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사인 1위가 ‘총기 폭력’인 나라 미국의 잘못된 공중보건 정책
미국의 총기 폭력은 어린이와 10대 청소년의 사인 1위일 만큼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총기 폭력을 공중보건 위기로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9월 초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ke America Healthy Again, 이하 MAHA)’ 캠페인의 일환으로 미국 어린이들의 건강과 복지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 제목은 ‘우리 아이들을 다시 건강하게(Make Our Children Healthy Again)’였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obert F. Kennedy Jr.) 보건복지부 장관과 동료들은 어린이 건강의 네 가지 핵심 요소로 식습관, 운동, 화학물질 노출, 과도한 의료화를 꼽았다. 장관의 건강 관련 발언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우선순위에 놀라지 않을 법하다. 올바른 식습관과 충분한 운동이 포함된 건 특히 더 그렇다.
하지만 이번 전략에는 중요한 사안이 빠져 있다. 미국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요 사망 원인은 초가공식품이나 화학물질이 아니라 총기 폭력이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한 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은 이러한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총기 폭력을 공중보건 위기라는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런던에서 남편과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우리 거주 지역은 범죄는 있어도 총기 폭력은 거의 없는 곳이다. 몇 년 전 가족과 함께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로 잠시 이주했을 때의 상황은 달랐다. 아름다운 지역에 위치한 임대 아파트였지만, 집주인이 지하실에 총기를 보관하고 있다고 알려줬다. 딸이 학교 유치원에 다니던 당시 교내에는 총을 든 경비원이 서 있었다. 그해 말 케임브리지 공립학교 교육감은 이메일로 “교내 직원 화장실에서 청소년 담당 경찰관이 실수로 총을 발사했다. 수업은 중단되지 않았다”고 알렸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필자는 미국과 영국, 나아가 대부분 다른 국가들과의 총기 문화 차이를 실감했다. 아이들의 총기 노출에 대한 걱정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충격적인 수치도 공개됐다.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에 따르면 2023년 미국 총기 폭력 사망자 수는 4만 6,728명으로, 하루 평균 128명이 총기 폭력으로 목숨을 잃었다. 청소년 사망자도 2,566명에 달하며, 그중 234명은 만 10세 미만이었다. 아동 총기 사망률은 2013년 이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총기는 암이나 교통사고보다 더 많은 아동 사망에 관여한다.
총기 폭력은 신체적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이를 목격하거나 총성을 듣는 것만으로도 어린이들은 두려움과 슬픔, 고통을 경험한다. 1999년 두 명의 학생이 학교에 들어가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폭발물까지 설치하려 했던,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학교 총기 난사 사건 중 하나인 콜럼바인 사건 이후 434건의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으며, 약 39만 7,000 명의 학생이 학교 내 총기 폭력에 노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다니엘 웹스터(Daniel Webster) 존스홉킨스 총기폭력해결센터 석좌교수는 “총기 폭력에 간접적으로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아동의 정신건강과 학습 능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웹스터 교수는 총기 폭력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것처럼 “이를 공중보건적 위기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년 비벡 머시(Vivek Murthy) 당시 미국 공중보건청장도 총기 폭력을 공중보건 위기라고 선언하며, “아이들을 총기 폭력 공포에 계속 노출시킬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웹스터 교수는 “공중보건적 접근의 일부는 가장 위험한 집단을 식별하고, 갈등 중재나 총기 접근 제한 등의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총격은 더 많은 총격을 낳는다. 총기 폭력도 전염병과 유사하게 확산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존 노력은 위협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총기 폭력 감소를 위한 단체 지원 보조금을 수억 달러 규모로 삭감했다.
웹스터 교수는 “MAHA 보고서가 미국 어린이 건강과 안전의 핵심 문제를 놓쳤다”며 “총기 관련 부상과 사망이 어린이와 청소년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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