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멈춘 화석연료 발전소로 드러난 미국 전력망의 취약성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일어난 대규모 정전 사태는 화석연료 발전소가 극한 기후에 취약하다는 현실을 보여줬다.

미국 동부 지역은 지난 1월 하순 대규모 눈보라에 휩싸였다. 다행히 전력망은 영하의 기온과 급증한 전력 수요에 비교적 잘 대응했다. 그러나 일부 화석연료 발전소에서는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한 분석에 따르면 미국 최대 전망 운영업체인 PJM의 관할 지역에서 천연가스와 석탄 발전소를 중심으로 예상치 못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사실 이들 시설은 역사적으로도 극심한 겨울 날씨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현재 미국 내 대부분의 지역은 기록적인 한파에 직면해 있으며, 추가 폭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무엇을 시사하며, 전력망은 이런 극단적 기후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뉴저지에 거주하는 필자는 PJM이 공급하는 전기를 이용하는 약 6,700만 명 중 한 명이다. 지난 1월 25일 눈보라가 절정에 달했을 당시 PJM 관할 지역에서는 20기가와트(GW) 이상의 발전 용량이 갑작스럽게 중단됐다. 이는 당시 오후 전력 수요의 약 16%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다른 발전소들이 부족분을 메우면서 필자가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정전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상당한 발전 설비가 일시적으로 가동을 멈췄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전력망 운영업체들은 통상 정전 원인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즉시 공개하지 않는다. 이에 에너지·기후 전문 연구기관인 에너지이노베이션(Energy Innovation)의 분석가들이 공개된 전원 구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사에 나선 결과, 폭설이 내리는 동안 다수의 화석연료 발전소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분석에 따르면 가스 발전소는 전력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1월 25일 생산량이 전날 피크 시간대보다 약 10GW 감소했다. 석탄과 석유 발전소 역시 출력이 크게 떨어졌다.

미셸 솔로몬(Michelle Solomon) 에너지이노베이션 전력 프로그램 매니저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에서도 발전소들이 가동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화석연료 발전소의 기능 장애가 문제의 핵심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PJM 측은 한파가 지나간 뒤 관련 위원회 회의에서 정전 원인에 대한 상세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석연료 발전소는 겨울철에 특히 취약하다. 기온이 내려가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의 압력이 떨어져 연료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또한 혹한은 압축 시설과 각종 장비를 마비시키고, 석탄 저장고를 얼어붙게 만들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2021년 텍사스 한파 사태다. 당시 극심한 추위로 수많은 발전소가 멈추면서 전력망이 붕괴했고, 수백만 가구가 정전에 시달렸다. 이 사고로 최소 24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겨울 텍사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2021년 이후 발전소와 송전 시설에 대한 방한 설비를 강화했고, 대규모 배터리 저장 시스템도 구축했다. 특히 겨울 새벽 시간대 전력 수요 대응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여기에 이번 폭풍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동부 지역은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눈은 멈췄지만 영하권 기온이 이어지면서 높은 전력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

PJM은 최대 7일 연속 130GW 이상의 전력 수요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해당 지역 전력망 역사상 유례없는 겨울 기록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PJM을 포함한 여러 전력망 운영기관에 긴급 명령을 내려, 발전소들이 배출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하고 가동하도록 허용했다. 또한 데이터센터와 주요 시설에 대해 비상 발전기 가동을 승인했다.

이는 전력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대기 오염과 온실가스 배출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조치다. 비상 발전기는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동부 지역도 텍사스의 사례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에너지 저장 설비 확대는 겨울 폭풍 대응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전력망에 필요한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해상 풍력 역시 겨울철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일 에너지원만으로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탄력적인 전력망을 구축하기 어렵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와 저장 기술을 적절히 결합한다면 반복되는 극한 기후 속에서도 전력망 안정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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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년 02월 04일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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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6년 02월 04일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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