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량 제한이 동물 수명 늘린다는데…인간에게도 효과 있을까

열량 제한이 체중 감량과 일부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건강상 위험도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살다 보면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이 있다. 노화다. 소셜미디어나 광고에서 흔히 들리는 주장과 달리, 인간의 노화를 늦추거나 되돌릴 수 있다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약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섭취 열량을 줄이는 방법이다.

섭취 열량을 줄이는 ‘열량 제한’이나 정해진 시간 동안은 음식을 먹지 않고 일정한 스케줄에 따라 식사하는 방식인 ‘간헐적 단식’은 단순히 체중 감량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일부 건강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으며,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발표된 새로운 연구 결과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노화 방지를 위해 매년 수십억 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소프트웨어 사업가 브라이언 존슨(Bryan Johnson)은 하루의 마지막 식사를 정오에 끝낸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는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체중이 줄었다고 해서 반드시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며, 열량을 제한하는 행위 자체가 체질량지수(BMI)가 낮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동물 실험 결과를 토대로 열량 제한이 상처 회복, 신진대사, 골밀도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열량 제한이 주는 이점과 그에 따른 위험은 어떤 것이 있을까 알아봤다.

동물이 적게 먹을수록 오래 산다는 사실은 이미 100년 전부터 여러 과학 저널을 통해 꾸준히 보고됐다. 아주 작은 선충류부터 초파리, 쥐, 원숭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실험 동물에게서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일부 실험에서는 섭취 열량을 제한한 설치류의 수명이 15%에서 많게는 60%까지 늘어난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열량 제한은 현재까지 거론돼 온 ‘항노화’ 약물 후보들보다 더 일관된 효과를 보이고 있다. 장기 이식 환자에게 사용되는 면역억제제 라파마이신(rapamycin)과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metformin)은 잠재적인 ‘장수 치료제’로 주목받아 왔으며, 두 약물 모두 일부 연구에서 수명 연장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이 세 가지 처방법에 대한 동물 실험 167건을 분석한 결과, 열량 제한이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6월 18일 학술지 <에이징 셀(Aging Cell)>에 게재됐다. 라파마이신은 열량 제한과 비슷한 효과를 보였지만, 메트포르민은 그에 훨씬 못 미쳤다.

랭커스터대학교의 데이비드 클랜시(David Clancy) 생물노인학 강사는 성명을 통해 “현재 많은 사람들이 수명 연장을 목적으로 승인 없이 처방된 메트포르민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부작용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열량 제한은 지금까지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적어도 실험 동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에게도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같은 날, 또 다른 연구팀이 열량 제한과 단식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기존 연구들을 종합해 논문을 발표했다. 앞서 언급했듯 열량 제한은 오랜 기간 활발히 연구돼 온 분야로, 이번 리뷰에서는 총 6,500명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99건의 임상시험 결과가 검토했다.

그 결과 단식이나 열량 제한이 체중 감량에는 일정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외에도  일부 건강상의 이점이 나타났지만, 식단 방식에 따라 효과에 차이가 있었다. 연구진은 학술지 <BMJ> 를 통해 “하루걸러 한 번씩 단식하는 방식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반면, 브라이언 존슨이 실천하는 방식과 유사한 ‘시간 제한 식사법’은 오히려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의 상승은 심장병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시간 제한 식사를 실천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우려스러운 결과다.

열량을 줄이는 식단이 광범위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식이 제한은 쥐의 상처 회복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골밀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부 실험에서는 생애 초기에 열량 제한을 시작했을 때 수명 연장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났지만, 이로 인해 골격 발달이 지연돼 골밀도가 9%에서 최대 30%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게다가 열량 섭취를 줄이는 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연구진이 열량 섭취량을 25% 줄였을 때의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2년간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참가자들이 실제로 줄일 수 있었던 열량은 평균 12%에 불과했다. 같은 연구에서는 열량 제한이 염증 지표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지만, 골밀도에 대한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하지만 열량 제한에 대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모든 동물에게서 수명을 연장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며, 특정 유전적 특성을 지닌 동물의 경우 오히려 수명이 단축되는 사례도 관찰됐다. 인간에게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여전히 확실치 않다. 유년기부터 평생에 걸쳐 식사를 제한하고 사망 시점까지 추적하는 무작위 임상시험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식단을 바꾸거나 꾸준히 유지하는 일 또한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게다가 열량 제한의 효과와 위험성에 대해 아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이를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권고로 제시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특히 개인의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효과나 부작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다음 연구 결과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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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6월 25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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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5년 06월 25일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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