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로봇의 불편한 진실…그 뒤에 가려진 인간 노동

휴머노이드 로봇과 피지컬 AI의 발전 이면에는 대규모 인간 노동이 존재한다. 그러나 인간의 데이터 수집과 원격 조작에 의존하는 구조는 가려진 채 로봇의 자율성만 과대 포장되고 있다.

지난 1월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비디아를 이끄는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피지컬 AI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인공지능(AI)이 언어 모델과 챗봇을 넘어, 물리적으로 기능하는 기계로 진화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2025년에도 같은 내용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의 발언은 설거지하거나 자동차를 조립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새로운 시연 영상들이 공개되면서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이는 단일 목적의 로봇 팔로 인간의 사지를 모방하던 기존 자동화 방식이 이제 ‘구식’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새로운 자동화의 방향은 인간이 일하면서 사고하고, 학습하고,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을 그대로 재현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로봇을 훈련하고 운영하는 데 투입되는 인간 노동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나머지 대중은 로봇의 실제 능력을 오해하고, 로봇 주변에서 형성되고 있는 기묘한 새로운 형태의 노동 구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AI 시대에 로봇은 인간이 작업 방식을 직접 시연하는 모습을 보며 학습한다. 하지만 로봇 학습에 필요한 이 방대한 데이터를 대규모로 만들어내는 과정은, 이제 영국의 유명한 SF 옴니버스 드라마 시리즈 ‘블랙 미러(Black Mirror)’에나 나올 법한 기괴하고 비인간적인 상황들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는 한 노동자가 가상현실(VR) 헤드셋과 외골격 로봇을 착용한 채 전자레인지 문을 하루 수백 차례씩 여닫는 작업을 일주일 동안 반복하며 옆에 있는 로봇을 훈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로보틱스 기업 피규어 AI는 지난해 9월 “10만 가구를 관리하는 투자사 브룩필드(Brookfield)와 협력해 다양한 가정 환경에서 막대한 양의 실제 데이터를 수집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 회사는 관련 질의에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과거 우리가 하는 말이 대형언어모델(LLM)의 훈련 데이터가 되었듯이 이제 우리의 몸짓과 움직임도 같은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러한 미래는 인간에게 훨씬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이미 그러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로봇공학자 에런 프래더(Aaron Prather)는 최근 필자에게 한 배송 회사와의 협업 사례를 소개했다. 이 회사는 직원들에게 상자를 나를 때 동작 추적 센서를 착용하도록 했고, 이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향후 로봇 훈련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해서는 결국 대규모 인력이 ‘데이터 수집 노동자’로 동원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프래더는 “이건 분명히 이상한 일이 될 거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원격 조작(tele-operation) 역시 중요한 문제다. 로봇공학의 궁극적 목표는 기계가 스스로 작업을 완수하는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많은 로봇이 사람의 원격 조작에 의존하고 있다.

스타트업 1X가 개발한 2만 달러짜리 휴머노이드 로봇 ‘네오(Neo)’는 올해 가정용으로 출시될 예정이지만, 이 회사 창업자인 베른트 외이빈 뵈르니히(Bernt Øivind Børnich)는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는 ‘자율성’ 수준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로봇이 작업 도중 멈추거나, 사용자가 까다로운 작업을 요청할 경우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알토 본사에 있는 원격 조작자가 로봇의 카메라 화면을 보며 직접 조종한다. 이를 통해 옷을 다리거나 식기세척기에서 그릇을 꺼내는 등의 작업을 수행한다.

이 방식 자체가 본질적으로 해롭다고는 볼 수 없다. 1X는 원격 조작 모드로 전환하기 전에 고객의 동의를 받는다. 그러나 원격 조작자가 로봇을 통해 가정 내부를 들여다보며 집안일을 수행한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생활의 개념 자체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만약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면 이 시스템은 ‘첨단 AI 서비스’라기보다는 임금이 싼 지역의 노동력을 활용해 비용을 줄이려는 구조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겉으로는 로봇이 집안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저임금 노동자가 원격으로 대신 작업을 수행하고, 기업은 이 임금 격차에서 이익을 얻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는 긱 노동(gig work)과 유사한 형태를 다시 만들어내면서 육체노동까지도 가장 값싼 노동력이 있는 곳에서 처리할 수 있게 만드는 구조다.

이 같은 일이 처음이 아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AI 기반’ 콘텐츠 검토나 AI 훈련 데이터 구축 작업은 오랫동안 저임금 국가 노동자들에게 불쾌하고 충격적인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보게 해 왔다. AI가 곧 자체 출력물로 학습하고 스스로 발전할 것이라는 주장과 달리 현실에서 최고의 모델조차 제대로 작동하려면 방대한 인간 피드백이 필요하다.

물론 이처럼 대규모 인간 노동력이 존재한다고 해서 AI 기술이 허상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노동이 가려질수록, 대중은 기계의 실제 능력을 지속적으로 과대평가하게 된다. 이는 투자자와 마케팅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사회 전체에는 심각한 부작용을 남긴다.

대표적 사례가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마케팅이다. 오토파일럿이라는 명칭은 실제 성능보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불러일으켰고, 20일(현지시간) 마이애미 연방 배심원단은 이러한 왜곡이 22세 여성의 사망 사고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테슬라는 2억 4,000만 달러(약 3,500억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이 소송은 지난 2019년 5월 테슬라 ‘모델S’ 운전자가 오토파일럿 기능을 작동시킨 채 테슬라 차량을 운전하다가 벌어진 사고다. 운전자가 떨어진 핸드폰을 주우려고 잠시 몸을 숙인 순간, 차량이 신호등의 적색 점멸을 무시하고 시속 100㎞로 질주해 도로변에 주차된 SUV을 들이받으면서 SUV가 옆에 서 있던 커플을 덮쳤고, 이로 인해 당시 22세였던 여성이 사망하고 여성의 남자친구는 중상을 입었다.

젠슨 황의 말대로 피지컬 AI가 직장과 가정, 공공장소로 확산한다면, 우리는 이 기술을 어떻게 설명하고 검증하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그러나 현재 로봇 기업들은 AI 기업들이 훈련 데이터에 대해 침묵해 온 것처럼, 로봇 훈련 과정과 원격 조작 구조에 대해서도 여전히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는 숨겨진 인간 노동을 기계 지능으로 착각하고, 로봇에 실제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자율성이 존재한다고 오해하게 될 위험이 커진다.

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과제는 기술 그 자체보다, 그 이면에 존재하는 인간 노동을 얼마나 투명하게 드러내고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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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년 02월 24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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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6년 02월 24일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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