 자산을 탐지·식별·분류”할 예정이다.

그 아래에서는 소형 정찰 드론과 미사일의 기능을 결합한 ‘체공탄 드론(loitering munition drones)’인 HF-1과 HX-2이 있다. 이 드론은 장시간 공중에서 표적을 찾아 배회하다, 목표가 정해지면 급강하해 타격한다. 현재까지 헬싱은 우크라이나에서 약 1만 대의 기체를 주문받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다. 실제 배치된 정확한 대수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4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 드론이 분쟁 지역에서 수십 차례의 성공적인 임무를 수행했다고 전한 바 있다.

바다에서는 드론 미니잠수정 대대를 구상하고 있다. 이 무인 잠수정은 수심 3,000피트까지 잠수할 수 있으며, 90일간 자율 항해하면서 해상 침입을 감시할 수 있다.

헬싱의 최신 제품 ‘유로파(Europa)’는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는 4.5톤급 전투 드론이다. 2025년 공개된 홍보 사진 속 드론의 외형은 뒤집어 놓은 뼈칼(boning knife)을 닮았다. 수백 파운드의 무장을 탑재한 이 무인 전투기는 강력한 방공망이 촘촘히 펼쳐진 공역 깊숙이 돌진하도록 설계됐다. 마치 <탑건: 매버릭>에서 톰 크루즈가 로봇 동료들을 거느리고, 적 대공미사일 사정권 밖에서 안전하게 작전을 펼치는 것과 비슷하다. 헬싱은 유로파가 다른 여러 업체의 설계와 비슷한 형태를 갖고 있지만, ‘대량 생산(mass-producible)’이 가능하도록 공학적으로 설계됐다고 밝혔다.

독일 투센하우젠(Tussenhausen)에서, 바이에른주 총리 마르쿠스 죄더(Markus Söder)가 헬싱의 공중전 소프트웨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HELSING

이 모든 요소를 하나로 엮는 것이 헬싱이 알트라(Altra)라고 부르는 ‘정찰-타격(recce-strike)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알트라는 ASGARD 프로젝트에서 ‘집단 지능(collective brain)’의 일부로 사용됐다. 영국 합동군사령부(Joint Forces Command) 전 사령관 리처드 배런스(Richard Barrons) 장군은 “이 킬 웹(kill web)은 공격과 방어 모두에서 경쟁력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자율 타기팅 웹이 갖는 억지 효과를 강조하는 국방부 현대화 계획서(대규모 개편안)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배런스 장군은 러시아 지도부가 에스토니아 동부 나르바(Narva)로의 제한적 침투를 고민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그는 “NATO가 제대로만 준비해 놨다면, 러시아는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 ‘작은 침공’은 국경을 넘자마자 즉시 대규모 반격을 당해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기팅 웹이 구축되면 미사일·드론·포병 화력 등 여러 무기 체계가 국경과 전장 영역(육·해·공 등)을 초월해 서로 협력하며 움직이는 모든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게 된다.헬싱은 알트라 제품 페이지에서 이 시스템이 ‘포화 공격(saturation attacks)’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화 공격이란, 적의 방어망을 무력화하기 위해 다수의 무기를 동시 발사하는 군사 전술이다. 헬싱의 부사장 사이먼 브륀예스(Simon Brünjes)는 2024년 이스라엘 방산 컨벤션 연설에서 이 기술의 목표가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살상력(lethality that deters effectively)”이라고 설명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잠재적 침략자들에게 “유럽을 도발하면 완전히 이성을 잃고 가차 없이 대응하는 유럽을 만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미 해군도 대만 방어를 위해 비슷한 전략을 추진한다. 자율 드론 군집(swarm)을 동원해 중국 함정에 조직적인 일제 사격을 퍼붓는다는 구상이다. 미 해군 지휘부는 이런 드론 군집이 만들어낼 상황을 ‘헬스케이프(hellscape)’, 즉 ‘지옥도’라고 부른다.

인간의 개입 과정

포화 공격이 노리는 ‘완전한 효과’를 달성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기술이 아닌 인간 요소다. 헬싱과 유사한 제품군을 만들고, ASGARD프로젝트에도 참여한 안두릴(Anduril) 유럽 지사장 리처드 드레이크(Richard Drake)는 “드론 100만 대라는 것은 사람도 100만 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드레이크는 ASGARD 같은 시스템의 킬 체인, 즉 표적 발견에서 타격까지의 과정이 “모두 자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최종 결정을 내리는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바로 정부 규정이 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에스토니아 국방부의 티크(Tikk)도 “치명적 무력 사용과 관련된 결정에는 인간의 통제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운용 중인 헬싱의 드론은 객체 인식 기술로 표적을 탐지한 뒤, 운용자가 이를 검토하고 승인해야 타격이 이뤄진다. 항공기는 표적에서 약 800m 떨어진 ‘종단 유도(terminal guidance)’ 단계에 진입한 후에만 인간 통제 없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일부 현지 생산 드론도 유사한 ‘라스트 마일(last mile) 자율성’을 적용하고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연구에 따르면, 이 무인 자율 공격 모드의 명중률은 약 75% 수준이다(헬싱의 대변인은 종단 유도 단계에서 표적 인식에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각 보조 수단’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헬싱은 원래 소프트웨어만 판매했다. 그러나 2024년 공격용 드론 HF-1을 공개했고, 이어 HX-2(사진)를 선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이 드론들이 ‘킬러 로봇’이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완전한 자율 살상 무기를 막는 장벽이 기술적 한계라기보다는 정책적 선택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헬싱의 브륀예스 부사장은 자사의 공격용 드론이 ‘기술적으로는’ 인간 통제 없이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회사는 완전 자율 작전을 지지하지 않는다. 보르드(Bordes)는 분쟁 도중 정부가 정책을 변경할 경우 현장에 배치된 드론을 완전 자율 모드로 전환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했다.

어느 쪽이든, 헬싱은 향후 수년 내에 인간의 개입을 더욱 줄일 수 있다. 보르드가 이끄는 파리의 헬싱 AI 팀은 한 명의 인간이 비행 중인 여러 대의 HX-2 드론을 동시에 감독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드레이크에 따르면 안두릴도 비슷한 ‘1대다(one-to-many)’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한 명의 운용자가 한 번에 10대 이상의 드론으로 구성된 편대를 지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군집 작전에는 형식적으로 인간이 개입하지만, 드론들이 넓은 지역에서 협동 작전을 펼칠 경우 개별 드론의 행동을 일일이 통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헬싱의 대변인은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기계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기술은 만들지 않으며, 앞으로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말이다.

헬싱의 HX-2 군집 연구는 전체 포트폴리오 내의 다른 프로젝트들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정부 계약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 계약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보르드는 “자율성을 높이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제대로 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런 생각이 그저 아무런 이유 없이 생겨난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자율성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드론과 운용자 사이 연결을 끊어버리는 재밍(전파방해) 기술의 발전 때문이다. 러시아는 공격 드론에 더 정교한 자율 표적 인식 기능을 탑재하는 한편, 드론과 드론 사이의 통신을 가능케 하는 모뎀을 달아 일종의 ‘원시적인 군집’ 형태로 진화시키고 있다. 또 10월에는 쓰나미를 일으킬 만큼 강력한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고 알려진 자율형 어뢰 시험도 실시했다.

각국 정부들은 유럽이 이러한 도전에 대한 유일한 대응책으로 “우리도 더 자동화해서 더 치명적으로 만들자”뿐이라면, 그 결과는 승자 없는 경쟁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유엔 특별보고관 모리스 티드볼-빈츠(Morris Tidball-Binz)는 “현재 국제사회는 어쩌면 되돌아가기 어렵거나, 혹은 불가능한 선을 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관계자들은 다른 대안을 상상하기 어려워하고 있다. 독일 사이버 혁신 허브의 바이체네거(Weizenegger)는 “인력이 부족하면, 수많은 드론을 통제할 수가 없다. 따라서 군집 기술, 즉 자율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개입을 배제한다는 발상이 “매우 냉혹하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는 승패의 문제다. 오직 이 두 가지 선택지뿐이다. 세 번째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제사회는 어쩌면 되돌아가기 어렵거나, 혹은 불가능한 선을 넘고 있다.”

모리스 티드볼-빈츠(Morris Tidball-Binz) | 유엔 특별보고관

속도에 대한 요구

헬싱은 투자자와 정부를 설득할 때, 종종 절박한 긴박감을 강조한다. 2025년 9월 베를린의 한 기술 서밋에서 헬싱의 한 임원은 “우리가 언제 공격받을지 모른다. 발트해 지역에서 오늘 밤 바로 전투가 벌어지면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가? 답은 ‘아니오’”라고 말했다.

헬싱은 이 문제를 해결할 독보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한다. 회사는 2024년 9월, 전투기를 조종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듬해 5월에는 발트해 상공에서 진행된 시험 비행에서 스웨덴의 그리펜 E(Gripen E) 전투기를 조종하는 비행을 수행했다. 헬싱은 이런 빠른 개발 속도를 ‘헬싱 스피드(Helsing speed)’라고 부른다. 유로파 전투 드론은 2029년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 각국의 정부도 비슷한 ‘속도’ 집착을 보이고 있다. 바이체네거(Weizenegger)는 “우리는 패스트트랙으로 가야 한다. 2029년에 시험을 시작하면, 아마도 너무 늦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2월 덴마크가 국방비를 500억 크로네(약 70억 달러) 증액한다고 발표하며, 메테 프레데릭센(Mette Frederiksen)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최고의 장비를 구할 수 없다면, 차선책을 구입해야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속도’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달 헬싱은 유럽 전역에 ‘레질리언스 팩토리(resilience factories)’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장들은 분산돼 있고 위치는 비밀이며, 전시(戰時) 속도로 드론을 양산하는 것이 목표다. 이 네트워크는 향후 몇 달 내에 첫 실질적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독일 정부가 리투아니아 주둔 기갑여단을 무장하기 위해 헬싱 HX-2 드론 1만2,000대(3억 유로 규모)의 최종 발주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헬싱은 독일 남부 어딘가에 위치한 첫 공장이 월 1,000대의 드론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의 표준 주 40시간 근무를 가정할 경우 시간당 약 6대의 드론을 생산하는 셈이다. 이 속도라면 독일의 주문을 1년 내에 완료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지난 여름 기준 이 시설은 인력 부족 때문에 가동률이 절반에도 못 미쳤다(회사 대변인은 현재 생산능력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현재까지 생산된 드론 수에 대한 정보 제공도 거부했다).

유럽이 ‘완전히 무장’하려면 훨씬 더 많은 공장이 필요하다. 헬싱이 레질리언스 팩토리 프로젝트를 공개했을 때, 공동창업자 토르스텐 라일(Torsten Reil)은 링크드인에 “10만 대의 HX-2 타격 드론이 유럽에 대한 지상 침공을 영원히 억지할 수 있다”고 썼었다. 하지만 헬싱은 현재 독일이 러시아 침공의 첫 두 달을 버티기 위해서는 20만 대의 HX-2 비축량을 유지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또한 유럽이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대량의 드론이 승리의 열쇠라는 주장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투 사상자의 70~80%가 드론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신미국안보센터(CNAS) 국방 프로그램 디렉터 스테이시 페티존(Stacie Pettyjohn)은 “드론이 전장의 결과를 좌우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드론은 전쟁을 교착 상태로 끌고 갔고, 미·영·프 공군 장교들로 구성된 한 팀은 이를 1차 세계대전 당시의 대표적 소모전이었던 솜 전투에 빗대 ‘하늘의 솜(Somme in the sky)’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런 드론 중심의 소모전은 드론의 통신과 자율성 기술 분야에서 놀라운 발전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돌파구가 나올 때마다 대응책도 즉각 나타났다. 재밍이 심한 지역에서는 광섬유 케이블로 드론을 조종한다. 이에 맞서 적군은 지상까지 늘어진 케이블을 엉키게 만드는 회전 철조망 덫을 설치했고, 재밍 불가능한 이 드론들을 요격하는 드론도 만들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전 고문인 카테리나 본다르(Kateryna Bondar)는 “지금 드론을 수백만 대 만들면, 아마 1년이나 반 년 안에 구식이 될 것이다. 그러니 만들어서 비축해 놓고 공격을 기다리는 것은 비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업계 주장과 달리, AI가 대량의 드론을 조종할 준비가 안 됐을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드론 기업 분타르 에어로스페이스(Buntar Aerospace)의 창업자 보흐단 사스(Bohdan Sas)는 서방 기업들이 “테스트에서 매우 높은 정밀도로 표적을 확인하고 공격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고 말했다. 테스트 환경이 “탁 트인 들판 한가운데 표적 하나”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사스는 “현실에서 전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실제 전장에서는 모든 것이 철저히 은폐돼 있다”고 말했다(헬싱 대변인은 “우리 표적인식 기술은 전장에서 이미 수백 번의 작전을 거치면서 검증됐다”고 주장한다).

옥스퍼드대 연구원 재커리 캘런본(Zachary Kallenborn)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자국의 대표적 체공탄 드론인 랜싯(Lancet)의 자율 기능을 비활성화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 상황에서는 AI가 실패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그렇다면 드론 10만 대의 자율 기능을 비활성화해야 하는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죽음의 화살

2025년 9월, 이 기사를 취재하던 중 필자는 스페인 카탈루냐 서부를 찾았다. 테라 알타(Terra Alta)의 석회암 구릉 지대, 바위 벼랑 위에 자리한 코르베라(Corbera)라는 마을이었다. 1938년 늦여름, 이곳은 스페인 내전 최대 격전지 중 하나였다.

이곳은 과거의 공포를 상기시키는 동시에 미래를 경고하는 장소다. 코르베라는 독일과 이탈리아군에게 반복적인 공중 폭격을 받았다. 당시 그 항공전력은 지금 우리에게 드론이 그러하듯 혁신적 신기술이었다. 스페인 내전을 지휘한 군사 전략가들은 이 공습을 통해 공중 폭격의 파괴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실험한 것으로 악명 높다.

지난 4년 동안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살아있는 실험장’ 역할을 해왔다. 본다르에 따르면 일부 우크라이나 부대는 서방 기업에 실전 드론 운용 기회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비용을 받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시험장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방대한 실전 데이터를 얻게 됐다.

“우리는 전쟁이라는 인간 조건의 한 측면이 여전히 잔혹하고 바람직하지 않으며 야만적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상기시켜야 한다.”

리처드 배런스(Richard Barrons) 장군 | 영국 합동군사령부(Joint Forces Command) 전 사령관

하지만 그 데이터가 보여주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기술이 남긴 참상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드론은 이제 다른 어떤 무기보다 더 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내고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최근 러시아가 드니프로강(Dnipro) 185마일 구간에서 “민간인들 사이에 공포를 퍼뜨리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드론을 사용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는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

한 지역 주민은 조사관들에게 “우리는 매일 공습을 당한다. 드론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날아다닌다”고 증언했다. 위원회는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드론 공격 의혹도 조사하려 했으나 러시아로부터 충분한 접근 권한을 부여받지 못했다.

유럽에서 드론 전쟁이 벌어진다면, 비슷한 비극이 훨씬 더 거대한 규모로 일어날 수 있다. 유럽 동부 국경 지역에는 수천만 명이 드론의 공격 사정거리 내에 살고 있다. 그리고 현재 윤리적 판단 기준은 바뀔 수 있다. 지난여름 한 미디어 행사에서 헬싱의 브륀예스 부사장은 “우크라이나에서는 치명적인 공격 시 인간이 결정을 내리길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전면전에서 동일한 판단을 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나르바 침공 시나리오에서 배런스는 러시아가 한 가지 더 알아야 할 것이 있다고 말했다. 초반 공격이 격퇴되면, NATO가 타기팅 웹을 동원해 장거리 미사일과 제트 드론으로 러시아 영토 깊숙이 즉각 보복 타격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발언은 허세일 수 있다. 억지력(deterrence)의 핵심은 실제 전쟁이 아니라 ‘위협’만으로 공격을 막는 데 있다. 그러나 실제 교전이 벌어졌을 때, 이런 방식은 긴장 완화의 여지를 거의 남기지 않는다. 최근 핵무기 사용 기준을 낮춘 러시아가 과연 물러날까? 영국의 분쟁지역 민간인 보호 NGO ‘아티클 36(Article 36)’의 리처드 모이즈(Richard Moyes) 소장은 “이런 시스템을 중심으로 하는 대응 전략은, 위기가 고조될 때 긴장을 낮추거나 빠져나갈 출구를 충분히 상정하지 않는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안두릴의 자율 감시 스테이션. 이런 ‘초소’는 드론과 같은 ‘관심 대상’을 탐지·식별·추적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사진: ANDURIL

오늘날까지도 코르베라 구시가지는 폐허로 남아 있다. 무너진 집들의 잔해 사이로 힘겹게 자라난 무화과나무와 쪼개진 들보 위를 재빠르게 오가는 도마뱀 한두 마리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황무지를 걸으며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그곳이 다른 전쟁터와 놀랍도록 닮았다는 점이다. 티그라이(Tigray)일 수도 있고, 하르툼(Khartoum)일 수도 있다. 혹은 가자(Gaza) 지구일 수도 있다. AI 타기팅 도구가 이스라엘의 대규모 폭격을 가속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살아 있는 지옥도(living hellscape)’ 같은 곳 말이다. 어떤 특정 기술이 이 비참함을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배런스는 “전쟁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전쟁이 여전히 잔혹하고, 바람직하지 않으며, 야만적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헬싱이나 안두릴 같은 기업의 세계에서는 ‘진짜로 싸우고 있다’는 감각이 부족해 보인다. 사고방식 자체가 다르다”고 덧붙였다.

헬싱 대변인은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이렇게 밝혔다. “회사는 민주주의 국가들이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을 갖추도록 유럽의 필수 기술을 제공하고, 이 기술이 엄격한 윤리 기준에 따라 개발되도록 하기 위해 설립됐다”며 “윤리적으로 구축된 자율 시스템은 과거 어떤 무기보다 비전투원 사상자를 효과적으로 줄인다”고 주장했다.

설령 이 주장이 사실이라도 강대국 간 전면전에서 그럴까? 캘런본은 “‘자율 전투의 미래는 100% 이렇다’고 단정하는 사람을 경계하라”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확실한 것은 있다. 아무리 스마트한 무기도 본질적으로 같은 이야기를 담는다. ‘살상력’은 글자 그대로의 의미다. 차이는 오직 그 비극적 결말에 얼마나 빨리, 얼마나 큰 규모로 도달하느냐 뿐이다.

아서 홀랜드 미셀(Arthur Holland Michel)은 신기술 분야를 취재하는 저널리스트이자 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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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년 01월 08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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