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마이크로파’ 무기, 드론 전쟁의 판도 바꾸나
방위 기술 스타트업 에피루스가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드론 공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최첨단 시스템을 개발했다. 미군도 주목하고 있는 이 장비는 앞으로 드론 전쟁의 양상과 전략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공중, 해상, 수중에 수십만 대의 자율 드론을 배치한다고 상상해 보자. 모두 폭발력이 큰 탄두나 소형 미사일로 무장한 드론들이 군집을 이뤄 대만의 군사 시설과 인근 미군 기지로 몰려든 후 반격할 틈을 주지 않고 몇 시간 만에 단 한 번의 기습 작전으로 태평양의 모든 군부대를 제압해 버린다고 치자.
마이클 베이 감독의 최신 <트랜스포머> 영화 시리즈에 나올 법한 장면 같지만 이는 미 육군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잠을 설치게 하는 잠재적 시나리오 중 하나다.
2023년부터 육군 참모총장 직속 CTO로 일해온 정보 장교 출신 알렉스 밀러(Alex Miller)는 “말이 씨가 될까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남중국해에서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지 않더라도 전 세계 미군 기지들은 이와 같은 전술에 취약하다. 다른 나라의 군대들도 마찬가지이다. 저가 드론이 확산하면서 어느 정도의 자금력을 갖춘 집단이라면 누구나 값비싼 전투기나 대규모 미사일 대신 드론 군집을 조립하고 출격해 적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은 이러한 드론을 격추할 수 있는 정밀 유도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미사일들이 항상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요르단 사막의 한 미군 기지가 드론 공격을 받아 미군 3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당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이 사용하는 미사일 한 발의 가격은 표적이 되는 드론보다 훨씬 더 비싸기 때문에 보유량에 한계가 있다. 수천 달러짜리 드론을 수십만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미사일로 요격하는 방식은 국방 예산이 내년에 1조 달러(약 1,393조 원)에 이른다 하더라도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미군은 현재 해결책을 찾고 있으며 가능한 한 빨리 그 답을 얻기를 바라고 있다. 모든 군부대와 수많은 방위 기술 스타트업들은 드론 군집을 한 번에 무력화할 수 있는 신형 무기들을 테스트하고 있다. 숫양처럼 다른 드론을 들이받아 격추시키는 드론, 회전 날개가 4개인 쿼드콥터(Quadcopter)에 그물을 발사해 날개를 얽어매는 드론, 정밀 유도 기관총으로 드론을 직접 격추하는 무기, GPS를 교란하거나 직접 해킹하는 전자전 장비, 표적에 구멍을 내는 고출력 레이저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마이크로파(microwave) 무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장비는 고출력 전자 장비에서 수 킬로와트의 전력을 방출해 전자레인지에 담긴 은박지처럼 드론의 회로를 녹여버린다.
이러한 기술을 개발 중인 대표적인 스타트업이 바로 에피루스(Epirus)다.
올해 초 캘리포니아주 토런스에 위치한 직원 185명의 스타트업 에피루스 본사를 방문했을 때 필자는 대형 마이크로파 무기 레오니다스(Leonidas)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은 현재 미 육군이 차세대 드론 방어 무기로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시스템이다. 미 육군은 2023년 초 에피루스와 6,600만 달러(약 913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가을 1,700만 달러(약 237억 원)를 추가로 지원했다. 현재 미 육군은 중동과 태평양 지역에 일부 장비를 배치해 미군 병력과 함께 시험 운용 중이다(중동 내 배치 위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5월 초 필리핀에서 실사격 테스트를 실시한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에피루스가 육군을 위해 제작한 레오니다스는 가까이서 보면 회전식 거치대에 차고 문 크기의 두꺼운 금속판(두께 약 61센티미터)을 얹어 놓은 모양이다. 후면 커버를 열면 내부에 수십 개의 마이크로파 증폭 장치가 격자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각 증폭 장치는 보관용 금고 정도의 크기이며 일반 실리콘보다 훨씬 높은 전압과 온도를 견딜 수 있는 질화갈륨(GaN) 반도체 칩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레오니다스는 표준형 미군 트럭으로 견인할 수 있는 트레일러 위에 탑재된다. 전원이 켜지면 장비 내부의 증폭기와 안테나 격자망이 에피루스 소프트웨어의 지시에 따라 위상 배열(phased array, 각 안테나 요소의 위상을 다르게 제어하여 안테나를 움직이지 않고 전파 방향을 제어하는 기술) 방식으로 전자기파를 형성하고 마이크로파 신호를 정밀하게 겹쳐 하나의 집중된 에너지 빔을 만들어 낸다. 레오니다스는 무기나 반사판을 직접 조준하지 않아도 소프트웨어 명령만으로 수천 대의 드론 중 어떤 표적으로든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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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기술로 모든 적을 무력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위상 배열 장치로 입힐 수 있는 피해 범위와 유효 거리에는 실질적인 한계가 있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레오니다스는 전자기 펄스를 방출해 전자 장비를 무력화하거나 군사 기지 주변의 드론을 해충 박멸기에 감전된 모기처럼 추락시키는 전자기 방벽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필자는 레오니다스 제조 공장의 비통제 구역을 직접 둘러보았다. 이곳에서는 일명 ‘무기효과 설계(weaponeering)’ 작업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들이 여러 개의 소형 무반향실에서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무기효과 설계란 폭발물이나 마이크로파 같은 특정 무기를 어느 정도로 써야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계산하는 군사 기술 분야다. 이들은 다양한 상업용 및 군용 드론을 대상으로 마이크로파 장치마다 서로 다른 출력과 파형으로 신호를 쏘며 가장 효율적으로 드론을 무력화할 수 있는 신호를 찾고 있었다.
필자는 폼 패드가 깔린 실험실 중 한 곳에서 실시간 영상 피드를 통해 실험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화면 속 쿼드콥터 드론은 프로펠러를 회전시키고 있었지만 마이크로파 방출기가 켜지자 전면 좌측 프로펠러가 가장 먼저 작동을 멈췄고 이어 나머지 프로펠러들도 차례로 정지했다. 레오니다스의 마이크로파에 맞은 드론은 폭발하지 않는다. 그저 추락할 뿐이다.
미사일 폭발이나 레이저 섬광에 비하면 레오니다스의 위력은 그다지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장비는 적군이 더 비싸고 복잡한 공격 방식을 선택해 드론 군집의 이점을 약화시키도록 유도할 수 있으며 단순한 전자전 장비나 물리적 방어 시스템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보완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앤디 라워리(Andy Lowery) 에피루스 CEO는 키가 크고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로 남일리노이 특유의 빠른 말투를 구사하며 자사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필자가 방문했을 당시 그는 “레오니다스가 그 이름의 유래가 된 스파르타 장군(편집자: 레오니다스는 제라드 버틀러가 주연한 영화 <300>의 주인공이다)처럼 무인기(UAV) 떼로부터 최후의 방어선을 지키기 위한 무기로 설계되었다”고 설명했다. 레오니다스의 실제 사격 거리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라워리는 “미 육군은 몇 킬로미터 반경 내의 드론을 안정적으로 격추할 수 있는 장비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육군은 우리 시스템이 마지막 방어선을 사수해 한 대의 드론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에피루스가 “방어막(force field)을 발명했다”고 대외적으로 발표한 가운데 라워리는 본격적인 대량 생산 체제로의 전환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에피루스는 본격적인 드론 군집 공격이 시작되거나 주요 군사 강국이 새로운 전쟁을 일으켜 밀러가 우려하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 전에 마지막 보루를 확보하고자 한다.
왜 ‘고출력 마이크로파’인가?
밀러는 소형 무장 드론의 위험성을 알게 된 순간을 정확히 기억한다. 2016년 말 모술 전투에서 이슬람국가(IS) 전투원들이 중국 드론 기업인 DJI의 상업용 팬텀(Phantom) 쿼드콥터 하단에 수류탄을 부착했다는 기사가 처음으로 보도되었다. 밀러는 “당시에 무장 드론은 공중에서 날아오는 IED(급조폭발물)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기사를 보는 순간 ‘전쟁이 한층 더 위험해지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 이후 머신비전, 인공지능(AI) 기반 협업 소프트웨어, 자폭형 드론 전술 등이 발전하는 동안 밀러는 이 위협에 꾸준히 주목해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저가의 드론 기술이 전쟁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었음을 전 세계에 입증했다. 우리는 고화질 영상을 통해 시중에서 쉽게 구매 가능한 드론에 소형 폭탄을 장착해 멀리 떨어진 트럭, 탱크 또는 부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명 ‘배회형 탄약(loitering munitions)’이라 불리는 대형 자폭형 드론은 단 몇만 달러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이를 대규모로 투입하면 방어력이 약한 목표를 타격하거나 물량 공세로 첨단 방어망을 압도할 수 있다.
밀러를 포함한 미 국방부와 워싱턴의 수많은 인사들은 현재 미국의 드론 대응 무기 체계가 지나치게 고가이고 수량도 부족해 실질적인 위협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예멘 사례만 봐도 그렇다. 후티 반군은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공격에 시달려온 가난한 무장 세력이지만 최근 18개월 동안 값싼 저기술 무기를 활용해 화물선을 폭격하고 홍해 일대의 글로벌 해운을 실질적으로 마비시키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을 중단시키려는 압박 전술을 펼쳤다. 후티는 미사일, 자폭 드론, 드론 보트까지 동원해 이를 저지하려는 미 해군 함정에도 강력한 공격을 감행했다.
현재 미군에 드론 요격 무기를 공급하는 가장 성공적인 방산 기술 기업은 오큘러스(Oculus) VR 헤드셋의 발명자인 팔머 럭키(Palmer Luckey)와 오큘러스 및 방산 데이터 기업 팔란티어(Palantir) 출신 공동 창업자들이 설립한 안두릴(Anduril)이다. 최근 몇 달 사이 미 해병대는 안두릴과 향후 10년간 최대 8억 5,000만 달러(약 1조 1,841억 원) 규모의 드론 대응 계약을 체결했으며, 특수전사령부(SOCOM)도 2022년부터 유사한 기간 동안 약 10억 달러(약 1조 3,93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협력 중이다. 계약서에는 각 군이 어떤 장비를 구매했는지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안두릴은 전자전 통신 교란 장비, 제트 추진 자폭 드론, 적 드론과 충돌해 파괴하는 프로펠러 기반의 앤빌(Anvil) 드론 등을 개발해 왔다.
이 무기 체계 가운데 가장 저렴한 대응 방식은 드론 조종에 사용되는 GPS나 무선 신호를 교란하는 전자전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벌어진 치열한 드론전은 교란과 반교란 기술 사이의 경쟁을 교착 상태로까지 발전시켰다. 그 결과 최근에는 ‘교란이 불가능한 드론’이라는 새로운 첨단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이 드론은 온보드 프로세서를 이용해 내부 지도와 컴퓨터 비전을 기반으로 자율 비행하거나 최대 20km 길이의 광섬유 케이블을 연결해 원격 조종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교란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무력화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통신 교란 장비는 안테나를 이용해 드론과 조종사 또는 원격 유도 시스템 간의 신호 연결을 차단하는 방식이지만 레오니다스는 마이크로파 광선으로 드론의 몸체를 정조준한다. 이 에너지는 비행 제어 장치나 날개 플랩을 움직이는 미세 전선 등 기체 내부의 전자 회로를 찾아내 단락을 일으키고 작동을 정지시킨다(에피루스는 이 에너지 조준 방식이 조류와 같은 야생 생물에는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에피루스 무기효과 설계팀의 타일러 밀러(Tyler Miller) 수석 시스템 엔지니어는 “레오니다스로 타격할 때 목표 드론의 어느 부위가 가장 먼저 고장 날지는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마이크로파 신호가 내부 회로 어딘가에 침투해 과부하를 일으키는 장면은 꾸준히 관측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하 구조나 배선 방식에 따라 마이크로파가 침투하는 최적 경로가 달라진다”며 “드론을 90도 회전시키면 가장 먼저 작동을 멈추는 모터가 달라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무기효과 설계팀은 이론상 전자기 차폐 효과가 있는 구리 테이프로 드론을 감싸는 실험도 진행했지만 마이크로파가 여전히 회전하는 프로펠러 축이나 비행을 위해 외부에 노출되는 안테나 등을 통해 침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레오니다스는 한꺼번에 많은 드론을 격추하는 데에도 탁월하다. 전자전이 실패할 경우 드론을 물리적으로 타격하거나 레이저로 조준해 격추하는 방식도 효과적일 수 있으나 자폭 드론은 한 번에 하나의 표적만 제거할 수 있고 레이저는 고도의 정밀 조준과 발사가 필요하다. 반면 에피루스의 마이크로파는 레오니다스 발사 장치를 중심으로 약 60도 반경 안에 있는 모든 표적을 동시에 파괴할 수 있고 에너지 무기의 특성상 탄약이 떨어질 걱정 없이 반복적으로 발사할 수 있다.
비용과 관련해 라워리는 현재 육군용 레오니다스 한 대의 가격이 “수천만 달러대 초반”이라고 밝혔다. 방산 계약의 정확한 단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에피루스는 6,600만 달러(약 919억 원) 규모의 첫 계약을 통해 총 4대를 납품해 대당 단가가 약 1,650만 달러(약 23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참고로 병사가 어깨에 메고 적 항공기나 드론을 향해 발사하는 레이시온(Raytheon)의 스팅어(Stinger) 미사일은 1발당 가격이 수십만 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레오니다스는 첫 드론 군집을 격추한 시점부터 더 저렴하게 활용될 수 있다.
새로운 무기 개발 공식
에피루스는 무기 개발 방식과 국방부의 구매 체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신생 벤처 기반 방산 기업들 중 하나다. 레이시온, 보잉, 노스롭 그루먼, 록히드 마틴 등으로 대표되는 기존 방산 대기업들은 미 국방부가 제시하는 기술 사양에 따라 무기를 개발하고 이에 대한 일정 수준의 이윤을 보장받는 연구 지원금 및 원가 가산 계약에 의존해 왔다. 이러한 체계는 수십 년간 미군에 첨단 무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기여했지만 결과적으로 납품이 수년간 지연되거나 예산을 수십억 달러 초과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최근 부상한 방산 스타트업들은 정교한 기술 사양에 맞춰 무기를 제작하기보다는 빠른 일정 내에 특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 뒤 이를 군에 제안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성능을 조정해 나가는 방식을 추구한다. 이 방식은 팔란티어와 스페이스X가 개척했으며 이후 안두릴 및 쉴드AI(Shield AI)를 비롯한 수십 개의 소규모 스타트업들이 벤처 캐피털로부터 수백억 달러를 투자받아 전쟁 산업에 진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에피루스 역시 안두릴과 마찬가지로 팔란티어와 직접적인 인연이 있다. 공동 창업자인 조 론스데일(Joe Lonsdale)은 팔란티어의 공동 창업자이며, 또 다른 공동 창업자인 존 테닛(John Tenet)은 론스데일이 운영하던 벤처 펀드 8VC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였다(존 테닛은 전 CIA 국장 조지 테닛의 아들이며 에피루스라는 사명은 조지 테닛의 부모가 태어난 그리스 북서부의 에피루스 지역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회사 측은 대부분 2011년 개봉한 판타지 액션 영화 <신들의 전쟁(Immortals)>에 등장하는 화살이 무한히 나오는 전설 속 무기 ‘에피루스의 활’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에피루스는 이처럼 새로운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기술적 기반은 레이시온과 같은 전통적인 방산업체에 뿌리를 두고 있다. 마이크로파 기술의 선구자인 레이시온은 1922년 MIT 교수 버니바 부시(Vannevar Bush)가 공동 설립했으며 초기에는 구형 라디오에 사용되던 진공관을 제조했다. 그러나 이후 2차 세계대전 중 부시가 별도의 실험실을 설립해 영국에서 개발된 초기 마이크로파 레이더 기술을 실용화하고 미군을 위해 마그네트론(magnetron)이라는 마이크로파 진공관을 대량 생산하면서 전자 방어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1945년 전쟁이 끝날 무렵에는 연합군이 사용하는 레이더의 약 80%에 레이시온이 제작한 마그네트론이 장착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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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고출력 마이크로파를 방출하는 수단으로는 대형 진공관이 실리콘 기반 고체 증폭기보다 훨씬 더 우수한 성능을 보여왔다. 오늘날 가정용 전자레인지에서도 여전히 마그네트론 진공관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진공관은 부피가 크고 열이 많이 발생하며 유지보수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실제로 현재 미 국방부가 개발 중인 또 다른 마이크로파 드론 요격 장비인 전술적 고출력 작전 대응기(Tactical High-power Operational Responder, 약어 THOR)도 물리적 진공관을 사용한다. 이 장비는 드론 격추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으로 전해지지만 전체 시스템이 해상용 컨테이너만큼 크고 표적을 조준할 수 있는 접시형 안테나가 필요하다).
2000년대 들어 질화갈륨과 같은 신소재를 활용한 고체 증폭기 기술이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녹거나 단락되지 않고 실리콘보다 더 많은 전력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미 해군은 첨단 마이크로파 기술 개발을 위해 수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그중에는 매우 먼 거리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고출력 마이크로파 기술을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레이시온의 차세대 전파 교란 장치(Next Generation Jammer) 프로젝트도 포함되어 있었다.
라워리 에피루스 CEO는 경력 초기에 미 해군 항공모함의 원자로 관련 업무를 맡았고, 이후 2010년에는 레이시온에서 차세대 전파 교란 장치 프로젝트의 수석 엔지니어로 활동했다. 그는 레이시온에서 팀과 함께 오늘날 레오니다스 시스템의 핵심 기술과 상당히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동일한 종류의 증폭기 재료와 안테나 구조를 사용하되 수백 마일 떨어진 목표물의 레이더를 교란하는 대신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소형 전자 장비를 무력화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유사성은 우연이 아니다. 2018년 차세대 전파 교란 장치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엔지니어 두 명이 에피루스를 공동 창업했다. 당시 증강현실 기반 산업용 스마트 글래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리얼웨어(RealWear)에서 일하고 있던 라워리는 2021년 에피루스에 합류해 제품 개발을 담당하게 되었고, 레오니다스 시스템이 완성 단계에 접어든 2023년에는 CEO직을 맡게 되었다. 초기 창업 멤버 중 상당수는 이후 다른 프로젝트로 이직했으나 여전히 기업 전반에 레이시온 출신 인력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전 레이시온 레이더 엔지니어인 맷 마르켈(Matt Markel)은 2024년 1월 CTO로 부임했으며, 에피루스의 방산 부문 최고 엔지니어,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 운영 부문 부사장 등 다수의 핵심 인력이 레이시온 출신이다.
마르켈은 필자에게 “에피루스의 방식은 기존 대형 방산업체에서는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전에는 계약이 체결되기 전에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신제품을 개발하려는 시도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에피루스 엔지니어들은 적용 가능성을 확인한 후 레오니다스 개발을 위한 자금 유치에 나섰고 군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기 전에 이미 시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출발 신호를 기다리며
라워리의 사무실 벽에는 육군 시험장에서의 성과를 기념하는 두 개의 기념물이 걸려 있다. 하나는 테스트 팀 전원의 서명이 새겨진 대형 드론의 날개 일부이고, 다른 하나는 레오니다스의 성능을 보여주는 사진으로 무력화된 드론 수십 대가 수북이 쌓인 모습이 액자에 담겨 있다.
이처럼 인상적인 시험 결과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볼 때에는 실제로 드론 군집이 출현했을 때 에피루스의 기술이 그 위협을 완전히 제어할 수 있을지 여전히 판단하기 어렵다.
미 육군은 레오니다스 시스템을 포함해 현재 시험 중이거나 배치 초기 단계에 있는 신무기들의 성능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에피루스와의 계약을 담당하고 있는 육군 산하 신속 역량 및 핵심 기술 사무국(Army’s Rapid Capabilities and Critical Technologies Office, 이하 RCCTO)의 대변인은 성명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혁신적인 지향성 에너지 무기의 개발 및 배치에 전념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에피루스에 대한 신뢰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고위 군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RCCTO를 이끌며 지난해 여름 레오니다스 시험을 총괄했던 미 육군 3성 장군은 방위 산업 전문 매체 <브레이킹 디펜스(Breaking Defense)>와의 인터뷰에서 “레오니다스 시스템이 전체 타격 체계 내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지만 시스템은 실제로 매우 잘 작동했다”고 밝혔다.
민간인 신분으로 미 육군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던 크리스틴 워머스(Christine Wormuth) 전 육군 장관도 지난 1월 퇴임 인터뷰에서 에피루스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고출력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드론 군집을 무력화할 수 있는 한 회사”를 언급하며 이러한 기술이 “육군에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마이크로파 무기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육군만이 아니다. 필자가 에피루스의 생산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육군이 의뢰한 베이지색 레오니다스 장비 옆에서는 엔지니어들이 해병대에 투입될 녹색 소형 원정용 모델을 제작 중이었으며 이 장비는 4월 말에 납품되었다. 지난해 여름 해군을 위해 부두에서 마이크로파 방사 장비를 테스트하는 영상에는 후티 반군의 무인정에 사용된 것과 유사한 보트용 전기모터에 마이크로파를 방출하자 회로가 타버리며 목표물이 무력화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에피루스는 현재 육군의 스트라이커(Stryker) 전투 차량에 탑재할 더 작고 가벼운 레오니다스 버전을 개발 중이며 소형 드론에 장착 가능한 단일 마이크로파 장비도 테스트하고 있다. 이 장비는 차량, 데이터 센터 또는 개별 적 드론을 정밀 타격해 무력화할 수 있는 고집중 타격 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
에피루스의 마이크로파 기술은 기존 레오니다스보다 더 작은 장비에서도 시험되고 있다.
아직 육군이나 해군 모두 에피루스 시스템을 대량 구매하겠다는 공식 계약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에피루스와 투자자들은 대규모 발주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에피루스는 2018년 창립 이후 지금까지 3억 달러(약 4,179억 원) 이상을 유치한 후 올해 3월 초 2억 5,000만 달러(약 3,483억 원)의 투자금을 추가로 확보하며 향후 몇 년간 레오니다스 생산을 극대화할 준비에 착수했다.
라워리는 “효과적인 방어막을 발명하면 정말 많은 주목을 받게 된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제 에피루스가 해야 할 일은 주요 고객들이 실제로 레오니다스를 구매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생산량을 늘리는 동시에 시스템의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는 것이다. 아울러 인력 확보, 조립, 대규모 테스트 같은 보다 현실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라워리는 “이후 모델에서는 안테나 설계를 정교하게 다듬고 출력이 수십 킬로와트에 달하는 고출력 마이크로파 증폭기를 통합해 사격 거리와 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무역 전쟁으로 인해 이런 작업이 더 어려워질 수는 있지만 라워리는 공급망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전 세계 갈륨의 98%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중국은 이미 미국으로의 수출을 중단했지만 에피루스의 칩 공급업체는 일본산 재활용 갈륨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피루스처럼 드론 요격 마이크로파 무기를 생산 중인 다른 기업들과의 경쟁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의 국영 방산업체 중 하나는 ’허리케인(Hurricane)’이라는 고출력 마이크로파 드론 요격 무기를 자체 개발 중이며 2024년 말 주요 군사 전시회에서 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전자 장비를 무력화하는 방어막 구축이 전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러한 예측이 사실이라면 앞으로의 전쟁 양상은 과거와 달라질 것이며, 또다시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미군 기획관들은 미국이 이러한 변화에 뒤처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에피루스의 기술이 예상대로 작동한다면 이는 향후 10년간 전쟁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수도 있다.
밀러 미 육군 CTO는 에피루스나 특정 시스템을 직접 언급할 수는 없지만 드론 대응 기술이 앞으로 모든 미군 병사에게 필수적인 능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무인항공기(UAS) 대응은 과거의 급조폭발물(IED) 대응처럼 병사들의 일상적인 임무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모든 병사는 IED를 경계하던 것처럼 UAS 위협도 항상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자신과 동료들의 임무는 ‘마법처럼 효과적인’ 기술을 일반 보병에게도 제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워리는 이에 대해 “에피루스는 이를 위해 병사들이 간단히 버튼 하나만 누르면 목표물 군집을 식별하고 요격을 개시할 수 있는 레오니다스 제어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은 실제 전장에 대규모로 투입되어야만 입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라워리는 가까운 미래에 미국-멕시코 국경에 레오니다스가 배치될 수도 있다고 믿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지금까지 논의된 계획 중 가장 거대한 버전은 탄도미사일 탐지용 레이더 시스템인 페이브 포스(PAVE PAWS)를 따라 도시 전체를 방어하는 레오니다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페이브 포스는 미 국방부가 개발한 대형 조기경보 레이더로, 높이가 32미터에 달하는 건물 전체를 차지하며 원거리 핵미사일 발사를 탐지할 수 있다. 미국은 1980년대에 총 4기를 설치했고 대만은 현재 타이베이 남쪽 산악 지대에 1기를 운영 중이다. 라워리는 이와 비슷한 크기의 건물 안에 마이크로파 방출기를 가득 채우면 광선이 16킬로미터에서 24킬로미터까지 도달할 수 있으며 대만 북쪽의 타이베이와 남쪽의 가오슝에 각각 한 대씩 배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리스 신화를 인용해 “나는 드론을 모두 말썽꾸러기라고 부른다. 국경을 넘어 마약이나 총기를 운반하든 랭글리 공군기지 위를 비행하거나 전투기를 염탐하든, 드론은 모두 이카로스와 같다.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못할 거야, 나는 무적이야’라고 자만하며 사방을 날아다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우리는 그 밀랍 날개를 녹여버릴 엄청난 무기를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이 글을 쓴 샘 딘(Sam Dean)은 비즈니스, 기술, 국방 분야를 전문으로 취재하는 기자다. 현재 그는 바이킹 프레스(Viking Press)와 함께 실리콘밸리가 국방부와 다시 손잡게 된 최근 역사를 다룬 책을 집필 중이며 여러 매체에 국방 기술 산업 관련 기사도 기고하고 있다. 이전에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os Angeles Times)>에서 비즈니스 담당 기자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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