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구조물 탐지 혁신할 신개념 양자 레이더 등장
물리학자들이 양자역학을 활용해 전파 탐지기의 소형화와 성능 향상을 동시에 추구하는 연구에 나서고 있다.
물리학자들이 지하 구조물을 한층 더 정밀하게 탐지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양자 레이더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지하 구조물 영상화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 개발된 레이더는 양자 센서(quantum sensor)의 일종으로, 물체의 양자역학적 성질을 계측 장치로 활용하는 새로운 기술이다. 연구진이 만든 장치는 아직 시제품 단계지만 궁극적으로는 지하에 매설된 구조물을 영상화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예컨대 지하 기반 시설 건설, 천연가스 시추를 위한 지층 분석,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의 매몰 유물 탐사 등이 대표적인 활용 분야다.
이 장치는 기존 레이더처럼 전파를 발사하고, 그 전파가 주변 물체에서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위치를 파악한다. 하지만 기존 레이더에서는 대형 안테나와 같은 수신 장치를 통해 반사파를 감지하는 반면, 새로운 레이더는 반사파와 원자 구름, 즉 원자들이 흩어져 있는 상태 사이의 상호작용을 감지하여 신호를 읽어낸다.
현재 시제품은 원활한 실험 진행을 위해 광학 테이블 위의 여러 부품과 연결되어 있어 부피가 다소 큰 편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기존 설계보다 훨씬 더 작은 양자 레이더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매슈 시몬스(Matthew Simons)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물리학자는 “기존의 거대한 금속 수신 구조 장치 대신 원자들이 들어있는 약 1cm 크기의 소형 유리 용기로 신호를 수신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NIST와 방산업체 RTX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레이더의 양자 부품 역할을 하는 유리 용기에는 상온에서 보관된 세슘 원자가 가득 들어 있다. 연구진은 레이저를 이용해 각각의 세슘 원자를 박테리아 크기로 부풀린다. 이는 일반적인 원자 크기의 약 1만 배에 해당하는 크기이며 이렇게 부풀려진 상태의 원자를 ‘뤼드베리(Rydberg) 원자’라고 부른다.
외부에서 유입된 전파가 뤼드베리 원자에 도달하면 원자핵 주변 전자의 분포가 교란된다. 연구진은 원자에 레이저를 조사하여 빛을 방출하게 함으로써 이러한 교란 상태를 감지한다. 원자가 전파와 상호작용하면 방출되는 빛의 색이 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빛의 색 변화를 관측함으로써 원자를 전파 수신기로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하우 파니악(Michał Parniak)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교 물리학자는 “뤼드베리 원자는 물리적 장치의 구성을 바꾸지 않고도 다양한 전파 주파수를 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하나의 소형 레이더 장치가 다양한 작업에 필요한 여러 주파수 대역에서 작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시몬스 연구팀은 바닥, 천장, 벽에 종유석과 석순처럼 뾰족한 발포 흡음 스파이크(foam spike)가 설치된 특수 설계 실험실에서 레이더를 시험했다. 이 구조물은 전파를 거의 모두 흡수해 반사파를 차단함으로써 넓은 개방 공간과 유사한 환경을 구현한다. 덕분에 연구진은 벽 반사 없이 레이더의 이미지 처리 성능을 시험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실내에 전파 송신기를 설치하고 실외의 광학 테이블에 연결된 뤼드베리 원자 수신기를 함께 배치했다. 그들은 최대 5m 떨어진 지점에 A4 용지 크기의 구리판, 파이프 여러 개, 그리고 강철봉을 두고 전파를 쏘았다. 그 결과 레이더를 이용해 최대 4.7cm의 오차 범위에서 물체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6월 말 arXiv 출판 전 논문(preprint) 서버에 게재했다.
이번 성과는 양자 레이더의 상용화 가능성을 한층 더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파니악은 “이번 연구의 핵심은 여러 요소를 효과적으로 결합한 것”이라며 “뤼드베리 원자가 전파 감지기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되었지만 이번 연구팀은 수신기와 다른 장치를 더욱 매끄럽게 통합했다”고 말했다.
다른 연구자들도 뤼드베리 원자의 레이더 활용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대표적인 예로, 파니악 연구팀은 최근 전파 주파수를 측정하여 차량 레이더 칩의 문제를 진단하는 뤼드베리 원자 센서를 개발했다. 또한 뤼드베리 원자 수신기를 이용한 레이더로 토양 수분을 측정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 장치는 기존 도구에 양자 부품을 통합하는 기술인 양자 센서의 한 예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는 원자의 파동 성질을 이용해 회전을 감지하는 자이로스코프를 개발했으며 이는 항법에 유용하게 활용된다. 또한 연구자들은 다이아몬드 내 불순물을 이용해 자기장을 측정하는 양자 센서를 개발했으며, 이는 생의학 분야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양자 센서의 장점 중 하나는 핵심 부품이 본질적으로 일관성을 지닌다는 점이다. 장치 속 모든 세슘 원자는 동일하며, 전파 수신기는 이처럼 변하지 않는 원자의 기본 구조를 활용해 작동한다. 시몬스는 “원자의 특성은 항상 일정한 값을 갖는 기본 상수(fundamental constant)와 직접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덕분에 양자 센서는 기존의 비(非)양자 센서보다 교정이 수월하다.
전 세계 각국 정부는 유사한 부품을 사용하는 양자 센서와 양자 컴퓨터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왔다. 예를 들어, 연구자들은 리드베리 원자를 큐비트(기존 컴퓨터의 비트에 해당)로 활용해 양자 컴퓨터를 제작했다. 따라서 양자 감지 기술의 발전은 양자 컴퓨팅의 발전으로도 이어질 수 있으며, 그 반대도 가능하다. 파니악은 최근 리드베리 원자 기반 센서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양자 컴퓨팅에서 사용되는 오류 수정 기법을 적용했다.
양자 레이더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미래에는 장치가 더 미약한 신호를 감지할 수 있도록 민감도를 향상해야 하며 이를 위해 유리 용기의 코팅을 개선하는 작업이 진행될 수 있다. 시몬스는 “이 기술이 레이더를 활용하는 모든 작업을 대체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대신 소형 장치가 필요한 특정 환경에서는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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