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AI 하드웨어 경쟁 시대,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AI가 아이폰처럼 폐쇄적인 생태계 안에서 운영된다면 많은 문제점이 뒤따를 것이다. 바람직한 AI 하드웨어 생태계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알아보자.
오픈AI는 아이폰을 디자인한 조너선 아이브(Jony Ive)가 세운 하드웨어 스타트업 Io를 인수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쿨한 IT 기기를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이제 AI 세계의 경쟁이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드러낸 사건이었다.
AI는 이제 저 멀리 뜬구름 속의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집, 거실, 침대를 거쳐 몸속까지 침투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만 한다. 또다시 미래를 지배할 새로운 기술이 밀실에서 소수에 의해 설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는 완성된 상태의 제품을 구매할 뿐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우리는 단순한 소비자로 전락하며, 우리가 제품을 구성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우리의 삶과 행동을 규정하게 된다.
이것은 제품을 만드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제품을 사용할 우리 모두에게 아주 큰 영향을 끼칠 매우 심각한 문제다.
우리는 점점 삶에서 주체성을 잃어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불안 성향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전 미국 공중보건서비스청장은 “고립감과 외로움이 대유행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AI로 인해 정규 교육이 무력화할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런 우려는 우리가 매일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는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물리적 공간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시도하고 있다. 우리 시대에서 가장 강력한 기술인 AI가 우리의 모든 삶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주요 기술 기업들이 AI를 위한 기기에 투자하면서 AI 하드웨어 경쟁은 필연적이 됐다. 스타트업들은 로봇, 스마트 글래스,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 중이며, 이 기기들은 우리의 생활을 24시간 감시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어떠한 기기를 통해 AI와 상호작용하게 될 것인지, 누가 이러한 기기를 선점하게 될 것인지가 이번 경쟁의 주제다. 하지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 고민해 봐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직접 설계하지 않아도 될까? 몇몇 기술기업의 결정을 통해 모습을 갖춘 기기를 단지 소비해야만 하는 것일까?
지금, 이 순간은 우리 인류가 맞이한 존재론적인 전환점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우리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기회가 있다. 실리콘밸리의 이기적이고 오만한 세계관 너머에서, 조용하지만 거대한 저항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필자는 이것을 창작·제작자(makers)의 반격이라고 부르고 싶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되었을 때 창작·제작자 운동(maker movement)은 이미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이 저항적인 문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도서관이나 공용 제작 공간에 모여서 스스로 제품을 제작하면서 제품에 대해 공부하는 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또 메이커 페어(Maker Faire)라는 행사에서 3D 프린팅, 로봇공학, 전자공학 등 분야를 막론하고 서로의 발명품을 공유하기도 했다.
재미와 자기 실현, 공동 합습으로부터 시작된 이러한 운동을 통해서 메이커봇(MakerBot),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 아두이노(Arduino), 리틀비츠(LittleBits)와 같은 기업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필자는 기술이나 기계가 위협적이거나 우리와 동떨어져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필자가 조립 가능한 형태의 전자제품 부품 모듈을 개발한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창작·제작자 운동은 본질적으로 겸손하고 꾸준한 움직임이다. 이 운동의 실천가들은 ‘천재 개인’을 숭배하지 않는다. 대신 집단적 창의성을 믿는다. 이들은 창의성이 특정한 소수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존재한다는 신념을 바탕에 두고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할 때 더 위대한 발명이 가능하다고 믿으며, 누구나 기술을 관찰하고, 배우고, 만들 수 있도록 제품은 투명하게 설계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는 조니 아이브나 샘 올트먼이 만들고 있는 세계와는 정반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창작·제작자 운동은 점차 추진력을 잃었다. 기술 및 투자 업계는 이를 단지 ‘취미 수준의 동아리 문화’로 간주했고, 2018년 이후 하드웨어 벤처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등 외부 요인으로 크게 위축됐다. 또 사회적 교류의 장이 줄면서, 사람들은 다시 혼자 화면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AI 오픈소스 열풍과 함께 창작·제작자 운동은 강력한 2막을 향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이번엔 판이 훨씬 크고, 그에 걸맞은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
2024년 오픈소스 AI 선도 기업 허깅페이스(Hugging Face)는 AI 로봇용 오픈 플랫폼을 출시했다. 이 플랫폼에는 이미 3,500개 이상의 로봇 데이터셋이 등록되어 있으며, 전 세계 수천 명의 개발자들이 경쟁 대회인 해커톤에 참여하고 있다. 라즈베리 파이는 런던 증권거래소에 7억 달러(약 9,600억 원) 규모로 상장되었고,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개최된 메이커 페어에는 무려 3만 명이 방문하여 움직이는 조각, 불을 뿜는 문어, DIY 로봇 가수들을 관람했다. 그리고 2025년에는 100개 이상의 메이커 페어가 전 세계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DIY.org는 최근 앱을 재출시했고, 필자의 친구이자 아프간 소녀 로봇 팀(Afghan Girls Robotics Team)의 창립자인 로야 마흐붑(Roya Mahboob)은 이 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출시해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그동안에도 팹랩스(FabLabs), 에이다프룻(Adafruit) 같은 메이커 조직은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주며 조용히 그 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활동은 불안을 줄이고, 외로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들기는 우리를 현실에 발 딛게 하며, 다른 사람과 연결시켜주고, 우리 스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감각을 되찾게 해준다.
필자의 주장은 AI 하드웨어 자체를 거부하자는 게 아니다. 진정으로 거부해야 할 것은, 혁신이 독점적이고 폐쇄적이며 엘리트주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경직된 사고방식이다. 대신에 필자는 개방형 체계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제안한다. 우리의 자금과 시간, 소비는 이러한 가치를 기반으로 한 세계에 투자되어야 한다. 동네 실험실에서 탄생한 로봇, 개방형으로 훈련된 AI 모델, 누구나 열어보고 수정할 수 있는 투명하고 해킹할 수 있는 도구들. 이 모든 것을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세상은, 단지 더 포용적일 뿐 아니라 더 혁신적이고, 훨씬 즐거울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과거의 향수에 젖는 것도, AI를 거부하자는 러다이트(1811~1817년에 일어난 기계 파괴 폭등) 식의 운동을 하자는 것도 아니다. 창작·제작자 운동은 우리가 바라는 미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실천이다. 그 미래는 순응과 소비에 지배되는 세상이 아니라, 개인의 개방성과 기쁨이 살아 숨 쉬는 세상이어야 한다.
우리는 아이들이 단지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기는 법만이 아니라 무엇이든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자긍심과 가능성의 세계를 물려주고자 한다. 창의성은 신화 속 몇몇 천재들만의 특권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공동의 여정이 될 수 있다.
샘 올트먼은 Io 인수 발표 영상에서 “우리는 말 그대로 우리를 더 나은 존재로 만들어줄 차세대 기술의 문턱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필자는 최근 개봉한 HBO 오리지널 영화 <마운틴헤드(Mountainhead)>가 떠올랐다. 세상을 구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네 명의 테크 거물들의 망상과 달리, 정작 AI로 인해 세계가 대혼란에 빠지는 모습을 그린 풍자극 말이다. 필자는 아이폰이 인간을 더 나은 존재로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지금껏 살아오며, 세 살배기 아이 손에서 아이폰을 빼앗기 위해 전력 질주했던 순간만큼 빠르게 달려본 기억도 없다.
그래서 필자는 샘 올트먼과 조니 아이브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방구석과 교실, 작업대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진정한 ‘아이폰의 순간’은 신제품 출시를 기다리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AI 하드웨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바로 그 순간에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납땜인두를 손에 쥐고 있을 때는 무심코 쇼츠를 넘기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없어진다는 사실이다.
이 글을 쓴 아야 브데이르(Ayah Bdeir)는 누구나 자유롭게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코드 공개를 지지하는 오픈소스 AI 운동의 선도자다. 창작·제작자 운동의 실천가이기도 한 그녀는, STEAM 교육용 하드웨어 플랫폼인 리틀비츠(littleBits)를 창립했으며, MIT 미디어랩을 졸업한 뒤 BBC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그녀의 발명품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영구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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