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원자시계, 지구 고도 측정 방식의 혁신을 예고하다
보다 정밀한 고도 측정을 위해 측지학자들이 우주 원자시계와 지상 시계를 연결하는 글로벌 시계 네트워크 구축에 착수했다.
2003년 독일과 스위스의 엔지니어들은 라인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양쪽에서 동시에 건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달 후, 그들은 양쪽의 구조물이 맞닿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독일 측에서 건설한 구조물이 스위스 측보다 54센티미터 더 높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일치는 고도를 측정할 때 참조한 해수면 기준의 차이로 인해 발생했다. 독일은 북해의 역사적 수위를 기준으로 삼았지만, 스위스는 이보다 27센티미터 더 낮은 지중해 수위를 기준으로 삼았다. 우리는 흔히 해수면을 통일된 기준으로 여기지만, 실제로 지구의 해수면은 균일하지 않다. 로라 산체스(Laura Sanchez) 독일 뮌헨 공과 대학교 측지학자는 “해수면은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측지학은 지구의 형태, 방향 및 중력장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두 팀은 모두 각자가 사용한 해수면의 차이를 알고 있었지만, 어느 쪽이 더 높은지를 착각했다. 결국 독일 측은 구조물의 높이를 낮춰 다리를 완공했다.
이처럼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시공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2015년 국제측지학연합(IAG)은 고도에 대한 전 세계의 표준인 국제 고도 참조 체계(International Height Reference Frame, 이하 IHRF)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표준화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산체스는 “IHRF는 위도와 경도에 대응되는 3차원적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 표준이 채택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측지학자들은 우주에서 가장 정밀한 시계를 사용해 이를 최신화하려 한다.
우주 원자시계 앙상블(Atomic Clock Ensemble in Space, 이하 ACES)이라 불리는 이 시계는 지난달 플로리다에서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향해 발사되었다. 유럽우주국(ESA)이 개발한 ACES는 서로 연결된 두 개의 원자시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나는 세슘 원자를, 다른 하나는 수소 원자를 사용한다. 두 시계는 결합되어 단일한 주기 신호를 생성하며, 개별 시계보다 더 높은 정밀도를 구현한다.
진자시계는 습도, 온도, 먼지 무게 등의 영향을 받아 하루에 약 1초의 오차가 생길 수 있다. 현재 GPS 위성에 탑재된 원자시계는 평균적으로 3,000년마다 1초의 오차가 발생한다. 이에 반해 ACES의 설계 및 발사에 참여한 루이지 카차푸오티(Luigi Cacciapuoti) ESA 물리학자는 “ACES는 3억 년 동안 1초의 오차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카차푸오티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은 자국 우주정거장에 더 안정적인 시계를 설치했지만, 발사 이후 성능에 관한 정보는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우주에 있는 ACES는 지구에서 가장 정확한 시계들과 연결되어 동기화된 시계 네트워크를 형성할 예정이다. 이는 기본적인 물리 법칙 검증을 위한 실험 수행이라는 주된 목적에 활용된다.
한편 ACES는 측지학자들에게도 커다란 의미가 있다. 중력 측정에 활용되어 전 세계 고도 측정을 위한 기준점을 더욱 정교하게 설정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동일한 ‘기준점’(즉, 고도를 측정할 때 줄자의 끝을 대는 지점)에 합의하는 것은 국제 협력에 있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전 세계 해수면 변화를 보다 쉽게 관찰하고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된 기준은 특히 댐이나 운하처럼 물의 흐름과 관련된 인프라를 건설할 때 유용하다. 2020년에는 국제 높이 표준을 이용해 에베레스트산의 높이를 둘러싼 중국과 네팔 간의 오랜 분쟁을 해결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중국은 에베레스트의 높이를 8,844.43미터로, 네팔은 8,848미터로 주장해 왔으나, 양국은 IHRF를 근거로 최종적으로 에베레스트의 높이가 8,848.86미터라는 데 합의했다.

ESA-T. PEIGNIER
측지학자들은 표준 기준점을 마련하기 위해 지오이드(geoid)라 불리는 지구 모델을 만든다. 울퉁불퉁한 감자 형태인 이 모델의 모든 표면에서는 중력이 동일하게 작용하며, 따라서 지오이드 높이에 맞춰 운하를 파면 물의 높이가 수평을 이루어 물이 흐르지 않게 된다. 지오이드로부터의 거리는 고도 측정을 위한 세계적 기준을 결정한다.
하지만 산체스는 “현재의 지오이드 모델은 특히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지역에서 정밀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모델은 지구 중력을 직접 측정하는 장비들을 이용해 구축되었다. 이 장비들은 위성에 탑재되어 있는데, 이 경우 전 지구적 관측은 용이하지만 해상도가 낮다. 따라서 보다 세부적인 정보는 고가의 지상 및 항공 측량을 통해 보완해 왔다. 그러나 측지학자들은 아마존 우림이나 사하라 사막과 같은 험지를 포함해 전 세계 모든 지역을 정밀하게 측량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
정밀도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 지중해 연안에서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까지 이어지는 가상의 다리를 상상해 보자. 현재의 지오이드를 기준으로 다리를 건설하면 양 끝의 높이는 수십 센티미터 정도 차이가 날 것이다. 반면 북미 대륙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지으면 최대 오차는 5센티미터 정도에 그친다.
측지학자들은 지오이드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우주에서 동기화된 글로벌 시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 아이디어는 중력장이 강할수록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른다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기반한다. 이와 관련해 2014년 개봉한 SF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는 이른바 시간 지연(time dilation)의 극단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두 명의 우주비행사가 블랙홀 인근의 강력한 중력장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을 때, 동료는 이미 20년 넘게 나이를 먹은 상태였다. 비슷한 원리로 지구에서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중력이 약해진다. 예를 들어, 사람이 서 있을 때 발에는 머리보다 약간 더 강한 중력이 작용한다.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일생 동안 머리는 발보다 수억 분의 1초 더 빨리 나이를 먹는다.
측지학자들은 시계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 시계들의 시간 흐름을 비교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간 차이를 바탕으로 지구의 중력장을 훨씬 더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더 정확한 지오이드 모델도 구축할 수 있다. 오늘날 가장 정확한 시계는 센티미터 수준의 고도 차이에 따른 시간 차이를 반영할 수 있다.
위르겐 뮐러(Jürgen Müller) 독일 하노버 라이프니츠 대학교 측지학자는 “우리는 오차를 1센티미터 또는 그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측지학자들은 이러한 시계 측정값을 활용하여 기존 지오이드 모델의 정확성을 검증할 계획이며, 현재는 지상 및 항공 측량을 통해 이러한 검증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측지학자들은 시계 네트워크가 이러한 비용을 크게 절감할 것으로 기대한다.
ACES는 시작에 불과하다. 카차푸오티는 “ACES는 지구의 다양한 지점에서 고도를 오차 10센티미터 이내로 측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CES의 핵심 목적은 시계 네트워크의 시험 모델을 개발하는 데 있다. 이 시스템은 우주에 설치된 시계를 활용하여 지상의 최첨단 시계들을 연결하기 위해 필요한 광학 및 마이크로파 기술을 시연할 예정이다. 뮐러는 향후 1년 이내에 독일에 설치된 세 개의 시계를 시작으로 ACES와 지상의 시계들을 연결하는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그의 연구팀은 연결을 통해 해당 시계들이 있는 위치에서 더욱 정밀한 측정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초기 연구는 ACES보다 훨씬 더 정밀한 시계를 네트워크에 연결하기 위한 후속 연구의 기반이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지오이드 모델의 개선에도 기여할 것이다. 현재 최고의 시계는 ACES보다 약 50배 더 정밀하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마이클 베비스(Michael Bevis)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 측지학자는 “흥미로운 점은 시계가 점점 더 안정화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보다 정확한 지오이드가 개발되면, 운하 건설 시 수심과 유량을 더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측지학자들이 이러한 고정밀 시계의 잠재력을 온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구 중력장에 대한 수학적 모델도 더욱 정교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시계 네트워크 구축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은 수십 년간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카차푸오티는 “ESA가 ACES처럼 우주 환경에 적합한 소형 시계를 개발하는 데에도 30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실험실 규모의 시계를 소형 냉장고 크기로 축소해야 했기 때문이다. 20년 전 ESA에 합류한 이후 이 프로젝트에 계속 참여해 온 그는 “엄청난 공학적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었다”고 회고했다.
측지학자들은 시계 네트워크를 완성하고 더 많은 시계를 우주로 발사하기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가지 가능성은 GPS 위성에 시계를 탑재하는 것이다. 산체스는 ACES 임무의 성공 여부와 정부 기관의 투자 의향에 따라 향후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시나리오를 따르든, 지구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일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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