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장기 이식으로 불로불사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과연 그럴까?

장기 이식 외에도 다양한 ‘대체요법’이 건강한 장수를 실현시킬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9월 첫째 주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영국노화연구학회(British Society for Research on Ageing)에 참석해 글을 쓰고 있다. 3일에는 노화의 핵심을 분자 수준까지 규명하려는 과학자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여기 참석한 과학자들은 우리가 노화의 복잡한 생물학적 원리를 이해하면 노화 관련 질환의 발병을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학회에서 발표를 듣고 있던 필자에게 편집자가 러시아와 중국의 지도자들이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불로불사(不老不死)’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내왔다. 중국의 CCTV가 여러 언론사에 생중계한 해당 영상에는 72세의 시진핑 중국 주석은 “요즘 70세는 아직 어린아이나 다름없다”고 말한 장면이 담겨있다.

역시 72세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 주석의 말에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장기를 반복해서 이식할 수 있게 되었다”며 “덕분에 사람들은 점점 더 젊게 살 수 있고 심지어 영원히 살 수도 있다”고 답했다.

Russian President Vladimir Putin, Chinese President Xi Jinping and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walk side by side
SERGEI BOBYLEV, SPUTNIK, KREMLIN POOL PHOTO VIA AP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말과 영국노화연구학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점진적인 장수 과학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현재로서는 반복적인 장기 이식 수술이 누군가의 수명을 크게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의 주장은 ‘노화된 장기를 지속적으로 교체해 젊음을 유지한다’는 생각이다. 이는 노화를 지나치게 단순한 시각으로 바라본 관점이다. 그러나 노화는 너무나 복잡해서 연구자들조차도 노화의 ‘치료’는커녕 그 원인이나 정확한 정의 자체에도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도 ‘생물학적 또는 인공 대체물’로 낡은 신체 부위를 ‘수리’한다는 생각에는 일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여러 연구팀이 바이오 인공장기를 이식하는 방법을 포함한 ‘대체 요법(replacement therapy)’을 개발하고 있다. 일부는 이미 인체 실험을 거쳤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러한 대체 요법에 대해 살펴보겠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 장기의 기능이 저하되는 이유를 완전히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표면적으로는 장기를 교체하는 것이 좋은 생각인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우리는 장기 이식 방법을 알고 있다. 장기 이식은 1950년대부터 의학에 도입됐으며, 미국에서만 수십만 명의 생명을 구하는 데 사용됐다.

노화한 장기를 젊은 장기로 교체하면 더 광범위한 이점을 가져올 수도 있다. 젊은 쥐를 늙은 쥐와 연결했던 실험을 보면, 늙은 쥐가 연결을 통해 혜택을 받고 건강이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우리가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젊은 신체 조직이 늙은 쥐의 건강을 증진하는 효과를 보이는 이유를 모른다. 이런 효과가 인간에게는 얼마나 지속될지도 알 수 없다. 또한 장기별 이식 효과의 차이에 관해서도 모른다. 젊은 심장은 젊은 간보다 더 도움이 될까? 아무도 알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이는 장기 이식의 현실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생각이다. 장기 기증은 이미 부족하다. 수천 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다. 이식에는 대수술이 필요하고,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는 일반적으로 평생 면역체계를 억제하는 처방약을 복용해야 한다. 그로 인해 특정 감염과 질병에 대한 취약성이 높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따라서 반복적인 장기 이식은 그다지 매력적인 생각이 아니다. 보스턴 브리검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에서 노화 연구를 하며 맨체스터에서 열린 이번 학회에 참석한 제시 포가닉(Jesse Poganik) 박사는 반복적인 장기 이식을 통한 노화 치료 가능성에 대해 “당분간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다.

포가닉 박사는 연구에서 이식외과 의사들과 협력해 왔다. 그는 “이식 수술은 훌륭하지만 간단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식 수술에는 실제 위험도 따른다. 포가닉 박사의 사촌은 24세의 젊은 나이였지만, 간과 심장 이식 후 암에 걸렸다. 그리고 결국 몇 주 전 세상을 떠났다.

이런 이유로 낡은 장기를 교체하는 문제에 대해 과학자들은 생물학적 대안과 인공적 대안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

우리가 신체 부위를 대체한 역사는 수세기에 이른다. 나무로 만든 발가락은 1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관절 치환술은 실시된 지 100년이 넘었다. 지난 70년간 주요 혁신으로 우리는 인공심박동기, 보청기, 뇌 임플란트, 인공심장 같은 장치들을 개발할 수 있었다.

과학자들은 조직과 장기를 만드는 다른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는 줄기세포 주입부터 실험실에서 세포 성장을 위한 지지체인 스캐폴드(scaffold)를 활용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접근법이 포함된다.

1999년 연구자들은 자원자의 세포를 방광 모양의 콜라겐 스캐폴드에 배양했다. 그 결과로 제작된 ‘바이오 인공방광’은 초기 임상시험에서 7명에게 이식됐다.

이제 과학자들은 더 복잡한 장기를 연구하고 있다. 미국 의료고등연구계획국(ARPA-H)의 장 에베르(Jean Hébert) 프로그램 관리자는 인간의 뇌 세포를 점진적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모색해 왔다. 점진적인 뇌 세포 교체를 통해 결국에는 젊은 뇌를 갖게 될 것이라는 개념이다.

에베르 관리자는 필자의 동료인 안토니오 레갈라도(Antonio Regalado)에게 초기 실험에서 쥐의 뇌 일부를 제거하고 배아 줄기세포로 대체한 과정을 보여줬다. 그의 연구는 필자가 현재 참석 중인 영국노화연구학회에서 발표된 생화학 연구들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작업으로 보인다.

3일 학회에서 한 과학자는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을 대상으로 잠재적 장수 약물을 실험한 과정을 설명했다. 이 선충은 수명이 15~40일에 불과해 연구팀은 수만 건의 실험을 수행할 수 있었다. 과학자는 예쁜꼬마선충의 수명을 연장하는 약물 중 약 40%가 쥐의 수명 연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필자에게 그 성공률은 놀랍지 않았다. 게다가 인간에게는 그 약물 중 몇 %가 효과적일지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아마도 그 40% 중에서도 40% 미만일 것이다.

다른 과학자들은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해당 내용은 깊이 있는 기초 과학에 가까웠다. 필자는 해당 강연을 들으며 아직 노화 연구자들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분자 수준에서 노화의 전체적인 원리를 파악하려면 수십 년은 아니더라도 수년은 걸릴 것이다. 그리고 벌레, 쥐, 인간 순으로 진행되는 실험에만 의존한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도 진전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 요법’이라는 아이디어는 지름길처럼 느껴진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과 캘리포니아 노바토에 위치한 벅노화연구소(Buck Institute for Research on Aging)에서 노화에 관해 연구하는 시에라 로레(Sierra Lore) 연구원은 “대체 요법은 노화 생물학을 깊이 이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매우 흥미로운 접근법”이라고 설명했다.

로레 연구원은 처음에 분자 수준에서 노화를 연구하려고 시도했지만, 곧 방향을 전환했다. 이제는 대체 요법에 주력할 계획이다. 로레 연구원은 “분자 수준의 노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렇다면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분야인 대체 요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더 잘 활용하는 방식이 나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장기 이식을 통해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에도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을 수 있다. 물론 푸틴 대통령이 그 방법으로 불로불사를 이루게 될지는 또 다른 문제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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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9월 10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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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5년 09월 10일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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