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되는 화성 생명체 탐사 경쟁…미국과 중국 중 누가 먼저 웃을까
미국 퍼서비어런스 로버가 화성에서 생명체 흔적 가능성을 시사하는 암석을 발견했지만 핵심 프로젝트인 화성 샘플 귀환(MSR) 임무는 예산 삭감으로 위기에 처했다. 그 사이 중국은 독자적인 샘플 귀환 계획을 추진하며 우주 경쟁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암석은 그저 암석일 뿐이다. 하지만 지질학자들에게는 훨씬 더 많은 의미를 지닌다. 암석은 형성된 바로 그 순간 지구의 상태가 어떠했는지를 밝혀줄 단서를 담고 있어 결정으로 가득한 시간 캡슐과 같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그와 같은 시간 캡슐을 찾기 위한 특별한 탐사를 이어왔다. 그것도 지구가 아니라 화성 전역을 가로지르는 탐사였다.
NASA의 로버(탐사용 로봇)는 수십억 년 전 강과 호수, 어쩌면 바다였을지 모를 황토 사막을 누볐다. 과거 미생물 생명체가 그곳의 표면을 기어다녔을지 묻는 중대한 질문에 답을 찾고 싶었다.
그러다 2024년 7월 화성에서 3년 넘게 활동하던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 로버가 특이한 암석 노두를 발견했다. 노두는 지층이나 기반암이 지표에 드러난 암석층을 말한다.
이 암석 노두에는 평소 보이던 결정체나 퇴적층 대신 반점이 있었다. 반점은 두 종류였다. 하나는 양귀비 씨앗처럼 보였고, 다른 하나는 표범의 얼룩을 닮았다.
일반적인 화학 반응이 이런 기이한 특징을 만들어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이런 흔적이 대부분 미생물 활동으로 만들어진다.
물론 이 작은 반점들이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결정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생명이 우주에서 단 한 번, 지구에서만 일어난 특별한 사건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단서다. 그리고 이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 즉 우리가 우주에 홀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을 곧 찾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비영리 단체 플래닛러리 소사이어티(Planetary Society)의 케이시 드레이어(Casey Dreier) 우주 정책 총괄은 “만약 그렇다면 인류 역사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점이 외계 생물의 화석화된 흔적인지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지구로 가져와 연구하는 것이다.
퍼서비어런스는 바로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한 야심 찬 계획의 첫 단계였다. 그러나 1년 반이 조금 넘은 지금 이 프로젝트는 위기에 빠졌다. 2026년 관련 예산은 전액 삭감되었고 의회의 지원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 지구로 가져오고 싶었던 암석들은 영원히 화성에 갇혀 있게 될지 모른다.
NASA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필립 크리스텐슨(Philip Christensen) 애리조나 주립대 교수는 “우리는 샘플을 가져오기 위해 50년을 준비해왔고 준비를 끝냈다”면서 “이제 결승선에서 불과 약 60cm 남았는데 이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이는 외계 생명체 증거를 찾기 위한 경쟁에서 미국이 최대 경쟁국인 중국에 선두 자리를 내주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자체 ‘화성 샘플 귀환(MSR)’ 임무를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의 임무는 미국과 유럽의 임무보다 규모가 작으며, 화성에서 채취할 암석 샘플의 품질도 다소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크리스텐슨 교수는 “현재 진행 속도로 볼 때 중국이 우리보다 먼저, 최초로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물론 외계 생명체를 발견한다면 발견한 주체가 누구든 인류의 지식을 크게 확장시켜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이미 뜨거워진 국가 경쟁 속에서 체면 문제도 중요하다. 게다가 많은 미국 과학자들(미국 의회 의원들은 말할 것도 없이)은 앞으로의 연구와 과학 발전이 외국의 통제에 좌우되는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 경우 외국의 통제란 중국의 통제일 것이다.
또 외계 미생물 발견 가능성에 특별히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MSR 임무와 이에 대응하는 중국의 유사 임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들 프로젝트는 일론 머스크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꿈꿔 온 목표, 다시 말해 우주비행사를 화성에 보내고 궁극적으로 그곳에 장기 기지를 세우는 계획으로 가는 기술적 디딤돌이기 때문이다.
경쟁국이 이미 먼저 자리를 잡은 뒤에야 뒤늦게 도착하거나 아예 그곳에 가지 못한다면 미국에는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다.
NASA 산하 화성 탐사 프로그램 분석 그룹 의장이면서 사우스웨스트 연구소에서 행성 지질학자로 일하는 빅토리아 해밀턴(Victoria Hamilton)은 “화성에 도달하지도 못한다면 어떻게 인간을 화성에 보내고 안전하게 귀환시킬 수 있겠는가”라며 반문했다.
폴 번(Paul Byrne)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는 “화성에서 인간을 귀환시키려면 먼저 샘플을 회수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당연한 순서”라고 강조했다.
필자는 미국과 중국 양국의 프로젝트 관계자와 과학자 10여 명으로부터 미국이 새로운 우주 경쟁에서 선두를 내준 과정을 들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거대한 꿈과 유망한 발견으로 가득하지만, 동시에 관리 부실, 천문학적 비용, 그리고 결국 분노와 실망으로 점철되어 있다.
오늘날의 화성은 치명적인 방사선에 노출된 건조하고 차가운 사막이다. 말 그대로 황무지 같다. 하지만 수십억 년 전에는 온화한 하늘 아래에서 분출하던 화산의 경사면까지 물이 출렁이며 닿았다. 그러나 화성의 지질 내부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전 행성을 감싸던 자기장은 공기가 빠지는 풍선처럼 붕괴했고, 행성을 보호하던 대기는 태양에 의해 벗겨지듯 사라졌다.

현재 화성 표면은 우리가 아는 생명체에 극도로 적대적이다. 하지만 우주로부터 보호받고 더 따뜻하며 습한 지하 깊은 곳에는 미생물이 기어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화성에서 날아와 지구에 떨어진 운석들을 몇 개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온전한 상태의 것은 하나도 없다. 우주 공간을 날아오는 동안 우주 방사선에 손상됐고, 이후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다시 한번 불타 훼손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행성과학자 사라 러셀(Sara Russell)은 “현재 우리가 확보한 화성 암석 가운데에는 퇴적암이 없다. 퇴적암은 화석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종류의 암석”이라고 말했다.
그런 암석을 구하려면 인간이나 로봇이 직접 화성에 착륙해야 한다.
NASA는 50년 전인 1976년 두 대의 바이킹(Viking) 착륙선을 화성에 착륙시키며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일을 현실로 만들었다. 당시 수행된 실험 가운데 하나는 방사성 표지가 붙은 영양분을 화성 토양 샘플에 넣는 것이었다. 만약 미생물이 존재한다면 그 영양분을 먹어 치우고 방사성 폐가스를 내뿜을 것이며, 착륙선은 이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이었다.
흥미롭게도 이 실험은 어떤 미생물과 유사한 존재가 그 영양분과 상호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신호를 보여줬다. 그러나 결과는 결정적이지 않았으며, 오늘날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그것이 생물학적 작용 때문이었다고 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결과는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에 대한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후 수십 년간 미국은 궤도선, 착륙선, 바퀴 달린 로버 등 많은 로봇을 화성으로 보냈다. 그러나 이 장비들은 생명체의 흔적을 확실히 감지하도록 설계된 장비는 아니었다. 확실한 감지를 위해서는 유망해 보이는 암석을 채취해 어떻게든 신중하게 밀봉된 용기에 담아 지구 실험실로 운반해야 했다.

이는 2003년 NASA의 요청으로 실시된 첫 번째 ‘행성 10년 조사(Planetary Decadal Survey)’ 발표 이후 미국 행성 과학계의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임무의 과학적 근거가 워낙 명확하다 보니 생명체 흔적 발견에 부정적이었던 사람들조차도 인정했을 정도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현재는 화성에 생명체가 없다고 장담하지만, 만약 존재하거나 존재했던 적이 있다면 그것은 엄청나게 중요한 발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화성에서 생명이 시작되지 않았을 이유를 이해함으로써 왜 지구에서 생명이 시작되었는지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두 행성 사이의 핵심적인 차이가 무엇이었을지 알 수 있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MSR이다. 미국은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유럽우주청(ESA)도 합류했다. 이후 10년 동안 복잡한 계획이 수립되었다.
계획의 핵심 내용은 이랬다. 먼저 NASA 로버가 한때 생명체가 살 수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장소(이후 제제로 분화구(Jezero Crater)로 확인된 지역)에 착륙한다. 로버는 그곳을 돌아다니며 호수나 강바닥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은 층을 이룬 암석을 찾고, 그 암석에서 코어 샘플을 채취한 뒤 밀봉된 용기에 보관한다. 그다음 두 번째 NASA 우주선이 화성에 착륙해 로버가 모은 샘플 튜브를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로 전달받은 뒤 그 샘플을 화성 궤도로 발사할 로켓에 실어 보낸다. 이후 유럽이 제공한 궤도선이 로켓을 마치 야구 글러브로 공을 잡듯이 포획한 뒤 지구로 돌아와 암석 샘플을 지구 대기권으로 떨어뜨린다. 샘플은 낙하산을 이용해 2030년대 중반 이전까지 지상에 착륙하고, 기다리고 있던 과학자들에게 전달된다.
조너선 루닌(Jonathan Lunine)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수석 과학자는 “간단히 말해, 이는 과거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에 화성에서 가장 유망한 장소 중 하나에서 수행되는 과학적으로 가장 신중한 샘플 채취 임무”라며 “물론 퇴적물에서 생명체의 증거가 발견된다면 그것은 역사적인 발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무는 순조롭게 출발했다. 2020년 7월 30일 코로나19 팬데믹의 한가운데서 NASA의 퍼서비어런스 로버가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에서 발사됐다. 하지만 바로 그달 초 화성 탐사 임무에 경쟁이 시작됐다. 중국이 자체 샘플 회수 우주선을 준비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미국의 MSR이 꼬이기 시작했다.

중국은 경쟁력 있는 우주 프로그램 개발에 상대적으로 늦게 뛰어들었지만 일단 시작하고 나서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2003년 자체 개발한 로켓으로 우주비행사를 최초로 우주로 보낸 이후 지난 20년간 달 여신 이름을 딴 창어 프로젝트(Chang’e Project)의 일환으로 자체 우주정거장을 발사하고, 달에 무인 우주선(처음에는 궤도선, 이후에는 착륙선)을 여러 차례 보냈다.
그러나 중국의 야망에 진정한 전환점이 된 시기는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으로 발사된 2020년이었다.
그해 12월 창어 5호가 달의 ‘폭풍의 바다(Ocean of Storms)’에 착륙했다. 달 앞면 서쪽에 있는 폭풍의 바다는 길이 1,600마일(약 2,575km)에 달하는 얼어붙은 용암 지대다. 창어 5호는 약 20억 년 된 암석 샘플을 채취해 로켓에 실어 우주로 발사했다. 채취된 샘플은 소형 궤도선으로 회수되었는데, 핵심은 이 방식이 MSR이 야구 글러브 방식으로 샘플을 채취하려 했던 구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국이 채취한 샘플은 크리스마스 직전 지구로 돌아왔다. 이는 1976년 이후 처음으로 달에서 샘플이 반환된 사례였다. 임무는 완벽하게 마무리됐다.

같은 해 중국은 화성 탐사에 첫발을 내디뎠다. 프로젝트명은 ‘하늘에 묻는 질문’이란 뜻의 톈원 1호(Tianwen-1)였다. 이는 화성과 궤도를 떠다니는 소행성을 대상으로 한 대담한 우주 탐사의 첫 번째 임무였다.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국은 즉시 궤도선과 로버를 동시에 화성으로 보냈다. 다른 어느 국가도 첫 시도에서 이런 대담한 우주 도전을 성공시킨 적이 없었다.
중국이 우주 계획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일부 과학계 인사들은 NASA가 MSR을 통해 의도치 않게 지나친 약속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 ‘대담한 계획’이 천문학적 비용을 감당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2020년 MSR 예산은 이미 비싼 53억 달러(약 7.8조 원)에서 약 70억 달러(약 10.3조 원)로 급증했다. 참고로 현재 조립 중인 NASA의 근지구 천체 탐사 임무(Near-Earth Object Surveyor) 예산은 약 12억 달러(약 1.8조 원) 수준이다. 이 우주 관측 장비는 지구로 접근하는 소행성을 탐지하기 위해 설계된 것으로, 파괴적인 충돌로부터 지구에 사는 80억 인류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러나 퍼서비어런스는 이미 화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 고가의 프로젝트를 되돌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프로젝트 지지자들은 단지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미국은 이전에도 화성 궤도 진입에는 성공했지만, 화성에서의 진입·하강·착륙 시도 가운데 여러 번이 폭발적인 실패로 끝났다. 가장 큰 난관은 화성의 대기였다. 화성 대기는 우주선을 통제 불능 상태로 요동치게 하거나 과열시켜 발화하게 만들 수 있다. 퍼서비어런스는 화성 대기권에 진입할 때 시속 약 2만km의 속도로 비행해야 했다. 착륙을 위해서는 먼저 감속한 뒤 낙하산을 펼치고, 여러 개의 로켓을 점화하며, 스스로 방향을 조종해 제제로 분화구 상공까지 접근해야 했다. 그런 다음 공중에 떠 있는 크레인 장치가 실제 로버를 천천히 지면으로 내려놓아야 했다.
다행히 퍼서비어런스의 착륙 과정은 완벽하게 진행됐다. 2021년 2월 18일 화성은 퍼서비어런스의 새 보금자리가 됐다. NASA 비행 통제실에서 제작진들은 서로 껴안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환호했다.

그런데 바로 그달 중국도 사상 처음으로 화성 문턱에 도착했다.
2021년 2월 10일 톈원 1호는 화성 궤도에 진입했다. 이어 5월 14일에는 우주선을 태워버릴 듯한 화성 대기를 뚫고 착륙선을 내려보내 ‘유토피아 평원(Utopia Planitia)’이라 불리는 광활한 지형에 로버를 배치했다. 이로써 퍼서비어런스 로버는 비록 약 1,930km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화성에서 이웃을 갖게 됐다.
이 로버는 퍼서비어런스만큼 정교하지 않았고, 임무도 샘플 귀환 미션과는 거리가 멀었다. 주변 환경 연구용 카메라와 몇 가지 과학 장비를 탑재한 로버는 NASA의 구형 로버 수준의 성능을 가졌을 뿐이었다. 또한 3개월만 운영될 예정이었으나 치명적인 화성 먼지에 질식하기 전까지 1년 동안 버텼다.
그럼에도 톈원 1호는 중국에는 놀라운 성과였다. 미국조차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로저 라우니우스(Roger Launius) 당시 NASA 수석 역사학자는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래에 화성 샘플을 가져올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는 이 일이 이미 현실이 되고 있었던 까닭에 미국인들은 경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자신들의 승리로 끝났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랬을까? 이후 몇 년간 퍼서비어런스는 외계에서의 즐거운 탐험을 이어갔다. 얼어붙은 용암 흐름을 따라 구불구불 이동했고, 한때 풍부한 액체 물에 의해 씻겨 내려온 퇴적 팬 위를 여행했다. 바위를 채취해 짠 진흙층을 보존한 채로 가져오기도 했는데, 이 진흙층은 지구상에서 미생물과 유기물이 넘쳐나는 환경과 정확히 일치한다.
JPL의 루닌은 “제제로 분화구는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는 채취 지점에 대한 우주생물학적 기준을 분명히 충족한다”며 “지구상에서 대략 비슷한 연대와 환경을 가진 암석들은 우리 행성에서 생명체의 가장 초기 증거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2023년 9월 퍼서비어런스가 한때 미생물의 ‘대도시’였을지도 모를 흔적이 남은 지역을 가로지르고 있던 때 독립 연구자 패널이 보고서를 발표하며 MSR 프로젝트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미국 내 여러 NASA 센터에 지나치게 분산돼 있어 누가 실제 책임자인지 불분명한 구조가 됐다. 보고서에는 또한 현재 속도대로라면 MSR이 화성 암석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는 시점은 아무리 빨라도 2040년대가 될 것이며, 이는 초기 예상보다 최대 10년 늦어진 일정이며, 비용 역시 최대 110억 달러(약 16.2조 원)로 늘어날 수 있어 초기 예산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보고서는 “MSR은 처음부터 비현실적인 예산과 일정 기대치를 바탕으로 시작됐다”며 “또한 프로젝트가 지나치게 복잡한 구조로 조직돼 현재 예상되는 예산 범위 안에서 달성 가능한 신뢰할 만한 기술 계획과 일정, 비용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후 미 의회 의원들 사이에서는 MSR을 전면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한때 이 임무를 열렬히 지지했던 과학계 역시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
NASA는 2024년 4월 우주 산업 분야 협력사들에게 공개 도움을 요청했다: MSR을 구할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 록히드 마틴과 같은 우주 비행 경험이 있는 다양한 업체들이 검토 제안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불과 몇 달 뒤인 2024년 7월에 퍼서비어런스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오래된 강 계곡에서 표범 무늬와 반점이 있는 특별한 암석들을 발견한 것이다. 이는 NASA가 필사적으로 찾던 희망의 신호였다. 이제 NASA의 도움 요청은 더욱 시급해졌다. 이 암석들의 샘플을 반드시 지구로 가져와야 했다. 다양한 패널들이 MSR을 효과적으로 구할 수 있는 계획을 평가한 후 2025년 1월 기자회견에서 더 빠르고 간소화되며 비용 절감형인 두 가지 잠재적 대안이 공개됐다.
한 가지 방안은 검증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퍼서비어런스가 ‘스카이 크레인’이라 불리는 공중에 떠 있는 크레인을 이용해 화성 표면에 안전하게 착륙했듯이, MSR용 샘플 채취 착륙선 역시 이 크레인을 통해 투하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해당 단계를 단순화하고 프로그램 전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다른 제안은 민간 우주비행 기업의 우주선을 통해 착륙선을 화성에 전달하는 것이었다. 착륙선 설계 자체도 간소화할 수 있으며, 샘플을 우주로 발사할 로켓에도 개선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제안들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했지만,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2040년대가 아닌 2030년대에 샘플을 회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의 사기가 높아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MSR을 80억 달러(약 11.7조 원)로 수행할 수 있었다.

미국이 행성 탐사 프로젝트의 문제에 점점 더 발목이 잡히는 사이 중국은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2024년 6월 창어 프로젝트의 여섯 번째 임무가 역사를 썼다. 또 다른 달 샘플 귀환 임무였지만 이번에는 우주 탐사 역사상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다. 접근이 어렵고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의 뒷면에 착륙해 그곳의 샘플을 채취한 것이다.
이 미개척 지역의 물질을 담은 캡슐이 내몽골에 무사히 착륙했을 때 중국은 이를 아주 손쉽게 해낸 것처럼 보였다. 롱샤오(Long Xiao) 중국지질대학 행성지질학과 교수는 당시 기자들에게 “이번 임무의 성공은 인류 전체가 함께 축하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NASA에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달은 지구와 훨씬 가깝고 화성처럼 우주선을 파괴할 만한 대기도 없다. 그럼에도 미국이 사실상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 중국은 이 경쟁에서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가고 있었다.
이어 2025년 5월 중국은 톈원 2호를 발사했다. 목적지는 화성이 아니라 지구 근접 소행성이다. 계획에 따르면 이 로버는 2026년 말 이 소행성에서 태초의 자갈 같은 원시 물질을 채취한 뒤 2027년 말 지구로 가져올 예정이다. 중국의 과거 성공 사례를 고려하면 많은 이들이 이번 임무 역시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톈원 3호 연구와 우주선 착륙지 선정에 참여한 리이량(Li Yiliang) 홍콩대학교 우주생물학과 교수는 “착륙 지점은 여전히 미정”이라면서도 “중국의 화성 귀환 임무인 톈원 3호는 화성에서 최소 500g의 샘플을 채취해 2031년경 지구로 귀환시키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그때까지 샘플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떻게 이를 달성할 계획일까?
중국은 2028년 두 대의 로켓을 한 쌍으로 발사할 계획이다. 첫 번째 로켓에는 착륙선-상승체 조합(LAC)이 탑재된다. 두 번째에는 궤도선-귀환선 조합(ORC)이 실린다.
LAC는 화성에 도착해 착륙선과 소형 헬리콥터를 전개한다. 헬리콥터는 착륙 지점 주변의 유망한 장소를 정찰하며 집게 장치를 이용해 여러 작은 샘플을 채취해 착륙선으로 가져온다.

이후 착륙선은 가장 유망한 지점으로 이동한다. 착륙선에 장착된 드릴은 지표 아래 약 2.1m 깊이까지 파고들 수 있으며, 이는 이번 임무의 핵심 장비다. 이 정도 깊이에서는 과거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할 가능성이 더 높다.
착륙선에 최소 500g의 오염되지 않은 암석 샘플이 모이면, 이 샘플은 우주로 발사된다. 이후 궤도선이 이를 포획해 2031년경 지구로 가져올 계획이다.
이량 박사에 따르면 회수된 샘플은 허페이시 인근 계획 중인 생물안전 실험실에서 엄격히 격리될 예정이다. 그곳에서 과학자들은 과거 또는 현재의 외계 생명체에 대한 최초의 명확한 증거를 발견할 수도 있다.
중국 연구진이 화성 샘플 회수라는 대담한 계획을 발표한 바로 그 달, 새로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에 검토를 요청한 엄격한 NASA 예산안을 발표했다. 이 예산안은 행성 과학계에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예산안이 통과됐다면 NASA에 역사적인 재앙이 되었을 것이다. NASA는 1961년 이후 가장 적은 예산을 배정받게 됨으로써 수많은 직원을 해고하고, 과학 프로그램 예산을 절반으로 삭감하며, 현재 운영 중인 19개 임무를 중단해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MSR도 표적이 됐다.
이후 몇 달간 의회는 NASA 예산 삭감 가능성에 반발했지만, 주로 진행 중인 태양계 탐사 임무를 구하기 위한 조치였다. MSR은 활발한 활동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퍼서비어런스는 사실상 독립적으로 과학 정찰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원의 대안은 MSR에 3억 달러(약 4,420억 원)를 배정하는 것이었으나, 이를 적극 지지하는 정책 입안자는 없었다.
번 교수는 “현재 화성 샘플 귀환 계획은 지지자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과학에 대한 공격, 특히 NASA 과학에 대한 공격은 과학계 전체를 완전히 사기 저하시키는 데 성공했다”며 “모두가 충격 상태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필자가 7월에 수개월 간 표류 중이던 MSR의 현황에 대해 NASA에 문의했을 때 그곳 인사들로부터 논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록사나 바르단(Roxana Bardan) 대변인은 대신 성명을 보내줬는데, 내용은 이랬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정책 아래 NASA는 미국의 지속적인 우주 리더십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의 우주 우위를 보장하기 위해 혁신하고, 탐험하며, 탁월함을 추구할 것이다.” NASA는 후속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크리스텐슨 교수는 “미국 50년간 화성 탐사를 주도해왔다”면서 “그런데 핵심 발견 지점에 다다르려는 지금 주도권을 다른 국가에게 넘겨주려 한다”고 말했다.
물론 중국의 화성 샘플 귀환 임무인 톈원 3호 역시 미국의 MSR 계획과 마찬가지로 여러 기술적 난관을 넘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화성 표면에서 로켓을 자율적으로 발사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의 빠른 우주 개발 속도를 고려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과거 중국의 달·화성 로버가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는 점에 주목하며 “첫 시도에서 성공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국의 공학적 역량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잭 머스터드(Jack Mustard) 브라운대 교수 역시 “중국은 착륙과 이륙 기술을 이미 달 탐사를 통해 충분히 익혔다”며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톈원 3호의 구조는 미·유럽이 추진했던 MSR보다 단순하다. 장비와 단계가 적어 고장 가능성은 낮지만 채취 가능한 샘플의 다양성은 제한될 수 있다. 톈원 3호는 화성의 비교적 좁은 지역에서 샘플을 채취할 계획이다. 반면 NASA의 퍼서비어런스 로버는 다양한 지질 환경을 이동하며 샘플을 수집하고 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미국의 샘플은 중국보다 과학적 가치가 훨씬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우연히 생명체 흔적이 풍부한 지역에 착륙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양국 모두 화석 미생물을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중국이 먼저 화성 암석 샘플을 지구로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과 유럽은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미국은 수십 년 동안 화성 탐사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기술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국이 그동안 축적된 정보를 활용해 단 한 번의 임무로 성과를 가져간다면 미국 납세자들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MSR 프로젝트가 좌초될 경우 행성 탐사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형 우주 임무가 정치적 이유로 쉽게 중단된다면 목성·토성 탐사 같은 차세대 프로젝트도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미 의회는 최근 예산 법안에서 NASA의 다른 프로젝트는 유지했지만 MSR에 대한 정치적·재정적 지원은 제공하지 않았다. 사실상 미국의 화성 샘플 귀환 계획이 중단된 셈이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가까운 미래에 이런 장면이 펼쳐질 수 있다고 말한다. 퍼서비어런스가 제제로 분화구에서 탐사를 계속하는 동안 하늘에서는 중국의 톈원 3호 궤도선이 화성 암석을 지구로 보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사이 퍼서비어런스가 수집한 샘플 튜브들은 화성 표면에 남겨진 채 먼지만 쌓일 가능성이 있다.
이 글을 쓴 로빈 조지 앤드류스(Robin George Andrews)는 수상 경력이 있는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화산학 박사이다. 그는 런던에 거주하며 지구, 우주, 행성 과학에 관한 글을 정기적으로 기고하며,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은 《초화산(Super Volcanoes, 2021)》과 《소행성을 죽이는 방법(How To Kill An Asteroid, 2024년 10월)》이라는 두 권의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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