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류를 이용해 인공 섬 건설 중인 몰디브

몰디브에서는 침식과 해수면 상승으로부터 군도를 보호하기 위해 준설에 대한 대안으로 해류를 활용해 이동하는 모래를 포획하는 새로운 방식의 섬 조성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위성 사진 속 몰디브는 20여 개의 산호 환초가 마치 해골의 잔해나 범죄 현장에 그려진 흰색의 분필 선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도양 아래로 사라진 산맥의 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지형들은 비활성 상태와는 거리가 멀다. 이 땅은 수십만 년에 걸쳐 산호가 해수면을 향해 자라나며 형성된 살아 있는 지형이다. 이 산호들이 부서져 만들어진 모래는 해류의 흐름에 따라 몰디브 곳곳으로 운반되어, 오늘날 수면 위에 떠 있는 1,000개 이상의 섬들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러한 해류는 매우 유동적이어서 단 몇 주 만에 새로운 모래톱을 형성하거나 기존의 모래톱을 침식하기도 한다. 세계에서 가장 해발 고도가 낮은 국가인 몰디브에서 50만 명에 달하는 주민들의 일상은 이렇게 변화무쌍한 모래 지형 속에서 안정적인 거주 기반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체 섬의 90% 이상이 심각한 해안 침식을 겪고 있으며, 기후 변화로 인해 21세기 중반 무렵에는 이 나라 대부분의 지역이 거주 불가능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

몰디브의 수도 말레 바로 남쪽에 위치한 한 환초에서는 연구원들이 전략적 위치에서 모래를 채취하여 섬을 확장하고 해변을 복원하며 해안 지역 사회를 해수면 상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엔부두피놀후 라군으로 10분 정도 헤엄쳐 들어가면 여섯 개의 질긴 외피로 싸인 지오텍스타일(geo-textile) 주머니로 이루어진 독특한 구조물 램프 링(Ramp Ring)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수중 주머니는 최근 시작된 성장하는 섬(Growing Island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치되었으며 90미터(약 300피트) 간격으로 한 쌍의 괄호 형태를 이루고 있다.

높이가 약 2미터에 이르는 이 주머니들은 2024년 12월에 설치되었으며 2025년 2월에 촬영된 수중 영상에서는 각 주머니의 표면에 모래가 약 1.5미터까지 쌓인 것이 확인되었다. 이는 수동적인 구조물만으로도 해변을 빠르게 복원하고,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육지를 위한 견고한 기반을 형성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말레에 기반을 둔 기후 기술 기업 이네바(Invena)와의 협업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MIT 셀프-어셈블리 랩(Self-Assembly Lab)의 창립자이자 건축가인 스카일러 티빗츠(Skylar Tibbits)는 “안쪽에 엄청난 양의 모래가 쌓였다. 전망이 아주 밝다”고 말했다.

셀프-어셈블리 랩은 중력, 바람, 파도, 햇빛과 같은 자연의 힘을 활용해 공중이나 수중에서 스스로 변형되거나 ‘자체 조립’되도록 설계된 소재 기술을 개발한다. 이 연구소의 발명품 중에는 물이 닿으면 3차원 구조로 변형되는 목재 섬유 시트도 있으며, 연구진은 이를 도구가 필요 없는 조립식 가구에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성장하는 섬은 셀프-어셈블리 랩이 지금까지 추진한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2017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몰디브 전역에서 10여 건의 실험을 통해 팽창식 구조물이나 메시망 등 다양한 재료, 설치 위치, 전략을 시험해 왔다. 이번에 설치된 램프 링은 기존 실험 구조물에 비해 규모가 몇 배나 크며, 이전 실험에서 발생했던 가장 큰 한계를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몰디브에서는 계절에 따라 해류의 방향이 달라진다. 기존의 실험 구조물들은 특정 계절의 해류만 포획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머지 시기에는 사실상 기능을 멈춘 채 비활성 상태로 남아 있어야 했다. 이에 반해 램프 링은 ‘전 방향성’ 구조로 설계되어 계절과 관계없이 연중 내내 모래를 수집할 수 있다. 티빗츠는 “램프 링은 기본적으로 매우 큰 고리이다. 몬순 계절이 바뀌거나 파도의 방향이 달라져도, 언제나 같은 위치에 모래가 쌓이게 되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접근 방식은 몰디브 군도를 보호하기 위한 보다 지속 가능한 대안을 제시한다.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몰디브는 해마다 약 200만 명의 관광객이 백사장과 풍성한 산호초를 보기 위해 방문하면서 관광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현재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몰디브의 187개 유인도 대부분에서는 이미 콘크리트 블록, 부두, 방파제 등 인공 구조물을 통해 해안 침식을 방지하거나 토지를 매립하는 등의 인위적 조치가 시행되었다. 1990년대 이후 준설은 가장 효과적인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고성능 펌프 시스템이 장착된 선박이 해저의 한 지점에서 모래를 빨아들인 후 다른 지점에 분사하는 방식이다. 이 임시적인 방식은 리조트 개발업체나 말레와 같은 고밀도 거주 섬에서 단기간에 해변을 복구하거나 수많은 맞춤형 인공 섬을 조성하는 데 활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모래를 채취한 해역에 생물이 살 수 없는 데드 존(dead zone)을 남기고, 해수를 탁하게 만드는 침전물 구름을 발생시켜 일종의 해양 스모그를 유발한다. 이에 몰디브 정부는 지난해 산호초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준설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당시 산호초는 이미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었다.

홀리 이스트(Holly East) 노섬브리아 대학교 지리학자는 “성장하는 섬의 구조물은 준설을 대체할 수 있는 흥미로운 대안을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스트는 해당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으며 “이러한 구조물이 기존 해안선을 형성해 온 모래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매우 신중하게 설치 위치를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티빗츠와 이네바(Invena) 공동 창립자인 사라 돌(Sarah Dole)은 엔부두피놀후 라군에 대한 장기 위성 이미지 분석을 통해 퇴적물이 환초 주변에서 어떻게 이동하는지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두 사람은 현재 리토럴(Littoral)이라는 예측형 해안 정보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돌은 이 플랫폼을 “퇴적물 이동을 위한 전 지구적 생태계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해변의 모래가 어디서 유실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침식이 어디에서 발생할지를 예측”함으로써 정부 기관이나 개발업자들이 램프 링과 같은 새로운 구조물을 어디에 설치해야 가장 효과적인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성장하는 섬 프로젝트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 MIT, 스리랑카의 엔지니어링 그룹 상켄(Sanken), 그리고 관광 리조트 개발업자들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어 왔다. 특히 2023년에는 미국국제개발처(USAID)로부터 25만 달러(약 3억 5,675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으며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이 자금은 램프 링 설치를 위한 건설 비용으로 활용되었으며, 이후에는 해당 방식을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데 쓰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대부분의 USAID 계약이 종료되면서, 이 프로젝트는 현재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다.

이 글을 쓴 매튜 폰스포드(Matthew Ponsford)는 런던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기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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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5월 01일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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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5년 05월 04일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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