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현실로… 트럼프의 ‘골든 돔’ 미사일 방어 전략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전체를 보호하는 ‘골든 돔’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런 영화 같은 구상이 정말 미국의 국가 안보를 강화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1940년 신인의 풋풋한 얼굴을 한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은 1940년작 영화 <머더 인 디 에어(Murder in the Air)>에서 미국 비밀경호국 요원 브래스 뱅크로프트(Brass Bancroft)로 스크린에 등장했다. 이 작품은 적군 항공기를 비행 도중 멈춰 세울 수 있는 가상의 ‘초강력 무기(superweapon)’를 둘러싸고 전개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가짜 신문은 이 무기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평화의 논거”라고 치켜세우고, 레이건이 맡은 주인공은 “이 실험용 무기는 미국만의 전유물”이라고 강조한다.
40여 년이 흐른 뒤, 적의 공격을 무력화하고 세계 평화를 실현한다는 이 영화적 상상은 레이건 대통령 집권기의 핵심 정책 비전으로 떠올랐다. 레이건이 내놓은 ‘전략 방위 구상(Strategic Defense Initiative, 이하 ‘SDI’)’은 우주에 기반한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겠다는 당시로서는 현실성이 낮은 계획이었다. 일각에서는 이 구상이 레이건의 과거 영화 속 역할에서 영감을 받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계획의 규모와 발상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었던 탓에 이 구상은 ‘스타워즈(Star Wars)’라는 별명으로 더 널리 불렸다.
2024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뉴햄프셔주 라코니아에서 열린 예비선거 유세에서 레이건이 탐탁지 않게 여겼던 ‘스타워즈’라는 별명을 직접 꺼내 들며, 이른바 ‘우주 방패’ 구상을 다시 꺼냈다. 그는 “1980년대에 이 계획이 실패한 이유는 당시 기술이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황금기 할리우드 영화든,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 연기든, 미사일 방어망의 구상은 영화 같은 연출에서 힘을 얻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많은 것을 봤고, 믿기 힘든 장면들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사일 방어 전문가들이 날아오는 무기의 경로를 삼각 측량하는 모습을 흉내 내며 “딩, 딩, 딩, 딩”이라고 말한 뒤 키보드를 두드리는 시늉을 했다. 이어 “미사일 발사? 푸쉬익!”이라며 손을 들어 미사일이 솟구치는 동작을 재현했고, 다시 손을 떨어뜨리며 요격 성공을 알리는 “붐” 소리를 냈다.
그는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Iron Dome)’에 대해 줄곧 찬사를 보내왔다. 아이언 돔은 미국의 재정 지원을 일부 받아 운용되는 방공 시스템으로, 영토 상공에서 단거리 로켓과 포탄을 요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세에서 “미국산 최첨단 미사일 방어막인 ‘아이언 돔’을 우리 영토 위에 구축하겠다”며 “그중 상당 부분을 바로 이곳 뉴햄프셔에서 생산하겠다”고 공언했다.
취임 불과 일주일 만에 그는 ‘미국판 아이언 돔’을 개발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공약 이행에 착수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한 달 뒤 ‘골든 돔(Golden Dome)’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어 6월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재점화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시설을 공습하기로 결정하면서, 행정부 내부에서는 미국판 아이언 돔의 필요성이 한층 더 강조됐다.
골든 돔은 미래지향적인 외형과 공격적인 방어 성격, 그리고 ‘세계 평화의 비밀 열쇠는 바로 뚫리지 않는 방패’’라는 신념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레이건의 SDI와 자주 비교된다. 두 계획 모두 국방 정책에서 ‘보여주기식 연출’이 갖는 상징적 힘을 잘 보여주며, 특히 레이건과 트럼프처럼 대중을 사로잡는 연출에 능한 정치인의 손에 쥐어졌을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황금기 할리우드 영화든,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 연기든, 미사일 방어망의 구상은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그럴듯한 이미지로 구현하는 영화 같은 연출에서 힘을 얻는다.
그러나 복잡하게 얽힌 오늘날의 세계 안보 환경에서 과연 이런 보여주기식 연출이 곧 ‘안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까.
세인트앤드루스대 국제관계학 강사 아네트 스티머(Anette Stimmer)는 “미사일 방어 분야는 사실과 허구가 뒤섞이는 영역”이라며 “관련된 모든 행위자의 해석에 크게 좌우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점은 단순하다. 우주는 육지·공중·해양과 마찬가지로 전쟁이 벌어지는 무대이며, 미국은 첨단 기술로 그 영역에서 지배력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그의 첫 임기에서 미 우주군 창설로 이어졌고 현재는 골든 돔 개발을 통해 한층 강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프로젝트 책임자로 임명한 마이클 게틀라인(Michael Guetlein) 장군은 지난 5월 “중국과 러시아 등 미국의 적국들이 자국 무기 개발에서 계속해서 수위를 높이며 미국이 대응에 나서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해외 평화에 집중하는 동안 적국은 핵전력을 빠르게 현대화하고 있다”며 “다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미사일, 시속 6,000마일로 비행해 한 시간 안에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우리 레이더와 방어망을 우회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 미국 해안에 은밀히 접근할 수 있는 잠수함, 그리고 그보다 더 위험한 우주 무기까지 개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게틀라인 장군은 “이제 그 방정식을 바꾸고 본토 방어를 두 배로 강화해야 할 때”라며 “골든 돔은 적국으로부터 본토를 신속히 지키기 위한 과감하고 공격적인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아이들과 그 후손들이 우리가 누려온 삶의 질을 그대로 누릴 수 있도록 지키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비전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공급망 보호, 센서 배열 업그레이드 등 여야가 모두 지지하는 사안까지 포함한 다양한 미사일 방어 목표를 제시했다. 골든 돔의 구체적 구조는 아직 설계 단계에 있지만, 초기 행정명령에는 지상·공중·우주에 배치된 신규 센서와 요격체가 협력해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순항미사일 공격을 차단하는 다층 방어망 구상이 담겼다. 이 체계는 실시간 위협 탐지와 대응을 위해 훈련된 인공지능(AI) 모델이 일부 관제 역할을 맡도록 설계됐다.
골든 돔과 SDI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기술적 고리는 행정명령의 핵심 문구에 있다. 바로 ‘부스트(boost) 단계에서 요격이 가능한 대량 우주 배치 요격체의 개발 및 배치’다. 이는 발사 직후 수 분간 미사일이 비교적 느린 속도로 발사국 영토 인근에 머물러 있을 때, 궤도에 배치된 수백 기의 요격체로 이를 파괴한다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구상을 되살린 것이다.
우주 무기는 부스트 단계 요격에 특히 적합하다. 요격체가 발사된 미사일과 충분히 가까워야 타격이 가능한데, 한 국가가 내륙 깊숙한 곳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쏘면 지상이나 공중의 요격체는 발사 지점에서 수천 마일 떨어져 있을 수 있다. 반면 우주 요격체는 상승하는 미사일 상공 수백 마일 거리에서 대기할 수 있어 훨씬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그러나 부스트 단계 요격 구상은 수십 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지상·공중·우주 어디에서도 실제 작전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입증된 적은 없다.
과학자연합(Union of Concerned Scientists) 글로벌 안보 프로그램의 수석 과학자이자 연구 책임자인 로라 그레고(Laura Grego)는 이를 두고 “아직 실현된 적 없는 정말 어려운 구상”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 기지에 나뉘어 배치된 44기의 요격미사일과 지상·해상·우주에 설치된 조기경보 센서망으로 구성된 ‘지상 기반 외기권 방어(Ground-Based Midcourse Defense, 이하 ‘GMD’)’ 체계로 본토를 방어하고 있다. 시험 결과 GMD의 요격 성공률은 약 50%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GMD는 1990년대 말 빌 클린턴 대통령이 착수했고, 2000년대 들어 조지 부시 대통령이 속도를 높였다. 주된 목적은 핵무기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한 북한과 같은 소위 ‘불량국가’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다. 부차적으로는 현재 핵무기나 ICBM을 보유하지 않은 이란도 잠재적 위협으로 상정해 향후 해당 능력을 갖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다만 GMD는 러시아나 중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대규모 동시다발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경우를 대비해 설계된 체계는 아니다. 부시 행정부는 이러한 ‘동급 경쟁국’에 대해서는 전략적 억제를 중심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선호했으며, 이러한 기조는 오바마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졌다.
GMD 외에도 미 국방부와 국제 파트너들은 분쟁 지역이나 주요 기반 시설을 겨냥한 공격 등 국지적 위협에 대응하는 지역 방어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이 모든 방어망은 미사일이 대기권 안팎을 비행하는 중간 항로(midcourse) 구간이나 목표물에 접근하는 종말·재진입 단계에서 요격하도록 설계돼 있다. GMD 구축에는 지금까지 63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됐으며, 미국은 이 밖에도 다른 미사일 방어체계 운용에 매년 200억~300억 달러를 추가로 지출하고 있다.
올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은 골든 돔의 여러 설계안을 보고받은 뒤, 임기 종료 전 전면 배치를 목표로 하는 1,750억 달러 규모의 계획안을 채택했다. 이후 7월 4일 그는 ‘원 빅 뷰티풀 법안(The One Big Beautiful Bill)’에 서명해 초기 자금 244억 달러를 승인했다.
1980년대에 비해 우주 기술과 발사 비용은 크게 낮아졌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이 계획의 예상 비용과 일정이 비현실적이라고 본다.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우주 기반 요격체 배치 비용이 20년간 총 1,610억~5,42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렇게 폭넓은 추정치는 궤도 요격체의 설계와 수량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방부 핵·미사일 방어 정책 부차관보를 지낸 레오노르 토메로(Leonor Tomero)는 우주 기반 요격체 구상이 “아마도 골든 돔에서 가장 논란이 큰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토메로는 “미사일 방어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역량 격차도 존재한다”면서도 “문제는 ‘스타워즈’와 SDI 부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것은 기술의 실현 가능성과 비용뿐 아니라 매우 중대한 정책적·전략적 안정성 문제를 야기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골든 돔 구상은 실현 가능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냉전 시대를 연상시키는 지정학적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냉전 당시 미국의 주적은 소련 하나였지만, 오늘날에는 기존 강대국과 신흥 핵보유국이 뒤섞인 다극 체제에서 훨씬 복잡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들 국가 상당수는 미국이 수십 년간 군축과 억제를 축으로 유지해 온 미사일 방어 전략에서 입장을 급선회한 데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그레고는 “우리는 오랫동안 이 구상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전략적으로도 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다”며 “그런데 하룻밤 사이에 그 약속을 뒤집은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 논리를 스스로 무너뜨린 행위는 이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5월 러시아와 중국은 공동 성명을 통해 골든 돔을 “본질적으로 심각한 불안정을 초래하는 계획”이라고 비판했고, 북한 외무성도 “우주를 잠재적인 핵전장으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레이건 전 대통령은 SDI를 모든 국가의 평화를 위한 궁극적 도구로 믿었으며 당시 소련 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Mikhail Gorbachev)에게 해당 기술을 공유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골든 돔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의 핵심 사업으로 본다. 그는 “과거 미국 지도자들이 자국 방어망도 구축하지 않은 채 해외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개발을 지원해 왔다”고 비판했다.
골든 돔은 세계가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반영하는 동시에, 새로운 힘의 균형을 위한 협상 카드이기도 하다. 그는 캐나다를 방어막에 무상으로 포함하겠다고 제안하며, 조건으로 미국의 ‘51번째 주’ 편입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분별한 이민으로 미국의 인구 구조가 약화되고, 무임승차하는 동맹국들로 인해 재정이 고갈돼 국가 안보가 대내외적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의 1기 대표 공약이었던 ‘멕시코 자금으로 미국 남부 국경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은 이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당시 행정부는 국경에 더 많은 물리적 장벽을 세웠지만, 비용은 멕시코가 아닌 미국 납세자가 부담했다. 현재 이 장벽은 실질적 기능을 넘어 강경한 이민 통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골든 돔은 트럼프 대통령 2기 집권에서 기존 공약을 확장한 버전으로, ‘국경’의 개념을 미국 전역의 영공으로 확대한 일종의 장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구상하는 우주 미사일 방어망을, 발사 직후 ‘부스트 단계’에서의 우주 요격부터 지상·공중 전력을 활용한 순항미사일 요격, 그리고 미사일이 목표에 접근하는 종말 단계 요격까지 아우르는 체계로 설명했다. 그는 지난 5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황금빛 방어막이 미국 전역을 뒤덮은 채 다가오는 미사일을 무력화하는 모습을 담은 모형도 앞에 앉아 이 구상의 최종안을 발표했다.
골든 돔의 궤도 요격체는 미국 영공 위가 아니라, 발사 지점 또는 그 인근에서 미사일의 초기 부스트 단계를 겨냥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에게 각인시키려는 이미지는 포위된 미국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적의 공격을 격퇴하는 장면이다. 이는 위협과 안전의 이미지를 동시에 시각적이고 영화적인 방식으로 전달한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테이버 리넨탈(Edward Tabor Linenthal)은 1989년 SDI 관련 대중 담론을 분석한 저서 『상징적 방어: 전략방위구상의 문화적 의미(Symbolic Defense: The Cultural Significance of the Strategic Defense Initiative)』에서 “현 정부와 이른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주창하는 자들은 이미 이민자나 국가 예산 낭비, 좌파 교수 등을 자신들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로 본다”며 “그런 시각에서 보면 핵무기를 가진 국가가 너무 많아져서 미국이 위협을 받는다고 여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연장선”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양극화가 고착된 오늘날에도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를 강화하고 최적화하는 데에는 초당적 지지가 존재한다. 미국 본토가 장거리 미사일 공격을 받은 적은 없지만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도 재앙이 될 수 있다. 토메로는 “미사일 방어 분야에서 우리는 많은 진전을 이뤘다”며 “지역 미사일 방어를 강화하고, 동맹국과 협력하며, 보유 중인 미사일 요격체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데 있어 상당한 초당적 합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주 방패’라는 구상으로 회귀하면서 기존의 초당적 합의를 흔들고 있다. 그는 SDI가 실현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1980년대 당시 재정적·공학적 한계를 지목했다. 실제로 당시 계획했던 기술은 구현이 불가능했지만, SDI를 둘러싼 논란과 ‘스타워즈’라는 조롱 섞인 별명이 붙게 된 배경에는 과도한 기술 낙관론뿐 아니라 잠재적인 지정학적 타격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스티머는 “레이건 대통령이 제안했을 당시에도 미사일 방패 구상은 대중에게 엄청난 호소력을 지녔다”며 “핵무기로부터 나라를 지킬 수 있다면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구상은 누구나 꿈꿀 수 있는 보편적인 이상이지만, 실제로 실현하려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여부와 다른 나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결정적인 변수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3년 3월 SDI를 발표하는 연설에서 “우주 기반 요격체로 이루어진 방패가 핵무기를 무력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존재로 전락시켜 세계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신념을 굳게 밝혔다. 그는 “상호 확증 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 교리를 상호 확증 생존(Mutually Assured Survival) 교리로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핵 긴장이 고조되던 시절 J.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미국과 소련의 관계를 “병 속의 두 마리 전갈”에 비유했다. 이제 그 병 속에는 훨씬 많은 전갈이 있다.
하지만 당시 고르바초프는 SDI를 미국에 선제공격 우위를 안겨줄 공격무기로 인식했다. 그는 “이러한 불균형은 지금까지 노골적인 군사 충돌이 없었던 우주 영역에서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세계 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군축과 핵 비확산 노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이 SDI를 세계 평화로 가는 유일한 해법이라 고집한 탓에, 외교나 군축처럼 더 현실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방법을 통해 목표를 달성할 기회를 스스로 잃었을 가능성이 있다. 1986년 레이캬비크 정상회담(Reykjavik Summit)에서 레이건과 고르바초프는 모든 탄도미사일과 핵무기를 폐기할 수 있는 군축 합의 직전까지 갔지만, 레이건이 SDI 포기를 거부하면서 협상은 무산됐다.
리넨탈은 “SDI는 전략 방위 ‘구상’이라기보다 ‘이데올로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의 핵심 인물인 J. 로버트 오펜하이머(J. Robert Oppenheimer)가 미국과 소련의 핵 대치를 ‘병 속의 두 마리 전갈’에 비유한 유명한 말을 언급했다. 전갈은 서로를 죽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도 죽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리넨탈은 “레이건은 이 은유에서 벗어나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꼈고, SDI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구원책처럼 보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지금은 전갈이 훨씬 늘어난 만큼 병도 그만큼 더 커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SDI의 열렬한 신봉자였던 레이건은 비용 초과와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구상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방위 정책의 초점을 전 지구적 차원에서 지역 중심으로 전환하며 프로그램의 방향을 수정했고, 이러한 기조는 수십 년간 유지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골든 돔은 이러한 논리를 완전히 뒤집으며 우주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토메로는 “적국이 골든 돔의 우주 인프라를 공격해, 잔해가 궤도를 뒤덮으면서 방어 체계와 수많은 우주 전력이 한꺼번에 무력화되는 ‘악몽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적국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일방적 전력은 필연적으로 위험한 불안정을 초래하며, 이는 의도치 않은 긴장 고조와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갈등과 핵전쟁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TV 프로그램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에서 재기 발판을 마련했던 특유의 보드룸식 연출을 정치 무대에도 이어왔다. 그러나 미사일 방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오랫동안 경계해 온 무장 적국 입장에서는 그것이 실제 정책인지 단순한 연출인지 가늠할 여유가 없다.
스티머는 “다른 나라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의 행동이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아무도 그가 실제로 무엇을 할지 알 수 없어 그것만으로도 상황은 불안정해진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든 돔을 미사일 공격에 거의 뚫리지 않는 방패로 묘사하며, 모든 미국인이 다시 안전하다고 느꼈던 ‘미국의 황금기’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난 5월 프로젝트 공식 출범 행사에서 “모든 미사일은 공중에서 격추될 것이며 성공률은 100%에 가깝다”며 “우리는 40년 전 레이건 대통령이 시작한 일을 완수해 미국 본토에 대한 미사일 위협을 영원히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글을 쓴 베키 페레이라(Becky Ferreira)는 뉴욕주 북부에 거주하는 과학 전문 기자이자, 오는 9월 출간 예정인 외계 생명 탐사에 관한 책 『퍼스트 컨택트(First Contact)』의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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