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모니아 생산의 판을 바꿀 혁신가를 만나다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에티오피아의 작은 마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이우네팀 아바테(Iwnetim Abate)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개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가족 중에 안경을 쓰고 시력이 나쁜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촛불 때문인 것 같다.”

창가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MIT 연구실에서 만난 우네팀 아바테(Iwnetim Abate)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자란 에티오피아의 작은 마을에는 전기가 들어오긴 했지만 늘 불안정했다. 매주 며칠씩 전기가 끊기면, 아바테는 촛불 아래에서 숙제를 마치곤 했다.

올해 32세인 아바테는 MIT 재료과학·공학과의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연구 주제 중 하나는 전기차와 전력망 설치에 흔히 쓰이는 리튬 배터리보다 저렴한 나트륨 이온 배터리다. 동시에 그는 지열과 압력을 활용해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새로운 연구 분야도 개척하고 있다. 암모니아는 비료의 핵심 원료이자 친환경 연료로 쓰일 수 있는 화학물질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당연시하는 전기를 마음껏 쓸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란 경험이 에너지 문제를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말했다. 아침 등교 전 모닥불에 교복을 급히 말리던 기억도 있다. 그는 “연료로 쓸 소똥을 준비하는 일도 내가 맡은 집안일 중 하나였다”며 “소똥을 잘 말리기 위해서는 구멍을 전략적으로 뚫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그의 열망은 고등학교 화학 시간에 연료전지를 배우면서 본격적으로 굳어졌다. 그는 “물을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마치 마법 같았다”며, “과학은 가끔 마법 같지 않은가?”라고 회상했다.

그가 시험을 치른 해 아바테는 에티오피아 전체 학생 중 국가시험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미국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싶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실제로 그곳에 도착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아바테는 3년 동안 미국 대학에 지원한 끝에, 부분 장학금을 받고 소규모 교양대학인 콘코디아 칼리지 무어헤드(Concordia College Moorhead)에 입학 허가를 받았다. 부족한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그는 에티오피아 전역의 여러 기업과 부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수없이 거절당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직접 집을 찾아갔다가 경비원에게 쫓겨난 일을 떠올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결국 한 가족 친구가 도움을 주기로 했다.

마침내 미네소타에 있는 대학에 도착한 아바테는 기숙사 방에 들어서자 전등이 자동으로 켜지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는 “이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죄책감도 느꼈다”고 말했다.

연구실에서의 도전과 성장

하지만 이 학교가 연구 중심 기관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는 연구 경력을 쌓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당시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 있던 소시나 하일레(Sossina Haile)에게 연락해 여름 연구 인턴십 기회를 문의했다.

현재 노스웨스턴대학교에 있는 하일레는 아바테가 유난히 열정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에티오피아 출신 과학자로 눈에 띄는 위치에 있어 수많은 이메일 요청을 받지만, 그의 메일은 특별히 돋보였다고 했다. 하일레는 “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연구 경험이 전혀 없고 미국에 온 지 겨우 1년 된 학생을 받는 건 위험한 결정이었지만, 그녀는 연구실의 자리를 내주었다.

아바테는 첫 여름 동안 고체산화물 연료전지에 쓰이는 재료 연구에 몰두했다. 이듬해 여름에도 다시 돌아와 연구를 이어갔고, 이후 IBM,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등을 거치며 에너지 소재 연구 경험을 쌓았다. 그 후 스탠퍼드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지냈다.

그는 2023년 MIT 교수로 임용되어 자신만의 연구팀을 꾸리기 시작했다. 현재 이 팀은 두 가지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전기차와 전력망 저장장치에 널리 쓰이는 리튬 기반 전지를 대체할 수 있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와 달리 가격이 저렴하고, 지정학적 문제로 공급이 제한될 수 있는 특정 핵심 광물이 필요 없다.

그러나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가장 큰 난제는 에너지 밀도다. 높은 전압에서 구동하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지만, 일부 재료는 고전압에서 빠르게 열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배터리의 총에너지 밀도가 제한되며, 에너지 밀도가 낮으면 전기차처럼 주행 거리가 중요한 응용 분야에는 큰 제약이 된다.

아바테 연구팀은 핵심 광물인 니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재료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첨가제와 재료공학적 기법을 적용해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경쟁력을 리튬 이온 배터리만큼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다양한 도전

아바테는 배터리와 연료전지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새로운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25년 1월 그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하의 열과 압력을 이용해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방법을 발표했다. 지하 환경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조건을 그대로 활용해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핵심이다.

오늘날 전 세계 암모니아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1~2%에 이른다. 암모니아는 주로 비료로 쓰이지만, 장거리 해상 운송 등에서 연료로 쓰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아바테는 MIT의 연쇄 창업가 예트-밍 치앙(Yet-Ming Chiang), 그리고 석유 산업 전문가 두 명과 함께 ‘아디스 에너지(Addis Energy)’라는 회사를 세워 연구 성과를 실제 산업으로 옮기려 하고 있다. ‘아디스’는 에티오피아 공식 언어인 암하라어로 ‘새로운’이란 뜻이다. 이 회사는 앞으로 지하에서 암모니아를 생산할 수 있는 반응기를 구축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아바테는 연구나 스타트업 운영으로 분주한 가운데서도 아프리카 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는 2017년 ‘사이프로(Scifro)’라는 단체를 공동 설립해 여름학교를 열었고, 현재는 에티오피아를 넘어 르완다 등 다른 아프리카 국가로까지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은 멘토링과 함께 에너지·의료기기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는 공동 창립자의 전문 분야이기도 하다.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주목받는 스타트업의 최고과학책임자(CSO)로 활동하고 있지만, 아바테는 늘 공을 주변에 돌린다. 그는 “무언가를 이루려면 공동체가 필요하다. 결코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아바테는 새로운 에너지 솔루션을 개발하며 종종 에티오피아의 친구와 가족, 옛 이웃들을 떠올린다. 그는 “과학은 물론 아름답고, 이를 통해 세상에 영향을 주고 싶다”며 “무엇을 잘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아바테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한 2025년 ‘35세 미만 혁신가 상’ 수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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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9월 23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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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5년 09월 23일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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