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탓에 더 벌어진 美·中 청정에너지 격차

과학자들이 기후위기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맞서 데이터와 검증된 사실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미국 뉴저지 머레이힐에 위치한 벨 연구소에서 1954년 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계 최초의 상용화 태양광 패널이 공개됐다. 연구원들이 태양광 패널로 작은 장난감 관람차를 움직이자 현장에 있던 이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태양광 발전은 한때 유망한 미래 기술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정작 이 기술을 처음 발명한 미국은 상용화 경쟁에서 다른 나라에 뒤처지고 말았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은 400억 달러(약 55조 원) 규모의 태양광 패널과 모듈을 수출했지만, 미국의 수출액은 6,900만 달러(약 9,600억 원)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이 기술적 우위를 상실했음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격차였다.

미국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는 듯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낡은 화석연료 산업을 지탱하기 위해 신흥 청정기술 분야에 대한 연방 지원을 대폭 삭감했다. 이는 미국의 주요 경쟁자인 중국에 그들이 가장 원하던 선물을 안겨준 셈이다. 이제 중국은 방해 없이 차세대 에너지 기술을 장악하고 미래 산업을 선도적으로 개척할 기회를 손에 넣었다.

중국이 태양광 시장을 지배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2000년대 후반 중국 정부는 태양광 발전을 국가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후 막대한 보조금과 표적 정책을 앞세우고, 가격 경쟁을 통해 생산을 확대하며 기술 개선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추진했다. 이러한 전략은 배터리, 전기차, 풍력 터빈 분야에서도 반복됐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어렵게 쌓아 올린 청정에너지 성과를 무너뜨리며, 에너지 산업을 더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재편하려는 흐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트럼프가 7월 초에 서명한 세금·지출 법안은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포함된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축소했다. 또 이 법안은 중국산 원자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청정기술 프로젝트에 대한 연방 지원을 중단했는데, 이는 중국 산업을 응징하려는 서투른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조치로 인해 미국 내 많은 프로젝트가 자금난으로 좌초할 위험이 크다.

그와 동시에 행정부는 과학 분야의 연방 자금을 대폭 삭감하고 주요 연구 대학들의 재정적 기반을 흔들었다. 이는 사실상 미래 에너지 혁신과 산업의 뿌리를 뽑아내는 행위와 다름없다.

이러한 정책들을 밀어붙이는 주된 동기는 미국이 지하자원이 풍부한 축복받은 나라인 만큼 석탄, 석유, 천연가스 기반의 기존 에너지 산업을 보호하려는 데 있다. 그러나 이 전략은 국가 차원에서 미래를 주도할 산업에 투자하기보다 쇠퇴하는 산업에 집착하는 우를 범하는 것과 같다. 즉 기존의 성공에 안주하다 새로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혁신가의 딜레마’에 빠지는 셈이다.

트럼프가 기후변화에 대해 어떤 신념이나 가치관을 갖고 있든 그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현대적이고 지속 가능한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경제적·국제 안보적 당위성이며, 이는 온실가스의 화학적 성질만큼이나 명확하다.

혁신에 보상이 주어지는 지속적인 산업 정책이 없다면, 미국의 기업가와 투자자들은 새로운 사업을 계획하고 신제품을 개발하며 최초의 시범 프로젝트를 구축하는 데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벤처 자본가들은 다수의 미국 기후 기술 기업이 이미 해외 시장을 모색하고 있으며, 정부 지원을 확실히 기대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는 보조금이 사라지고 개발이 지체되며 자금 조달이 위축됨에 따라, 앞으로 몇 달 내에 많은 기업들이 무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은 결국 중국이 이미 벌여 놓은 막대한 격차를 더욱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중국은 미국보다 약 세 배 더 많은 풍력 터빈을 설치했고, 태양광 발전량은 두 배 이상이다. 또 중국은 세계 10대 전기차(EV) 기업 중 다섯 곳과, 세계 3대 풍력 터빈 제조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배터리 시장에서도 중국은 절대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으며, 세계 차량, 전력망 등 각종 기기를 구동하는 양극재, 음극재, 배터리 셀 대부분을 생산한다.

중국은 청정에너지 전환을 활용해 대기 환경을 개선하고,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또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무역 관계를 강화하며 신흥 경제국 시장을 개척했다. 동시에 이러한 사업 연계를 통해 문화적 영향력을 축적하고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국제적 협력을 갈수록 외면하고 있다.

이처럼 확장된 관계망은 중국을 외부 압력으로부터 점점 더 보호하며, 트럼프가 자주 쓰는 수단인 무역 전쟁 촉발이나 격화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게 한다.

미국이 세계 최대 경제국이자 한 세기가 넘도록 기술 강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높은 관세와 강경 발언 덕분이 아니다. 진정한 원동력은 교육, 과학, 연구개발에 대한 깊고 지속적인 연방 투자가 있었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트럼프와 공화당은 바로 이 예산 항목들을 줄이려 애써왔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

올여름 초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제정된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판단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핵심 법적 근거였다.

EPA의 주장은 수십 년 전 기후 회의론적 논점을 되풀이한 보고서에 크게 의존하며, 배출량 증가가 과학자들이 예상한 피해를 초래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중서부와 동부가 달궈지고 서부가 산불 연기로 뒤덮인 한여름에 눈앞의 증거를 외면하라는 요구는, 명백한 현실을 부정하고 권력이 원하는 ‘진실’을 강요하는 전형적인 ‘오웰적’ 모습이다.

최근 85명 이상의 과학자가 연방 정부에 459쪽 분량의 상세 반박 자료를 제출했다. 이들은 해당 보고서가 정책 결정에 적합하지 않으며 편향되고 오류가 많다고 강조했다. 검토자들은 보고서의 결함을 무수히 다양한 방식으로 지적했으며, 특히 러트거스 대학의 기후과학자 밥 코프(Bob Kopp)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 블루스카이(Bluesky)에 다음과 같이 전했다.

“정부가 인용한 보고서의 저자들은 증거를 선택적으로 필터링(‘체리 피킹’)하고, 불확실성을 과도하게 강조하며, 동료 검토 연구를 잘못 인용하고, 수십 년간의 동료 검토 연구 대부분을 무시하여 잘못된 결론에 도달했다.” 이 지적은 수십 명의 검토자들도 공유한 내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위해성 판단 철회’라는 정해진 결정을 정당화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결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보고서를 작성할 연구자들을 선별했다. 그러나 카렌 매키논(Karen McKinnon)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기후 연구원에 따르면 법적으로 정부는 다른 의견을 반드시 청취할 의무가 있다.

매키논은 성명에서 “다행히도 아직 행동할 시간이 있다”며 “보고서에 의견을 제출하고, 우리의 대표자들에게 연락해 과거와 같은 참을 만한 여름을 되찾기 위한 조치를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전 체 보고서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미국 공영 라디오 뉴스 방송인 NPR의 분석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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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9월 11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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