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을 친환경 연료로…에너지 스타트업의 도전

미국 친환경 에너지 스타트업 ‘파운드 에너지(Found Energy)’는 알루미늄을 이용해 대규모로 열과 수소를 생산하는 실험이 한창이다.

이곳은 ‘파운드 에너지(Found Energy)’의 실험실. 넘실거리는 흰 수증기와 무색의 수소 기체 사이로 찌그러진 캔 하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창업자이자 CEO인 피터 고다트(Peter Godart)는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비커에 물을 조금씩 떨어뜨리며 “물만 계속 넣어주면 반응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물은 상온인데도 바로 끓는다. 만약 일반적인 가열 방식으로 물을 끓였다면 훨씬 오래 걸렸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보스턴에 본사를 둔 친환경 에너지 스타트업 ‘파운드 에너지(Found Energy)’는 가공 과정에서 남는 알루미늄 스크랩을 연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화석연료 없이 산업 현장에 필요한 열과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파운드 에너지는 2022년부터 소규모 반응 시스템을 개발해 왔으며, 최근에는 대형 알루미늄 기반 엔진의 가동에 착수했다. 고다트는 이를 “지금까지 만들어진 것 중 가장 큰 알루미늄-물 반응기”라고 소개했다.

내년 초 미국 남동부의 한 공구 제조시설에 설치될 이 장치는, 공정 중 부산물로 발생하는 알루미늄 폐기물을 연료로 삼아 공장 가동에 필요한 열과 수소를 공급할 예정이다. 프로젝트가 공식 발표되기 전까지 해당 제조업체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 기술은 촉매를 이용해 알루미늄 금속 내부에 저장된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 제로카본 연료 전환에 기여할 수 있다. 알루미늄 생산량 증가로 함께 늘어난 알루미늄 스크랩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특히 시멘트 생산이나 금속 제련처럼 전기만으로는 가동이 어렵고 고온의 열이 필요한 산업 공정에서, 알루미늄 기반 엔진은 높은 열을 공급할 수 있어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험용 반응기를 둘러싼 파이프와 전선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고다트는 “우리는 새로운 연료를 발명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는 축복이면서 동시에 저주”라고 덧붙이며, “일면 엄청난 기회이지만, 동시에 주변의 모든 시스템을 자력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엔진’의 개념 자체를 새로 쓰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알루미늄은 산화될 때 질량 대비 많은 화학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점에서 에너지 밀도가 높은 금속에 속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엔지니어들은 오래전부터 알루미늄을 연료로 쓰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광석을 정제·용해해 얻은 금속 알루미늄은 부피 기준으로 디젤 연료의 두 배 이상, 수소 기체의 약 여덟 배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다. 알루미늄이 물이나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면 산화알루미늄이 생성되면서 열과 수소 기체가 방출되는데, 이 에너지를 제로카본 동력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액체 금속

알루미늄을 연료로 쓰려면 먼저 한 가지 난관을 넘어야 한다. 알루미늄이 물이나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해 산화가 시작되는 순간, 표면에 즉시 산화막이 생기고 이 막이 그다음 산화 반응을 가로막는다. 우리가 들고 있는 캔 음료가 저절로 불붙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치 불이 재를 만들면서 스스로 꺼지는 것과 같다. 고다트는 “사람들이 이를 수없이 시도했지만 결국 포기해 왔다”고 말했다.

여전히 알루미늄 연료 개념을 허황된 발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런던 브루넬대학교 금속학자 제프 스캐먼스(Geoff Scamans)는 1980년대 약 10년간 알루미늄 기반 동력원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그는 “이런 방식은 몇 년에 한 번씩 등장하지만 성공할 가능성은 없다”며 비판했다. 알루미늄 스크랩을 연료로 쓴다 한들 결과는 같다는 입장이다. 스캐먼스는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알루미늄-물 반응의 효율이 낮을 뿐 아니라, 애초에 알루미늄을 광석에서 정제·용해하는 데 소요되는 에너지를 고려하면 연료로서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다트는 이를 가능하게 할 방법을 이미 찾아냈다고 믿는다. 그는 “촉매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면서 비로소 돌파구가 열렸다”고 말했다. 기존 접근법은 물과 알루미늄을 촉매 표면으로 끌어 올려 반응 속도를 높이려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발상을 전환해, 알루미늄 내부에 실제로 용해시켜 넣을 수 있는 물질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Petert Godart holding up two glass jars; one with metal spheres and the other with flat metal shapes
JAMES DINNEEN

고다트에 따르면, 파운드 에너지가 개발한 접근법의 핵심인 액체 금속 촉매는 알루미늄의 미세구조 속으로 스며든다. 그리고 알루미늄이 물과 반응하는 동안 이 촉매는 금속을 거품처럼 부풀고 갈라지게 만든다. 그 결과 아직 반응하지 않은 알루미늄이 계속 물에 노출될 수 있다.

촉매의 구체적인 조성은 기업 비밀이지만, 고다트는 이를 “저융점 액체 금속이며, 수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박사학위 연구에서는 갈륨과 인듐의 액체 혼합물을 촉매로 사용했으며, 현재 알루미늄 촉매에 적용되는 물질도 원리는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2025년 10월 초 필자가 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고다트는 파운드 에너지 연구개발 실험실에서 핵심 반응을 시연했다. 이들은 지난해 1,200만 달러(약 171억 2,000만 원) 규모의 초기 투자를 받은 뒤, 보스턴 찰스타운 지역의 한 산업용 건물 두 개 층을 거의 채울 정도로 실험실을 확장했다. 고다트는 손가락의 수분만으로도 반응이 시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집게를 사용해 촉매 처리된 알루미늄 펠릿을 비커에 넣고 물을 부었다. 그러자 금속 표면에서 즉시 수소 기포가 부글거리기 시작했다. 이어 물은 순식간에 증발했고, 그 자리에 회색빛 거품이 이는 알루미늄 수산화물 덩어리만 남았다.

고다트는 “이 기술이 확산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알루미늄-물 반응이 너무 느리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여기서 보듯 우리는 지금 증기를 만들고 있다. 방금 보일러를 만든 셈”이라고 덧붙였다.

유로파에서 지구까지

고다트가 알루미늄에 저장된 에너지를 새롭게 활용할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NASA 연구원이던 시절이었다. 그는 목성의 얼음 위성 유로파를 탐사하는 로봇이 자신을 연료로 소비하도록 만드는 알루미늄 로봇을 설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프로젝트는 중단됐다. 

고다트는 “당시 나는 ‘기후변화, 지구 문제에 대해 뭔가 해야 한다’는 일종의 작은 위기의식에 빠져 있었다”라고 회상하며, “그때 ‘이 알루미늄 기술이 지구에서 활용되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MIT에서 알루미늄 연료를 주제로 박사 논문을 마친 그는 2022년 케임브리지의 자택에서 파운드 에너지를 창업했다. 이듬해에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한 ‘35세 미만 혁신가’에도 이름을 올렸다.

파운드 에너지는 지난해까지 소규모 실험에 집중하며, 촉매를 최적화하고 10킬로와트급 작은 반응기에서 다양한 조건을 시험하며 열과 수소가 보다 빠르게 방출되도록 연구했다. 이후 2025년 1월부터는 실험실 규모를 넘어 산업 공정에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기존보다 10배 큰 엔진 설계에 착수했다.

이 대형 엔진은 2층 실험실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응기 용기는 옆으로 눕힌 보일러를 연상시키며, 엔진 본체만큼 공간을 차지하는 모니터링 장비와 연결된 배관과 전선이 이어져 있었다. 한쪽 끝에는 물을 주입하는 파이프와 알루미늄 연료 펠릿을 다양한 속도로 투입하는 피스톤이 있었고, 다른 쪽 끝에서는 반응 산물인 증기, 수소 가스, 알루미늄 수산화물과 회수된 촉매가 배출됐다. 고다트에 따르면 촉매는 반응 과정에서 손실되지 않아, 다시 연료를 만드는 데 재사용할 수 있다.

사람, 의류, 인간의 얼굴, 기술자이(가) 표시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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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 에너지가 엔진 시험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25년 7월이다. 이후 9월에는 목표 출력인 100킬로와트까지 가동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는 소형 픽업트럭의 디젤 엔진이 공급할 수 있는 출력과 비슷하다. 2026년 초에는 이 100킬로와트 엔진을 공구 제조 시설에 설치해 열과 수소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번 파일럿 프로젝트는 현재보다 10배 큰 1메가와트급 반응기를 위한 투자 자금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개념 증명 역할을 하게 된다.

초기 파일럿에서는 엔진을 이용해 증기와 수소를 공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고다트에 따르면 반응기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는 다양한 온도 범위에서 여러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고온 증기는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데 쓸 수 있고, 수소는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증기 속에서 수소를 연소시키면 최대 1,300°C에 달하는 과열 증기가 발생해 전력 생산 효율을 높이거나 화학물질 정제에 활용할 수 있다. 수소만 연소시키면 2,400°C까지 온도를 올릴 수 있어 강철 제조에도 충분하다.

쓰고 남은 스크랩을 재활용하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다양한 산업 공정에서 엔진을 활용하길 기대하지만, 초기 목표는 알루미늄 정제와 재활용 산업이다. 이미 이 산업은 스크랩 금속과 산화알루미늄 공급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고다트는 “알루미늄 재활용업체들이 찾아와, 재활용이 어려운 알루미늄 폐기물을 가져가 깨끗한 열로 바꿔 다른 알루미늄을 녹이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들은 이 기술의 도입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다트는 기밀 유지 계약으로 구체적인 업체명은 밝히지 않았지만, 이 문제가 재활용을 전부 수행해야 하는 산업에서 사실상 ‘숨기고 싶은 비밀’과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산업 단체인 국제알루미늄기구(IAI)의 추정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재활용을 위해 수집되는 알루미늄 중 약 300만 톤이 실제로 재활용되지 않고 있다. 이밖에 900만 톤은 재활용 수집조차 되지 않거나 다른 폐기물과 함께 소각된다. 이를 합하면, 매년 재활용되는 약 4,300만 톤의 알루미늄 스크랩 가운데 약 3분의 1가량이 활용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사용되지 않은 스크랩을 모두 연료로 활용한다고 해도, 전체 산업용 열 수요의 일부만 충족할 수 있으며 산업 전반의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계획은 단순히 사용 가능한 스크랩에 국한되지 않는다. 고다트는 궁극적으로 반응기에서 나온 알루미늄 수산화물을 깨끗한 전기를 사용해 다시 알루미늄 금속으로 되돌려 ‘재충전’한 뒤 재반응시키는 방식을 구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파운드 에너지의 추정에 따르면, 이러한 ‘폐쇄형 순환’ 방식을 통해 전 세계 산업용 열 수요를 맞추려면 총 약 3억 톤의 알루미늄을 사용·재사용하면 되며, 이는 지구에 풍부한 알루미늄 매장량의 약 4%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러한 재충전 과정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캘리포니아의 싱크탱크 에너지 이노베이션(Energy Innovation)에서 산업 탈탄소화를 연구하는 제프리 리스만(Jeffrey Rissman)은 “그렇게 된다면, 알루미늄 연료는 에너지를 제공하는 기술이라기보다는 에너지 저장 기술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열 배터리청정 수소 같은 다른 에너지 저장 수단과 마찬가지로, 저렴하고 깨끗한 전기로 연료를 재충전할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부터 히트펌프까지 모든 분야에서 청정 전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점점 이를 확보하기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고다트는 파운드 에너지가 결국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엔진은 예상보다 더 많은 출력을 알루미늄에서 끌어낼 가능성이 있다. 그는 “이 엔진은 최대 0.5메가와트 정도까지 출력을 기대할 수 있다”며 “아직 엔진을 전력을 다해 가동해 보지는 않았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글을 쓴 제임스 디닌(James Dinneen)은 뉴욕시에 기반을 둔 과학·환경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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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10월 31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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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5년 10월 31일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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