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보스에선 온통 AI와 트럼프 이야기뿐

다보스 무대 위에서는 AI가 거의 모든 세션을 장악하고 있지만, 공식 무대 밖의 대화와 뒷이야기에서는 트럼프가 화제의 중심이다.

필자는 현지시간으로 1월 19일부터 23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와 있다. 이틀째 이곳에 머물며 회의와 패널 토론에 참석하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애쓰고 있다. 그런데 모두가 인공지능(AI)과 트럼프 이야기만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다보스는 공식 WEF 세션이 열리는 컨벤션 센터와 마을 중심을 가로지르는 중심 대로인 프로메나드(Promenade)로 구분된다. 프로메나드 양쪽에는 다양한 ‘하우스들(houses)’이 늘어서 있다. 하우스는 WEF 기간 동안 기업·국가·기관이 임시로 운영하는 홍보·회의 공간이나 전시관과 살롱 같은 ‘팝업 거점’을 말한다. 우크라이나 하우스, 브라질 하우스, 사우디 하우스, 그리고 물론 미국 하우스가 있다. CNBC와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미디어 하우스도 몇 곳 눈에 띈다. 과학을 위한 하우스와 AI를 위한 하우스도 있다.

하지만 2026년의 다른 모든 것들이 그렇듯 프로메나드도 기술 기업들이 지배하고 있다. 실제로 기술 기업 하우스들이 유독 많이 눈에 띈다. 팔란티어, 워크데이, 인포시스, 클라우드플레어, C3.ai 등의 하우스들 말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겠지만, 하우스 안팎은 물론 WEF의 각종 무대와 파티, 플랫폼 곳곳에서 드러나는 이들의 존재감은 기술이 글로벌 경제를 얼마나 철저하게 장악했는지를 실감하게 만든다.

기업별 하우스에서는 행사와 네트워킹이 진행되지만, 진짜 무대는 컨벤션 센터 안에 있다. 19일 오전 필자는 액센츄어, 사우디 아람코, 로열 필립스, 비자 CEO들이 참여한 패널 토론을 진행하며 다보스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주제는 조직 내 AI의 확장 적용이었다. 이들 리더는 모두 시범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내부 도입으로 나아간 기업들을 대표하고 있었다. 매우 흥미로운 대화처럼 느껴졌다. 토론에서는 AI가 과대평가됐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AI가 분명 대기업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건 분명했다.

예를 들어, 아민 나세르(Amin Nasser) 아람코 CEO는 AI를 활용한 운영 효율 개선을 통해 30억~50억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로이 야콥스(Roy Jakobs) 로열 필립스 CEO는 자동 기록 작성 같은 기능 덕분에 의료진이 환자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내가 소아과 간호사이기 때문에 수십 년 동안 그녀가 기록 업무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는지 잘 알고 있는 필자로서는 특히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라이언 맥이너니(Ryan McInerney) 비자 CEO는 자사가 추진 중인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와 그것이 소비자와 중소기업, 글로벌 결제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금 더 부연설명을 하자면, 맥이너니 CEO는 에이전트가 단순히 사용자가 시키는 물건을 사는 단계(사실상 1단계)를 넘어, 장차 사용자의 선호도와 과거 소비 패턴을 바탕으로 스스로 구매를 결정하는 상거래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일상적인 장보기일 수도 있고, 휴가 여행일 수도 있다. 상인과 소비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많은 신뢰와 인증 체계가 필요하겠지만, 2025년에 목격한 이러한 에이전틱 커머스로의 움직임은 시작에 불과했다. 2026년에는 훨씬 더 큰 변화가 올 것이다. 이날 우연히 만난 마스터카드 고위 임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이 패널에서 필자에게 가장 크게 와닿은 말은 줄리 스위트(Julie Sweet) 액센츄어 CEO가 한 “이해하기 전까지는 무언가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말이었다.

필자는 그녀의 이 말이 우리가 AI를 대하는 사회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요약해준다고 느꼈다.

분명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컨퍼런스 공식 개막 전, 필자는 AI 하우스에서 열린 패널 토론에 참석했다. 장소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입장 대기 줄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안으로 들어간 뒤에는 말 그대로 사람들을 밀치며 이동해야 했다. 모두가 들어가기를 원했다. 그리고 모두가 AI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다. (필자는 니콜라스 톰슨(Nicholas Thompson) 애틀랜틱 CEO가 진행한 ‘밈과 딥페이크 시대의 창의성과 정체성’ 패널에 앉아 있었다. AI로 작업하는 예술가 에미 쿠사노(Emi Kusano)와 영화·게임 산업에서 AI 논쟁의 한복판에 서 있는 SAG-AFTRA 수석 협상가 던컨 크랩트리-아일랜드(Duncan Crabtree-Ireland)가 함께했다.)

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점령 발언과 NATO 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20일 다보스를 방문할 예정이다. 무대 위에서는 AI가 모든 주제를 장악하고 있지만, 모든 뒷이야기의 중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 소소한 농담, 긴장된 웃음, 노골적인 분노, 눈에 비치는 공포. 분위기는 묘하게 요동친다.

이런 대화는 이제 공개적인 공간으로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필자는 패널 토론 진행을 끝낸 후 컨벤션 센터 메인 홀 밖 파빌리온으로 향했다. 작은 수행단을 거느린 누군가가 계단을 내려오다 갑자기 카메라와 휴대전화에 둘러싸이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 직전에 같은 장소에서 기자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직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을 둘러싸고 질문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또 다른 유명인을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어디를 봐도 산업계의 거물들이 가득했으니까 말이다. 필자는 커피 바 앞에서 줄을 서 있다가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전 구글 CEO를 만나기도 했다. 다보스는 참 묘한 곳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던 사람은 개빈 뉴섬(Gavin Newsom)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는 민주당 내 반대 세력의 선두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유력한 경쟁자이자 선두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필자는 시장이 되기 전 시의회 의원 시절부터 뉴섬 주지사를 여러 번 만났다. 그런데 이날처럼 그가 그렇게 격앙된 모습을 본 적은 거의 없었다. 정말이다.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정글의 법칙과 돈의 규칙을 따르는 나르시시스트”라고 부르며 그를 티라노사우루스에 비유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동맹을 맺지 않으면 결국 그가 당신을 집어삼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다보스에 모인 세계 지도자들에게도 가차 없었다. 그는 그들을 향해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도 다보스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다만 훨씬 절제된 어조였다. 그의 발언을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현장에서는 널리 회자됐다. 그는 “우리가 식탁에 앉지 못하면, 결국 메뉴판에 오르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결정의 자리에 참여하지 않으면 남들이 우리 운명을 대신 결정하게 된다는 뜻으로, 미국·중국·러시아 등 강대국들에 맞서 캐나다 같은 중견국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The post 지금 다보스에선 온통 AI와 트럼프 이야기뿐 appeared first on MIT 테크놀로지 리뷰 | MIT Technology Review Korea.


발행일: 2026년 01월 21일 13:42
원본 URL: https://www.technologyreview.kr/%ec%a7%80%ea%b8%88-%eb%8b%a4%eb%b3%b4%ec%8a%a4%ec%97%90%ec%84%a0-ai%ec%99%80-%ed%8a%b8%eb%9f%bc%ed%94%84-%ec%9d%b4%ec%95%bc%ea%b8%b0%eb%bf%90/
수집일: 2026년 01월 21일 21:01
출처: https://www.technologyreview.kr/feed/