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현실 앞에 선 청정 수소의 미래
저배출 수소에 대한 전망이 한층 어두워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여전히 주요 성장 동력으로 남아 있다.
수소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만능열쇠’로 불리곤 한다. 다양한 저배출 공정을 통해 생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농업·화학·항공·장거리 해운 등 여러 산업의 탈탄소화를 이끌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수소 산업은 복잡한 국면에 놓여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형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으며, 특히 미국은 세제 혜택 축소와 재생에너지 지원 감소의 여파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긍정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고 새로운 시장이 성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25년 현재 수소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세 가지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1. 2030년 청정 수소 생산 전망, 처음으로 하향 조정
수소는 청정 연료로서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 생산되는 대부분은 여전히 화석연료 기반 공정에서 나온다. 2025년 기준 저배출 수소의 연간 생산량은 약 100만 톤으로, 전체 수소 생산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IEA가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수소 보고서(Global Hydrogen Report)’에서는 2030년 전 세계 청정 수소의 연간 생산량이 최대 4,9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수치는 2021년 이후 각국이 기술 개발과 규모 확대에 투자를 늘리면서 꾸준히 상향 조정돼 왔다.
그러나 올해 보고서에서는 전망치가 연간 3,700만 톤으로 낮아졌다. 오늘날의 생산량에 비하면 여전히 대규모 확장이지만, IEA가 2030년 수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는 전기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전기 분해 프로젝트와 탄소 포집 프로젝트가 아프리카, 미주, 유럽, 호주 등 세계 각지에서 잇따라 취소되거나 지연된 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2. 중국, 2030년 경쟁력 있는 녹색 수소 생산 가능성 부상
IEA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수소 생산의 핵심 장비인 전해조(전기를 이용해 청정 수소를 생산하는 장치)의 제조 및 개발에서 압도적인 주도권을 쥐고 있다. 2025년 7월 기준 전 세계에 이미 설치됐거나 설치를 앞둔 전해조 설비 용량의 65%가 중국에 집중돼 있으며, 전 세계 전해조 생산량의 약 60%도 중국에서 나온다.
현재 청정 수소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화석연료 기반 수소 생산 방식이 훨씬 저렴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 격차를 빠르게 좁혀가고 있다. IEA 보고서에 따르면 다른 지역에서는 전해조 제작·설치 비용이 중국의 세 배에 달하지만, 중국은 2030년 무렵 화석연료 기반 수소와 가격 경쟁이 가능한 청정 수소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수소의 새로운 활용처는 물론 기존 수요처에서도 청정 수소가 실질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3. 동남아, 청정 수소의 잠재적 신흥 시장으로 부상
동남아시아는 빠른 경제 성장과 함께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향후 청정 수소 시장의 핵심 지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 지역은 이미 연간 약 400만 톤의 수소를 소비하고 있으며 주로 정유 산업과 화학 산업(암모니아·메탄올 생산)에 활용되고 있다.
국제 해운업 수요도 막대하다. 2024년 싱가포르 항만은 전 세계 해운 연료의 6분의 1을 공급하며 단일 항만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재는 대부분 화석연료지만 메탄올과 암모니아 같은 청정 연료 시험 운행이 진행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수소 전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청정 수소는 이처럼 기존 산업 구조 속에 자연스럽게 안착해 배출 저감 효과를 낼 수 있다. 현재 동남아 지역에서는 총 25개의 관련 프로젝트가 개발 중이며, 실질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 확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궁극적으로 이번 IEA 보고서는 최근 몇 년간의 뜨거운 기대감과 달리 수소 산업이 당면한 현실적 과제를 보여준다. 향후 5년이 수소가 여전히 높게 걸린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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