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부르는 노동’… 인도, 하수구 청소 로봇 보급 난항
위험한 수작업 방식의 청소 노동을 없애려는 인도의 노력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어린 시절 뉴델리에서 자란 지텐더(Jitender)의 부모는 모두 하수구의 고형 폐기물을 손으로 치우는 ‘수동 청소부’였다. 지금 그는 델리 정부가 이런 수작업을 보다 안전한 기계식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에 참여하는 약 200명의 계약 업자 가운데 한 명이다.
수동 청소는 1993년부터 불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인도 전역에서 여전히 널리 행해지고 있다. 이는 변기, 하수구, 정화조에서 사람의 배설물을 손으로 퍼내는 일을 뜻한다. 이런 노동은 대개 인도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계급으로 분류되는 ‘지정 카스트(Scheduled Castes)’ 또는 ‘달리트(Dalits)’라 불리는 이들에게 맡겨진다.
이 일은 비참할 뿐 아니라 목숨까지 위협한다. 막힌 하수구에 들어가 청소하는 사람들은 암모니아와 메탄 같은 유독가스에 노출돼 질식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인도 의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수동 청소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500명을 넘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다양한 기술을 갖춘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케랄라주에 본사를 둔 젠로보틱스(Genrobotics)는 ‘밴디쿳 로봇(Bandicoot Robot)’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기계식 다리와 야간 투시 카메라를 갖췄으며, 유독가스를 탐지할 수도 있다. 첸나이에 있는 인도공과대학 연구진은 흡입 장치를 통해 내부 오물을 퍼낼 수 있는 정화조용 로봇을 선보이기도 했다.
젠로보틱스에서 마케팅·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는 비핀 고빈드(Vipin Govind)는 “현재 인도 전역에 220대 이상의 밴디쿳 로봇이 배치됐다”며 “자원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도 이 기술을 효과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대안에도 불구하고 인도 사회정의·역량강화부(Ministry of Social Justice & Empowerment)가 2021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에는 여전히 5만 8천 명이 넘는 수동 청소부가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실제 수치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텐더가 사용하는 장비는 소형 트럭에 탑재된 채 회전식 막대와 고압수 분사, 기계식 집게를 활용해 막힌 하수구를 뚫고 이물질을 제거한다. 그는 “예전에는 청소부가 직접 하수구에 들어가 도구로 배수를 뚫었지만, 이제는 기계를 이용해 노즐을 넣고 펌프만 가동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델리 이니셔티브(Delhi initiative)에 참여하는 비자이 셰리야르(Vijay Shehriyar)는 “이런 기계들이 델리의 수동 청소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전히 많은 지역, 특히 좁은 골목에서는 수동 청소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동 청소 근절 운동을 오랫동안 이끌어온 활동가 베즈와다 윌슨(Bezwada Wilson)은 “인도 전역의 배수 및 하수 시설 대부분은 체계적인 계획 없이 건설돼 공학적 감독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안 기술을 개발했다고 해서 그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배수 시스템에 무턱대고 적용할 수는 없다”며 “인프라가 지닌 모든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마드 하비불라(Hamaad Habibullah)는 뉴델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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