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AI는 이 시대 창의성의 시작점이다” – 크래프톤 신석진 본부장
크리에이티브란 무엇이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작이란 어디까지인가? 게임,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브랜드 경험의 최전선에 서 있는 크래프톤의 신석진 본부장에게 AI 시대의 창의성과 인간성, 창작자의 자세에 대해 들어봤다.
이제는 주위에서 생성형 AI 툴(Tool)을 사용해 본 사람보다 사용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수준이 되고 있다. AI 기술은 인류 역사상 그 어떤 기술보다 빠른 속도로 대중화되고 있다.
과거의 AI 기술들은 전문가가 아닌 한 너무나 어려운 기술이었다. AI가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게 된 계기는 바로 생성형 AI의 등장이다. 텍스트를 넣기만 하면 이미지와 음악이 마법처럼 생성된다. 이 AI 기술이라는 마법은 이제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종류가 많아지고 분야 또한 다양화되고 있다.
이런 생성형 AI 기술의 대중화는 동시에 인류에게 또 다른 커다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간 고유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해 왔던 ‘창의성’이 과연 인간만이 가진 특징인가? AI가 마치 마법처럼 만들어낸 새롭고, 놀랍고, 믿어지지 않는 이 콘텐츠들은 과연 창의적인 것인가? 그리고 이것은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가?
이 의문을 해소하고자, 가장 창의적이고, 다양한 서사와 세계관을 다루는 곳을 찾아봤다. 바로 게임 산업이다.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크래프톤’이라는 기업에 대해서는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혹은 크래프톤은 모르더라도 크래프톤에서 만든 ‘배틀그라운드’ 혹은 ‘배그’라고 불리는 게임조차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바로 이 크래프톤에서 크리에이티브 및 자사 브랜드 전략을 맡고 있는 신석진 본부장(Head of Global Creative & Corporate Brand)과 이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봤다. 그는 크래프톤 합류하기 이전에 이미 광고계에서 잘 알려진 크리에이티브 분야의 전문가다.
그 또한 생성형 AI에 대한 놀라움과 두려움 그리고 혼란의 시기를 겪었다고 하지만, 그 안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찾았다고 말했다. 특히 게임, 엔터테인먼트, 브랜드 경험의 최전선에 있는 그는, 이 기술은 단순한 표현의 도구를 넘어서, 아이디어의 기폭제이자, 창의적 감각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AI 시대, 창의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생성형 AI의 등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으며, 창의성에 대해 이전과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과연 창의성의 정의가 정말 달라지고 있다고 보고 있는가?
전통적으로 크리에이티브(Creative)란 독창적인 아이디어, 개개인의 고유한 감각, 예술가적인 직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 특히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창작 과정에 개입하면서 이 정의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맞다.
크리에이티브 영역의 일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소위 ‘아티스트(Artist)’가 많다. 지금까지 아티스트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였지만, AI의 등장으로 인해 그 기준이 바뀌는 전환점에 있다. 오리지널리티만으로는 아티스트는 생존할 수 없고, 오히려 변화에 적응하고 다양한 도메인(Domain)간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과 개방성’이 더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이것은 중요한 변화다.
이는 특히 게임과 같은 멀티 콘텐츠 산업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우리 같은 크리에이티브 직군은 글로벌 시장의 게이머를 상대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므로,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취향에 대한 감각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크리에이티브에는 더 이상 동일한 정체성보다는 다양한 기술, 문화, 커뮤니티, 데이터를 수용하고 통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최근의 놀라운 AI 기술이 이를 돕고 있다.
AI의 역할과 수용성이 커져도, AI와 ‘인간’ 창작자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둘간의 이상적인 협력 관계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지금까지 이뤄져 왔던 AI와 인간 창작자 사이의 기능적 역할 분담의 시선 자체가 어쩌면 낡은 접근일 수 있다. 지금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에서 AI와 인간의 역할을 어떻게 나누는 것이 아니다. ‘AI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탐험하며, 활용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단순 역할 분담이 아니라 활용을 극대화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AI는 프로덕션 과정, 특히 반복적이거나 구조화된 작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썸네일 디자인, 영상 합성, 카피라이팅의 초안 작성, 소재 자동 생성 등은 AI의 손을 빌리면 제작 속도와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최근에는 AI가 점점 더 사전 제작 단계나 사고(thinking)의 영역에서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즉, 단순한 실행력뿐만 아니라 아이디어의 출발점,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안하는 데 있어서도 AI가 중요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
AI를 기계적 도구 보다는 ‘창의적 동반자’로 생각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까지의 AI는 과거의 포토샵과 같은 도구처럼 창작자의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구현하는 데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단순히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서, 아이디어의 발현을 돕는 새로운 브레인(brain)처럼 작동하고 있다.
AI는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콘텐츠의 출발점을 만들어 주는 창의적 파트너로 자리잡고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이 생각하지 못한 키워드나 상상력을 통해 예상치 못한 이미지, 텍스트, 콘셉트를 생성한다. 여기서 ‘예상치 못한’의 의미가 중요하다. 실제로 작업에서도 이러한 ‘뜻밖의 결과물’이 오히려 창의성의 씨앗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AI의 불완전성이 크리에이티브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영감’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AI는 이 시대에 창의성의 시작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존에는 창의성을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여겼지만, 이제는 AI도 그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구와 브레인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이 시점에, 창작자는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공동으로 창작하는 동반자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우리는 우리의 창의적 업무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현장에서 AI는 인간보다 빠르고 많은 결과물을 생산해 낼 수 있다. 이러한 과거에 보지 못한 새로운 방식은 ‘창의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AI 기술이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속도’와 ‘효율성’이다. 크래프톤처럼 실시간 반응이 중요한 엔터테인먼트 산업, 특히 게임 산업에서 콘텐츠 제작은 배포에서 끝나지 않고, 사용자 반응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빠르게 시도하고, 빠르게 실패하고, 빠르게 교정할 수 있는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단 1초만에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리는 유튜브 콘텐츠와 같이 반응 속도가 매우 빠른 환경에서는 하나의 콘텐츠를 오랜 기간 동안 제작하기보다는 가능한 많은 시도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때 AI는 반복적인 작업을 빠르게 수행하거나, 시각·언어 기반의 콘텐츠 제작 속도를 높이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이것이 바로 ‘빠른 실패를 가능케 하는 효율성’이다. AI는 창의적 결과물을 얻기 위한 시행착오의 빈도를 높이고, 불확실성 속에서 탐색과 실험을 통해 진짜 성공작을 건져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준다. 이런 과정을 거쳐 빠른 실패는 더 큰 창의적 성공을 이끌어 내는 기반이 된다.

AI의 창의성은 과거의 데이터에 기반한 보편성에 기반을 두고 있는 반면, 인간은 번뜩이는 독창성을 통해 창의성을 추구한다. 이 양자 간의 균형점을 찾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AI와 함께 창의적인 작업을 할 때 느끼는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창의적인 결과물은 흔히 개인의 창의성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다. 개인의 창의성을 시장에서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창의적 결과물을 대규모의 대중에게 서비스하는 경우는 이런 부분이 매우 큰 위험요소로 다가온다.
그래서 AI 시대의 크리에이티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보편성과 창의성의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AI는 다수의 데이터를 학습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잘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이러한 보편화된 결과물은 쉽게 소비되는 반면, 뚜렷한 인상을 남기기 어렵고, 차별화된 정체성을 갖기 힘들다. 반대로 인간 창작자가 자신의 감성에 치우쳐 만든 콘텐츠는 오히려 주류 소비자에게 낯설거나 거리감을 느끼게 만들 수도 있다.
AI는 이 지점에서 하나의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다. AI가 제공하는 데이터 기반의 보편성에 인간 고유의 독창성과 정체성을 덧입힐 수 있다면 AI는 오히려 창작자의 색깔을 더 선명히 부각시킬 수 있는 도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AI의 제안이 ‘기준점’이 되어줄 때, 인간은 오히려 더욱 대담하고 독창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험한 수많은 AI 작업을 통해 알게 된 AI의 한계는 과연 무엇인가?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수준과 향후 발전 가능성은 놀라울 정도다. 다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거나 감동을 주는 경우는 드물었다. AI는 과거 데이터를 학습하여 사람들에게 익숙한 스타일이나 트렌디한 조합을 잘 생성한다. 문제는 기억에 각인될 만큼의 창의적인 충격이나, 정서적 울림을 주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예를 들면 AI가 과연 BTS 같은 곡을 만들 수 있을까? 아니면 신해철 같은 가수처럼 시대를 앞서가는 예술적인 작업을 AI가 해 낼 수 있을까? 아직은 아니라고 본다. 이는 단지 기술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창작이 갖는 ‘시대 초월성’과 ‘인간 감성의 복합성’과 관련된 문제다. AI는 정교하고 매끄럽고 트렌디한 콘텐츠를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지만, 한 시대를 상징하거나 문화적 전환점을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아직 인간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AI 창작물의 가능성과 한계를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AI는 좋은 ‘재료’를 제공하고, 반복적이고 구조화된 작업을 대신해줄 수 있다. 하지만 최종 결과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맥락과 메시지를 정제하며, 사람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마지막 터치’는 여전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이 새로운 창의성의 시대에 창작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역량은 기술적 능력이 아니라 ‘개방적 태도’와 ‘적응력’이라고 생각한다. 창작자는 기존의 방식과 도구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과 접근법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함께 탐험할 수 있는 파트너로 봐야 한다. 마치 과거 페인팅에서 포토샵으로 전환되던 시기처럼, 지금 AI라는 새로운 툴에 대한 심리적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이 전환에 성공하는 창작자들이 결국 다음 세대의 문화와 콘텐츠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AI가 가져다주는 빠른 변화와 불확실성을 위협이 아니라, 창작의 가능성을 넓혀주는 기회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빠르게 뛰어들고, 함께 만들어가려는 개방적이고 실험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또한, 여러 도전을 겪으면서도 실험을 즐기고 실패에서 배우는 유연함도 반드시 갖춰야 할 것이다. 이런 열린 마음과 실험정신이 AI 시대의 창의성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량이 될 것이다.
신석진 본부장은 크래프톤의 기업 브랜드와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비전을 총괄하고 있다. 콘텐츠 전략과 브랜드 아이덴티티 분야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을 쌓아온 그는 제일기획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쳐, 다수의 국제 브랜드 캠페인을 총괄했다. 특히 2008년 칸 라이언즈(Cannes Lions)의 영 라이언즈 컴피티션(Young Lions Competitions, YLC)에서 은상을 수상하고, 지난 2024년에는 엔터테인먼트 라이언즈 포 게이밍(Entertainment Lions for Gaming) 부문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The post [인터뷰] “AI는 이 시대 창의성의 시작점이다” – 크래프톤 신석진 본부장 appeared first on MIT 테크놀로지 리뷰 | MIT Technology Review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