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때는 좋았지만…중국 전기차 시장의 새 아킬레스건 ‘노후 배터리’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판 중국이 이제는 그 '성공의 대가'로 쏟아지는 폐배터리 쓰레기를 자원으로 바꿀지, 환경 재앙으로 남길지 시험대에 올랐다.

2025년 8월, 베이징에 거주하는 직장인 왕 레이(39) 씨는 9년간 정들었던 자신의 전기차와 작별하기로 결심했다. 그가 이 차를 구입했던 2016년만 해도 베이징 시내에서 전기차는 일종의 ‘실험적 선택’이었다.

당시 그는 정부의 파격적인 보조금 혜택과 “국가 혁신에 동참해달라”는 영업사원의 말에 끌려 중국 브랜드의 소형 전기차를 구매했다. 주변에 전기차를 타는 사람이 거의 없던 시절 ‘얼리 어답터’가 된 기분은 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9년의 세월이 흐르자 배터리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주행 가능 거리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배터리 교체를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미 보증 기간은 끝난 상태였다. 배터리 교체 비용과 번거로움을 따져보니 새 차를 사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왕씨는 “더 이상 이 차를 유지하는 것은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최신 모델로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마음도 커져 결국 매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의 결심을 실행으로 옮기게 한 것은 소셜 미디어였다.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Douyin)’에서 지역 배터리 재활용 업체들의 광고를 접한 왕씨는 인근 업체 여러 곳에 문의했다. 결국 시 외곽의 한 소규모 재활용 업체로부터 가장 높은 견적을 받았다.

위챗(WeChat)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다음 날 직원이 직접 찾아와 차를 수거해 갔다. 왕씨가 손에 쥔 돈은 차량 매각 대금 8,000위안(약 165만 원). 여기에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제공하는 ‘자동차 폐차 보조금’까지 더해지자 그는 총 2만 8,000위안(약 580만 원)을 챙길 수 있었다.

왕씨의 사례는 현재 중국이 직면한 거대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10년간 전기차 굴기를 통해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은 이제 ‘판매’가 아닌 ‘처리’라는 두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

1세대 전기차들의 배터리 수명이 대거 만료되는 시점이 도래하면서 중국 전역에서는 매달 수만 대의 노후 전기차가 폐차장으로 향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보조금 정책이 왕씨와 같은 소비자들의 교체 수요를 자극하고 있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폐배터리를 환경 오염 없이 어떻게 안전하게 재활용할 것인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이제 ‘얼마나 많이 파느냐’를 넘어 ‘어떻게 책임지고 마무리하느냐’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이 문제는 여전히 성장 단계에 있는 중국의 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큰 부담을 주고 있으며, 안전과 환경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회색시장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국가 규제 당국과 기업들도 공식 재활용 네트워크와 회수 프로그램을 구축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사용이 끝난 전기차에서 나오는 막대한 양의 폐배터리를 따라잡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오늘날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리튬이온 배터리다. 이 배터리는 해마다 용량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충전 속도는 느려지고 주행 거리는 짧아지며, 안전 문제에도 점점 취약해진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와 인터뷰한 전기차 판매 및 배터리 재활용 분야의 전문가 세 명은 배터리 용량이 80% 아래로 떨어지면 일반적으로 차량에서 현역으로 쓰기 어렵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에너지·전기차 연구기관 EV탱크(EVtank)는 2025년 중국에서 수명을 다한 전기차 배터리의 총량이 82만 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으며, 이 규모는 2030년까지 연간 100만 톤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중국에서는 전기차 보급 초기 세대의 배터리가 잇따라 수명을 다해 가면서 노후 배터리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결과 아직 미완성 단계에 머물러 있는 배터리 재활용 생태계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다만 관련 산업 자체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25년 11월 말 기준 중국에는 배터리 재활용과 관련된 기업이 약 18만 곳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3만 곳 이상이 2025년 1월 이후 새로 등록됐다. 전체 기업의 60% 이상은 최근 3년 이내에 설립된 업체다. 다만 이 수치에는 소규모 비공식 작업장 등 규제 밖의 회색시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사용 수명이 끝난 전기차 배터리는 보통 두 가지 방식으로 처리된다. 첫 번째는 ‘계단식 활용(cascade utilization)’으로, 사용 가능한 배터리 팩을 검사해 에너지 저장 장치나 저속 차량처럼 출력 요구가 낮은 용도에 재사용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완전 재활용(full recycling)’으로, 배터리 셀을 분해해 리튬·니켈·코발트·망간 등의 금속을 회수한 뒤 이를 새 배터리 제조에 다시 활용하는 방식이다. 두 방식 모두 제대로 수행되려면 상당한 초기 투자가 필요해, 소규모 업체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인터뷰한 배터리 재활용 전문가 세 명에 따르면, 소규모 불법 배터리 재활용업체는 환경 보호, 화재 안전, 폐수 처리, 규제 준수, 세금 등 공식 재활용업체가 반드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무시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여러 무허가 작업장에서 일했던 배터리 재활용 노동자 개리 린(Gary Lin) 씨는 “무허가 재활용 업체에서는 배터리를 쪼개 셀을 다시 배열해 새 팩으로 만든 뒤 포장만 바꿔 판매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재생된 배터리가 때로는 신품으로 둔갑해 판매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배터리가 너무 오래됐거나 손상된 경우에는 그대로 분쇄해 무게 단위로 희귀 금속 추출업체에 넘긴다. 린씨는 “모든 과정이 매우 거칠고 원시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배터리를 담가둔 폐수도 종종 그대로 하수구에 버려진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배터리 폐기물은 독성 물질을 배출하고, 수질과 토양을 오염시키며, 화재나 폭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배터리를 인증된 시설로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8년 이후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승인된 전력용 배터리 재활용업체를 대상으로 다섯 차례 ‘화이트리스트’를 발표했으며, 현재 총 156개사가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공식 재활용 비율은 급증하는 폐배터리 물량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일 뿐 아니라 전기차와 그 배터리의 글로벌 제조 허브로 자리 잡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생산량의 70% 이상과 전 세계 전기차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CATL과 BYD 등 주요 기업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의 거의 절반을 통제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노후 배터리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많은 자동차 제조사는 딜러와 공식 서비스센터를 통해 차량을 폐차하거나 새 차를 구매할 때 노후 배터리를 회수하고, 할인 혜택과 교환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BYD는 연간 수천 개에 달하는 수명 종료 배터리를 처리하는 자체 재활용 사업을 운영하며, 전문 재활용업체와 함께 배터리에서 자원을 회수하는 전용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지리(Geely)는 폐차 차량 분해, 배터리의 계단식 활용, 금속과 기타 자원의 높은 회수율을 결합한 ‘순환형 제조(circular manufacturing)’ 시스템을 구축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은 자회사 브런프(Brunp)를 통해 업계에서 가장 발전된 재활용 시스템 중 하나를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240개 이상의 수거 거점을 운영하며, 연간 약 27만 톤의 폐배터리를 처리할 수 있고, 니켈·코발트·망간 금속 회수율은 99%를 넘는다.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배터리 엔지니어 알렉스 리(Alex Li) 씨는 “이 배터리를 다루는 데 있어 제조사만큼 준비된 곳은 없다”며 “제조사들은 이미 배터리의 화학적 특성과 공급망, 회수된 자원의 활용 가능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동차 제조사와 배터리 제조사는 궁극적으로 폐쇄형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가 자신이 소유한 전기차의 제조사로부터 이러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많은 제조사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400개가 넘는 소규모 전기차 브랜드와 스타트업이 파산했으며, 현재 남아 있는 활동 브랜드는 100개에 불과하다.

분석가들은 앞으로 더 많은 중고 배터리가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보조금을 받아 구매한 전기차들이 본격적으로 수명이 다해 사용 종료 시점에 다다르기 때문이다. 리는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를 추적하고 재사용하며 대규모로 재활용할 수 있는 종합적인 수명 종료 관리 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지금처럼 많은 배터리가 회색시장으로 흘러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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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12월 26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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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5년 12월 26일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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