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한 배터리로 AI 데이터센터 돌린다…레드우드의 도전
미국 최대 배터리 재활용 기업인 레드우드 머티리얼즈는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해 재생에너지로 구동되는 '소규모 전력망’를 구축할 계획이다.
네바다주 리노 외곽의 모래밭 같은 산업용 부지에 한때 전기차에 사용됐던 배터리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이 배터리들은 이제 소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미국 최대 배터리 재활용 기업인 레드우드 머티리얼즈(Redwood Materials, 이하 ‘레드우드’)가 지난 6월 26일 본사에서 진행한 언론 투어에서 방수 비닐로 덮인 채 줄지어 놓인 에너지 저장 모듈 시스템을 공개했다.
이번 행사는 레드우드의 신사업 부문인 ‘레드우드 에너지(Redwood Energy)’의 출범을 알리는 자리였다. 레드우드 에너지는 몇 년 정도 수명이 남은 배터리를 단순히 같은 용도로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용도를 전환하여 재생에너지로 구동되는 마이크로그리드(소규모 전력망)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소규모 전력망은 대규모 전력망에 연결되거나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기업 또는 지역사회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레드우드는 “우리가 재활용하기 위해 수거하는 배터리 중 상당수가 여전히 용량의 절반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JB 스트라우벨(JB Straubel) 레드우드 창립자 겸 CEO는 해당 행사에서 “우리는 배터리를 재활용하기 전에 에너지 저장 프로젝트로 활용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첫 번째 마이크로그리드는 레드우드의 시설이 위치한 미국 타호 리노 산업센터(Tahoe Reno Industrial Center)에 설치되어 태양광 패널로 전력을 공급받으며 64MWh(메가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미국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여기서 생산한 전력은 크루소(Crusoe)로 공급된다. 크루소는 암호화폐 채굴 업체에서 AI 데이터센터 개발로 전환한 기업으로, 레드우드의 마이크로그리드 부지 근처에 그래픽처리장치(GPU) 2,000개를 갖춘 시설을 건설했다.
크루소의 시설은 최근 데이터센터 규모를 생각하면 아주 작은 수준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크루소는 오픈AI를 비롯한 기업들을 위해 텍사스주 애빌린에 5,000억 달러(약 677조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개발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최초 건설하는 두 시설에 GPU 10만 개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레드우드의 이번 프로젝트는 전력망에서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벗어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마이크로그리드는 기존 발전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건설할 수 있다. 또한 마이크로그리드를 활용하면 AI 데이터센터를 위해 새로 건설하는 발전소의 비용을 일반 소비자가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레드우드는 이번 마이크로그리드가 이미 차량에서 분리한 중고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새 배터리를 사용하는 마이크로그리드보다 훨씬 저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드우드 에너지의 마이크로그리드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레드우드는 “우리가 개발한 마이크로그리드는 데이터센터로 인해 증가하고 있는 에너지 수요와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4월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량은 2030년까지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주로 AI로 인해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 때문이다.
스트라우벨 CEO는 “특히 저비용 저장 기술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완벽하게 적합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타호 리노 산업센터는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휩쓸고 있는 네바다주 북부에 위치해 있다. 이 지역은 최근 본지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탄소 배출과 과도한 에너지 및 물 수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곳이다.
스트라우벨 CEO는 레드우드의 시설 주변에 생겨나고 있는 수많은 데이터센터가 이번 신사업 부문의 합리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고 하면서도 “텍사스, 버지니아,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확장되고 있는 데이터센터들 또한 회사의 성장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라우벨 CEO는 “우리는 해당 기업들과 폭넓게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서비스도 제공하는 크루소는 최근 투자회사 엔진넘버원(Engine No. 1)과 합작 투자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4.5GW(기가와트) 규모의 천연가스 발전소를 신규 건설해 AI 기업들에 ‘전력 공급이 가능한 데이터센터 부동산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레드우드의 마이크로그리드는 크루소의 현지 시설에 필요한 전력의 99% 이상을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네바다 사막에서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장기간 일조량이 부족해질 경우 크루소는 표준 전력망에서 전력을 공급받을 수도 있다.
컬리 캐브니스(Cully Cavness) 크루소의 공동 설립자 겸 운영책임자는 크루소가 네바다주에 위치한 시설에서 이미 고객들이 AI에 묻는 질문들을 처리하고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보다 규모가 더 큰 크루소의 데이터센터들은 AI 모델 학습처럼 더 많은 연산 능력이 필요한 작업에 사용되고 있다.)
레드우드의 신사업 부문은 지난해 말 발표된 논문에 제시된 전략을 실제로 시험해보는 사례에 해당한다. 논문은 태양광 기반의 마이크로그리드가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해당 논문 저자들은 마이크로그리드가 천연가스 발전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건설될 수 있으며, 가끔 일조량이 장기간 부족할 때 천연가스 발전기에 의존하는 방식이라면 에너지 비용도 약간 더 비싼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태양광 기반 마이크로그리드로 30GW 규모의 신규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천연가스 백업을 10% 수준으로 유지하면, 데이터센터를 천연가스만으로 운영할 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억 톤이나 줄일 수 있다.
이 논문의 공동저자이자 결제 플랫폼인 스트라이프(Stripe)의 기후 담당자인 지크 하우스파더(Zeke Hausfather) 연구원은 “태양광과 저장 시스템을 활용하는 데이터센터는 우리가 논문에서 주장했던 시스템과 거의 유사하다”고 말했다. 하우스파더 연구원은 레드우드의 이번 마이크로그리드가 이러한 시스템이 현실 세계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다른 데이터센터 개발자들도 유사한 방식을 고려하도록 장려할 수 있기를 바란다.
레드우드는 자사에서 사용하는 배터리 중 전기차 배터리를 가장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고 밝히며, 올해 미국에서는 10만 대 이상의 전기차가 폐차될 것으로 추정했다.
레드우드는 수거한 배터리를 테스트해 재활용이 가능한지 판단한다.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판단된 배터리는 모듈형 저장 시스템에 통합되며, 이 모듈형 저장 시스템은 풍력 및 태양광 발전을 통해 생산된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기존 전력망에 연결될 수 있다. 이후에 배터리들이 수명을 다하면 마이크로그리드에서 교체되어 레드우드의 재활용 공정으로 옮겨진다.
레드우드는 이미 1GWh 규모의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할 수 있는 재활용 가능 배터리를 보유하고 있다. 1GWh는 약 100만 가구에 1시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레드우드의 신사업 부문은 이번에 공개한 마이크로그리드보다 10배 더 큰 규모의 마이크로그리드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스트라우벨 CEO는 레드우드 에너지가 주요 사업 부문으로 성장해 언젠가는 회사의 핵심 재활용 사업 부문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제안한 방식이 현재 시장에서 가장 비용 효율적인 솔루션이라고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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