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가 된 AI 코딩, 당신은 정말 신뢰할 수 있습니까
AI 코딩 도구가 급속히 퍼지는 가운데 생산성 향상 효과와 품질 저하 우려가 뒤섞이며 기대와 현실의 간극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AI 코딩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이 기술이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말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로 인해 장기적인 유지보수가 어려운 부실한 코드가 양산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지금으로서는 어느 쪽이 사실에 더 가까운지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형언어모델(LLM)에 막대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코딩은 자연스레 AI의 핵심 활용 분야로 부상했다.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마이크로소프트 대표와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대표는 “이미 자사 코드의 약 4분의 1이 AI에 의해 작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2025년 3월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앤트로픽 대표 역시 “머지않아 전체 코드의 90%가 AI가 작성한 코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드는 언어의 일종으로 방대한 양이 필요하고 작성 비용도 크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실행하기만 하면 작동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어 AI 적용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기대감이 높아지자 여러 기업은 개발자들에게 AI 중심의 개발 방식을 적극 도입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30명이 넘는 개발자와 기술 경영진, 애널리스트, 연구자를 인터뷰한 결과는 훨씬 복잡했다.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린다는 주장 뒤에는 다양한 현실적 제약과 논쟁이 뒤섞여 있었다.
현장에서 AI 코딩 도구를 직접 사용하는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초기 열기가 점차 수그러들고 있다. 기대와 달리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는 일이 잦아지고, 최근 연구에서 드러난 생산성 향상 효과가 과대평가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 기술이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라는 회의가 커지고 있다.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은 기술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모델이 쉴 새 없이 등장하며 도구의 성능과 특성 자체가 계속 바뀌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도구의 효과는 적용되는 업무와 그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의 구조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결국 개발자들은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간극을 스스로 조율하며 일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AI 코딩 시대는 어떤 시기일까.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일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
요즘 개발 현장에서 AI 코딩 도구 없이 일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앤트로픽과 오픈AI, 구글 같은 모델 개발사는 물론, 커서(Cursor)와 윈드서프(Windsurf)처럼 이를 토대로 편리한 코딩 환경을 제공하는 기업까지 앞다퉈 각종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개발자 지식 플랫폼 스택 오버플로(Stack Overflow)가 발표한 2025년 개발자 설문에서도 전체 개발자의 65%가 주 1회 이상 AI 코딩 도구를 사용한다고 답해 빠른 확산세를 보여주었다.
AI 코딩 도구는 2016년 무렵 처음 등장했지만 LLM의 등장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초기에는 다음에 입력할 내용을 예측해 제안하는 자동완성 기능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전체 코드베이스를 분석하고, 여러 파일을 한꺼번에 수정하며, 버그를 고치고, 기능을 설명하는 문서까지 생성한다. 이런 작업은 모두 채팅 인터페이스를 통해 자연어로 지시하면 된다.
최근에는 한 단계 더 진화한 ‘에이전트’ 기술도 등장했다. 사용자가 큰 틀의 목표만 제시하면 LLM이 스스로 작업 순서를 세우고 필요한 외부 도구를 호출해 코드를 작성하며 하나의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이는 최신 추론 모델이 복잡한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하고 외부 도구와 연동해 작업할 만큼 능력이 높아지면서 가능해진 변화이다. 보리스 체르니(Boris Cherny) 앤트로픽 클로드 코드(Claude Code) 총괄은 “이 기술 덕분에 모델이 더 이상 코딩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코드를 작성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에이전트 기술은 모델 성능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평가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벤치마크’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오픈AI가 2024년 8월 오픈소스 저장소의 실제 버그 해결 능력을 측정하는 벤치마크(SWE-bench Verified)를 도입했을 당시, 최고 성능 모델의 해결 비율은 33%에 그쳤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주요 모델들은 70%를 안정적으로 넘기고 있다.
2025년 2월에는 안드레 카르파티(Andrej Karpathy) 오픈AI 공동 창립자이자 전 테슬라 AI 총괄이 소프트웨어를 자연어로 작성하면 AI가 코드를 작성하고, 다듬고, 디버깅까지 맡아 처리한다는 의미로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이 방식으로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개발자들의 경험담이 잇달아 올라오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일부 개발자와 기업의 주장과 달리 실제 수치는 더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AI 코딩 모델 ‘코파일럿(Copilot)’을 개발한 깃허브(GitHub),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AI 코딩 도구를 판매하는 기업에서 실시한 초기 연구에서는 개발자가 20%에서 55%까지 작업 속도를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Bain & Company)는 2024년 9월 보고서에서 “실제 업무 현장에서의 절감 효과는 특별히 두드러진 수준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개발자 분석 기업 깃클리어(GitClear)의 데이터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2022년 이후 대부분의 엔지니어가 약 10% 더 오래 유지되는 코드, 즉 몇 주 안에 삭제되거나 다시 작성되지 않는 ‘지속성 있는 코드’를 더 많이 생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깃클리어는 이러한 변화를 AI의 영향으로 보았지만, 이런 증가에도 불구하고 여러 코드 품질 지표는 오히려 눈에 띄게 악화됐다.
스택 오버플로 조사에서도 AI 코딩 도구에 대한 신뢰와 호감도가 처음으로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비영리 연구기관 메트르(METR, Model Evaluation & Threat Research)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숙련 개발자들은 AI 덕분에 업무 속도가 약 20% 빨라졌다고 믿었지만, 실제 측정 결과는 오히려 19% 더 느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무너지는 환상
소프트웨어 컨설팅 기업 서브스탠셜(Substantial)의 마이크 저지(Mike Judge) 수석 엔지니어는 “METR 연구 결과가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AI 코딩 도구가 처음 나왔을 때는 적극적으로 사용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적 한계에 자주 부딪히고, 기대만큼 생산성이 오르지 않아 점점 실망감이 커졌다”며 “도움이 되는 것 같으면서도 정작 어떻게 해야 더 잘 활용할 수 있을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주변에 늘 불평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모델이 정말 바보 같다고 느끼면서도 어떤 ‘마법의 주문’만 찾으면 똑똑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저지는 AI 덕분에 작업 속도가 약 25% 빨라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METR 연구에서 다른 개발자들도 비슷하게 예측하는 걸 보고 직접 실험해 보기로 했다. 그는 6주 동안 각 작업에 걸릴 시간을 예측하고, 동전을 던져 AI 사용 여부를 결정한 뒤 실제 소요 시간을 측정했다. 결과는 예상과 정반대였다. AI를 쓸 때 오히려 중앙값 기준 21% 더 느려진 것이다. METR 연구와 거의 일치하는 수치였다.
이후 저지는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만약 AI 도구가 정말 개발자의 속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면 새로운 앱 출시나 웹사이트 가입자 증가, 비디오게임 출시, 코드 저장소 깃허브의 프로젝트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야 한다고 봤다. 그는 공개된 모든 데이터를 수 시간에 걸쳐 분석하며 수백 달러를 들였지만, 돌아온 것은 변화가 거의 없는 ‘평평한 그래프’뿐이었다.
저지는 “다들 생산성이 대단히 향상됐다고 하는데 그래프가 왜 우상향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대체 어디에 ‘하키스틱 곡선’이 있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하키스틱 곡선’이란 처음에는 거의 평평하다가 어느 시점부터 급격히 치솟는 성장 곡선을 뜻하는 비유적 표현이다. 그의 결론은 분명했다. AI 도구가 대부분의 개발자에게 제공하는 생산성 향상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와 만난 여러 개발자들 역시 AI 도구가 강점을 발휘하는 지점에서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 반복적으로 작성하는 표준 코드(boilerplate code), 테스트 코드 생성, 버그 수정, 낯선 코드를 신규 개발자에게 설명하는 일에는 AI가 상당히 유용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AI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초안을 먼저 제시해 주면 발상을 전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또한 기술적 배경이 없는 직원들이 소프트웨어 기능의 초기 설계안을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 개발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런 작업은 반복적이고 지루한 경우가 많아 개발자들이 AI에 맡기기 선호하는 영역이다. 그러나 이는 숙련 엔지니어 업무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개발자가 진짜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더 복잡한 작업에 들어가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많은 개발자는 “이 지점에서 AI 도구가 여전히 높은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LLM의 ‘컨텍스트 윈도우(context window)’가 지닌 한계다. 이는 모델이 한 번에 기억해 둘 수 있는 정보량을 뜻하는데, 이 용량이 작다 보니 방대한 코드베이스를 온전히 해석하기 어렵고, 작업이 길어지면 앞서 한 일을 쉽게 잊어버린다. 저지는 “AI 모델은 가까운 것만 보는 근시안적 성향을 보인다”며 “열두 가지를 지시하면 열한 개까지는 해놓고 마지막 하나는 그냥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LLM의 근시안적 특성은 개발자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코드 조각은 그 자체로는 잘 작동할 수 있지만 실제 소프트웨어는 수백 개의 모듈이 서로 연결돼 구성된다. 각 요소가 전체 구조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고려하지 않고 AI가 따로따로 코드를 만들어내면 전체 코드베이스는 금세 복잡해지고 일관성이 깨져 인간 개발자가 파악하거나 유지보수하기가 어려워진다.
개발자들은 그동안 프로젝트나 팀별로 자리 잡은 ‘코딩 관례’를 통해 이런 문제를 최소화해 왔다. 빌 하딩 깃클리어 대표는 “AI는 저장소의 내부 관례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결국 기존과는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모델이 단순한 오류를 내는 일도 흔하다. 다른 LLM과 마찬가지로 코딩 모델 역시 ‘환각’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제임스 리우(James Liu) 미디어오션(Mediaocean)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디렉터는 “AI가 만든 코드는 외관상 완성도가 높아 오류를 발견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렇게 여러 문제가 겹치다 보니 AI 코딩 도구를 쓰는 경험은 때때로 ‘한쪽 팔만 있는 슬롯머신’을 돌리는 것처럼 예측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기술 부채의 누적
제프리 파커(Geoffrey G. Parker) 다트머스대학교 공학 혁신 교수는 “개발자는 개발 속도와 향후 관리 용이성 사이에서 늘 선택을 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이른바 ‘기술 부채(technical debt)’가 생긴다”며 “개발 시간을 아끼기 위해 선택한 모든 지름길은 코드베이스를 더 복잡하게 만들어 결국 더 큰 부담으로 되돌아온다”고 설명했다. 기술 부채가 쌓일수록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소프트웨어를 유지하는 작업은 점점 더 느리고 어려워진다.
하딩 대표는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 기술 부채의 누적은 피하기 어렵지만 AI 도구는 시간에 쫓기는 개발자가 더 쉽게 지름길을 택하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깃클리어가 진행한 분석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음이 드러났다. 2022년 이후 복사해 붙여 넣은 코드는 크게 늘어났지만 코드베이스를 정리할 때 나타나는 ‘코드 이동량’은 뚜렷하게 감소했다. AI가 외부 코드 조각을 자주 재사용하도록 권하는 반면, 개발자가 전체 구조를 다듬는 일은 오히려 줄고 있다는 의미이다.
코드 품질 점검 도구를 개발업체 소나(Sonar)의 타리크 쇼캣(Tariq Shaukat) 대표는 “모델이 고도화되면서 AI가 생성하는 코드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며 “눈에 잘 띄는 버그나 보안 취약점은 줄어드는 대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결함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결함은 시간이 흐를수록 유지보수 난도를 높이고 결국 기술 부채를 더욱 키우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소나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보이지 않는 결함’이 최신 AI 모델이 생성한 코드에서 발견된 문제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쇼캣 대표는 “표면적으로 확인하기 쉬운 단순 오류는 줄고 있어 이제 남은 것은 훨씬 복잡해 시간이 지나야 드러나는 문제들”이라며 “모든 것이 안전해 보인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는 점이 더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제시카 지(Jessica Ji) 조지타운대학교 연구원은 “AI 도구가 코드 유지 관리를 점점 더 어렵게 만든다면 이는 보안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업데이트와 수정이 어려워질수록 코드베이스 전체 또는 특정 코드 조각이 점점 취약해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보안 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최근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실제처럼 만들어내는 새로운 유형의 환각을 확인했다. 공격자는 동일한 이름의 패키지를 만들어 취약점을 심어둘 수 있으며, 모델이나 개발자가 이를 실제 패키지로 착각해 코드에 포함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되돌릴 수 없는 흐름
AI 코딩 도구를 둘러싼 각종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제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카일 데이글(Kyle Daigle) 깃허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코드를 한 줄씩 손으로 입력하던 시대는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며 “AI 도구가 개발 과정 전반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택 오버플로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음에도 지난 3년 동안 AI 코딩 도구 사용은 꾸준히 증가했다. 에린 예피스(Erin Yepis) 스택 오버플로 수석 애널리스트는 “개발자들이 위험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도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며 “AI 도구를 자주 사용하는 개발자일수록 기술에 더 긍정적이지만, 정작 절반이 넘는 개발자가 최신 코딩 에이전트를 쓰지 않고 있어 많은 이들이 잠재력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인 개발자가 도구에 익숙해지는 것과 조직 전체가 일관된 성과를 내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라이언 J. 살바(Ryan J. Salva) 구글 제품 관리 총괄은 “AI 도구는 조직이 가진 개발 문화의 장점과 약점을 그대로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명확한 개발 절차와 통일된 코딩 패턴, 분명한 기준이 갖춰져 있다면 AI 도구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개발 프로세스가 정돈돼 있지 않으면 오히려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조직에 축적된 노하우를 모델이 참고할 수 있도록 체계화하는 일도 필수적이다. 살바는 “충분한 맥락을 마련하고 팀원 머릿속에만 있던 암묵적 지식을 밖으로 꺼내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는 AI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가운데 하나이다. 2024년 8월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rmstrong) 대표가 “AI 도구 사용을 거부한 직원을 해고했다”고 밝히며 크게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롭 위토프(Rob Witoff) 코인베이스 플랫폼 총괄은 MIT 테크놀로지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영역에서는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지만 전반적으로는 부문별 편차가 크다”고 말했다.
위토프는 “코드 구조 정리나 테스트 작성처럼 단순한 작업에서는 AI 기반 워크플로가 최대 90%까지 속도를 높였지만, 그 밖의 업무에서는 개선 폭이 제한적이었다”며 “기존 프로세스를 대폭 수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혼란이 속도 향상 효과를 상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가파른 진화 속도
에이전트를 활용한 코딩 방식은 기존 개발 관행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변화를 요구한다. 당연히 기업들은 초기 도입 단계에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 기술 자체가 등장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체르니는 “모델이 몇 달 간격으로 개선될 때마다 코딩 능력이 한 단계씩 도약해 다시 적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앤트로픽은 2025년 6월 클로드(Claude)에 자체 계획 기능을 도입했고 다른 기업들도 잇달아 이를 따랐다. 이어 10월에는 사용자가 제공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거나 해결 경로가 다양할 경우 모델이 먼저 질문을 던지도록 기능을 확장했다. 체르니는 “이 기능은 모델이 임의로 최적의 방법을 가정하고 작업을 진행하는 문제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앤트로픽이 강조하는 가장 큰 개선점은 맥락 관리 능력의 향상이다. 체르니는 “모델의 작업 기억이 한계에 다다르면 스스로 핵심 내용을 요약해 새로운 컨텍스트 창을 열고 작업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사실상 ‘무한한 컨텍스트’를 확보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클로드는 모든 작업을 혼자 떠안지 않고, 필요할 때 더 작은 단위의 작업을 처리하는 하위 에이전트를 호출해 분담할 수도 있다. 앤트로픽은 최신 모델 ‘클로드 4.5 소네트(Claude 4.5 Sonnet)’가 30시간 넘게 자율적으로 코드를 작성해도 성능 저하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 패러다임이 등장하면서 코딩 에이전트의 한계를 우회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맥스 테그마크(Max Tegmark)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교수는 자연어 설명만으로 오류 없는 코드를 생성하는 ‘베리코딩(veri-coding)’ 개념을 소개했다. 이는 개발자가 소프트웨어를 수학적 모델로 구성해 기능의 정확성을 증명하는 ‘형식 검증(formal verification)’ 방식에 기반한 접근법이다.
테그마크 교수는 “최근 LLM의 수학적 추론 능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버그 없는 코드를 만들 뿐 아니라 그 코드가 정확함을 증명하는 수학적 증명까지 스스로 생성하는 모델도 가능해지고 있다”며 “정의(specification)만 입력하면 AI가 수학적으로 입증된 코드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개발자가 코드를 직접 들여다볼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코드를 빠르게 생성하는 기술은 유지보수 문제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인튜이트(Intuit)의 알렉스 워든(Alex Worden) 수석 엔지니어는 “유지보수가 어려워지는 가장 큰 이유는 여러 프로젝트에서 코드 조각을 재사용하면서 복잡한 의존 관계가 얽히고, 한 부분을 고치면 연쇄적으로 다른 부분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코드를 재사용했지만 이제는 AI가 수백 줄의 코드를 몇 초 만에 생성해 준다”며 “굳이 재사용할 필요가 사라진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워든은 아예 다른 접근법도 제시했다. 그는 각 구성 요소를 기존 설계 패턴이나 관례와 무관하게 AI가 독립적으로 생성하고, 필요한 부분만 API로 연결하는 이른바 ‘일회용 코드(disposable code)’ 개념을 지지한다. API는 구성 요소끼리 필요한 정보나 기능을 주고받도록 하는 규칙의 집합이다. 그는 “이 방식에서는 각 구성 요소가 코드베이스의 다른 부분에 얽매이지 않아 언제든지 부담 없이 떼어내고 교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워든은 이어 “업계에서는 여전히 사람이 AI가 만든 코드를 유지보수해야 한다는 점을 걱정하지만 앞으로 개발자가 이 코드를 얼마나 들여다볼지, 더 나아가 신경을 쓸지조차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력 공급의 축소
앞으로도 상당 기간 개발자들은 여전히 각종 프로젝트의 기반이 되는 코드를 이해하고 유지관리해야 한다. 그렇기에 AI 도구가 초래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부작용 가운데 하나는 이런 역량을 갖춘 인재 풀이 점점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초기 연구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완전히 기우만은 아니라는 조짐이 나타난다.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AI 코딩 도구가 본격 확산된 2022년부터 2025년 사이 22세에서 25세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고용이 약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 있는 개발자 역시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비디오게임 인프라 기업 컴패니언 그룹(Companion Group) 루치아노 누우이언(Luciano Nooijen) 엔지니어는 “회사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AI 코딩 도구를 업무에 적극 활용해 왔지만, 별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AI 도구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이전에는 자연스럽게 처리하던 작업들이 갑자기 버겁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그는 “본능처럼 하던 일이 다시 수작업으로 돌아오니 때로는 너무 번거로워 스스로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누우이언은 “운동선수가 감각을 유지하려면 기본 훈련을 꾸준히 해야 하는 것처럼 코딩도 기초 작업을 반복해야 실력이 유지된다”며 “이 생각 때문에 대부분의 AI 도구 사용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 결정에는 더 근본적인 이유도 있다”고 덧붙였다.
누우이언을 비롯해 MIT 테크놀로지 리뷰와 인터뷰한 여러 개발자들이 AI 도구에 거리를 두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들이 사랑해 온 ‘일의 본질’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그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뛰어든 이유는 컴퓨터와 함께 일하는 게 좋았고 기계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과정이 즐거웠기 때문”이라며 “내가 직접 하지 않아도 작업이 처리되는 상황은 전혀 흥미롭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기사는 AI에 대한 기대와 현실을 다시 짚어보는 온라인 기획 보도로, 더 자세한 내용은 technologyreview.com/hypecorrection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을 쓴 에드 젠트(Edd Gent)는 인도 벵갈루루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과학·기술 전문 저널리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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