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확산되는 실험적 치료 접근권…생명 연장 희망될까
몬태나주가 건강한 사람도 검증되지 않은 수명 연장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여러 윤리적·과학적 우려를 낳고 있다.
몇 주 전 필자는 과학자와 정책 입안자, 그리고 수명 연장에 깊은 관심을 가진 ‘장수’ 열성 지지자들이 모인 한 행사에 참석했다. 워싱턴 D.C.에서 열린 이 모임은 인간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약물과 기타 치료법의 개발을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추진할 수 있을지를 논의했다.
제안된 방안 중 하나는 실험 약물에 대한 문턱을 낮추자는 것이었다. 즉 수명 연장 가능성이 있는 약을 사람들이 직접 사용해볼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일부 단체들은 실제로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몬태나주에서 법안 발의를 추진해 왔다. 몬태나주 헌법은 다른 지역에 비해 개인의 자유를 명시적으로 강하게 보호하고 있다.
몇 년 전 수명 연장 관련 로비 단체 하나가 몬태나주의 ‘시도할 권리(Right to Try) 법’을 확장하는 법안 마련에 관여했다. 기존 법은 중증 질환자에게 약물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지 않은 실험 약물에 대한 접근을 허용했지만, 2023년에 통과된 개정안은 그 대상을 건강한 사람들까지 확대했다.
지난 몇 달간 이 단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주 내의 치료소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절차를 담은 새로운 법안을 추진해 왔다. 마침 행사 둘째 날이 끝나갈 무렵 필자 옆에 앉은 한 남성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법안이 방금 통과됐다”고 말했다. 이후 로비 단체는 그렉 지안포르테(Greg Gianforte) 몬태나 주지사가 해당 법안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법안의 통과로 몬태나는 미국 내 실험적 치료의 허브로 부상할 가능성이 생겼다. 그러나 이는 미국 전역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규제 지형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시도할 권리’ 법제가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근거 중심 의학에서 벗어나는 위험한 조짐도 감지된다.
미국에서는 신약이 시판 승인을 받기 이전에 반드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초기 임상시험은 소규모로 진행되며, 주로 약물의 안전성 여부를 평가한다. 약효는 이후 단계의 시험에서 안전성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검증된다.
이러한 체계는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제약사가 효과 없거나 위험한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다. 말하자면, 검증되지 않은 엉터리 약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장치다.
하지만 기존 치료법이 모두 실패한 중증 환자들에게 실험 약물은 작은 희망으로 다가온다. 이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실험 약물을 마지막 기회로 여긴다. 경우에 따라 임상시험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시간이나 거리, 지원 자격 등의 제약으로 인해 그마저도 쉽지 않은 이들이 많다.
1980년대부터 중증 또는 말기환자 중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없는 경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운영하는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을 통해 실험 치료제에 대한 접근을 신청할 수 있다. FDA는 대부분의 동정적 사용 신청을 승인하지만, 제조사가 여러 사정으로 치료제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2014년 자유지상주의 성향의 단체인 골드워터 연구소(Goldwater Institute)는 말기환자를 위한 ‘시도할 권리’ 법안 모델을 제정했다. 이후 이 법안은 다양한 형태로 미국 41개 주에서 법률로 통과되었으며, 연방 차원에서도 2018년부터 ‘시도할 권리 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 법들은 일반적으로 중증 환자가 임상시험 초기 단계의 약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환자가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동의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법들이 약물 규제와 FDA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이 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기존의 동정적 사용과 같기 때문이다.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이 법을 통하면 FDA의 승인 과정을 우회할 수 있다는 것뿐이다.
어느 쪽이든 이러한 법률 혹은 제도를 통해 사용되는 약물들이 임상 시험의 매우 초기 단계를 거치고 있다는 것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1상 시험을 마친 약물은 이제 겨우 20여 명의 건강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시험 되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시험은 약물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설계되었지만, 이 결과만으로 이 약물이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이 시점의 약물 개발 단계에서, 여러 약을 복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건강하지 못한 연구 대상자가 약에 어떻게 반응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할 권리’ 법안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경우는 몬태나주의 법안인데, 이 법안에서는 중증 질환이 없는 사람들도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주들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에는 조지아 주지사가 ‘조지아 주 환자를 위한 희망 법(Hope for Geogia Patients Act)’에 서명했다. 이 법은 생명을 위협받는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개별 맞춤 제작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와 유사한 법안들은 애리조나, 미시시피, 노스캐롤라이나 등 여러 주에서도 ‘시도할 권리 2.0(Right to Try 2.0)’이라는 이름으로 통과되고 있다.
또한 2024년 유타주에서는 카이로프랙터, 족부 전문의(Podiatrist), 조산사, 자연요법사(naturopath)를 포함한 의료 서비스 제공자가 승인되지 않은 태반 줄기세포 치료를 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이 통과되었다. 이 치료는 조직 재생 가능성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태반에서 채취한 세포를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는 인간 대상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으며, 수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 수 있고 효과도 불명확하다. FDA 법률 전문가인 한 변호사는 유타주의 이 법을 “FDA의 권한에 대한 노골적이고 전면적인 도전”이라고 평가했으며, 환자들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법들은 매우 민감한 주제의 논쟁을 일으킨다. 일부 사람들은 이것이 의료 자율성의 문제라고 주장하며, 개인은 자신의 몸에 무엇을 투입할지를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은 이 문제를 이야기할 때 비용과 편익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치명적인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보다 실험적인 약물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크고, 잃을 것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효과가 없는 약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윤리학자들은 효과가 전혀 입증되지 않은 치료를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본다. 이 주장은 수십 년간 미국 법원의 판결을 통해 뒷받침되어 왔다.
특히 법적 보호가 주어지는 상황에서 의사가 실험적인 치료법을 권장할 경제적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시도할 권리’ 법안은 대개 문제가 발생해도 의사가 징계나 소송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많은 윤리학자들은 지난 10여 년간 FDA의 의약품 승인 절차 자체가 점점 느슨해지고 있다는 점에도 우려를 표한다. 점점 더 많은 약물이 충분하지 않은 증거만으로 신속 승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이 논쟁의 양측에 선 과학자들과 윤리학자들은 새로운 미국 행정부 아래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를 지켜보고 있다.여기까지 기사를 작성한 뒤 문득 떠오르는 인용문이 있다. 몇 해 전 필자가 인터뷰했던 비영리단체 국립보건연구센터(National Center for Health Research)의 다이애나 주커먼(Diana Zuckerman)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가끔은 희망을 통해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도 한다. 하지만 의학에서는 과대광고에 기반한 희망보다는 증거에 기반한 희망이 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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