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플갱어’가 내 업무를 도와줄 수 있을까?

AI로 내 복제본을 만들어 활용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복제본을 업무에 활용하면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을까? 기자가 직접 시도해봤다.

어디를 둘러봐도 인공지능 복제인간, 즉 ‘AI 클론’이 보인다. 엑스(X)와 링크드인에서는 오피니언 리더와 인플루언서들이 팔로워들에게 자신의 디지털 복제본에 질문할 기회를 제공한다. 영국의 구독자 전용 서비스 플랫폼인 온리팬스(OnlyFans)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을 본뜬 AI 모델을 만들어 팔로워들과 유료로 대화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가상 인간’ 영업사원들이 실제 인간 영업사원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특정 인물을 복제한 AI 모델을 지칭하는 ‘디지털 클론’은 해당 인물의 외모를 재현하는 초현실적 영상 모델, 단 몇 분짜리 음성 녹음만으로 구현할 수 있는 생생한 목소리, 점점 더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는 대화형 챗봇과 같은 몇 가지 기술을 결합한 것이다. 그러나 챗GPT와 같은 기존 AI 서비스와 달리 디지털 클론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똑똑한 AI는 아니더라도 바로 복제 대상인 실제 인물처럼 생각하고 반응한다는 점이다.

디지털 클론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최근 앤트로픽과 미국의 배우 겸 감독 올리비아 와일드(Olivia Wilde)의 벤처 캐피털 회사인 프록시미티 벤처스(Proximity Ventures) 등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1,600만 달러(약 222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 델파이(Delphi)는 유명인들이 복제본을 만들어 팬들과 채팅 및 음성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마치 마스터클래스(MasterClass)처럼 유명인이 진행하는 교육 세미나 플랫폼 서비스가 AI 시대로 도약한 느낌이다. 델파이의 웹사이트에는 “현대의 리더들은 삶을 변화시킬 만한 지식과 지혜를 품고 있지만, 그런 리더들의 시간은 제한적이고 만나기도 어렵다”고 적혀 있다.

델파이는 유명인들의 공식 디지털 클론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다양한 유명인의 클론과 소통할 수 있다. 가령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클론은 필자에게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당신이 더 강하고 행복해지게 도와줄 것”이라고 말한 뒤 필자를 ‘아놀드 펌프 클럽’ 뉴스레터 구독자 명단에 올려놨다고 알려줬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나 다른 유명인들의 디지털 클론은 ‘개인화된 지혜를 폭넓게 전파하겠다’는 델파이의 거창한 비전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팬을 끌어들이고, 이메일 구독자를 늘리고, 건강 보조제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마케팅 채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유명인이 아닌 우리는 어떨까? 정교하게 제작된 디지털 클론이 우리를 대신할 수 있을까? 필자는 가끔 업무에 지치면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독자들도 분명 마찬가지일 거라 확신한다. 가령 가상 회의에 필자의 복제본이 참석해서 홍보 담당자와 통화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필자가 실제로 참석한 것처럼 속이려는 게 아니라 단순히 필자를 대신해 간단한 통화를 처리해주고, 통화 내용은 녹음되어 요약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상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필자는 디지털 클론을 직접 만들어 봤다. 지난해 1,8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한 Y 콤비네이터 출신 기업 타부스(Tavus)는 사용자의 영상 아바타를 제작해해주는 곳으로, 이용 요금은 월 59달러부터 시작한다. 영상 아바타는 사용자의 성격을 반영해 영상통화에 참여할 수 있다. 타부스에 따르면 이 디지털 클론들은 “인간의 감성지능과 기계의 확장성을 동시에 갖췄다”고 한다. 타부스의 웹사이트에 제시된 활용 사례 중 ‘기자 보조’는 찾을 수 없었지만, 치료사, 의사 등 다양한 직업에서 AI 클론이 유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타부스에서 디지털 클론을 제작하기 위해 필자는 카메라를 켜고 복제본이 필자의 목소리를 학습할 수 있도록 대본을 읽었으며(이는 필자의 초상권을 타부스에 제공하는 동의서 역할도 했다), 1분 동안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도 녹화했다. 몇 시간 만에 필자의 아바타가 완성됐다. 필자의 디지털 클론은 외모와 말투는 필자를 닮았지만(치아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실 외모를 모방하는 건 쉬운 부분이었다. 과연 이 디지털 클론이 필자를 대신해 당황스러운 상황을 만들지 않고 업무를 처리해줄 정도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타부스는 챗봇 인터페이스를 통해 디지털 클론의 성격을 어떻게 구성할지 안내하며 필자가 클론에게 기대하는 역할에 관해 물었다. 그런 다음, 운영 매뉴얼이 될 지침을 작성하게 했다. 필자는 클론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필자가 작성한 기사 36편을 업로드했다. 인터뷰나 취재 노트 등 다른 자료들도 도움이 될 수 있었겠지만, 여러 이유로 그런 자료들은 절대 공유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내 자료에 등장하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 대화를 AI 클론 학습에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클론에게 학습할 수 있는 자료를 매우 많이 제공할 수는 없었지만, 필자는 그래도 디지털 클론이 어느 정도 유용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대화를 나눠 보니 필자의 디지털 클론은 종잡을 수 없었다. 필자가 절대 추진할 리 없는 기사 계획에 지나치게 열광했고, 같은 말을 반복했으며, 실제 필자와 미팅을 잡기 위해 필자의 일정을 확인 중이라고 계속 말했다. 필자가 캘린더 접근 권한을 주지 않았기에 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상대방이 대화를 마무리할 수 없도록 같은 대화를 계속 반복했다.

이에 대해 타부스의 퀸 파브레(Quinn Favret) 공동 설립자는 필자에게 “초기에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클론은 일반적으로 메타의 라마(Llama) 모델을 활용하는데, 파브레는 이 모델들이 “실제보다 더 유용해 보이려 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클론이 대화를 마무리하거나 캘린더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한 지침은 개발자들이 설정하는 부분이라고도 덧붙였다.

필자가 기대했던 용도를 생각하면 이 디지털 클론은 실패작이었다. 적어도 필자가 다루는 분야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를 보이거나 대화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아야 했지만, 필자의 디지털 클론은 그 기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디지털 클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업도 있다. 더 많은 팬과 소통할 방법을 찾는 인플루언서나 숫자가 중요한 영업직에서 클론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판매원이라면 디지털 클론이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클론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거나 실제 사용자를 당황스럽게 할 위험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유용성을 생각하면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할 수 있을 것이다.

파브레 공동 설립자는 타부스의 주요 고객사 중 일부가 의료 분야와 채용 면접에 클론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클론은 또한 영업 프레젠테이션 연습이나 인사팀에서 직원과의 대화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한 기업 내 역할극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클론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클론이 콜센터 직원이나 텔레마케팅 기계를 뛰어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델파이는 자사 클론이 “의미 있는 개인적 상호작용을 무한한 규모로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타부스는 클론이 “사용자의 외모, 두뇌, 기억을 통해 의미 있는 대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파브레 공동 설립자는 타부스의 고객사 중 멘토링이나 심지어 의사결정(가령 신청자를 심사하고 선별하는 AI 대출 담당자)을 위해 클론을 제작하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핵심은 이렇다. AI 클론은 아직 사용자 특유의 분별력, 비판적 사고, 취향 등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 그러나 클론과 대화하는 상대방이 그러한 한계를 인지하고 있다면 괜찮다. 슈워제네거의 클론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클론을 통해 실제로 대단한 운동을 배울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클론을 더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고 능력을 과장할수록 효율성만 추구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디지털 클론을 당황스러운 용도로 활용하거나 심지어 AI를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의사결정에까지 적용할까 봐 우려된다. 본질적으로 디지털 클론은 어떤 사용자를 충실히 재현하는 것보다는 ‘확장성’을 위해 설계된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디지털 클론은 우리에게 좋은 말을 해주고 업무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절대 우리 자체가 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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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9월 07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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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5년 09월 07일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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